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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말이 온다 (中)
V I R T U E K I N G덕왕의 지식한스푼

붉은빛 말이 온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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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2026.01.20조회수 1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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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구독자 368명구독중 3명
이세계에 환생한 삼국지의 진정한 덕왕은 지혜와 덕을 베풀고자 오늘도 수련에 매진한다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https://blog.naver.com/virtueking

병오년, 말의 해에 살펴본 6천만 년 말(馬)의 역사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붉은말의 해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시간에는 말의 기원을 시작으로 인류의 문명과 함께 해온 말의 역사, 그리고 제주마의 유래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말이 음식 문화에 끼친 영향과 말의 품종, 그리고 덕력으로 살펴본 일본의 유난한 경마사랑과 마력을 넘어선 새로운 힘의 단위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6부: 세계의 명마들, 품종의 역사

Chapter 22. 아라비아마: 승용차의 어머니

4,000-5,000년의 역사를 지닌 아라비아마는 가장 오래된 말 품종 중 하나입니다. 아라비아 반도의 베두인 유목민들이 선택적 교배를 통해 발전시켰으며, 최고 순혈종은 '아실(Asil)'이라 불렸습니다. 유명한 알 캄사(Al Khamsa) 전설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가 용기와 충성심으로 선발한 다섯 암말에서 주요 혈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TMI: 알 캄사(Al Khamsa): 목마름보다 강한 충성심

앞서 서양 기사들은 공격성이 강한 수말(종마)을 선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중동의 아라비아 기병들은 수말 대신 암말(Mare)을 전쟁터에 데려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선택의 기원이 되는 전설이 재미있습니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는 어느 날 사막을 횡단하는 긴 여정 끝에 오아시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목이 타서 죽을 지경인 말들은 물 냄새를 맡자마자 미친 듯이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말들이 물에 도착하기 직전, 무함마드는 전투 나팔을 힘껏 불었습니다. 이것은 곧 "돌아와라"는 명령이자, 충성심의 시험이었습니다. (아니, 이런 X개 훈련을…)

갈증에 눈이 먼 대부분의 말들은 나팔 소리를 무시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다섯 마리의 암말만이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참으며 주인에게 되돌아왔습니다. 생존 본능을 이긴 충성심이었습니다.

무함마드는 감동하여 이 다섯 암말에게 축복을 내리고 '알 캄사(Al Khamsa, 다섯)'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암말들을 모든 번식의 기초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각 암말의 목에 엄지손가락을 대어 축복의 표시를 남겼는데, 오늘날에도 아라비아 말의 목에서 발견되는 근육의 작은 움푹 들어간 부분을 '예언자의 엄지 자국(Prophet's Thumbprint)'이라 부릅니다.


예언자의 엄지 자국(Prophet's Thumbprint) / 무함마드가 찜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 다섯 암말로부터 아라비아 말의 5대 혈통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케헤일란(Kehilan), 세글라위(Seglawi), 아베얀(Abeyan), 함다니(Hamdani), 그리고 하드반(Hadban). 역사학자들은 이 전설의 사실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교훈만큼은 분명합니다. 베두인 유목민들에게 암말의 충성심은 종마의 공격성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습니다.



암말을 선호한 다른 이유들도 있습니다. 암말은 수말보다 조용해서 기습과 야습이 많은 사막 전투에서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적었고, 이동 중에도 멈추지 않아 부대 기동력 유지에 유리했습니다.


또한 암말은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했기에 발정기가 와도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수말은 발정기 암말의 냄새만 맡으면 이성을 잃었습니다. 아라비아 기병대는 이 차이를 전술로 활용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발정기 암말을 전투에 투입하여 적군의 종마들을 교란시킨 것입니다.


11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 기사들은 거대한 종마에 올라탔습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창을 들고 돌격하면 그 위력은 살아있는 전차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어 아라비아 기병들이 화살을 쏘고 재빨리 물러나면, 십자군의 종마들은 암말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테스토스테론 덩어리인 종마가 발정기 암말을 코앞에서 마주친 것입니다. 기사들의 명령이고 뭐고, 저 암말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라비아 기병대는 신호에 맞춰 암말들을 풀어 풀을 뜯게 했다가 다시 군영으로 불러들이는 훈련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알 캄사 전설처럼 나팔 소리 한 번이면 암말들은 충성스럽게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십자군의 종마들은 암말을 따라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갑옷 입은 기사들은 말없이 사막 한가운데 남겨졌습니다.


