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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상)
V I R T U E K I N G덕왕의 지식한스푼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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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2026.03.03조회수 7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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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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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환생한 삼국지의 진정한 덕왕은 지혜와 덕을 베풀고자 오늘도 수련에 매진한다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https://blog.naver.com/virtueking
한국 방산업 수익률은 코스피를 상회할까?

한국 방산업 수익률은 코스피를 상회할까?

2026년 03월 05일(목) 16:08:04 기준

공포는 가격을 바꾸는가, 구조를 바꾸는가?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중동발 긴급 소식에 주말 내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였지요.

토요일 오후, 속보 알림이 울린 순간부터 덕왕의 집현전 AI 학자들과의 긴급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란 공습의 군사적 의미를 분석해라." "1973년 오일쇼크 당시 S&P500 데이터를 전부 뽑아라."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험 메커니즘을 정리해라." "베센트의 3-3-3 플랜과 이번 전쟁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찾아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밤새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검증하고, 논리를 세웠다가 부수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했느냐? 이유는 하나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포트폴리오와 생활이 이 전쟁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전쟁 났으니까 무서워' 수준의 표현은 유튜브 썸네일에 맡기면 됩니다. 우리는 데이터와 이성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지만, 공포를 다루는 것은 지성의 몫입니다.


토요일 오후, 여유롭게 점심을 드시다가 핸드폰 속보 알림을 보고 숟가락을 놓은 분이 꽤 있을 겁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CNN 속보.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합동 공습 개시." 바로 뒤이어 CNBC. "테헤란·이스파한·쿰·카라지·케르만샤 동시 타격."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이것은 메이저 컴뱃 오퍼레이션이다."


그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을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아마 이것이었을 겁니다.

"화요일 아침, 장이 열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 팔아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 기회인가?"


이번 글에서는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합니다.

첫째, 왜 하필 토요일 아침이었는가? 둘째, 이 전쟁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셋째, 공포는 기회인가, 함정인가? 넷째,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되는가? 다섯째, 트럼프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는가?


여기에 더해, 이번 전쟁의 숨겨진 설계도인 베센트의 3-3-3 플랜, 중국의 세 가지 전략 무기와 미국의 포위 전략, 그리고 "군사 작전이 끝나도 유가가 안 내려오는 진짜 이유"인 선박 보험 메커니즘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글 말미에는 레짐 전환 모니터링 체크리스트와 주요 출처 목록도 첨부했습니다.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높은 이해가 필요한 이슈이기에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만들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질문 1. 왜 하필 토요일 아침이었는가: 라마단의 9/11


1-1. 토요일은 이란의 월요일

많은 분들이 "토요일 새벽 기습"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정확히 말하면 기습은 맞지만 새벽은 아닙니다. 이란 현지 시간 오전 9시 45분.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2시 15분쯤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란의 주말은 목요일과 금요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토요일·일요일이 쉬는 날인 것처럼, 이란은 목·금이 쉬는 날이고 토요일이 한 주의 첫 근무일입니다. 즉, 이란의 토요일은 우리의 월요일입니다.


오전 9시 45분이면 직장인들은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수업을 시작한 시간입니다. 관공서도 열렸고, 군사시설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잠든 새벽"이 아니라 "깨어 있지만 아직 완전히 준비가 안 된 아침"을 정확히 노린 겁니다. 


이 시간 선택에는 군사적 합리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미 공군의 전략을 연구해 온 RAND 연구소의 보고서들을 보면, 공격 개시 시간의 선택에는 크게 세 가지 변수가 반영됩니다. 적의 방공망이 가장 느슨한 시간대, 아군 항공기의 귀환 연료를 고려한 작전 시간, 그리고 적 지휘부의 의사결정 지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 이란의 토요일 오전 9시 45분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주말이 끝난 직후의 첫 근무일, 지휘 체계가 완전히 가동되기 직전의 틈새를 파고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비교해 보면 이 타이밍 선택이 얼마나 정교한지 더 분명해집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 일본 해군이 공격을 개시한 시간은 하와이 현지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48분이었습니다. 미군 장병 대부분이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시간.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이집트를 기습한 시간은 월요일 오전 7시 45분, 이집트 공군 조종사들이 아직 기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단 3시간 만에 이집트 공군 전력의 90%를 지상에서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이란 공습, 토요일(이란의 월요일) 오전 9시 45분. 패턴이 보이십니까? 기습의 교과서는 시대가 바뀌어도 같은 원칙을 반복합니다. 적이 깨어 있되, 아직 전투태세를 갖추지 못한 바로 그 순간.


1-2. 라마단, 이슬람력 9월 11일

공격 타이밍에 숨겨진 두 번째 층위가 있습니다. 지금 이란은 라마단 기간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에서 가장 신성한 금식의 달로,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습니다. 체력과 집중력이 평시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리학적 사실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라마단 기간의 금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의학적으로 잘 문서화되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학교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라마단 금식 중 인간의 반응 시간(reaction time)은 평시보다 약 8~12% 느려지며,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지속 주의력(sustained attention)도 유의미하게 저하됩니다. 영국 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메타분석에서도 라마단 금식이 인지 기능, 특히 복잡한 의사결정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종교적 경건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12시간 이상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인간의 뇌가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은 순수한 생리학적 사실입니다. 프로 격투기 선수가 상대의 체력이 가장 떨어지는 라운드 후반부에 결정타를 꽂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미 국방부가 이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우연(혹은 계산)이 있습니다. 공격일인 2월 28일은 이슬람 달력으로 라마단(9월) 11일이었습니다. 9월 11일. 소셜미디어에서는 "Islamic 9/11"이라는 표현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2026년 라마단은 2월 17~18일에 시작됐고, 공습일인 2월 28일은 라마단 시작 후 11일째입니다. 이슬람력에서 라마단이 9번째 달이므로, 이날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정확히 "9/11"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도적인 날짜 선택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공식 확인된 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군의 대규모 작전에서 상징적 타이밍이 우연히 설정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극히 드물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미군은 작전 시기의 심리적·상징적 효과를 항상 계산에 넣어왔습니다. 몇 가지만 살펴봅시다. D-Day, 즉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날짜(1944년 6월 6일)는 조수·달빛·기상 조건을 정밀하게 계산한 결과였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기상학자들과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상륙정이 접근하기에 최적인 간조 시간대와 공수부대가 활동하기에 충분한 달빛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극소수의 날짜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2011년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넵튠 스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 시간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현지 시간 새벽 1시경, 월광이 거의 없는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스텔스 헬기의 은밀 접근에 최적화된 조건이었고, 동시에 빈 라덴 일가가 깊은 수면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이 작전의 날짜 선택에만 수개월간의 정보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라마단 9월 11일이라는 날짜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글쎄요, 미 국방부의 계획 수립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3. 핵 협상 '돌파구' 직후의 기습

타이밍의 세 번째 층위는 더 냉혹합니다. 공습이 시작되기 불과 수 시간 전, 오만의 외무장관이 깜짝 발표를 합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포기와 IAEA 전면 사찰에 합의했다. 평화가 눈앞에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드디어 협상이 됐다,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한숨을 돌린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안도의 한숨이 끝나기도 전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테헤란 상공에 도착합니다.


트럼프는 공격 후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우리는 딜을 시도했다(We tried to make a deal)."

이 장면에서 떠오르는 역사적 장면이 있습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노무라 기치사부로 대사와 구루스 사부로 특사는 워싱턴에서 코델 헐 국무장관과 마지막 외교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측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종 제안"을 전달하러 갔고, 미국 측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일본 해군 기동부대의 전투기들은 이미 진주만 상공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외교관이 악수를 하고 있을 때 군인은 이미 방아쇠를 당긴 것입니다. 협상 테이블과 전장은 별개의 시간대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겁니다.


2026년 이란의 상황도 구조적으로 동일합니다. 오만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한 순간, 미 해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이미 발사대를 떠난 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마호크의 비행 속도(시속 약 890km)와 발사 지점에서 테헤란까지의 거리를 역산하면, 발사 시점은 오만의 발표보다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전이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가 "이제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는 바로 그 순간을 노리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은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일부러 후퇴하는 척하며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을 방심하게 만든 뒤 결정적 반격을 가했습니다. 이스라엘의 6일 전쟁에서도 이집트와의 외교 채널은 전쟁 직전까지 열려 있었고, 나세르 대통령은 "미국이 중재하고 있으니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공식이 작동했습니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능이시지불능(能而示之不能)." 할 수 있으면서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여라. 그리고 "기불의(其不意)." 적이 예상하지 못한 곳을 쳐라. 2,500년 전의 전략서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인류의 변하지 않는 본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1-4. 타이밍의 네 번째 층위: 금융시장이 닫혀 있는 시간

여기서 대부분의 분석이 놓치는 네 번째 층위가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시간표입니다.

공습 시작 시간인 한국 시간 토요일 오후 2시 15분, 뉴욕 시간으로는 토요일 새벽 0시 15분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금요일 오후 4시에 마감했고, 다음 거래일은 월요일(3월 2일)입니다. 즉, 뉴욕 증시가 이 소식에 반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은 공습 개시 후 약 57시간 뒤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57시간은 초기 공포가 데이터로 대체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내내 뉴스가 쏟아지고, 월요일 아침까지 주요 투자은행들의 분석 노트가 나오고, 유가 선물(일요일 저녁 6시에 거래 재개) 움직임이 일차적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을 끝냅니다. 투자자들이 감정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해 행동할 수 있는 여유가 확보되는 것입니다.


비교해 봅시다. 만약 이 공습이 수요일 오후(뉴욕 시간 화요일 밤)에 시작됐다면 어땠을까요? 수요일 아시아 시장이 열리는 순간 패닉셀이 시작되고, 유럽 시장으로 번지고, 뉴욕 시장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연쇄 충격"이 발생했을 겁니다. 정보 없이 공포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2001년 9·11 테러가 화요일 아침(뉴욕 현지 시간)에 발생했을 때, NYSE는 즉시 거래를 중단했고 4 거래일 동안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거래 재개 첫날 S&P500은 -4.9% 폭락했고, 그 주 동안 -11.6% 하락했습니다. 만약 시장이 즉시 열려 있는 상태에서 두 번째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충돌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면, 하락 폭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토요일 공습은 시장에 "소화 시간"을 줍니다. 비유하자면, 뜨거운 국을 바로 입에 넣으면 혀가 데지만, 후후 불어서 식힌 뒤에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이 공포를 "후후 불며 식힐" 시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물론 이것이 미 국방부의 공격 시기 결정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군사 작전의 타이밍은 군사적 변수(적 방공망, 기상, 전력 배치)가 최우선이고, 금융시장은 부차적 변수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결과적으로, 토요일 공습이라는 타이밍이 금융시장의 패닉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관찰 가능한 사실입니다.


1-5. 팩트로 정리한 전쟁의 상황

공개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불필요한 추측을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확인된 팩트만 정리하겠습니다.


작전명은 미국 측이 "Operation Epic Fury", 이스라엘 측이 "Roaring Lion"입니다. 동원된 공격 수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HIMARS, 저가 공격 드론(Task Force Scorpion Strike가 최초 실전 투입), 그리고 이스라엘 전투기입니다.


작전명에서도 의도가 읽힙니다. "Epic Fury"는 서사적 분노, "Roaring Lion"은 포효하는 사자.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 작전이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임을 작전명에서부터 선언한 겁니다. 참고로 미군 작전명은 랜덤 생성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대규모 작전의 경우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1991년 "Desert Storm(사막의 폭풍)"이 그랬고, 2003년 "Iraqi Freedom(이라크의 자유)"이 그랬습니다.


타격 도시는 다섯 곳입니다.

테헤란: 수도이자 정치 중심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관저가 직격되었습니다. 인구 약 900만 명의 대도시로, 수도 타격은 정권의 상징적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 인근. 나탄즈는 이란 우라늄 농축의 핵심 시설로, 지하 8미터에 매설된 벙커형 원심분리기 단지입니다. 201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로 원심분리기 약 1,000대를 파괴한 곳이기도 합니다.


