

와이프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클라이밍은 우연한 기회에 제 손에 왔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와이프와의 대화가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몇 개월 전 와이프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생에 중요한 세 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대단한 이론도 근거도 없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커리어와 달리기 이 두 축만으로는 삶을 지속가능하게 꾸려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머리를 극한으로 써야하는 일들(커리어, 공부, 독서 등등)이 한 축에 있었고 반대편 끝에는 명상하는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양극단의 바퀴를 열심히 굴려가며 지난 4-5년을 살아왔는데, 역시나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3이 완벽한 숫자라는 것처럼, 트라이포스가 있는 것처럼(ㅋㅋㅋ), 점이 세 개여야 면이 되는 것처럼 2는 3차원 공간에서 사는 우리에게 참 불안한 숫자입니다.
그런 고민들이 있던 와중에 우연히 접한 것이 클라이밍입니다.
클라이밍을 달리기보다 더 몸쓰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지만, 경험해본 클라이밍은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특히 실내 볼더링을 위주로 하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볼더링은 쉽게 말해 동일한 색의 돌덩어리만 사용해서 올라가는 클라이밍 종목입니다. 출제자가 의도를 가지고 문제를 만들며, 특정 행동이나 움직임, 루트 등을 구상하고 올라가야 완등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루트파인딩이라는 과정이 생깁니다. 문제를 앞에두고 내가 어떤식으로 올라갈지 고민하는 과정이죠. 일종에 이미지 트레이닝입니다.
그러다보니 볼더링 중에 몸을 쓰는 시간보다 사실 돌덩어리를 쳐다보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묘하게 머리와 몸을 같이 써야만 할 수 있는 종목이더군요.
그렇게 세 번째 바퀴를 찾은 듯 합니다. 머리만 쓰는 바퀴랑, 몸만 쓰는 바퀴, 그리고 그 둘을 조화롭게 쓰는 세번째 바퀴, 이렇게 말입니다.
사진도 넣고싶은데, 문제 푸느라 찍어둔 사진이없습니다..(이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