1187년 하틴 전투에서 살라딘이 십자군을 대파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십자군의 패배에는 물 부족, 지형의 불리함, 살라딘의 뛰어난 전략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소개팅을 하고 싶은 수말의 터질듯한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 '생물학적 교란 작전'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았지만 
난 이제 깨달았어. 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서태지와 아이들 <Come back home>


유럽인들은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무서운 말이 승리를 보장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사막의 베두인들은 더 충성스럽고, 적의 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말이 진정한 승리의 열쇠임을 알았습니다. 테스토스테론으로 무장한 유럽의 종마들은 사막에서 암말들의 향기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발정이 이성을 이긴, 그래서 전쟁의 승패까지 뒤바꾼 이야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봅니다.


아라비아마의 일부 개체는 요추 5개(일반 6개), 늑골 17쌍(일반 18쌍)을 가진 독특한 해부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체고 14.1-15.1 핸드(145-155cm), 체중 360-450kg의 비교적 작은 체구이지만, 높은 골밀도와 강한 관절로 큰 품종에 필적하는 힘을 냅니다. 오목한 얼굴 윤곽(dished profile), 높이 치켜든 꼬리, 넓은 이마 사이의 돌출부(jibbah)는 사막 기후 적응의 결과입니다.


아라비아 혈통은 거의 모든 현대 승용마 품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러브레드의 3대 종마 모두 아라비아/바브/터크 혈통이며, 아메리칸 쿼터호스, 모건, 올로프 트로터, 트라케너, 심지어 중량마인 페르슈롱까지 모두 아라비아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아라비아마는 내구력 경주(endurance riding)를 지배하며, 160km를 하루에 주파하는 테비스 컵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입니다.


또한 유전병도 적고, 쾌활하며, 개만큼 인간과 친해질 수 있으며 훈련이 쉽고 무엇이든 시키면 열심히 해서 ‘말계의 보더 콜리’로 칭송받습니다.


Chapter 23. 서러브레드: 세 마리 종마의 전설

현대 경주마의 대명사 '서러브레드(Thoroughbred)'는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직 '더 빠른 속도'를 위해 17-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인공의 산물입니다. 모든 현대 서러브레드는 단 세 마리의 종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이얼리 터크(The Byerley Turk, c.1680-1703)

가장 먼저 도입된 기초 종마입니다. 1686년 부다 전투에서 노획되어 로버트 바이얼리 대위의 군마로 아일랜드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한 전투에서 바이얼리는 "말의 뛰어난 속도 덕분에 포로 신세를 면했다"라고 합니다. 1693년 종마로 은퇴하여 1703년까지 활동했습니다. 그의 후손 헤로드(Herod, 1738)는 현대 서러브레드의 3대 부계 혈통 중 하나를 형성했습니다.


달리 아라비안(The Darley Arabian, c.1700-1730)

가장 영향력 있는 기초 종마입니다. 1700년 1월 4일 시리아 알레포에서 태어나, 영국 영사관 소속 토마스 달리가 당시로서는 큰 키인 15 핸드의 이 말을 소총 선적과 교환하여 구입했습니다. 1704년 영국으로 수입되었습니다.


그의 증증손 이클립스(Eclipse, 1764)는 19전 전승으로 은퇴했으며, 경쟁자가 없어서였습니다. "이클립스 1위, 나머지는 보이지도 않는다(Eclipse first and the rest nowhere)"는 유명한 말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현대 서러브레드의 80%가 이클립스의 혈통을 잇고, 95%가 달리 아라비안의 Y염색체를 물려받았습니다. 트리플 크라운 우승마 세크리테리엇과 아메리칸 파로아도 그의 후손입니다.


고돌핀 아라비안(The Godolphin Arabian, c.1724-1753)

1724년경 예멘에서 태어나 튀니스의 베이, 프랑스 루이 15세를 거쳐 영국으로 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파리에서 짐마차를 끌었다고 합니다. 작은 체구로 처음에는 저평가되었으나, 종마로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의 손자 매첨(Matchem, 1748)은 1771-1786년 16년 연속 챔피언 종마를 차지했습니다. 맨오워, 워어드미럴, 시비스킷이 그의 후손입니다.


