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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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조회수 26회

들어가며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갑자기 큰 사건이 진행되면서 본업이 바빠 전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연말 연초에는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시장을 볼 여유도 없었어서 요즘 시황은 잘 모르겠고, 특히 최근에는 시장을 설명하는 주요 팩터가 변한 것은 아닐까 고민도 생기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일단 그냥 썰이나 풀까 합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보는 썰입니다. 전문성도 없고 근거 데이터도 없고 그냥 길고 지루한 썰입니다.



우선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가 중요합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정의는 ‘CPI, PCE 같은 물가지수’이죠. 그런데 그만큼 많이 쓰이는 정의가 ‘화폐가치의 하락’입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굉장히 다릅니다. 특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 정의의 차이를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더라도 몸으로 느껴왔죠.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계속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를 계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은 계속 커질 것이다’ 같은 매우 이상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CPI가 계속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산가치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사실 지난 수십년이 디플레이션의 시대였다고 이야기하는데, 후자로 정의되는 인플레이션은 계속 커져왔습니다. 화폐가치가 계속 하락해왔다는 것은 30년 전과 지금의 주식가격, 부동산 가격만 비교해 보아도 명백하죠. 지금 제 주요 관심사는 전자로 정의되는 인플레이션, 즉 CPI, PCE가 반등하면서 다시 4% 이상으로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CPI, PCE는 이대로 다시 2% 이하로 내려가서 연준이 마음 놓고 금리인하, 양적완화를 하는 지난 수십년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지입니다.  



보통  CPI, PCE로 측정하는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직결되는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가격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평범한 국민들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필수 재화/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회마다 더 삶에 직결되는 중요한 재화/서비스가 다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라마다 CPI의 구성항목, 비율이 다르지요. 어쨌든 CPI에는 S&P, 나스닥 주식가격이 들어가지도 않고 샤넬백, 롤렉스 시계, 포르쉐 스포츠카의 가격이 들어가지 않죠. 



CPI가 1%대에 머무르며 연준이 마음껏 양적완화를 하던 시대에도 샤넬백은 매년 거의 10%씩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수요공급 곡선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재화가 있습니다. 명품과 같은 소위 사치재들이 그러한데 주식, 부동산 같은 금융자산도 사치재와 같은 성격을 갖게 됩니다. 이런 자산들은 일반적인 수요공급곡선과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다가 가격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자산들의 공통된 특징은 ‘공급이 제한’되어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수요공급곡선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가격이 오르는데도 공급이 거의 늘어나지 않으면 소위 FOMO 심리로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가 오히려 더 올라가면서 수요가 수요를 부르고 버블처럼 가격이 급하게 올라가다가 그 수요가 끝나는 순간 가격이 내려가고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요가 갑자기 크게 내려가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소위 민스키 모멘트와 같은 그래프를 보여주게 됩니다(그런데 이 관점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유상증자, IPO로 주식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떨어트리는 우리나라가 정상가격을 찾아가는 건전한 시장이고, 주가가 오르는데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미국이 지속가능성 없는 버블을 조장한다는 요상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네요. 황당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은 있습니다.).



하여튼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인가입니다. 사람들은 소득에서 필수재, 필수서비스 가격을 뺀 금액을 적절하게 명품, 파인다이닝, 여행 등 비필수적인 재화, 서비스에 소비 하거나 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등의 저축행위를 합니다(소득 - 필수재화/서비스= 비필수 재화/서비스 + 저축/투자). 필수재, 필수 서비스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 실질적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치재와 같은 필수적이지 않은 재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저축/투자금액도 줄어듭니다. 



이렇게 CPI가 올라갈 때 전반적인 화폐가치 하락의 영향이 커서 비필수재/금융자산의 상대가치가 오를지, 필수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약화의 영향이 커서 비필수재/금융자산의 상대가치가 내려갈지는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명품이나 주식의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가격 상승만큼은 용인할 수 없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갑자기 크게 올리면 DCF 가치평가로 계산되는 모든 금융자산의 적정가치가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앞으로도 필수 재화/서비스의 가격이 계속 오를것인지를 세가지 프레임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에서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모두 CPI/PCE입니다.



