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진화, 그리고 아직 답하지 못한 물음표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2025년 11월 말, 회사의 독자분들과 함께 책 읽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은 데이비드 맥윌리엄스의 <머니: 인류의 역사>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요? 어떤 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으셨을 테고, 어떤 분은 내가 어쩌자고 손을 들었는지 후회하며 숙제의 무거움에 포기하셨을지도 모르며, 또 다른 분은 어릴 때는 책을 꽤 읽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몇 장을 읽기도 전에 핸드폰에 시선이 가는 약해진 자신의 독서력에 놀라셨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캠페인을 처음 제안했을 때 '과연 몇 분이나 손 들어주실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저요!'를 외쳐주셨고, 그 순간 그 옛날 동오의 땅에서 뜻을 세우고 분연히 일어났을 때 저를 따라 칼을 든 전우들이 생각나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혼자 걷는 길은 외롭지만, 함께 걷는 길은 멀어도 즐겁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모처럼 책을 읽으면 안 쓰던 근육 운동을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읽으며 장맛처럼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다 보면 한 달에 두세 권이 어렵지 않은 날이 옵니다. 제가 바로 그랬으니까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독서습관보다 값진 것도 드물기에, 부디 이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독서 근육을 키우고 거미줄처럼 촘촘한 생각의 격자틀을 만들어 주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은 많은 긍정적 서평을 통해 선택한 책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내용들로 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술술 쉽게 읽히기도 했고요. 흔히 돈에 대한 책은 금리니, 수요와 공급이니 하는 꽤나 머리가 아픈 내용들로 가득한데, 이 책의 저자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갑니다. 재미도 있는데 깊이까지 있다니, 이건 완전 러키비키! 로또 4등 정도 당첨된 기쁨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대한 덕왕의 감상평과 여러분의 생각을 비교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아일랜드의 경제학자이자 방송인인 저자가 수천 년에 걸친 돈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면서도 정작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돈'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제법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단히 재미있는 신조어인 '플루토파이트(Plutophyte)'를 소개합니다. 그리스어로 부(富)를 뜻하는 Pluto와 식물을 의미하는 Phyte를 합친 말로, '돈에서 자라난 종'이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인류를 "돈에 적응하고, 돈에 의해 개조된 종"이라고 정의합니다. 총균쇠보다도 돈이 먼저라는 도발적인 책의 광고 문구가 허세가 아닌 것을, 이 한 단어와 이후 서술된 내용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멋진 단어였습니다.
책의 1부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고 농경을 통해 잉여 농산물을 축적하면서 돈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돈의 탄생과 함께 금리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저자는 금리를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현재에 쓸 때 지불하는 값"이라고 정의합니다.
인간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욕망의 동물입니다. 누가 시켜서도 그렇게 교육받아서도 아니며, 그저 본능입니다. 미래를 앞당기고 싶은 본능은 신용을 만들어냈고, 신용의 확장은 인류 문명 발전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물론 과도한 신용의 확장기 때마다 경제는 붕괴되고 우리의 삶은 철퇴를 맞으며 고통의 조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때의 고통은 잊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부터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모습을 반복합니다. 이 현상은 특히 금융에서 두드러지게 반복적으로 관찰되며, 투자와 금융의 역사를 다룬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합니다.
이는 아마도 우리 인간들의 오래된 본능과 기억 편향, 혹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망상 때문일 것입니다. 이 또한 오랜 세월 생존능력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갖게 된 인간의 본능 때문이겠지요.
최초의 화폐 단위인 셰켈부터 리디아의 주화, 그리스의 테트라드라크마에 이르는 화폐의 진화도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고대시대에도 기축통화가 존재하고 또 변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리디아인들의 통찰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화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이 통찰은 경제사에서 매우 혁명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비록 우리나라나 일본에는 현재 원이나 엔이라는 단일 통화단위밖에 없지만, 미국에는 달러와 센트가 존재합니다. 과거 피렌체에서도 플로린과 모네타 디 피콜리의 두 가지 화폐단위를 썼습니다. 플로린은 무역 거래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모네타 디 피콜리는 일반인들의 소비에 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당시 플로린은 대단위 무역대금을 빠르게 처리하는, 오늘날로 치면 SWIFT망과 같은 역할을 했고, 작은 단위인 모네타 디 피콜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민경제 사이에서 실제 '돈의 흐름'을 만들어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도록 도운 덕분에 피렌체는 중세 유럽의 상업 패권국이 되었습니다. 피렌체처럼 미국도 이중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있으며 패권국입니다. 