좌부터: 바이얼리 터크, 달리 아라비안, 고돌핀 아라비안


서러브레드는 56-72km/h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2008년 위닝 브루가 세운 70.76km/h가 최고 기록입니다. 세크리테리엇은 1973년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31 마신 차로 우승하며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이처럼 극단적인 속도 추구는 말이 감당하기 힘든 골격계 부담을 낳아 잦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Chapter 24. 유럽의 명마들: 전쟁터에서 마차까지

안달루시아마(Andalusian Horse): 유럽 왕실의 말

스페인 남부 선사시대 20,000-30,000년 전 동굴 벽화에서 조상을 찾을 수 있으며, 15세기부터 독립 품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567년 펠리페 2세가 '푸라 라사 에스파뇰라(PRE)' 육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와 우수에 찬 눈빛, 온순한 성격과 높은 지능으로 "유럽의 왕실 말"로 불리며 대륙 전역의 귀족과 왕이 타고 외교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1580년 카를 2세 대공이 안달루시아마 9마리 종마와 24마리 암말을 슬로베니아 리피차로 가져가 리피차너(Lipizzan) 품종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185,000마리 이상 등록되어 있으며, 체고 15-15.5 핸드, 80%가 회색이며 머리가 좋아서 현대에는 마장마술, 투우, 승마,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합니다.


프리지안마(Friesian horse): 중세 기사의 파트너

네덜란드 프리슬란트 지방 원산으로 4세기 AD부터 기록이 있습니다. 윌리엄 정복왕이 탄 말도 프리지안 타입으로 추정됩니다. 20세기 초 종마 단 3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1913년 보호 협회가 설립되어 구출되었습니다. 현재 60,000마리 이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오직 흑색만 허용되며, 긴 갈기와 꼬리, 다리의 깃털 같은 털이 특징입니다. 영화 산업의 총아로 「왕좌의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멸종 위기에서 할리우드 스타로 변신한 셈입니다.

잘생긴 건 알겠는데 말 주제에 인도영화 주인공처럼 너무 느끼한 거 아니냐


클라이즈데일(Clydesdale horse): 버드와이저의 얼굴, 말계의 갸루상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강 유역에서 17세기말 발전했습니다. 1806년 태어난 램피츠 메어(Lampits Mare)가 기초 암말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클라이즈데일이 이 말의 후손입니다. 체고 16-18 핸드(163-183cm), 체중 725-1,000kg의 대형 품종입니다. 발굽 하나가 프라이팬 크기에 무게 약 2.3kg에 달합니다.


1933년 4월 7일 금주법 폐지를 기념하여 버드와이저가 클라이즈데일을 마스코트로 도입했습니다. 현재 회사가 200마리 이상 보유하며, 마차용 말은 18 핸드 이상(183cm), 816-1,043kg, 밤색 코트, 4개의 흰 양말, 흰 얼굴 줄무늬, 검은 갈기/꼬리가 필수 조건입니다. 1986년부터 슈퍼볼 광고의 단골입니다.


페르슈롱(Percheron): 프랑스의 만능 말

프랑스 노르망디 페르슈 지방에서 발전했으며, 732년 투르-푸아티에 전투 후 무어인의 바브 기병 종마가 토착 암말과 교배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1823년 태어난 장 르 블랑(Jean le Blanc)이 기초 종마로, 모든 현대 페르슈롱이 이 말의 혈통입니다. 체고 15-19 핸드, 체중 500-1,200kg으로 크기 변이가 큽니다. 다리에 깃털 장식이 거의 없어 클라이즈데일과 구별됩니다. 1930년대 미국 중량마의 70%가 페르슈롱이었으며, 디즈니랜드 퍼레이드 마차를 끄는 말로 유명합니다.


리피차너(Lipizzer horse): 나는 어둠에서 태어나 빛이 되리라!

1572년 비엔나에 설립된 스페인 승마학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 승마 학교입니다. 리피차너는 밤색, 검은색, 쥐색 등 어두운 색으로 태어나 6-10년에 걸쳐 점차 하얗게 변합니다. 유전적으로는 회색(grey)이며, 회색 유전자가 시간에 따라 색소를 감소시킵니다. 드물게 성체까지 밤색을 유지하는 개체가 있으며, 스페인 승마학교는 전통적으로 "행운을 위해" 최소 한 마리의 밤색 종마를 유지합니다.