쿰: 포르도 지하 핵시설 인근이자 시아파 이슬람의 종교적 중심지. 포르도 시설은 산 내부 지하 80미터에 위치해 있어 통상 폭격으로는 파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쿰은 이란 시아파 성직자 양성의 본산으로, 이곳의 타격은 군사적 의미를 넘어 이란 신정체제의 정신적 기반을 흔드는 상징성을 가집니다.


카라지: 테헤란 서쪽의 위성도시로, 원심분리기 부품 생산시설이 있습니다. 핵 프로그램의 산업적 기반을 타격한 것입니다.


케르만샤: 이라크 접경 지역의 탄도미사일 기지. 이란의 미사일 전력이 집중된 서부 전선의 핵심 거점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의 용산 대통령실, 대전 원자력연구원, 계룡대 3군 사령부, 인천 미사일 기지, 그리고 서천 원전 단지를 동시에 타격한 것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한 나라의 정치·군사·핵·산업 인프라를 동시다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사망했습니다. 86세의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37년간 이란을 통치한 인물입니다. 트럼프는 "정권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던 최고위 인사들 대부분이 제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메네이의 사망이 이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이란의 권력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이란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가 진짜 권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최고지도자는 군 총사령관이며, 혁명수비대(IRGC)를 직접 지휘하고, 사법부 수장을 임명하며, 대통령의 취임을 승인하는 절대적 존재입니다. 비유하자면, 대통령은 회사의 CEO이지만, 최고지도자는 이사회 의장이면서 동시에 최대주주인 셈입니다. CEO가 바뀌어도 회사는 돌아가지만, 이사회 의장 겸 최대주주가 갑자기 사라지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립니다.


이란의 보복도 시작됐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발사됐고,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 바레인·쿠웨이트 미군기지에도 미사일이 날아갔습니다. 두바이 상공에서는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이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파편으로 인한 사망자 1명이 보도됐습니다.


한편 이란은 인터넷을 거의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연결률 4% 수준입니다. 이것은 이란 정부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사용한 전술입니다. 2019년 11월 연료 가격 인상 항의 시위 때도 이란 정부는 거의 일주일간 인터넷을 차단했고, 그 사이에 시위대 약 1,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인터넷 차단은 외부 세계가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내부의 조직적 저항을 분쇄하는 이중 목적을 가집니다.


40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습니다. 이슬람 전통에서 40일 애도는 가장 중요한 인물의 사망 시에만 선포되는 것으로, 하메네이의 죽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확인된 그림입니다.


전쟁의 타이밍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란의 월요일 아침(토요일)이라는 군사적 최적 시간, 라마단 금식으로 체력이 저하된 생리학적 약점, 이슬람력 9/11이라는 심리적 상징, 핵 협상 타결 직후라는 방심의 극대화,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닫혀 있어 패닉이 완충되는 시장 조건. 다섯 겹의 층위가 하나의 시간에 겹쳐진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전쟁은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전쟁의 타이밍은 철저한 계산으로 결정됩니다.

이제 투자자로서 진짜 중요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전쟁의 고객은 누구인가?


질문 2.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2-1. 이란은 반격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상 반격 능력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장거리 드론(샤헤드)이나 탄도미사일. 그런데 숫자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먼저 드론부터 봅시다. 이란의 샤헤드-136은 단가가 약 2만~5만 달러로 추정되는 자폭 드론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가격 대비 파괴력이 뛰어나 "가난한 자의 순항미사일"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문제는 이 드론의 최대 속도가 시속 약 185km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2시간 반이 걸리는 속도입니다. KTX보다 느립니다.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앞에서 이 속도는 치명적입니다. 아이언돔은 원래 로켓과 포탄을 요격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인데, 샤헤드처럼 느리고 직선으로 날아오는 표적은 사실 아이언돔 수준에서도 대부분 걸러집니다. 마치 하늘에서 택배 드론을 날려 보내면 동네 아저씨가 새총으로도 맞출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2024년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한 "진정한 약속(True Promise)" 작전의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당시 이란은 170기 이상의 드론, 30기 이상의 순항미사일, 12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이스라엘, 미국, 영국, 요르단, 프랑스가 공동으로 요격에 나서 전체 발사체의 99%를 격추했습니다. 이스라엘 본토에 도달한 것은 극소수였고, 피해는 네게브 사막의 네바팀 공군기지 활주로 일부 손상 정도에 그쳤습니다. 300기 이상을 쏘아서 거의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더 극적입니다. 이란이 발사한 무기의 총비용은 약 8,000만~1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반면 이를 요격하는 데 소요된 비용은 약 10억~13억 달러입니다. 공격 측보다 방어 측이 10배 가까이 더 비싼 비용을 지출한 것입니다. 숫자만 보면 이란이 "경제적 소모전"에서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란의 GDP는 약 4,000억 달러이고 이스라엘은 약 5,300억 달러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군사 지원까지 합치면, 소모전에서 이란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안 되는 쪽이 먼저 무릎을 꿇게 되어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좀 더 심각한 무기이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란이 보유한 것은 대부분 사거리 2,000km가 넘지 않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셰하브-3(사거리 약 1,300km)와 그 개량형인 가드르(Ghadr), 에마드(Emad) 계열입니다. 1 기당 300만~800만 달러짜리 물건인데, 이란 같은 경제 규모의 나라가 만들 수 있는 한계가 약 2,000기 정도로 추산됩니다. 60억~160억 달러어치의 군사 자산입니다.


문제는 2025년에 이미 500기 이상을 이스라엘에 쏘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500기로 이스라엘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네 겹의 철벽입니다.


가장 높은 층은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요격 고도 40~150km).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잡습니다. 그 아래 Arrow-3(요격 고도 약 100km 이상)가 대기권 재진입 단계의 탄두를 잡습니다. 중간층의 David's Sling(요격 고도 약 15~70km)이 중거리 미사일과 대형 로켓을 담당합니다. 가장 낮은 층의 아이언돔(요격 고도 약 4~10km)이 단거리 로켓과 드론을 처리합니다. 미사일 하나가 이 네 겹을 모두 뚫어야 땅에 닿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골키퍼가 한 명이 아니라 네 명이 겹겹이 서 있는 축구 골대에 슛을 넣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발사한다"와 "전쟁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유의미한 타격을 준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500발로도 피해를 주지 못했고 지금은 더욱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란 군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란에게 남은 카드는 무엇일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프록시(대리세력) 공격입니다. 그러나 이란의 프록시 네트워크는 2023~2025년 사이에 이미 대부분 궤멸되었습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자전쟁으로 조직적 전투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헤즈볼라는 2024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으로 지도부가 거의 전멸했고, 나스랄라 사무총장도 사망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여전히 홍해에서 활동하지만, 미 해군의 집중 타격으로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입니다. 이란이 수십 년간 공들여 키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가지가 거의 다 잘려나간 상황에서 뿌리까지 공격당한 것입니다.


둘째, 사이버 공격입니다. 이란은 실제로 상당한 사이버 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2년 사우디 아람코에 대한 "샤문(Shamoon)" 공격으로 약 3만 대의 컴퓨터를 마비시킨 전력이 있고, 미국 은행 시스템과 댐 제어 시스템에 대한 공격 시도도 문서화되어 있습니다. 이란의 사이버 보복은 0이 아닌 가능성이며, 미국 금융 인프라나 에너지 그리드를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교란입니다. 이것이 이란의 마지막 "핵 옵션"에 가까운 카드인데, 이 부분은 질문 4에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2-2. 미국은 지상군을 보낼 수 있는가

못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보내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한테 지금 최대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이란은 때리고 싶은데, 미군이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안 된다." 미군 사망자가 나오는 순간 미국 여론은 돌아서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급락합니다.


이것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갤럽(Gallup)의 장기 추적 조사를 보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율 변화가 극적입니다. 2003년 3월 개전 직후 지지율은 72%였습니다. 그런데 미군 사망자가 1,000명을 넘은 2004년 9월에는 53%로 떨어졌고, 2,000명을 넘은 2005년 말에는 4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4,000명을 넘긴 2008년에는 36%까지 추락했습니다. 사망자 숫자와 전쟁 지지율은 거의 완벽한 역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아프간전은 초기 지지율이 88%에 달했지만, 20년간 2,459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총비용이 약 2조 3,000억 달러에 달하면서 지지율은 바닥을 쳤습니다. 바이든이 2021년 혼란스러운 철수를 감행한 것도 결국 "더 이상 미국인의 피를 흘릴 수 없다"는 여론이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이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2016년 첫 대선 캠프 때부터 "끝없는 전쟁(Endless Wars)"을 비판하며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공약했던 사람입니다. 지상군을 보내는 순간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전체가 무너집니다.


게다가 이란은 수천 미터 높이의 산맥과 극심한 더위로 뒤덮인 천혜의 요새같은 지형을 가졌습니다. 자그로스 산맥은 이란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평균 해발고도가 약 3,000미터에 달합니다. 엘부르즈 산맥은 테헤란 북쪽에 병풍처럼 서 있고, 최고봉 다마반드산은 5,610미터입니다. 동부에는 루트 사막과 카비르 사막이 펼쳐져 있는데, 루트 사막의 표면 온도는 여름에 70도를 넘기도 합니다. NASA 위성이 측정한 지구상 가장 뜨거운 지점이 바로 루트 사막입니다.


비슷한 지형의 나라가 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입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부동맹의 지원을 얻고서도 20년간 고생하다가 결국 GG치고 철수했습니다. 이란은 아프간보다 면적이 2.4배 크고(이란 164만 km² vs 아프간 65만 km²), 인구는 2.3배 많으며(이란 약 9,000만 vs 아프간 약 4,000만), 군사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합니다. 이란의 정규군만 약 58만 명이고, 여기에 혁명수비대(IRGC) 19만 명, 바시지 민병대 수백만 명(동원 가능 추산)이 더해집니다.


역사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중동의 산악·사막 지형에서 지상전을 벌여 성공한 외부 강대국은 근대사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소련은 아프간에서 10년 싸우다 망했고, 미국은 이라크에서 8년, 아프간에서 20년 싸우다 철수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정복한 것은 기원전 330년의 일이고, 그것도 페르시아 내부의 분열이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미국은 굳이 지상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텔스기, 토마호크, HIMARS, 저가 공격 드론 조합이면 원격으로 얼마든지 때릴 수 있습니다. 집에 앉아서 리모컨만 누르면 되는 겁니다.


이번 작전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Task Force Scorpion Strike입니다. 저가 공격 드론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이 부대가 최초로 실전에 투입됐습니다. 드론 한 대의 가격이 수만 달러 수준인데, 이것으로 수백만~수천만 달러짜리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비용 비대칭"이 극단적으로 공격자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미래 전쟁의 프로토타입이 이란 상공에서 실시간으로 시연되고 있는 셈입니다.


2-3. 트럼프가 진짜 원하는 것

트럼프의 전쟁 직전 연설에 힌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이란 국민 여러분께 오늘 밤 말씀드립니다. 자유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안전한 곳에 머무르십시오. 사방에 폭탄이 떨어질 것입니다. 작전이 끝나면 정부를 장악하십시오. 이제 여러분의 것입니다."  — 도널드 트럼프, 2026년 2월 28일

이 연설의 대상은 미국 국민이 아닙니다. 바로 이란 국민입니다.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대국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전형적인 "체인지 오브 레짐(Regime Change)" 전략의 시그널입니다.


실제로, 미 공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이란 고등학생들이 "I love Trump!"을 외치며 환호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녔습니다. 이란의 젊은 세대가 솔직히 미국에 무슨 적대감이 있겠습니까? 혁명수비대 때문에 인터넷도 못 하고, 경제 제재로 물가는 천정부지인데요.