그렇다면 이중화폐 단위, 혹은 이중 결제 시스템은 경제가 성장하고 순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세분화된 통화 단위는 일물일가의 법칙에서 다양한 물건들의 가치를 세분화하여 평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무역의 품목과 수량도 당연히 증가했을 것이며, 무역에 의한 통화량 수요의 증가는 GDP 성장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없이 통화량의 '부드러운 증가'에도 기여하였을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비트코인에도 잘게 나눈 '사토시'라는 단위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도 이 역사적 교훈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을 짚어야 합니다. 피렌체의 이중화폐는 단일 가치 시스템 내에서 '유통 범위'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습니다. 플로린과 모네타 디 피콜리는 같은 경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환되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온체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구분되는, 완전히 다른 '기술 계층'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온체인 거래와 라이트닝 거래는 사용법도, 수수료 구조도, 보안 모델도 다릅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탈중앙화'라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기술 숙련도에 따른 새로운 계급 분화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 문맹이 새로운 형태의 배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차이도 설명합니다. 사용가치는 실제로 사용했을 때의 가치이고, 교환가치는 그것을 팔았을 때의 가치입니다. 당근에서 '몽X레르' 자켓이 급매물로 나와도 그 브랜드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와! 저 가격에 나왔다고?"라며 급 하트를 누를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와! 저 가격이라고?"라며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상품의 경우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가끔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극단적 차이가 발생하곤 합니다. 주식 시장도 이와 같아서 기업의 내재가치와 가격이라는 교환가치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하곤 합니다. 모든 정보는 시장에 반영되어 있기에 누구도 초과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이 장기적으로는 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물지 않게 가치와 가격 사이에 큰 간극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 기회를 노리는 사냥꾼이 바로 얼마 전 은퇴하신 워런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자들입니다.
가치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주류 경제학에서 나오는 소위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와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의 합으로 시장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정의하는데, 이 경제적 후생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비트코인의 가치를 생각할 때 유용한 기준이 되어 주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로마제국의 금융 시스템도 흥미롭습니다. 'Salary(급여)'라는 단어가 로마 군인에게 주어진 봉급인 소금(Salt)에서 유래했다는 것, 상업의 신 메르쿠리우스가 헤르메스이자 머큐리였다는 것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소금은 그야말로 '짭짤한' 보수였던 셈입니다.
티베리우스 황제의 정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원로원 의원들은 총수입의 일정 비율을 이탈리아 본토에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는 최초의 지급준비금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당시에 로마의 황제는 무려 현대 은행의 핵심 원리를 터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정책으로 로마는 기존 기득권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화폐의 힘을 계속 유지하는 일타쌍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역시 황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책에는 이 정책의 영향으로 로마인들이 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는 아주 '오모시로이'한 내용이 나옵니다. 귀족이 땅을 팔아 마련한 돈을 지급준비금으로 넣어두면 전체 유동성이 악화되어 돈이 부족해지며, 이 때문에 오히려 기존 자산의 가치가 오르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교과서적인 지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곤 합니다.
흔히 지급준비금이 낮을수록 대출여력이 증가하고 통화승수효과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이 넘쳐납니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경제와 투자를 공부하는 사람에겐 기본적 상식입니다. 그런데 지급준비금이 늘어나고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 예외적 상황입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이 와도 경제학자들조차 정확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하워드 막스의 메모 제목처럼 "Nobody knows"며 그저 사후적으로 분석이 가능할 뿐이지요. 그래서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이 당시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은 금은 2000년이 넘는 지금도 그 성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위기 때마다 구원하며 수천 년간 그 가치를 증명해 온 금은 2026년 1월 말,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서며 인류 역사의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2부에서는 중세 유럽의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발전을 다룹니다. 초기 중세시대는 문명이 후퇴하는 암흑의 시대였습니다. 이성과 욕망의 자리를 종교와 절제가 차지했습니다. 화폐는 몰락하고 주화의 경제는 없어지며 물물교환으로 회귀했습니다. 경제의 대동맥이 멈추자 과학과 예술의 발전도 멈췄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암흑시대 속에서 환전상들이 등장했고, 어음과 신용장이 발명되었고, 초기 은행업의 태동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기에 가장 눈부신 산업이 탄생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을 찾으려는 노력도 간절해지는 법이랄까요.