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은 리피차너 번식 암말들을 체코슬로바키아 호스타우로 이전시켜 '아리아 말'을 만들려 했습니다. 소련군이 접근하자 독일 수의관들이 미군 2기병단에 연락했고, 올림픽 승마 선수 출신 조지 S. 패튼 장군이 구출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1945년 4월 28일 '카우보이 작전'으로 1,200마리의 말(리피차너 375마리 포함)이 구출되어 35마일 넘게 독일로 이동했습니다. 이는 미군과 독일군이 무장친위대(Waffen-SS)에 맞서 함께 싸운 단 두 번의 사례 중 하나입니다. 1963년 디즈니 영화 「흰 종마들의 기적」이 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샤이어(Shire): 슈퍼 헤비급 챔피언

영국 중부 지방(The Shires)에서 유래한 이 품종은 '말 세계의 거인'으로 통합니다. 중세 기사들이 무거운 갑옷을 입고 탔던 '그레이트 호스(Great Horse)'의 직계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멸종 위기까지 갔으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보존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압도적인 풍채 덕분에 승마용보다는 전시 및 퍼레이드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1878년 영국 샤이어 호스 협회가 설립되었으며, 1760년대에 태어난 '패킹턴 블라인드 호스(Packington Blind Horse)'가 현대 샤이어 종의 기초 종마로 간주됩니다. 산업 혁명기에는 농경뿐만 아니라 운하의 배를 끌거나 맥주 마차를 끄는 등 영국 경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체고는 평균 17-18 핸드(173-183cm)이나, 19 핸드(193cm)를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무게는 보통 850-1,100kg에 달하며, 역사상 가장 컸던 '샘슨(Sampson)'이라는 샤이어는 체고 21.2 핸드(215cm), 체중 1,524kg을 기록했습니다.


클라이즈데일처럼 발목에 풍성하고 긴 털(Feathering)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모색은 주로 검은색, 갈색, 회색이 많습니다. 현재도 영국의 몇몇 전통 양조장들은 기계 대신 샤이어가 끄는 마차로 맥주를 배달하며 전통을 홍보합니다.


좌상으로부터 시계방향: 안달루시아, 프리지안, 클라이즈데일, 페르슈롱, 리피차너 1,2, 샤이어 1,2



Chapter 25. 아메리카의 말들: 스페인 정복자의 후예

무스탕(Mustang): 야생마가 된 정복자의 말

말은 아메리카에서 약 10,000년 전 멸종했다가, 1493년 콜럼버스의 2차 항해 때 돌아왔습니다. 1680년 푸에블로 반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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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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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2026.01.20

어릴적 도서관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보듯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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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1.21

저도 엄청 좋아했었죠. 하지만 친구네 집에서만 볼 수 있을 뿐 아버지는 사주지 않으셨지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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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aloo
2026.01.20

앟ㅎㅎ.....글 읽다가 로긴시간 놓쳐서 지각했어요. 아웅.......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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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작성자
2026.01.21

로긴 시간을 놓치시다니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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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2026.01.20