이란의 내부 상황을 숫자로 봅시다.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약 27%입니다. 이란 통계청 발표 기준으로도 20%를 넘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공식 수치로 40% 이상이고, 체감 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2018년 미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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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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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엉이
2026.03.03

엄청난 자료네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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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읽으시기 쉽지 않으셨을 길이인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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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퓨리스
2026.03.03

대단하십니다 엄청난 분석글이네요. 잘 소화시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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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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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맛우유
2026.03.03

아니? 어떻게 이런 인사이트를 보유하실 수 있는거죠? 많이 배웠습니다. 쓰시는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셨을 것 같은 귀한 자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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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어쩌다보니 열심히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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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S
2026.03.03

지리십니다. 논리 전개하는 프로세스가 굉장하네요.. 배워갑니당

마지막에 인베스팅 닷컴에서 wti선물 확인하신다 했는데 밸리에서 볼 수 있는 크루드 오일과는 다른건가요? 전 유독 인베스팅닷컴이 렉이 심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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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4

제가 밸리 건 보지 않았는데 future라면 아마 맞을겁니다 :-) 저도 봐야겠네요. 이 놈의 관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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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를 향하여
2026.03.03

우와!! 하편도 엄청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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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부담을 이겨내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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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nie
2026.03.03

엄청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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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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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2026.03.04

알림 뜨면 바로 읽으러 오는 분 중 한 명.

하편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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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4

과찬이십니다. 책임감이 막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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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예드
2026.03.04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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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고맙습니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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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2026.03.04

엄청난 인사이트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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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인사이트라니요. 그저 많이 보고 들은 것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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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사랑DA
2026.03.04

어제 읽다가 잠들었어요! 다시 보러왔어요!! 엄청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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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3.06

여행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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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켄밀러의 생각

13F 공시를 통해 훔쳐보는 거장의 투자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여러분, 설날 잘 보내셨습니까? 단 며칠 쉬었을 뿐인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열린 지도 몰랐던 동계 올림픽에서부터 트럼프의 이란 공격 협박까지, 과거에는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들이 단 며칠 안에 일어난 느낌입니다. 세상의 속도가 현기증 날 만큼 빨라지고 있듯이 투자자의 촉도 따라가야 함을 느낍니다. 원래는 2주를 휴재하고 다음 주에 돌아오려고 했으나 시절이 하수상하고, 또 혹시나 저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고, 저 또한 여러분들이 그립기에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설 연휴 직전에 투자 관련하여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분기마다 운용자산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 원) 이상의 투자기관이 보유 주식을 공개하는 13F 공시라는 것이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레이 달리오의 브릿지워터,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등 전설적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2026년 2월 17일, 이 13F 공시에서 특이한 움직임이 관찰되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것도 한 분기 만에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을 갈아엎었습니다. 무려 45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자산이 새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투자의 세계에서 절대 뺄 수 없는 거물 중의 거물입니다. 비록 이번에 발표된 13F 공시보고서는 2025년 4Q를 기준으로 3개월 정도 지난 것이지만, 우리는 거장의 움직임을 몰래 훔쳐봄으로써 투자에 대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 한 군데 모자란 동네형처럼 생겼지만 실은 무시무시한 실력자 우선 처음 들으시는 분들을 위해 이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렇게 움직였는지,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경제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를 소개한 후, 그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비추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1. 핫도그 장사꾼에서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1953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어린 시절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함께 뉴저지, 버지니아를 전전하며 자랐고, 메인주의 작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보든 대학에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대학 시절 그의 사이드잡입니다. 훗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 보좌관이 되는 로렌스 린지와 함께 캠퍼스에서 핫도그 가판대를 운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첫 사업 아이템으로 소시지를 팔았다니! 왠지 처음부터 천재소년 두기처럼 모든 것이 쌉가능했을 것만 같은 그의 시작점이 전혀 다른 곳에서부터 출발한 것을 보면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나 봅니다. 졸업 후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에 진학하지만, 두 번째 학기 중간에 자퇴합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교실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실제 시장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1977년, 스물네 살의 드러켄밀러는 피츠버그 내셔널 뱅크에 석유 애널리스트로 입사합니다. 여기서 전설의 첫 장이 열립니다. 입사 첫해, 상사가 소매업종 분석을 시켰습니다. 그는 K마트의 실적 추정치를 들고 갔습니다. 상사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래서 뭐가 주가를 올리는데? 자네가 알려준 건 다 아는 얘기야. 더 파봐." 드러켄밀러는 다시 돌아가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 변동을 소매주 지수 위에 겹쳐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마치 시계태엽처럼,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소매주가 떨어지는 패턴을 발견한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도 데이터로 증명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이 패턴은 이후 10~12년간 유효했습니다. 입사 1년 만에 그는 은행의 주식 리서치 부서장으로 승진합니다. 스물다섯 살이었습니다. 1981년, 스물여덟에 두 명의 고객과 80만 달러로 듀케인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업합니다. 여기서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2010년 회사 문을 닫으며 자진 청산할 때까지 3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약 30%를 기록하며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연평균 수익률 약 30%가 복리로 30년 유지되면 원금이 약 2,600배가 됩니다. 같은 기간 S&P 500 연평균이 약 10%, 워런 버핏 연평균이 약 2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체감되실 것입니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에도 +11%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의 이름이 역사에 각인된 날은 1992년 9월 16일,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입니다. 당시 소로스 퀀텀펀드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드러켄밀러는 영국 파운드화가 유럽환율메커니즘(ERM) 내에서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영란은행의 외화 보유고가 파운드를 방어하기에 충분치 않고, 금리 인상도 정치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그는 소로스에게 파운드 공매도를 건의합니다. "조지, 파운드화에 15억 달러(약 2조 원) 정도 공매도를 걸고 싶습니다." 이를 들은 소로스는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자네, 정말 한심하구먼(That's ridiculous)." 