수요공급의 프레임



가장 일반적인 프레임입니다. 가격은 수요,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가격이 오르는 것이니 수요, 공급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일시적 인플레이션’ 논리도 이 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전세계 생산활동이 멈추면서 공급이 사라졌는데, 전세계가 돈을 뿌리면서 수요는 유지시켰으니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코로나가 끝나고 공급망이 돌아가면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어느새 3년차이고, ‘일시적 인플레이션’은 일찌감치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는 이 ‘일시적 인플레이션’논리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수십년간 기술혁신으로 공급이 늘어나왔고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것 아닌가요. 앞으로도 기술혁신이 계속되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그 가격에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들어올텐데 대체 어떻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코로나 문제의 여파가 생각보다 조금 길어지고 있거나, 통계적 문제로 남아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인플레이션은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깔려있습니다. 



결국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내려올 것이고, 금리인상은 수요를 쬐끔 줄여주는 미미한 역할을 했겠지만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자산시장에는 파월이 고집을 부리고 있을 뿐 진작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거나 애당초 금리인상은 사람들을 겁주는 효과 외에 인플레이션 해결에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산시장과 실물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자산시장만 오를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십년간 금리를 계속 내리고 심지어 0% 금리를 유지하면서 양적완화로 장기금리까지 찍어누르던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왜 이제와서 갑자기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생겼냐는 것이죠.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중요한 것은 필수 재화/서비스의 가격입니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지고 돈이 아무리 많이 늘어난다고 해서 하루에 밥을 10번 먹고, 병원을 10번 가는 것은 아니고,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수요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공급은 지난 수십년간 기술혁신과 세계화로 크게 늘어났고, 지금부터 갑자기 이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유로도 필수재화/서비스의 공급통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 허생전 같은 일을 벌인다면 정부는 국가권력을 총동원해서 이 인간을 응징할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독점 의약품 회사를 매입 후 의약품 가격을 5000% 올렸던 마틴 쉬크렐리는 결국 감옥에 갔죠. 



결국 필수재에 대한 독점을 통한 공급통제는 70년대 원유파동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원유도 직접 생산합니다. 농산물은 원래 미국이 거대한 규모로 생산해서 남아도는 농산물을 수출하고 그래도 남는 것은 바이오원유로도 쓰고 있었고요.



그러니까 돈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더라도 이런 주식, 부동산 자산시장이나 공급이 한정된 사치재,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갈 뿐 필수재, 필수서비스의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CPI, PCE의 상승은 일시적이었고, 괜히 금리로 건드리지 않아도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시장의 다수설로 보입니다. 



심지어 AI가 나타났죠. AI와 로봇은 공급을 혁신적으로 늘려줄 것입니다. AI와 로봇은 코로나도 안 걸리죠. 결국 인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고 더이상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편, 수요-공급의 관점에서도 앞으로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노인은 소비를 줄이니까 노령화가 디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제학자를 포함한 전세계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는데, 노령화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요지를 정리하면 ‘젊은이(생산가능인구)는 소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월급 이내에서 한다. 회사는 사회에 생산하는 공급량보다 적은 금액을 월급으로 준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은 평균적으로 소비보다 생산을 훨씬 많이 한다. 반대로 노인은 소비를 아무리 줄여도 0으로 만들수는 없는데 생산은 0이다. 젊은이 한 명이 농사를 지어서 쌀을 생산하고, 99명의 노인이 그 쌀을 사먹는 A 마을과 젊은이 99명이 쌀을 생산하고 1명의 노인이 그 쌀을 사먹는 B 마을 중에서 어느 마을의 쌀가격이 비쌀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라는 것입니다.  



이걸 또 다른 말로 정리하면, 젊은이는 현재의 생산량 중 일부만을 소비하고 일부를 저축(투자)를 통해 미래의 소비로 이연시킵니다. 현재에는 디플레 압력을 만들면서 미래에는 인플레 압력을 예정하게 되죠.. 노인이 되면 과거의 잉여생산분을 저축(투자)를 통해 현재로 가져와 소비하면서 그 인플레 압력을 실현시키는 것이죠.



그럼 도대체 노령화가 가장 급하게 진행되어온 일본은 왜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가? 그 답은 B마을이 A마을에 쌀을 수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선진국들의 디플레이션은 선진국의 노인들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젊은이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세계화와 중국이 전세계의 디플레이션을 이끌어왔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선진국의 노령화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쏟아졌고, 이들이 저가로 필수품들을 생산하면서 전세계가 디플레에 빠져든 것을 노령화 때문이라고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2010년대 말부터 중국도 부양인구 숫자가 생산가능인구 숫자를 넘어서는 노령화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중국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이고 전세계는 인플레 압력을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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