주화의 탄생은 극소수에게 계급 이동의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동시에 경제관념 없는 귀족에게는 몰락의 가능성도 부여했습니다. 저자는 "돈의 가장 큰 속성 중 하나는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존 보수 세력은 예절, 문화, 그 밖에도 학벌, 지연 등 온갖 교양 장벽을 세우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 모습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성 갈 거라며 계급 이동의 꿈을 넘어 행성 이동의 꿈마저 꾸는, 새로운 주화의 탄생과 함께 9회 말 2 아웃 만루홈런 같은 인생역전의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그들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글의 후반부에 덕왕의 생각도 써보겠습니다.
중세 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금융 혁신이 눈부셨습니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만들어낸 금융 기법들은 현대 금융 시스템의 원형이 되었고 르네상스의 문을 연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와중에 우리가 위인으로 알고 있는 구텐베르크가 사실은 사기꾼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인쇄술의 아버지가 실은 단지 기회주의자였을 뿐이라니,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구텐베르크가 만든 성경의 이미지를 보니 사기를 치려면 이 정도 정성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사기도 예술이려나.
중세에 새롭게 등장한 여러 금융제도 중 '신용의 화폐화'는 가장 눈부신 혁신 중 하나입니다. 눈에 보이는 금화나 은화 없이, 그것도 단지 어음 한 장으로 먼 거리의 상인과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주화도 아닌 고작 종이 쪼가리 하나로 금덩어리를 옮기는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중세인들에게는 천지개벽할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마치 '전보' 대신 '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만큼 대단했겠지요. 비트코인은 '미래의 신용장'이 될 수 있을까요?
피보나치의 수학적 공헌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주가차트의 되돌림을 예상할 때 주로 사용하는 피보나치수열만 해도 그 원리와 독창성이 대단한데, 그 어려운 회계의 기초를 마련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하기도 한 그의 능력에 역시 천재는 달라도 뭔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뭐 하나 제대로 하기도 벅찬데 말입니다.
3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근대 화폐 시스템의 형성과 금본위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금본위제가 필연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통찰입니다.
흔히 디플레이션이라고 하면 물건 가격이 싸지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통화량에서 오는 영향입니다. 통화 공급량이 감소하거나 정체되면 상품 가격과 임금은 하락하고, 기존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실질 부채가 증가합니다. 사람들은 줄어드는 임금과 늘어나는 부채, 그리고 내일 더 싸질 거라는 기대감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이는 경제를 멈추게 만들며 사회 전반에 걸쳐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물건값이 싸지니 좋은 거 아닐까요? 내 월급도 같이 싸진다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인플레이션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30년 동안 고통의 디플레이션을 겪던 나라는 깔보던 옆 나라에게 따라 잡혔습니다.
19세기말 미국 농민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철도 붐 시기에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본위제로 운영되는 달러로 빚을 졌습니다. 금의 가치와 연동된 달러의 가치는 계속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어지니 농민들은 엄청난 부채의 늪에 빠졌습니다. 빚은 100달러 그대로인데 내가 파는 밀 한 포대의 가격은 10달러에서 5달러로 줄어든다면, 수입은 줄어들고 돈을 갚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에는 통화가치 유지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원했고 오즈의 마법사의 작가인 프랭크 바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하는데,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상징하며 원작 소설에서 나오는 도로시의 은색 신발은 은본위제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이 동화가 금본위제에 관한 은유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구체적인 설명은 처음 접했습니다. 듣고 보니 제목인 'OZ'와 금의 무게 단위인 온스(oz)가 철자가 같은 것도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도로시가 에메랄드 시티에서 만난 존재가 허상의 마법사였듯이, 금본위제도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허망한 꿈이라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원하지만 이어질 수 없는 사랑 노래처럼.
금본위제가 화폐의 부족현상과 디플레이션을 가져온다면 반대로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면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가 그 극단을 잘 보여줍니다.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천문학적 배상금을 갚아야 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돈을 찍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고, 그 결과 화폐 가치가 휴지보다 못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초고물가에서는 누구나 가난해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환차익 등을 통해서 돈을 벌...