드러켄밀러는 순간 당황했으나 소로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자네가 말한 그 논리가 정말 확실하다면, 그리고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면, 왜 고작 15억 달러뿐인가? 목덜미를 물어뜯어야지(Go for the jugular)!" 묻고 더블로 가 소로스의 한마디에 베팅 규모는 100억 달러로 늘어났고, 하루 만에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남자'라는 별명은 소로스의 몫이 되었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을 주도한 것은 드러켄밀러였습니다. 소로스 자신이 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동아시아 통화 공매도로 대규모 수익을 올리는 등, 매크로 투자의 교과서 같은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소로스가 그에게 가르쳐준 것은 한마디였습니다. "확신이 있으면 돼지가 되어야 한다(It takes courage to be a pig)." 드러켄밀러 자신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다각화는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 중 가장 잘못된 개념이다. 워런 버핏도, 칼 아이칸도, 켄 랭곤도 뭔가를 보면 거기에 농장을 걸었다." 집중 투자의 대가, 확신이 서면 물러서지 않는 사나이. 그런 사람이 2025년 4분기에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2. 45억 달러의 대이동 2026년 2월 17일 SEC에 제출된 그의 회사 듀케인 패밀리오피스의 Q4 2025 13F 공시를 분석해 보면, 총 포트폴리오 규모 약 44.9억 달러, 보유 종목 62개(주식·ETF 58개 + 옵션 4개). 그런데 회전율이 43.1%입니다. 한 분기에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을 갈아엎은 것입니다. 26개 종목을 새로 사고, 30개 이상을 전량 매도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세 가지 ETF의 대규모 신규 편입입니다. 첫째, XLF(금융 섹터 ETF)에 549만 주, 약 3억 100만 달러를 투입해 포트폴리오 2위로 올렸습니다. 둘째, RSP(S&P 500 동일가중 ETF)에 117만 주, 약 2억 2,500만 달러를 배치했습니다. 셋째, EWZ(브라질 ETF)에 주식과 콜옵션을 합쳐 총 약 2억 4,700만 달러를 넣었습니다. 이 세 ETF만 합치면 약 7억 7,000만 달러, 포트폴리오의 17% 이상입니다. Duquesne Family Office LLC, 13F Report 상위 5개 종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위는 5분기 연속으로 유전자 진단 기업 나테라(NTRA)가 12.8%인 5.75억 달러로 차지하고 있으며, 2위가 이번에 신규 편입된 XLF 6.7%인 3.01억 달러, 3위 희귀 폐질환 치료제 기업 인스메드(INSM) 5.74%인 2.58억 달러, 4위 브라질 ETF인 EWZ 5.5%인 2.47억 달러, 5위 동일가중 ETF RSP가 5.0%인 2.25억 달러입니다.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의 52.29%를 차지합니다.                     이번 공시에서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매도 목록입니다. 불과 한 분기 전인 Q3 2025에 신규 매수했던 메타 7만 6,100주, Arm 홀딩스 16만 7,900주, 몽고 DB 1만 7,710주 전량을 모조리 청산했습니다. 90일 전에 산 것을 90일 만에 다 판 것입니다. 여기에 샌디스크(수익률 +1,540%에서 차익 실현), 씨게이트(+318%),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캐피털원, GE버노바, 싱크로니 파이낸셜 등 개별 은행주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또한 지난 4분기 동안 보유하고 있던 TSMC 주식의 약 20~25% 정도를 매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알파벳(구글)은 276.7%, 아마존은 69~91% 늘렸으며, 씨(Sea Ltd)는 244%, 그리고 놀랍게도 쿠팡을 46%나 확대했습니다. 왼쪽: 최다 신규 매수 종목 / 우측: 최다 매도 종목 그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AI라는 테마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지만, AI의 과실이 인프라(반도체·하드웨어)에서 플랫폼(검색·이커머스·클라우드)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아(알루미늄, 7,300만 달러), 서던코퍼(구리, 1,700만 달러), 블룸에너지(AI 데이터센터 전력, 6,400만 달러),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항공(합산 9,400만 달러), 필립모리스도 새로 편입했습니다.  쿠팡의 보유 비중 증가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6,800주, 약 1.6억 달러(포트폴리오 3.6%)로 확대했는데, 한국에서 노이즈가 있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을 텐데 흥미롭습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일단 이런 생각이 들 테지요. Q. 대가가 이상한 짓을 하면? A. 다 이유가 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인프라 과열 포지션(메타, Arm, 몽고 DB, TSMC)은 전량 및 일부 청산. 개별 은행주도 전량 청산. 대신 금융 섹터 ETF(XLF), 동일가중 지수(RSP), 신흥국(EWZ), 원자재(알코아, 서던코퍼), 에너지 인프라(블룸에너지), 경기순환주(항공)로 자본을 이동시켰습니다. 단순한 섹터 로테이션이 아닌, 시장의 주도권이 바뀐다는 테제 변화를 그는 예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RSP 편입이 특히 의미심장합니다. SPY나 VOO 같은 시가총액 가중 ETF가 아니라 500개 종목에 동일 비중을 부여하는 RSP를 선택했다는 것은, 매그니피센트 7이 이끄는 장세가 끝나고 '나머지 493개 종목'이 살아나는 순환매를 예상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2026년 초 RSP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시총가중 S&P 500은 빅테크 냉각으로 보합권에 머물렀습니다. 드러켄밀러의 베팅이 이미 적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EWZ(브라질 ETF) 편입은 드러켄밀러 특유의 헷지를 위한 비대칭 거래입니다. MSCI 브라질 지수 선행 P/E가 6.7배로 10년 평균 대비 33% 할인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실질금리, 원자재 슈퍼사이클 노출이 겹칩니다. 콜옵션 오버레이로 볼록성(convexity)을 추가한 구조는 1992년 파운드 숏 때와 동일한 메커니즘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노리는 것이지요. 실제로 2026년 2월 중순 EWZ는 연초 대비 +20%, 브라질 증권거래소 B3에서 상위 종목을 추적하는 벤치마크인 이보베스파 지수는 1월 한 달간 +12.56%(2020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 주식이 향후 10년간 1966~1982년처럼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탈세계화, 재정 과잉, 1982년 이후 40년간 누렸던 순풍(금리 하락, 세계화, 인구 보너스)의 소진이 그 근거입니다. 이번 포트폴리오 재편은 그 경고의 실행 버전입니다. 3. 재무장관은 제자, 연준 의장은 파트너: 워싱턴을 관통하는 사제 네트워크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투자 신호'를 넘어 '정책 방향의 해독서'로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미국 경제정책의 두 핵심 축을 장악한 인물들이 모두 드러켄밀러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스콧 베센트(79대 미국 재무장관)는 1991년 드러켄밀러가 소로스 퀀텀펀드에서 직접 채용한 인물입니다. 1992년 영란은행 격파 거래를 함께 실행했고, 이후 소로스펀드 CIO(2011~2015)를 거쳐 키스퀘어 그룹을 설립한 후, 2024년 11월 트럼프에 의해 재무장관으로 지명됐습니다. 2025년 1월 상원에서 68대 29로 인준되어 28일 취임했습니다. 베센트는 올인 팟캐스트(2025년 3월)에서 드러켄밀러를 공식적으로 "나의 멘토"라 칭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에 비유했습니다. 케빈 워시(연준 의장 후보)는 2006~2011년 역대 최연소(35세) 연준 이사를 역임한 후, 2011년부터 드러켄밀러 가족의 자금을 관리하는 회사인 듀케인 패밀리오피스의 파트너로 합류해 14년 이상 드러켄밀러와 함께 일해 왔습니다. 두 사람은 하루에 12회 이상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애인인데?) 케빈 워시는 2026년 1월 30일 트럼프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으며, 파월의 임기가 2026년 5월 종료되면 취임할 예정입니다. 워시의 부인 제인 로더는 에스티 로더 가문 상속녀로, 포브스 추정 자산이 25억 달러입니다. 월스트리트와 화장품 왕국의 결합이라니,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워시가 쿠팡의 이사회 멤버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드러켄밀러가 쿠팡 지분을 46% 늘려 1.6억 달러(포트폴리오 3.6%)로 확대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드러켄밀러는 지금의 쿠팡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덕왕도 동의합니다. 투자의 역사를 보면 어느 정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데, 워런 버핏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TMI: 고객은 돌아오는 거야! 샐러드 오일 스캔들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사건의 배경: 샐러드 오일 스캔들 (1963년) '앤서니 드 안젤리스'라는 사기꾼이 운영하던 '얼라이드 크루드 베지터블 오일(Allied Crude Vegetable Oil)'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거대한 저장 탱크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만 살짝 식용유(샐러드 오일)를 띄워 놓았습니다. 기름은 물 위에 뜬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지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회사는 이 탱크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기름이 가득 차 있다'는 창고 증권(Warehouse Receipt)을 발행해 주었습니다. 사기가 들통나자 드 안젤리스는 파산했고, 허위 증권을 믿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약 6,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아멕스의 연간 순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지요. 버핏의 독특한 현장 검증: "스테이크 하우스 조사" 아멕스의 주가는 65달러에서 35달러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고, 시장은 아멕스가 망할 것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책상 앞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직접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버핏은 오마하의 식당과 호텔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여전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결제를 하는지, 여행을 갈 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여행자 수표를 사용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샐러드 오일 사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결제를 하고 여행자 수표를 썼습니다. 아멕스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가치(경제적 해자)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버핏은 "회사의 대차대조표는 일시적으로 망가졌을지 몰라도, 고객의 머릿속에 있는 브랜드는 건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버핏이 투자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경영진의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아멕스 이사회는 배상금을 지불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버핏은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다. 돈을 다 물어주고 브랜드 명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경영진의 결정을 보고 투자를 확신했다고 합니다. 결과와 투자 수익 버핏은 당시 자신의 파트너십 자금의 40%에 달하는 1,300만 달러를 아멕스 주식에 쏟아부었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더 샀습니다. 이후 2년 만에 주가는 3배가 올랐고, 아멕스는 버핏에게 수천억 원의 수익을 안겨준 효자 종목이 되었습니다. 쿠팡의 가치는 훼손되었는가? 쿠팡은 현재 브랜드 가치는 훼손되었으나 현금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가치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평일 퇴근 후나 주말에 아파트를 걸어 올라가 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쿠팡을 욕하는...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6.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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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켄밀러의 생각

