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시대 저항적 생각

AI에 대한 시대 저항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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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2026.02.18조회수 810회

밸리에서 AI의 놀라운 점, 긍정적인 점들은 이미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저는 오늘 AI 시대에 대한 저항적 코멘트를 몇 가지 써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본업 특성상 웬만한 사람들보다 AI 서비스를 활발하게 쓰고 심지어 AI 서비스 내부를 직접 기획/설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이 기술을 우리 모두가 '하루 빨리'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큰 조각들을 기술한 후, 각 조각을 모아 어설픈 에세이를 한편 남겨 봅니다.


생각의 조각들

생각 하나

  • 우리는 AI 시대에서 무엇을 걱정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도태'일까요, '대체'일까요, 둘 다일까요?

  • 오늘의 글은 주로 '도태'에 대한 걱정을 설명합니다.

생각 둘

  • '이 문제는 AI랑 같이 풀면 빠르고 정확하게 풀리겠네?' '어떻게 에이전트를 써서 결과물을 생산적으로 우수하게 만들까?' 라는 AI 우선형 사고방식은 인간의 사고 형태를 변형하며, 생각의 시작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즉, AI가 디폴트로 설정된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배경과 생각에 따른 다양한 밑바탕에서 사고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AI 바탕'에서 사고를 시작합니다. 이 AI 바탕도 서로의 배경과 생각에 따라 조금씩 색깔이 다르겠지만, 그 농도 차이는 점차 옅어질 것입니다.

생각 셋

  • 우리는 AI라는 도구의 파괴적 가능성으로 인해 '진정으로 생산성이 필요한 영역'과 '사실 그렇지 않은 영역'을 현명하게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 비유적으로 예를 들어, 우리가 주말 아침 루틴으로 집 앞 카페에 걸어 나가 사장님과 가벼운 안부를 주고 받으며 커피 한잔을 포장해왔다면, 이젠 '효율화가 가능해졌다'는 이유로 이 루틴을 '효율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단정합니다. 그리고는 커피 머신을 구비하고 원두를 자동 배달시켜서 루틴을 효율화합니다.

    • 그런데 이 결과, 누군가는 아침에 햇빛과 함께 산뜻하게 산책하며 머리를 환기할 기회를, 누군가는 타인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온기를 공유할 기회를, 누군가는 간단한 노동을 통해 커피 한 잔을 얻으며 느꼈던 성취감을 잃게 됩니다.

    •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교환 변수를 깨닫지 못한 채 커피머신을 무조건 플러스인 것처럼 여기며 '생산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커피머신이 삶의 마이너스일 수도 있습니다.

  •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적인 인간의 특성상, 무언가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취하면 다른 무언가를 잃고 내주어야하는 교환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AI 시대 역시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AI를 적극 활용하는 대신 우리가 내어줄 큰 변수는 아마 끈질기고 꾸준하게 생각하는 힘선택적 비효율성의 혜택일 것입니다.

  • 'AI를 사용하면 기존에 5시간 걸릴 문제를 10분 만에 풀고, 나머지 4시간 50분은 책을 읽으며 사고력을 키우고, 하고 싶었던 다른 일도 하면 되는데?' 라는 식의 생각은 'AI 만능주의'라고 생각합니다. 5시간 동안 말을 타고 가던 거리를 자동차로 1시간 만에 가게 되면서 인간이 나머지 4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는 그시간을 가족을 돌보거나 스스로 발전하는 데에 썼을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자동차로 5시간을 가면 더 멀리, 더 생산적으로 가겠네?' 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이동에 5시간을 사용했습니다. 이 패턴은 그 이후의 생산성 혁명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타자기가 사무 환경을 혁신하자, 우리는 결국 더 많은 글을 썼을 뿐, 필요한 정도만 글을 쓰고 멈추진 않았습니다.

  • 그렇다면 다가올 AI 세계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우린 정말 10분만 AI를 사용하고 나머지 4시간 50분을 '사고력을 갖추는 일, 혹은 하고 싶었던 일'에 사용할까요? 전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우린 결국 5시간 동안 AI를 사용하며 AI 중심의 사고방식과 결과물에 침식되어 이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며 '행복' 혹은 '능력'이라고 정의할지도 모릅니다.

생각 넷

  • AI 없이 몇십 년을 살아온 우리는 '아직은' AI가 제시한 답변을 비판하며 함께 조정한 결과물을 얻어내지만, AI가 만들어낸 컨텐츠가 쌓이고 AI가 존재한 세월이 누적될수록, AI가 제시한 결과물에 반대할 근육은 약해집니다.

  • 그렇게 우리는 사고력이나 두뇌활동이라는 근육을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자질로 격하시키고, 에이전트 응용력, AI 사용 능력 등을 우수한 자질로 우대하며 대대적인 자체 가스라이팅을 할지도 모릅니다(마치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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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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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IT 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관심 분야: 우주, 테크,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