너무 재밋게 읽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영화요약해주는 채널의 글버전 같은 느낌??? 비트코인이 어제 1억을 깨고 더 하락하고 있는 요즘, 말씀하신대로 적당히 먹었으니 튈때가 된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

어떻게 쓰고 보니 우연의 일치로 하락하고 있군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지나가려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댓글로 남겨주십시오. 그런 다양한 관점들이 서로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을 보고 몇 가지 질문 남겨봅니다.
(인용)
"비트코인이 스테이블 코인을 넘으려 하는 순간 철퇴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트코인이 미국의 패권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질문)
비트코인이 지금보다 훨씬 약했던 시절에도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제재할 수 없었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ETF를 승인했고 기관들이 매집하기 시작한 이제 와서 미국 정부가 어떤 식의 정책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을까요?

위부터 이어서
(인용)
"비트코인을 주고받으면 거스름돈이 생길까요? 잘게 쪼개서 물건의 값을 매기는 것이 가능한가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설마 모르실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비트코인이 0.00000001BTC까지 쪼개지고 현재 기준 1 사토시는 1원에 해당합니다. 거스름돈 단위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용)
"젊은 세대에게는 보관이 어렵지 않겠지만 장년층은 어떤가요? 장롱에서 금반지 꺼내듯 쉽게 꺼내 팔 수 있는 것일까요? 콜드 월렛을 사용하며 애지중지 관리한다 해도 잃어버리면 끝이고, 기계가 고장 나면 또 어떤가요?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쇼핑사이트 비번 찾기처럼 쉽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걸로 끝입니다."
(질문)
전반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사회의 혁신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며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세대가 바뀌며 사회가 바뀌지요. 시간이 지나면 노년층은 줄고 콜드월렛에 익숙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댓글 용량 문제로 위부터 이어서
(인용)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분배 구조를 보면, 소수의 초기 채굴자들이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기준, 상위 100개 주소가 전체 비트코인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1,000 BTC 이상을 보유한 '고래' 주소들이 전체 공급량의 약 24%를 차지합니다. 채굴도 대형 채굴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탈중앙화'라는 이상과 달리, 현재의 모습은 새로운 형태의 중앙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문)
법정화폐의 빈부격차도 똑같습니다.

댓글 용량 문제로 위부터 이어서
(인용)
"그리고 우리는 솔직히 어떤가요? 비트코인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문명이 발전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아니면 비트코인의 상승으로 거머쥐게 될 거대한 달러 지폐더미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고 있나요? 부의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계산하고 있나요? 아니면 달러로 계산하고 있나요?"
(질문)
그럼 현재 ai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ai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발전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일하나요, 아니면 자기가 가진 주식의 상승으로 거머쥐게 될 거대한 달러 지폐더미를 상상하고 있나요? 저는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주식을 시장 정점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비싼 값에 넘기고 저택에서 행복하게 사는 생활을 꿈꿀 거라 생각합니다.

글에 빨리 댓글을 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제 의견을 짧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책적 스트레스에 대해 저는 변동성을 생각했습니다. 최근 베센트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것도 비트코인의 화폐진입을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을 가두는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주류로서 달러를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판단입니다.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이상 비트코인의 화폐화는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흔들지 않을까 합니다.
2. 현재의 노년층이 늙으면 지금의 청년층이 콜드 월럿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암호망각에 따른 자산제로화 리스크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말 끝입니다. 우리가 쓰는 화폐의 경우엔 지갑을 잃어버려도 다시 은행에서 돈을 찾아 채워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암호를 잃어버리는 순간 자신의 월럿에 다시 채울 수도 없습니다.

3. 법정화폐도 고래가 있습니다. 이 점은 hado님의 말씀이 많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유동성의 주체에 대한 것입니다.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체는 주로 기업이나 은행 등 투자의 주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자산이 많을지라도 유동성으로서 순환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유동성 공급의 주체가 중앙은행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지금의 시세가 유지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고래가 영원히 잠들어 있을거란 믿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래들의 시세가 많이 풀릴 때마다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지금의 저량(stock)이 유지되며 flow가 천천히 증가한다는 믿음이 비트코인의 시세를 유지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화폐로는 쓰이지 않고 회전율마저 없는 이 자산에 잠든 고래의 유동성이 풀리는 순간 변동성은 극도로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동성의 주체가 국가권력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4. 맞습니다. 다를 바 없습니다. 주식도 비트코인도 오른 가격에 팔아 자신이 현실에서 쓰는 화폐로 환전한 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려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달러로는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지만 비트코인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엘살바로드는 그 대표적 실험장이었습니다. 지금의 그 나라에서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달러로 바꾸기 위한 환전의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원하는 재화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그러나 우리가 쓰는 화폐와 금은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미래는 변할 수 있고 제 생각 또한 얼마든지 틀릴 수 있지만 인간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직접적 1차 수단이 되지 못한 비트코인은 그 1차적 수단을 갖기 위한 2차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2차 수단이 국가 단위의 법적 제재를 받는다면, 혹은 사회적 동의를 얻는데 실패한다면 순식간에 가치는 증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답변이 되셨길 바래요.

답변 감사합니다.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제 생각을 짧게만 첨언하겠습니다.
1.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위기 발생시 선 긋기 정도로 저는 봅니다. 과거 미국에서 재무장관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을 때도 그 영향은 몇 주 가지 못했습니다.
2. 네 맞습니다. 대신 커스터디 서비스가 있죠.
3. 이건 100% 동의합니다.
4. 엘살바도르...제가 2024년에 여행 가서 비트코인 직접 체험해보고 왔습니다. 잘 쓰고 있더군요 ㅎㅎ 터키, 이집트 등 자국 화폐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여러 재화&서비스가 결제되는 것을 목도했었습니다.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