설날에 대하여

알아 두면 언젠가 도움 될지도 모를 설날에 관한 지식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이제 곧 설날입니다. 한 해의 첫 문을 여는 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 나누고, 윷가락 던지며 웃고, 세뱃돈 주고받는 그 풍경이 곧 펼쳐지겠지요.  덕왕이 먼저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순풍이 불고, 노력만큼 얻으시며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설날 풍경은 그저 전통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설날 풍습 하나하나에는 확률론, 유체역학, 재료공학, 천문학까지 현대 과학이 총동원된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조상님들은 그것을 '과학'이라 부르지 않았을 뿐, 수백 년에 걸친 경험으로 최적값을 찾아내셨지요. 오늘은 민족의 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덕왕이 생뚱맞지만 재미있는 것들만 엄선하여 고른, 설날에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 될지도 모를 지식들을 함께 즐겨보겠습니다. 역시 오늘도 글이 좀 깁니다만, 덕왕의 독자시라면 이 정도 이야기는 여유롭게 읽으시겠지요. 그럼 시작합니다. Chapter 01.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고, 우리 설날은 왜 오늘일까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동요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가사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덕왕은 근본적 물음에 이르렀습니다.  “왜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인가? 그리고 참새도 있고, 까마귀도 있고, 부엉이도 있고, 꿩도 있는데 왜 하필 까치인가?” 이 단순해 보이는 동요 한 곡에 한국어의 역사, 삼국시대 설화, 일제강점기의 저항 정신이 전부 압축되어 있습니다. 먼저 언어학적 추적부터 해봅시다. 국어학계에서 가장 정설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故) 서정범 교수의 주장입니다. 옛 우리말에 '작다'는 뜻의 '아치' 또는 '아찬'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설 전날인 섣달 그믐날을 '작은설'이라는 의미로 '아치설' 또는 '아찬설'이라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아치'의 뜻이 잊혀지고, 발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까치설'이라는 단어는 옛 문헌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즉, 까치설의 까치는 새 까치가 아니라, '작은'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 변형된 것입니다. 참새, 부엉이, 꿩이 후보에 오를 일이 애초에 없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까치가 '새'로 오해된 데에는 민속적 기반이 있었습니다. 한국 민속에서 까치는 ‘서조(瑞鳥)’, 즉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여겨져 왔습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까치는 영역 동물이라 마을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의 울음소리를 냅니다. 조상님들은 이것을 "반가운 손님이 오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이니, 손님을 알리는 까치가 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입니다. '아치'가 '까치'로 변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까치라는 새의 상징성이 변환을 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설화도 있습니다.《삼국유사》 기이편 '사금갑(射琴匣)' 조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10년(488년) 정월, 쥐가 사람의 말로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라"고 했습니다. 이에 왕이 부하장수를 보냈고 까마귀를 따라간 부하장수는 결국 왕비와 승려의 반역 음모를 밝혀내어 왕의 목숨을 구합니다. 왕은 감사의 뜻으로 정월 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까마귀에게 찰밥을 공양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원래 설화의 주인공은 까마귀입니다. 그런데 고려시대까지 '영험하고 빛을 상징하는 짐승'으로 존중받던 까마귀가,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수입되면서 흉조(凶鳥)의 이미지로 전락합니다. 왕을 구한 공로는 까마귀의 것이었지만, 까마귀의 이미지가 나빠지자 친근한 까치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것이 민속학자들의 분석입니다. 까마귀 입장에서는 엄청난 업적을 세웠는데 최하 고과가 나온 것도 모자라 해고까지 당한 나온 상황과 다름없습니다. 정말 억울하겠네요. 그런데 이 동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동요를 만든 사람은 윤극영 선생입니다. 동요 '반달'로 유명한 그분입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해는 1924년, 일제강점기 한복판입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음력설을 폐지하고 양력설만 인정했습니다. 떡방앗간을 폐쇄하고, 설빔을 입은 아이들에게 먹칠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본 노래밖에 부를 수 없던 시절, 21세의 윤극영은 조선의 아이들에게 우리말로 된 동요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에서 '까치설날'은 일제가 강요한 양력설(1월 1일)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양력 설은 어저께 지났고, 오늘은 "우리 우리 설날", 즉 음력설이라는 선언입니다. 어떤 해석이 역사적 진실인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노래가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전통과 언어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이 노래의 정신을 지켰습니다. 해방 후에도 정부는 양력설만 공식 인정했지만, 1981년 조사에서 무려 81.8%의 국민이 여전히 음력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금지해도 국민 5명 중 4명이 “안돼. 나는 음력설”을 기어이 실천한 것입니다. 결국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하루 공휴일이 생겼고, 1989년에야 정식 명칭 "설날"이 회복되면서 3일 연휴가 탄생했습니다. 참고로 “구정(舊正)”은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인식이 있으나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르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부른 설날의 노래가 단순히 귀여운 새 이름이 들어간 동요가 아닌, 우리말의 역사, 삼국시대의 설화, 민족의 얼이 함께 녹아 있는 것이었다니 놀랍습니다. 올 설날 이 동요가 들릴 때, 그 안에 담긴 무게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Chapter 02. 윷놀이는 확률 사기극 영화 '타짜'의 마지막 대결을 기억하십니까? 아귀가 고니의 손을 낚아채며 외칩니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고니가 능글맞게 되묻습니다. "증거 있어?" 그러자 아귀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 마디 합니다. "증거? 증거 있지! 너는 나한테 9땡을 줬을 것이여. 그리고 정 마담한테 줄려는 거 이거, 이거 이거 장짜리 아니여?"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그 유명한 대사. "패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께!" 고니는 대답합니다.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하고 손모가지 건다." 타짜들은 패를 조작했지만, 조상님들은 윷가락을 깎는 각도만으로 확률을 바꿨습니다. 이쪽이 훨씬 고급 기술입니다. 도개걸윷모, 다 똑같이 나올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윷가락 4개를 던지면 이론적으로 16가지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평평한 면(배)과 둥근 면(등)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인 완벽한 대칭 윷이라면,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 (배 1개, 등 3개): 25%  개 (배 2개, 등 2개): 37.5% — 가장 잘 나옵니다  걸 (배 3개, 등 1개): 25%  윷 (배 4개): 6.25%  모 (등 4개): 6.25% — 가장 드뭅니다 그런데 실제 윷가락은 완벽한 반원이 아닙니다. 여기서 '절단각'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둥근 통나무를 얼마나 깊이 깎아내느냐에 따라 평평한 면이 아래로 안착할 확률이 달라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절단각 60~80도에서 평평한 면이 60~70% 확률로 아래에 놓이게 됩니다. 무게중심이 평평한 쪽으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실제 나무 윷(절단각 약 70도 기준 추정치)의 확률은 대략 이렇습니다. 도: 약 22%   개: 약 36% (여전히 최강)  걸: 약 28%  윷: 약 7%  모: 약 3% (타짜급 치우침) 윷놀이 기원의 가장 가설은 고대 부여의 가축 경쟁 놀이로 추정됩니다. 마가(말), 우가(소), 구가(개), 저가(돼지) 등 부족장들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도(돼지/1칸), 개(개/2칸), 걸(양/3칸), 윷(소/4칸), 모(말/5칸)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동물의 이동 속도를 반영한 셈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이트에서 일제 중추원이 조사한 ‘조선풍속집’이라는 자료를 보면, 백제 시대부터 있었으며 조선에서 가장 오래된 잡기며 돈을 거는 것 외에도 섣달그믐과 정월에 놀이로 행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봉유설’에서는 역신을 쫓는 놀이로도 설명했습니다. 또한 역사가 신채호는 윷놀이의 기원을 단군왕검시대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과 인도의 고대 놀이가 전파된 것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사희(柶戲)라 해서 관리들이 즐긴 사례가 나옵니다. 특히 태종실록 34권에는 “유복중의 아내와 함께 윷놀이했다”며 남녀가 함께한 기록도 있습니다.  "윷"의 원래 의미가 흥미롭습니다. 일부 고대 기록에 따르면 "돼지가 자빠진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동국세시기》(1849)에는 "윷가락 4개가 모두 뒤집힌 것은 돼지가 사방으로 자빠진 모양"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돼지가 완전히 넘어졌으니 잡아먹기 쉽다는 뜻이니, 결국 우리는 명절마다 돼지 사냥 시뮬레이터를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Chapter 03. 윷가락을 비틀어 던지면 멀리 간다, 마그누스 효과 1852년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마그누스가 발견한 '회전하는 물체가 휘는 현상', 바로 마그누스 효과입니다. 야구에서 커브볼이 휘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선 초기 성현이 쓴 《용재총화》(1525년 간행)에 이미 이런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윷가락을 비틀어 던지면 바람을 타고 멀리 간다는 것입니다. 마그누스보다 327년 앞선 관찰입니다. 만약 그 당시 조선이 세계적인 나라였다면 마그누스 효과가 '성현 효과'로 불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회전하는 윷가락 위쪽은 공기가 빨리 흐르고 아래쪽은 느려져 압력 차이가 생깁니다. 이 압력 차가 윷가락을 한쪽으로 밀어주는 힘이 됩니다. 실험에 따르면 윷가락에 초당 약 3회전을 주면 직선 던지기보다 10~20%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합니다. 조선 사람들은 이것을 '바람을 탄다'고 표현했습니다. 용어만 달랐을 뿐, 물리학 교과서보다 300년 먼저 체득한 유체역학인 셈입니다. 이 마그누스 효과는 현대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됩니다. 야구 커브볼과 축구 바나나킥이 대표적이고, 선박 분야에서도 회전 실린더로 바람의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개발되어 연료를 20~30% 절약하고 있습니다. F1 레이싱에서는 타이어 회전이 만드는 마그누스 효과로 다운포스를 조절하고, 고공에서 회전하는 풍력 로터는 같은 원리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윷놀이판의 프로 윷꾼들은 이 원리로 원하는 패를 높은 확률로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윷놀이계의 류현진이라 하겠습니다. Chapter 04. 윷판의 우주론, 나무판 위에 펼쳐진 별자리 지도 윷가락의 확률도 놀랍지만, 진짜 경이로운 것은 윷판 그 자체입니다. 설날이면 바닥에 펼쳐놓는 그 동그란 놀이판 위에 고대 천문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전통 윷판은 바깥 둘레에 20개의 말밭, 안쪽 십자 지름길에 9개의 말밭, 총 29개의 점으로 구성됩니다. 왜 하필 29개일까요? 동양 천문학에서 하늘을 나누는 기본 체계는 28수(宿)입니다. 동서남북 각 7개씩 총 28개의 별자리가 하늘을 감싸고, 그 중심에 북극성이 있습니다. 28 + 1 = 29. 윷판의 말밭 수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윷판 중앙의 점이 북극성이고, 바깥 둘레의 점들이 28수를 표현하며, 십자 지름길은 동지-하지, 춘분-추분을 잇는 천구의 대원(大圓)입니다. 말이 바깥 둘레만 따라가면 먼 길이고, 가운데 지름길을 타면 빠릅니다. 이것은 하늘에서 별이 지평선을 따라 길게 도는 것과 자오선(子午線)을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하는 것의 차이와 같습니다. 이 우주론적 설계가 현대에도 유효한 이유가 있습니다. 윷판의 구조는 네트워크 이론에서 말하는 '스몰월드 네트워크(small-world network)'와 동일합니다. 대부분의 노드는 이웃끼리만 연결되지만(바깥 둘레), 소수의 허브를 통한 지름길(십자 경로)이 전체 네트워크의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1998년 코넬대학교의 왓츠와 스트로가츠가 발표한 이 이론은 인터넷, 뇌 신경망, 항공 노선의 최적 설계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조상님들은 나무판 위에 우주를 그려 넣었는데, 그 우주의 구조가 21세기 네트워크 과학의 최적 모델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올 설날 윷놀이를 하실 때 기억하십시오. 지름길로 말을 보내는 그 순간, 여러분은 북극성을 관통하는 천문학적 경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네트워크 과학이 증명한 최적 경로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윷판 하나에 우주론, 네트워크 이론, 게임 이론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보드게임'이 아니라 '우주게임'이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Chapter 05. 무릎에 체중 3배 압력, 건강해지는 세배 소위 헬창이라 불리는 분들은 미모의 상대가 "오빠, 내일 뭐 해?" 톡을 보내도 "하체"라고 답한다는 도시전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헬창이 아니더라도 설날이면 온 국민이 하체 운동을 합니다. 큰절 한 번 할 때마다 무릎 관절에는 체중의 약 2.8~3.2배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60kg 성인 기준으로 약 180kg. 설날에 평균 12번 절하면 누적 하중이 대략 2,160kg. 소형차 한 대 무게를 무릎으로 지탱하는 셈입니다. "명절만 되면 무릎이 아픈 이유가 있었구나..." 하시겠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큰절 동작은 무릎 주변 근육 활성화율이 일반 스쿼트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대퇴사두근, 대둔근, 햄스트링이 고루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어설 때 양손을 무릎에 짚지 않고 올라오는 전통 방식은 코어 근육까지 동원됩니다. 세배는 명절 인사가 아니라 전신 운동이었던 겁니다. 헬스장에서 돈 내고 스쿼트 하지 말고, 설날에 친척 집 열 군데만 순례하면 PT 한 달치가 끝납니다. 요즘은 화상 세배도 한다던데, 큰절하면서 무릎 압력은 동일하면서 세뱃돈 수령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니 절대 비추입니다. 단, 무릎 관절이 약한 분이나 어르신 분들은 반절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어르신들이 세배를 하실 일이 있으실까 싶지만) 무리한 큰절로 연휴 첫날부터 정형외과 신세를 지는 것은 효도가 아닙니다. 효도와 관절 보호, 둘 다 챙기시길 바랍니다. Chapter 06. 세배의 경제학, 우주 최강 알바? 덕왕도 어릴 적 친척들과 함께 방에서 지폐를 세며 연초 특수의 쏠쏠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세뱃돈의 투자수익률(ROI)을 한번 진지하게 따져봅시다. 순수하게 세배 동작만 놓고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세배 1회 소요시간: 약 45초  평균 세뱃돈(친척 기준): 약 3만 원  시급 환산: (3만 원 ÷ 0.75분) × 60분 = 240만 원 시급 240만 원이라니! 우주 최강 알바의 탄생입니다. 이 정도면 워런 버핏도 부러워할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습니다. 세뱃돈의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소유비용)'를 계산해야 합니다.  일단 시간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귀성 이동시간 왕복 4~6시간, 친척 집 이동과 대기 집당 1~2시간, 필수 대화 ("지금 몇 학년이니?”, “공부는 잘하니?", "여자(남자) 친구는 있니?" 등)를 비롯한 인내의 시간 30분~1시간, 거기에 식사 및 설거지 동원 2시간 추가.  총 투입 7~8시간이면 수익 15만 원 기준 실질 시급은 약 1.9만 원으로 급락합니다. 240만 원에서 1.9만 원으로, 무려 126배 하락. 이것이 바로 명절의 실제 시간대비 기대 수익입니다. 세뱃돈 인플레이션도 흥미롭습니다. 1980년대 세뱃돈 평균은 500원 안팎이었습니다. 2020년대 기준 약 3만 원. 연평균 상승률이 대략 10~12%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S&P500 연평균 수익률(약 10~11%)과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삼촌들의 지갑이 월가와 동기화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이 글을 비록 아이들이 보진 않겠지만 세배전략도 있습니다.  첫째, 3인 이상 동시 세배를 노리십시오. 큰집에서 삼촌, 이모, 고모에게 한꺼번에 절하면 45초에 9만 원. 핵심은 이것입니다. 절 한 번의 고정비(무릎 압력, 시간, 체력)는 1배인데 매출은 3배 이상이므로 '영업...
덕왕의 지식한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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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대하여

