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그는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관리자는 오전과 오후 각각 한 번씩 지하로 내려가 상황을 살폈다. 지하 복도는 24시간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깨끗하고 정갈한 방 안에는 각각 스무 명의 인간들이 누워있었다. 그들은 현실에서 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었다. 11시가 되자 관리자는 하품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살짝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업무 후 먹을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신참으로서 팀을 위해 점심 메뉴를 고르는 건 항상 그의 몫이었다. 매일 두 번 지하로 내려가 음침하고 차가운 복도를 둘러보는 일이 점심 메뉴 선정보다 훨씬 쉬웠다. 팀원들은 한결같이 입맛이 까다로웠다. 그는 밥 생각만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기대 없는 눈으로 첫번째 방에 들어가자, 가장 최근에 수감된 수감자가 파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머리에 신경 전극과 온갖 기계 단자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는 얼굴을 일그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특히 머리 부분을 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감 직후 이틀 간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너도 똑같아, 관리자가 웅얼거린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수감자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수감자의 모든 생리 절차 관리는 기계가 담당하지만 영양 공급만큼은 인간이 수동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백 명의 수감자에게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영양 공급을 하고, 필요할 경우 각 침대마다 연결된 기기에 입력된 코드를 살피고 수정한다. 그는 지루했다. 이 시스템을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깨트려준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물론 위에서는 난리가 나겠지. 신도 울고 갈 신종 처벌 체계를 창조했다고 떠들어대는 그들은 시스템의 작은 균열에도 바짝 긴장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신참 관리자는 그저 너무 심심했을 뿐이었다. 수감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지옥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왜 깨닫지 못할까. 깨닫기만 한다면 이 세계가 만들어낸 지옥은 광활한 바다 한구석에 떨어진 인간의 생명줄만큼이나 힘없고 허무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첫 번째 방을 나가려던 찰나, 관리자는 무언가에 홀린 듯 뒤를 돌아봤다. 몸을 떨던 수감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뜨고 있었다. 새파란 눈동자가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관리자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두려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오만함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생각했다. 가을 바람이 선선한 즐거운 귀갓길, 우주는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항상 하천을 끼고 걷는 먼 길을 고른다. 낮 여덟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능력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문서 편집을 요구받고, 적당한 프로그래밍 코드 몇 십 줄을 작성하며, 쓸모없는 인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회색 눈동자로 하루를 보냈다. 남들에겐 평범한 삶이겠지만 우주에겐 이 모든 행위들이 두 달 전 그가 겪은 참상에 버금가는 고통이었다. 새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삶의 긍정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내적 고통을 누르고 하루 종일 보통 사람인 척하는 연기가 늘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퇴근 후 고통을 벗어나 회사에서 해방되면, 귀가가 얼마나 늦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 끊임없이 흐르는 생각을 최대한 넉넉하게 즐겨야 했다. 낮의 고통이 억눌러온 의식의 흐름이 해방되어 뇌세포가 마음껏 춤을 췄다. 우주가 자주 즐기는 이 하천 산책길에는 수 많은 생각의 파편들이 아쉽게도 완결되지 못한 채 이 곳 저 곳 떨어져 냇가 양 옆으로 줄을 서있다. 한편, 우주는 오늘도 즐거운 산책의 와중에 이따금씩 원인모를 냉소와 비난의 감정을 느꼈다.
‘그냥 들어가서 죗값 치러라.’
‘너한테 실망이다.’
냉정한 발언들이 반복해서 떠오르며 우주의 표정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긴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허공을 이곳 저곳 바라봤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그의 유일한 즐거움인 귀갓길 산책을 방해하는 그 노폐물들을 생각하면 역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증오와 적개심을 즐기며 웃음 짓는 날도 있었다.
"끔찍하리만큼 공정한 사회."
혼잣말을 하며 웃는 그의 시선이 양 옆으로 불안하게 요동쳤다. 우주의 얼굴에서 선과 악이 동시에 비쳐왔다. 두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 하지만 이내 멈추고 만다. 우주의 머릿속에서 슬픔의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가끔씩 눈물샘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극을 받아 물을 뿜어내려고 하는 순간이 있는데, 마지막 순간에 기어이 이를 통제해냈다. 오늘도 그렇게 짧은 간격의 감정 기복 속에 한참을 불안하게 걷던 중, 그가 입고 있던 깨끗한 네이비 색 재킷 안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전화였다. 화면에는 ‘기린’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어."
"오늘 후보 목록 추가됐는데, 올래?"
"지금 갈게."
전화를 끊은 후 우주는 발걸음을 반대로 돌렸다. ‘기린’의 작업실은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흑석역을 중심으로 봤을 때는 정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낮은 언덕길 구역을 벗어나 꽤 깊숙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