거짓 표어를 떼어 낼 시간

트럼프 관세 전쟁이 만든 각자도생의 세계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 연설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연단에 선 인물은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였습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경제 전문가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300년 역사상 최초의 비영국인 출신으로 영국 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답게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그의 연설은 청중석을 가득 메운 세계 지도자들과 기업인들에게 기립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앉아 있었습니다. 카니 총리의 연설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습니다. 그의 비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강대국"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경제적 강압"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청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국 대표단 좌석을 향했습니다. 카니 총리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창문에 거짓 표어를 붙이는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이는 체코의 반체제 지식인 바츨라프 하벨이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할 때 사용했던 비유를 빌려온 것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창문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문구를 붙이는 채소 가게 주인은 그 문구를 믿어서가 아니라, 단지 권력에 순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믿지 않는 거짓을 연기함으로써 체제는 유지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체코의 벨벳혁명을 주도하고 훗날 대통령에 오른 바츨라프 하벨 카니 총리는 지금의 국제 질서가 바로 그런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모두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아무도 그것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믿지 않으며 강대국은 자기 편의대로 규칙에서 면제받고, 약소국은 눈치를 보며 참고 또 참는 세상이 되었다고. "이 암묵적인 약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돌리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는 전환기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알던 제도는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연설이 끝난 직후에도 여유 있는 표정을 유지했지만 그날 밤, 그의 소셜 미디어는 불이 났습니다. 그린란드 인수 협상을 즉각 시작하겠다는 선언이 올라왔고, 캐나다가 중국과 손을 잡으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대화의 정신"이라는 공식 주제로 열린 다보스 포럼은 아이러니하게도 "단절의 현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2026년 초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재편, 미국 빼고 돌아가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 그리고 이것이 과연 제국의 종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미국의 부활 전 진통인지를. 오늘 글은 여러 주제가 하나로 이어지는 긴 글이니만큼, 커피 한 잔 준비하시고, 편하게 앉아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1장. 트럼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야기의 시작은 2025년 2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취임 2주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관세 폭탄을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중국.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었습니다. 명분은 언제나처럼 "무역 적자 해소"와 "국내 제조업 보호"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25년 4월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10%에서 50%에 달하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확정 공표했습니다. 미국에 제품을 팔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2018-2019년의 미중 무역전쟁과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보호주의’의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관세를 ‘동맹국의 안보 분담’과 연계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그동안 미국이 대신 나라 지켜주며 공짜 평화 누리고 그 돈으로 미국에 물건도 팔고 좋았지? 하지만 이젠 안 돼"라는 논리입니다. 경제와 안보를 하나로 묶어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이죠. 일견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표현은 일찍이 국제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트럼프의 입에서 이 협박이 나오자마자 전세계가 겁을 먹고 앞다투어 미국의 심기를 달래려 동분서주 뛰어다녔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2025년 5월: 인도의 깜짝 변신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각국을 겁먹게 했던 초반과 달리, 오히려 "미국 빼고 우리끼리 잘해보자"는 절박한 연대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외부의 압력이 가해질수록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물리 법칙처럼 말이죠. 특히 인도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인도는 독립 이후 70년 넘게 철저한 보호무역 정책을 유지해 온 나라입니다. ‘외제 자동차에 110% 관세’, ‘수입 위스키에 150% 관세’ 같은 정책으로 자국 시장을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인도에서 수입차를 타는 건 그야말로 ‘부의 상징’입니다. 그런 인도가 2025년 5월부터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으로, 연달아 5개국과 무역 협정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변화는 EU와의 협상에서 나타났습니다. 19년간 지지부진하던 인도-EU 자유무역협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갑자기 진전된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트집 잡아 높은 관세를 매기자, 인도는 "그래? 그럼 유럽이랑 더 친하게 지내야겠네?"라고 판단한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EU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치 어느 추운 겨울날 드라마에서 “나.. 사실 너 좋아해.”라고 남주가 말하자 여주도 “나도 사실 널… 좋아한단 말이야. 이 바보!”라며 서로를 껴안는 장면처럼 말이죠. 미국이 유럽에도 관세를 때리자, 유럽 역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절박함이 드라마처럼 운명적으로 만난 것입니다. 2025년 세 가지 사건 그리고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 사이에 놀라운 일들이 연달아 터집니다. 첫째, 인도-EU FTA 타결. 2007년부터 시작해서 무려 19년간 지속되던 협상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인도는 EU산 자동차 관세를 110%에서 10%로 단계적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와인은 150%에서 20-30%로, 위스키는 150%에서 40%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변화인지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이것들은 지난 25년간 인도 정부는 "우리 농민과 제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완강히 거부해 왔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완강함이 트럼프의 관세 한 방에 녹아버린 겁니다. 미국의 압박이 인도를 변화시킨 역설적인 결과입니다. 둘째, 메르코수르(Mercosur)-EU FTA 서명. 이건 더 드라마틱합니다. 1999년부터 시작된 협상이 무려 25년 만에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 경제 블록과 EU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세계 GDP의 약 30%, 7억 명 이상의 소비자를 포괄하는 거대 무역 블록의 탄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TMI: 메르코수르 (MERCOSUR) 메르코수르(Mercosur)는 1991년 아순시온 협약을 통해 창설된 남미 공동시장으로,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무역과 인적 자원 이동을 목표로 하는 남미 최대의 경제 블록입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창립 회원국이며, 볼리비아가 2024년 7월에 정회원으로 공식 합류했습니다. 인구 약 2억 8천만 명, 국내총생산(GDP) 합계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전 세계 주요 농축산물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베네수엘라는 2012년 가입했으나, 민주주의 원칙 위반 등의 사유로 2016년부터 회원 자격이 무기한 정지된 상태입니다. 이 협정이 25년간 막혀 있던 이유는 남미의 저렴한 쇠고기와 농산물이 유럽 시장에 쏟아지면 유럽의 농가가 몰락한다는 우려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이 번번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위협이 더 무섭다"는 판단이 승리한 것입니다. EU가 인도와 메르코수르와 맺은 두 협정을 두고 유럽 각국의 셈법은 서로 다릅니다. 격렬히 반대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과 달리 독일은 인도와 남미의 자동차 시장 확대에 군침을 흘리고 있고 스페인도 자국의 농산물과 공산품 수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정의 최종 발효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의 격렬한 반발로 인해 최종 의결이 무산되고 유럽 의회는 334표 대 324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 협정의 적법성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회부하여 최종 법적 검토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유럽과 남미의 거대한 경제 공동체의 탄생은 필연에 가깝습니다. 셋째, 캐나다와 중국의 밀착. 2026년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2017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캐나다 정상의 방문이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에너지, 우라늄, AI 분야의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되었습니다. 캐나다는 원유, LNG, LPG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고, 중국은 캐나다산 돼지고기, 카놀라, 해산물의 관세를 대폭 인하했습니다. 이는 매우 충격인 소식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캐나다 에너지 수출의 98%가 미국으로 향합니다. 사실상 미국 한 나라에 올인한 구조인데, 이제 그 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미국이 우리를 홀대하면, 우리도 다른 손님을 받겠다"는 메시지입니다. 트럼프는 당연히 분노했습니다. "캐나다가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는 "중국이 캐나다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 "너희 사회 구조와 생활방식이 송두리째 파괴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경고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맞으면 맷집이 늘듯이 한 번 관세 협박을 당해본 나라는 다음번에는 덜 무서워합니다. "어차피 맞을 거, 맞으면서 대안을 찾자"가 되어버리는, 쓰면 쓸수록 효력이 떨어지는 관세라는 무기의 역설입니다. 관세를 높여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 했더니, 오히려 미국 없는 세계 경제 질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미국이 쏘아 올린 관세라는 "작은 공"이 전 세계 무역 체계라는 당구대에 부딪혀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2장. 채소 가게 주인의 반란 자, 이제 다시 2026년 1월 다보스로 돌아가 봅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연설은 단순한 비판이 아닙니다. 그것은 "각자도생의 시대"에 중견국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자 자립의 선언이었습니다. 사실 캐나다 총리가 이 말을 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캐나다는 수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인 것은 물론 미국이 주축이 되어 영미권 5개국이 결성한 가장 핵심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동맹체인 'Five Eyes'의 멤버이기 때문입니다. 카니 총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설 초반에 하벨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채소 가게 주인이 매일 아침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문구를 창문에 붙이는 이야기 말입니다. 믿어서가 아니라, 모난 돌이 되기 싫어서.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그는 이것을 "거짓 속에 사는 삶(living within a lie)"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국제 질서가 바로 그런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은 소위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체제 아래서 번영을 누렸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질서가 내세운 이야기 가운데 적잖은 부분이 진실과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강대국은 자기들 편의대로 규칙에서 면제받기 일쑤였고, 무역 규칙도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한 고백입니다.  "우리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중심의 질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쓸모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공공재를 제공했기 때문이었지요." 미국이 제공한 공공재란 무엇일까요? 해상 무역로의 안전 보장, 안정적인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 분쟁 해결을 위한 세계경찰 역할. 이런 것들입니다. 수십 년간 보안관 역할을 하면서 세계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미국은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갔지만요. "그래서 우리는 창문에 표어를 붙이고, 매일 의식에 참여했습니다. 이 질서가 말하는 세상과 진짜 현실의 차이를 모르지 않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카니 총리는 이 암묵적 계약이 깨졌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암묵적인 약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돌리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는 전환기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알던 제도는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있습니다." 그는 ‘전환(Transition)’이 아니라 ‘단절(Rupture)’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는 연설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전환이라면 방향을 바꾸면서도 연속성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단절은 다릅니다. 기존의 것이 완전히 깨지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카니 총리는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왜 단절될 수밖에 없는가? 카니 총리는 그 이유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강대국들은 경제 통합이란 제도를 무기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관세를 이용한 압박, 금융 인프라를 동원한 협박, 공급망을 이용해 약점을 공략해 쥐어 짜내겠다는 엄포가 이어졌습니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공동 번영의 토대’가 아니라 ‘강압의 도구’가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서로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다. "네가 다치면 나도 다치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만 안 다치면 되니까"로 바뀌었습니다. 이건 게임의 룰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중견국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제시합니다. 이른바 ‘가치 기반 현실주의(value-based realism)’라고 이름 붙인 접근법입니다. 가치 기반 현실주의란? 그는 캐나다는 원칙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길로 나아간다고 선언했습니다. 근본적인 가치들, 각 나라의 주권과 영토를 인정하고, UN 헌장이 허락하는 한도 외에는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실용적인 자세를 잃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결합입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지키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냉정하게 보겠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도, 트럼프식 거래적 현실주의와도 분명 다릅니다. 미국이 "거래"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중견국들은 "연대"의 논리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구체적인 행동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캐나다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정책들을 나열합니다. 유럽연합과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유럽 방위조달협약(SAFE)에도 참여합니다. 지난 6개월 사이 우리는 4개 대륙에서 12개의 무역·안보 협정을 맺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카타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새로 체결했고, 인도, 아세안, 태국, 필리핀, 그리고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6개월에 12개 협정. 엄청난 속도입니다. 캐나다가 얼마나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과의 파트너십입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인 캐나다가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닌, 미국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형님. 제가 언제까지나 형님 밑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린란드와 나토 카니 총리는 바로 트럼프 옆에서 그린란드 문제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정말 용감합니다) "북극의 주권에 관해 우리는 그린란드와 덴마크를 확고히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린란드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는 온전히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거나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카니 총리는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나토 헌장 5조에 대한 헌신도 재확인했습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전체가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원칙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의 존재 의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럽은 미국 돈으로 방위비를 충당한다"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우리의 헌신은 변함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견국의 선택지 연설의 핵심은 이 부분입니다. "강대국끼리 경쟁하는 세상에서 그 사이에 낀 국가들은 선택해야 합니다. 강대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로 경쟁할지, 아니면 강대국이 아닌 나라끼리 힘을 합쳐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낼지 말이죠." 이게 핵심입니다. 중견국들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강대국에 줄을 서서 눈치보기입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면서 미국 편에 붙을지, 중국 편에 붙을지 선택하고, 선택한 쪽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남는 길입니다. 두 번째 선택지는 중견국끼리 연대하여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함께 힘을 합쳐 협상력을 키우는 제3세력을 만드는 길입니다. 카니 총리는 분명히 두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각자 자기 요새를 쌓는 것보다는 공동의 회복력을 기르는 데 함께 투자하는 편이 훨씬 더 저렴합니다." 경제적 논리로도 연대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혼자서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는 것보다, 여러 나라가 함께 대응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죠. 테이블에 앉을 것인가, 메뉴에 오를 것인가 카니 총리는 강렬한 비유로 연설을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가 메뉴에 올라와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는 냉정한 현실 인식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두고 거래하게 된다는 것. 우리는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선언합니다. "그게 곧 캐나다의 길입니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또 자신 있게 이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와 함께 가려는 모든 나라에 이 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캐나다는 위험한 도전을 시작하며 전세계 중견국가들에게 초대장을 내밀었습니다. 제3장. 미네소타의 총성 한편 글로벌 리더들이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에서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2026년 1월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조나단 로스가 르네 니콜 굿이라는 37세 여성을 사살했습니다. 굿은 미국 시민권자였습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시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었습니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법대로 처리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다소 과잉 대응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미니애폴리스 시장 제이콥 프라이는 사건을 "무모하다(reckless)"고 비판했습니다. 미네소타주 일한 오마르 연방하원의원도 "ICE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8일 후,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합니다. 2026년 1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국경순찰대 요원이 알렉스 프레티라는 37세 남성을 사살했습니다. 프레티는 중환자실 간호사였습니다. 그 역시 미국 시민권자였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프레티는 먼저 후추 스프레이를 맞았고, 쓰러진 상태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받았습니다. 18일 만에 같은 도시에서 두 명의 미국 시민이 연방 요원에게 사살당한 겁니다. 분노의 폭발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폭발했습니다. 1월 20일에는 "ICE 테러를 멈춰라(Stop ICE Terror)"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적인 시위가 조직되었습니다. 1월 30일에는 "일도 학교도 쇼핑도 없는 날(No Work, No School, No Shopping)"이라는 이름의 전국 동맹휴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수만 명이 평화롭게 행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충돌도 있었습니다. ICE 요원들과 시위대 사이의 대치가 계속되었고, 미네소타주와 미니애폴리스시, 세인트폴시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ICE 요원들이 주민들의 시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근교 브루클린 파크의 경찰서장 마크 브룰리는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습니다. "주민들이 아무 이유 없이 정지당하고, 체류 자격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신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번 중이던 우리 경찰관들도 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미국 시민이, 그것도 경찰관이, 자기 나라에서 "서류를 보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지지율 추락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처참합니다. CNN-SSRS 조사에 따르면, 굿의 사망 직후 미국인의 56%가 해당 사격이 "부적절한 무력 사용"이라고 답했습니다. 단 26%만이 "적절했다"고 봤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ICE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YouGov 조사에서 47%의 미국인이 "ICE가 미국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답했고, 34%만이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봤습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 지지율은 39%까지 ...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6.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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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표어를 떼어 낼 시간

붉은빛 말이 온다 (下)

병오년, 말의 해에 살펴본 6천만 년 말(馬)의 역사 말 달리자, 투자의 기회를 찾아서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두 시간에 걸쳐 말에 대한 다양한 면을 살펴보았습니다만 고양이가 어물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그냥 이렇게 끝낼 수는 없겠지요. 마지막 시간은 투자자의 눈으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에 관한 산업과 관련 회사들에 대해 육포를 먹듯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글은 애널리스트로서 쓰는 산업분석 리포트이기에 평소와 다르게 기름기 빼고 갑니다. 덕왕의 평소 분위기와 달라 사뭇 낯설어하실 수 있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 투자 이야기가 어렵거나 지루하신 분은 이번 편은 스킵하셔도 됩니다 ※ 후일담: 이 글은 2주 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후 역대급 폭망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투자에 대한 이야기라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덕왕에게 원하는 건 이런 직접적인 투자리포트보다는 세상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투자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곡 AI 대회 본선에 올라갈만한 수준으로 열심히 썼는데 말입니다 ㅠ.ㅠ 제9부: 동물, 그게 돈이 됩니까? Chapter 35. 전세계 인구보다 많은 동물의 왕국 투자의 첫걸음은 숫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 가축과 반려동물 개체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동물 개체수 변화 (2005→2025, 추정치)   *돼지는 2018~2020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급감 후 회복 중 세계 인구보다 많은 동물의 왕국에서 닭은 압도적 1위입니다. FAO(UN 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약 160억 마리에서 2022년 약 260억 마리(26 billion)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일부 시장 추정치는 최대 330억 마리 수준까지 달합니다. 닭의 개체수는 지난 20년간 약 2.8~3.0%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다른 가축들(소 0.5%, 칠면조 0.1%)의 증가세를 압도하고 있으니 가히 전세계는 치킨의 왕국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치킨이 세상을 지배한다! OECD-FAO Agricultural Outlook 2024에 따르면 1961년 이후 가금류 생산량(톤)은 약 5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적 개체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사료 효율성 개선, 유전기술 발전, 사육 기술 고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아시아는 1961년 이후 가금류 생산량 기준으로 1,500% 이상 성장하며 전 세계 최대 생산 지역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닭일까요? 맛있어서? 혹은 저렴해서? 그것도 이유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생산비용, 빠른 사육 주기(약 6주), 그리고 종교적 제약이 적기 때문입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과 유대인, 모두가 닭고기 앞에서는 대동단결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못말리는 치킨사랑도 작은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반려동물의 성장률(약 2.8~3.1% CAGR, 글로벌 평균 기준)이 대부분의 가축 성장률(소 0.5%, 양 0.8~1.2%, 염소 1.2~1.7%)을 상회한다는 점입니다. 반려묘와 반려견의 증가세는 CAGR 약 3% 정도로 닭을 제외한 모든 주요 가축(소, 돼지, 양, 염소, 오리)보다 빠릅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고양이의 증가세가 눈에 띕니다. 도시화와 1인가정 비율의 증가로 인한 소형 반려동물 선호현상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고양이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낮은 관리 부담과 특유의 시크한 매력으로 바쁜 현대인들을 집사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전세계 반려견은 약 9.0~9.5억 마리, 반려고양이는 약 3.7~4.0억 마리로 추정되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고양이의 증가세가 개보다 근소하게 앞섭니다. 대륙별로도 살펴보겠습니다. 대륙별 동물 산업 성장 현황 (추정)                     가축의 성장은 신흥국(아시아, 아프리카) 중심이며, 선진국(유럽, 북미)은 정체 또는 감소 추세입니다. 2020년 기준 아시아는 전세계 육류 생산의 약 40~50%를 차지하며, 2034년까지 추가 증가분의 약 55%가 아시아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아시아-태평양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도시 지역 반려동물 보유율이 2019년 약 13%에서 2023년 약 22%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연평균 5~6% 수준의 가파른 성장을 의미하며, 중국의 중산층 확대와 가족 개념의 변화가 주요 원인입니다. 최근 들어 밀레니얼과 Z세대에서 반려동물 보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전체 반려동물 보유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에서 공간과 규제라는 구조적 제한성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의 고양이에 대한 높은 선호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향후 10~20년간 반려동물 산업(특히 소형견, 고양이 관련 상품·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투자는 미래의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에 아무리 현재의 숫자가 우수해도, 그 숫자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수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식용가축과 반려동물 산업 모두 2032~2034년까지 구조적 성장이 지속될 확률이 매우 높기에 이 산업에 대한 투자 타당성 검토는 유효합니다. Chapter 36. 동물 산업의 지형도: 돈이 흐르는 곳 동물 개체수의 폭발적 증가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냅니다. 이 산업들의 규모와 성장률을 살펴봅시다. 동물 관련 산업 시장 규모 (추정)                     투자 관점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분야는 ‘축산 기술’입니다. 여러 시장 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축산 모니터링·관리 기술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최대 23.8~26.5%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동물 건강/의약품 분야에서도 의약품(제약만)은 CAGR 약 6.9%, 의약품은 물론 백신, 장비, 서비스를 아우르는 동물 건강 시장 전체산업은 연평균 약 10.5%의 높은 성장이 예상됩니다. 다음으로 반려동물에 관련한 시장성도 주목해야 합니다. '펫 휴머나이제이션' 트렌드, 즉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사료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2024~2025년 약 $127~139B에서 2032~2034년 약 $192~248B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CAGR 4.4~6.1%), 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연평균 15~18% 수준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2024년 기준 약 $12.5~21.8B 규모에서 2032~2035년까지 약 $29.8~79.6B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성장은 전세계 축산업·반려동물 시장의 구조적 팽창과 선진국의 동물 복지 규제 강화에 따른 고부가가치 의약품·백신 수요 증가에 따른 것입니다. 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상당한 성장을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축산 기술(AI/IoT) 솔루션: CAGR 23.8~26.5%로 가장 빠른 성장 예상 동물 의약품/백신: CAGR 6.9~10.5%로 지속적 성장 반려동물 보험/헬스케어: CAGR 15~18%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부문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 CAGR 4.4~6.1%로 꾸준한 성장 Chapter 37. 말 관련 상장회사: 건강과 속도의 대결 다시 말로 돌아와 다시 말로 돌아와 살펴보면 미국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말 관련 회사는 딱 두 곳뿐입니다. 하나는 말의 건강을 책임지는 회사, 다른 하나는 말의 속도에 돈을 거는 회사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사업 모델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상장 말 관련 기업                     첫 번째 회사 Zoetis(조에티스)는 2013년 제약계의 거인 화이자(Pfizer)에서 분사한 세계 최대 동물 의약품 회사입니다. 말뿐 아니라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모든 동물의 의약품, 백신, 진단 제품을 10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합니다. 쉽게 말해 '동물계의 화이자'입니다. 두 번째 회사 Churchill Downs(처칠 다운스)는 1874년부터 운영되어 온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의 개최 주체이자, 미국 16개 경마장과 카지노를 운영하는 도박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입니다. 이 두 회사는 같은 '말'을 다루지만 사업 모델과 성장성, 그리고 투자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먼저 각 기업의 재무 성적표를 통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hapter 38. 10년 재무 성적표: 타짜와 동네 슈퍼 지난 10년간 두 회사의 재무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Zoetis 10년 재무현황 (단위: 백만 달러)                     Zoetis는 전형적인 복리 성장의 교과서입니다. 2015년 매출 47.7억 달러에서 2024년 92.6억 달러로 10년간 거의 두배로 성장했습니다. 순이익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같은 기간 3.4억 달러에서 24.9억 달러로 무려 633% 증가했습니다. 매출이 2배 늘어나는 동안 순이익은 7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영업 레버리지의 힘 때문입니다.  TMI: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의 원리와 비용 구조에 따른 산업별 특성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란 기업의 비용 구조 중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매출액의 변화율보다 영업이익의 변화율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며, '운영 레버리지'라고도 합니다. 이는 고정비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매출 상승 시 이익을 가파르게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임직원의 임금을 들 수 있습니다. 기업의 운영 상태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급여는 대표적인 고정비이며, 특히 고급 연구 인력이 많은 기업일수록 전체 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매출이 고정비를 상쇄하는 수준(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만 하면, 그 이후 발생하는 매출의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됩니다. 제약·바이오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초기 개발비와 인건비는 막대하지만, 제품 완성 후 추가 판매 시 드는 비용(변동비)이 매우 적어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 극대화 효과가 탁월합니다. 반대로 변동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매출의 증감에 따라 비용이 유연하게 연동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원자재 구입비 비중이 큰 유통, 가공업, 단순 조립 제조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철강, 화학, 배터리 산업의 경우에도 거대 설비에 따른 감가상각비(고정비)가 존재하지만, 원재료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변동비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변동비 중심 기업의 가장 큰 특성은 수익의 안정성입니다. 매출이 급감하는 불황기에는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원재료비와 같은 변동비를 즉각 절감할 수 있어, 고정비 중심 기업에 비해 적자 전환의 위험이 낮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호황기에는 매출 증가와 함께 원재료비, 물류비 등 가변적 비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의 개선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고정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공격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타짜’같은 특징을 가진 반면, 변동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매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안정적인 수익 유지'에 유리한 방어적 구조를 가진 ‘동네 슈퍼’같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Churchill Downs를 살펴보겠습니다. Churchill Downs 10년 재무현황 (단위: 백만 달러)                     안정적 성장의 Zoetis와는 달리 Churchill Downs는 변동성이 컸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평균 1~3% 수준의 매출 성장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며 경마장이 문을 닫자 매출은 20.7% 급락했고, 8,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말이 달리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사업 모델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진정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강한 반등이 시작되어 2024년에는 순이익 4.3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5년 대비 557%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었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일 뿐입니다. 2020년의 극심한 손실에서 회복한 것이지,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Chapter 39. 밸류에이션: 그래서 얼마인데?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비싸게 사면 손해입니다. 2026년 1월 25일 기준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밸류에이션 비교 (2026년 1월 25일 기준)                     Zoetis의 PER 22.6배는 동물 의약품 업계 평균 15~18배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성장률과 높은 마진을 고려하면 나름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Churchill Downs는 PER 17.8배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보이지만 이 가격에는 경마 산업의 장기 전망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싸다고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6.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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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말이 온다 (下)

붉은빛 말이 온다 (中)

병오년, 말의 해에 살펴본 6천만 년 말(馬)의 역사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붉은말의 해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시간에는 말의 기원을 시작으로 인류의 문명과 함께 해온 말의 역사, 그리고 제주마의 유래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말이 음식 문화에 끼친 영향과 말의 품종, 그리고 덕력으로 살펴본 일본의 유난한 경마사랑과 마력을 넘어선 새로운 힘의 단위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6부: 세계의 명마들, 품종의 역사 Chapter 22. 아라비아마: 승용차의 어머니 4,000-5,000년의 역사를 지닌 아라비아마는 가장 오래된 말 품종 중 하나입니다. 아라비아 반도의 베두인 유목민들이 선택적 교배를 통해 발전시켰으며, 최고 순혈종은 '아실(Asil)'이라 불렸습니다. 유명한 알 캄사(Al Khamsa) 전설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가 용기와 충성심으로 선발한 다섯 암말에서 주요 혈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TMI: 알 캄사(Al Khamsa): 목마름보다 강한 충성심 앞서 서양 기사들은 공격성이 강한 수말(종마)을 선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중동의 아라비아 기병들은 수말 대신 암말(Mare)을 전쟁터에 데려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선택의 기원이 되는 전설이 재미있습니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는 어느 날 사막을 횡단하는 긴 여정 끝에 오아시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목이 타서 죽을 지경인 말들은 물 냄새를 맡자마자 미친 듯이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말들이 물에 도착하기 직전, 무함마드는 전투 나팔을 힘껏 불었습니다. 이것은 곧 "돌아와라"는 명령이자, 충성심의 시험이었습니다. (아니, 이런 X개 훈련을…) 갈증에 눈이 먼 대부분의 말들은 나팔 소리를 무시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다섯 마리의 암말만이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참으며 주인에게 되돌아왔습니다. 생존 본능을 이긴 충성심이었습니다. 무함마드는 감동하여 이 다섯 암말에게 축복을 내리고 '알 캄사(Al Khamsa, 다섯)'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암말들을 모든 번식의 기초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각 암말의 목에 엄지손가락을 대어 축복의 표시를 남겼는데, 오늘날에도 아라비아 말의 목에서 발견되는 근육의 작은 움푹 들어간 부분을 '예언자의 엄지 자국(Prophet's Thumbprint)'이라 부릅니다. 예언자의 엄지 자국(Prophet's Thumbprint) / 무함마드가 찜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 다섯 암말로부터 아라비아 말의 5대 혈통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케헤일란(Kehilan), 세글라위(Seglawi), 아베얀(Abeyan), 함다니(Hamdani), 그리고 하드반(Hadban). 역사학자들은 이 전설의 사실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교훈만큼은 분명합니다. 베두인 유목민들에게 암말의 충성심은 종마의 공격성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습니다. 암말을 선호한 다른 이유들도 있습니다. 암말은 수말보다 조용해서 기습과 야습이 많은 사막 전투에서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적었고, 이동 중에도 멈추지 않아 부대 기동력 유지에 유리했습니다. 또한 암말은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했기에 발정기가 와도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수말은 발정기 암말의 냄새만 맡으면 이성을 잃었습니다. 아라비아 기병대는 이 차이를 전술로 활용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발정기 암말을 전투에 투입하여 적군의 종마들을 교란시킨 것입니다. 11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 기사들은 거대한 종마에 올라탔습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창을 들고 돌격하면 그 위력은 살아있는 전차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어 아라비아 기병들이 화살을 쏘고 재빨리 물러나면, 십자군의 종마들은 암말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테스토스테론 덩어리인 종마가 발정기 암말을 코앞에서 마주친 것입니다. 기사들의 명령이고 뭐고, 저 암말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라비아 기병대는 신호에 맞춰 암말들을 풀어 풀을 뜯게 했다가 다시 군영으로 불러들이는 훈련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알 캄사 전설처럼 나팔 소리 한 번이면 암말들은 충성스럽게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십자군의 종마들은 암말을 따라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갑옷 입은 기사들은 말없이 사막 한가운데 남겨졌습니다. 1187년 하틴 전투에서 살라딘이 십자군을 대파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십자군의 패배에는 물 부족, 지형의 불리함, 살라딘의 뛰어난 전략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소개팅을 하고 싶은 수말의 터질듯한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 '생물학적 교란 작전'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았지만  난 이제 깨달았어. 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서태지와 아이들 <Come back home> 유럽인들은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무서운 말이 승리를 보장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사막의 베두인들은 더 충성스럽고, 적의 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말이 진정한 승리의 열쇠임을 알았습니다. 테스토스테론으로 무장한 유럽의 종마들은 사막에서 암말들의 향기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발정이 이성을 이긴, 그래서 전쟁의 승패까지 뒤바꾼 이야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봅니다. 아라비아마의 일부 개체는 요추 5개(일반 6개), 늑골 17쌍(일반 18쌍)을 가진 독특한 해부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체고 14.1-15.1 핸드(145-155cm), 체중 360-450kg의 비교적 작은 체구이지만, 높은 골밀도와 강한 관절로 큰 품종에 필적하는 힘을 냅니다. 오목한 얼굴 윤곽(dished profile), 높이 치켜든 꼬리, 넓은 이마 사이의 돌출부(jibbah)는 사막 기후 적응의 결과입니다. 아라비아 혈통은 거의 모든 현대 승용마 품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러브레드의 3대 종마 모두 아라비아/바브/터크 혈통이며, 아메리칸 쿼터호스, 모건, 올로프 트로터, 트라케너, 심지어 중량마인 페르슈롱까지 모두 아라비아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아라비아마는 내구력 경주(endurance riding)를 지배하며, 160km를 하루에 주파하는 테비스 컵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입니다. 또한 유전병도 적고, 쾌활하며, 개만큼 인간과 친해질 수 있으며 훈련이 쉽고 무엇이든 시키면 열심히 해서 ‘말계의 보더 콜리’로 칭송받습니다. Chapter 23. 서러브레드: 세 마리 종마의 전설 현대 경주마의 대명사 '서러브레드(Thoroughbred)'는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직 '더 빠른 속도'를 위해 17-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인공의 산물입니다. 모든 현대 서러브레드는 단 세 마리의 종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이얼리 터크(The Byerley Turk, c.1680-1703) 가장 먼저 도입된 기초 종마입니다. 1686년 부다 전투에서 노획되어 로버트 바이얼리 대위의 군마로 아일랜드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한 전투에서 바이얼리는 "말의 뛰어난 속도 덕분에 포로 신세를 면했다"라고 합니다. 1693년 종마로 은퇴하여 1703년까지 활동했습니다. 그의 후손 헤로드(Herod, 1738)는 현대 서러브레드의 3대 부계 혈통 중 하나를 형성했습니다. 달리 아라비안(The Darley Arabian, c.1700-1730) 가장 영향력 있는 기초 종마입니다. 1700년 1월 4일 시리아 알레포에서 태어나, 영국 영사관 소속 토마스 달리가 당시로서는 큰 키인 15 핸드의 이 말을 소총 선적과 교환하여 구입했습니다. 1704년 영국으로 수입되었습니다. 그의 증증손 이클립스(Eclipse, 1764)는 19전 전승으로 은퇴했으며, 경쟁자가 없어서였습니다. "이클립스 1위, 나머지는 보이지도 않는다(Eclipse first and the rest nowhere)"는 유명한 말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현대 서러브레드의 80%가 이클립스의 혈통을 잇고, 95%가 달리 아라비안의 Y염색체를 물려받았습니다. 트리플 크라운 우승마 세크리테리엇과 아메리칸 파로아도 그의 후손입니다. 고돌핀 아라비안(The Godolphin Arabian, c.1724-1753) 1724년경 예멘에서 태어나 튀니스의 베이, 프랑스 루이 15세를 거쳐 영국으로 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파리에서 짐마차를 끌었다고 합니다. 작은 체구로 처음에는 저평가되었으나, 종마로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의 손자 매첨(Matchem, 1748)은 1771-1786년 16년 연속 챔피언 종마를 차지했습니다. 맨오워, 워어드미럴, 시비스킷이 그의 후손입니다. 좌부터: 바이얼리 터크, 달리 아라비안, 고돌핀 아라비안 서러브레드는 56-72km/h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2008년 위닝 브루가 세운 70.76km/h가 최고 기록입니다. 세크리테리엇은 1973년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31 마신 차로 우승하며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이처럼 극단적인 속도 추구는 말이 감당하기 힘든 골격계 부담을 낳아 잦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Chapter 24. 유럽의 명마들: 전쟁터에서 마차까지 안달루시아마(Andalusian Horse): 유럽 왕실의 말 스페인 남부 선사시대 20,000-30,000년 전 동굴 벽화에서 조상을 찾을 수 있으며, 15세기부터 독립 품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567년 펠리페 2세가 '푸라 라사 에스파뇰라(PRE)' 육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와 우수에 찬 눈빛, 온순한 성격과 높은 지능으로 "유럽의 왕실 말"로 불리며 대륙 전역의 귀족과 왕이 타고 외교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1580년 카를 2세 대공이 안달루시아마 9마리 종마와 24마리 암말을 슬로베니아 리피차로 가져가 리피차너(Lipizzan) 품종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185,000마리 이상 등록되어 있으며, 체고 15-15.5 핸드, 80%가 회색이며 머리가 좋아서 현대에는 마장마술, 투우, 승마,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합니다. 프리지안마(Friesian horse): 중세 기사의 파트너 네덜란드 프리슬란트 지방 원산으로 4세기 AD부터 기록이 있습니다. 윌리엄 정복왕이 탄 말도 프리지안 타입으로 추정됩니다. 20세기 초 종마 단 3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1913년 보호 협회가 설립되어 구출되었습니다. 현재 60,000마리 이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오직 흑색만 허용되며, 긴 갈기와 꼬리, 다리의 깃털 같은 털이 특징입니다. 영화 산업의 총아로 「왕좌의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멸종 위기에서 할리우드 스타로 변신한 셈입니다. 잘생긴 건 알겠는데 말 주제에 인도영화 주인공처럼 너무 느끼한 거 아니냐 클라이즈데일(Clydesdale horse): 버드와이저의 얼굴, 말계의 갸루상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강 유역에서 17세기말 발전했습니다. 1806년 태어난 램피츠 메어(Lampits Mare)가 기초 암말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클라이즈데일이 이 말의 후손입니다. 체고 16-18 핸드(163-183cm), 체중 725-1,000kg의 대형 품종입니다. 발굽 하나가 프라이팬 크기에 무게 약 2.3kg에 달합니다. 1933년 4월 7일 금주법 폐지를 기념하여 버드와이저가 클라이즈데일을 마스코트로 도입했습니다. 현재 회사가 200마리 이상 보유하며, 마차용 말은 18 핸드 이상(183cm), 816-1,043kg, 밤색 코트, 4개의 흰 양말, 흰 얼굴 줄무늬, 검은 갈기/꼬리가 필수 조건입니다. 1986년부터 슈퍼볼 광고의 단골입니다. 페르슈롱(Percheron): 프랑스의 만능 말 프랑스 노르망디 페르슈 지방에서 발전했으며, 732년 투르-푸아티에 전투 후 무어인의 바브 기병 종마가 토착 암말과 교배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1823년 태어난 장 르 블랑(Jean le Blanc)이 기초 종마로, 모든 현대 페르슈롱이 이 말의 혈통입니다. 체고 15-19 핸드, 체중 500-1,200kg으로 크기 변이가 큽니다. 다리에 깃털 장식이 거의 없어 클라이즈데일과 구별됩니다. 1930년대 미국 중량마의 70%가 페르슈롱이었으며, 디즈니랜드 퍼레이드 마차를 끄는 말로 유명합니다. 리피차너(Lipizzer horse): 나는 어둠에서 태어나 빛이 되리라! 1572년 비엔나에 설립된 스페인 승마학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 승마 학교입니다. 리피차너는 밤색, 검은색, 쥐색 등 어두운 색으로 태어나 6-10년에 걸쳐 점차 하얗게 변합니다. 유전적으로는 회색(grey)이며, 회색 유전자가 시간에 따라 색소를 감소시킵니다. 드물게 성체까지 밤색을 유지하는 개체가 있으며, 스페인 승마학교는 전통적으로 "행운을 위해" 최소 한 마리의 밤색 종마를 유지합니다. 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은 리피차너 번식 암말들을 체코슬로바키아 호스타우로 이전시켜 '아리아 말'을 만들려 했습니다. 소련군이 접근하자 독일 수의관들이 미군 2기병단에 연락했고, 올림픽 승마 선수 출신 조지 S. 패튼 장군이 구출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1945년 4월 28일 '카우보이 작전'으로 1,200마리의 말(리피차너 375마리 포함)이 구출되어 35마일 넘게 독일로 이동했습니다. 이는 미군과 독일군이 무장친위대(Waffen-SS)에 맞서 함께 싸운 단 두 번의 사례 중 하나입니다. 1963년 디즈니 영화 「흰 종마들의 기적」이 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샤이어(Shire): 슈퍼 헤비급 챔피언 영국 중부 지방(The Shires)에서 유래한 이 품종은 '말 세계의 거인'으로 통합니다. 중세 기사들이 무거운 갑옷을 입고 탔던 '그레이트 호스(Great Horse)'의 직계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멸종 위기까지 갔으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보존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압도적인 풍채 덕분에 승마용보다는 전시 및 퍼레이드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1878년 영국 샤이어 호스 협회가 설립되었으며, 1760년대에 태어난 '패킹턴 블라인드 호스(Packington Blind Horse)'가 현대 샤이어 종의 기초 종마로 간주됩니다. 산업 혁명기에는 농경뿐만 아니라 운하의 배를 끌거나 맥주 마차를 끄는 등 영국 경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체고는 평균 17-18 핸드(173-183cm)이나, 19 핸드(193cm)를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무게는 보통 850-1,100kg에 달하며, 역사상 가장 컸던 '샘슨(Sampson)'이라는 샤이어는 체고 21.2 핸드(215cm), 체중 1,524kg을 기록했습니다. 클라이즈데일처럼 발목에 풍성하고 긴 털(Feathering)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모색은 주로 검은색, 갈색, 회색이 많습니다. 현재도 영국의 몇몇 전통 양조장들은 기계 대신 샤이어가 끄는 마차로 맥주를 배달하며 전통을 홍보합니다. 좌상으로부터 시계방향: 안달루시아, 프리지안, 클라이즈데일, 페르슈롱, 리피차너 1,2, 샤이어 1,2 Chapter 25. 아메리카의 말들: 스페인 정복자의 후예 무스탕(Mustang): 야생마가 된 정복자의 말 말은 아메리카에서 약 10,000년 ...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6.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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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말이 온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