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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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말의 해에 살펴본 6천만 년 말(馬)의 역사 서론: 붉은말의 해, 운명의 동반자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바로 '붉은말의 해'입니다. 60년 주기로 돌아오는 이 해는 천간의 '병(丙)'이 불과 붉은색을 상징하고, 지지의 '오(午)'가 말을 뜻하니, 두 화(火) 기운이 만나 열정과 도전, 변화의 에너지가 극대화되는 해라 합니다. 직전 병오년이 1966년이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붉은말의 질주인 셈입니다. 덕왕에게 있어 '말'이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옛날 대륙을 호령하며 각지의 군웅들과 자웅을 겨루던 시절부터, 여포의 적토마 전설을 듣고 가슴이 뛰었던 기억과, 이세계 환생 후 비디오 가게에서 제목이 심상치 않은 영화들을 발견하고(애X부인, 차탈래 말탈래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차X래 부인 등)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던 사춘기의 기억, 그리고 대학 시절 친구가 "짜릿한 게 있다"며 데려간 과천 경마공원에서 눈이 새빨개진 아저씨들을 보며 "여긴 사람이 올 곳이 아니구나"를 직감했던 순간까지. 말은 제 인생 곳곳에서 묘한 존재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하지만 인류 문명사에서 말은 단순히 가축도 유흥의 대상만도 아니었습니다. 역사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마다 그들의 힘찬 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변화를 가속시켰습니다.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비록 지금은 우리 곁에서 멀어졌지만 오랫동안 함께했고 앞으로도 가슴속에 남아 있을 동반자인 말의 6천만 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1부: 말의 기원, 문명의 새벽을 열다 Chapter 01. 토끼만 한 크기에서 시작된 6천만 년의 진화 이야기는 약 5,500만 년 전, 북미 대륙의 울창한 숲 속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 살았던 '에오히푸스(Eohippus)'는 오늘날 모든 말의 시조로 여겨지지만, 그 모습은 상상과 전혀 다릅니다. 어깨 높이가 고작 35cm에 불과해 토끼보다 조금 큰 정도였고, 발가락은 앞발에 4개, 뒷발에 3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이 작은 동물의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숲이 점차 초원으로 변해가자, 에오히푸스의 후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질기고 거친 풀을 뜯어먹기 위해 어금니가 발달했고, 탁 트인 초원에서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 몸집은 점점 커졌습니다. 이 과정은 결코 하나의 목표를 향한 직선적인 길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나뭇가지처럼 수많은 종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그 치열한 생존 경쟁의 끝에서 오직 하나의 속(屬), '에쿠스(Equus)'만이 살아남아 현존하는 모든 말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Chapter 02. 왜 말의 발가락은 하나만 남았을까? 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단한 단일 발굽입니다. 여러 개였던 발가락이 왜 하나만 남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가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포식자 회피설'입니다. 훤히 트인 초원에서는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쉬웠고, 여러 개의 발가락보다 단단하고 넓은 단일 발굽이 땅을 박차고 더 빨리 달리는 데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속도를 선택한 결과라는 해석입니다. 두 번째는 '먹이 탐색설'입니다. 약 1,200만 년 전부터 지구가 급격히 추워지자 초원의 풀이 귀해졌고, 말은 먹이를 찾아 더 멀리, 더 오랫동안 걸어야 했습니다. 이 가설은 말이 단거리 질주보다는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즉 지구력에 유리한 구조로 진화하면서 발가락이 하나로 합쳐졌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롭게도 말의 다리에는 '스테이 아퍼라투스(stay apparatus)'라는 특수한 장치가 있습니다. 힘줄과 인대가 뼈를 단단히 고정해 최소한의 에너지로도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는데, 이 덕분에 말은 서서도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포식자로부터 즉시 도망칠 수 있도록 진화한 생존의 비밀입니다. 말은 누워서 자면 불안한 동물인 셈입니다. 이번 CES 2026에서 하루 종일 게임하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 귀찮은 듯 나와 기지개를 켠 후 찬장과 냉장고를 뒤지며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는 시원하게 맥주 한 캔을 따며 야무지게 저녁식사를 사수하는 백수 아들의 행동패턴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은 아틀라스(Atlas) 로봇을 만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도 스테이 아퍼라투스 구조를 재현한 것입니다. CES 2026에서 백수 아들의 기가 막힌 움직임을 재현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아차! 여기서는 동영상이 재생 안되려나...) 스테이 아퍼라투스(stay apparatus) 구조와 기계적으로 재현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Spot) 그러고 보니 직장인들도 앉아서 잘 수 있는 정신적 스테이 아퍼라투스가 있군요. Chapter 03. 777만 종 중 단 20여 종: 가축화라는 기적 지구상에는 약 777만 종의 동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중 인류가 성공적으로 가축화한 동물은 개, 말, 소, 양, 염소, 돼지, 닭, 오리, 거위, 낙타, 라마, 알파카, 물소, 꿀벌, 누에 등 고작 20여 종에 불과합니다. 0.0003%도 안 되는 확률입니다. 왜 이렇게 적을까요? 가축화에 성공하려면 까다로운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난폭하지 않은 성격, 인간의 통제를 받아들이는 사회성, 좁은 우리에서도 번식할 수 있는 적응력, 그리고 무엇보다 까다롭지 않은 식성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의 얼룩말은 말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성격이 극도로 난폭하고 예측 불가능해서 수천 년간 길들이기 시도가 모두 실패했습니다. 코끼리는 길들일 수 있지만 번식 주기가 너무 길어 진정한 가축화가 불가능했습니다. 약 5,500년 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북부의 보타이(Botai) 문화에서 말의 가축화가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주로 식용 고기나 유제품을 얻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으며, 이동 수단으로는 퍼지지 않았고 그 당시의 말은 우리가 아는 현대의 그것과도 달랐습니다. 그러다가 약 4,200년 전 현재의 러시아 서남부의 돈(Don) 강과 볼가(Volga) 강 유역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해당하는 유라시아 초원과 삼림의 접경지대에서 처음으로 말을 길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포유류 중 말이 가축화에 성공한 데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까다롭지 않은 식성입니다. 말은 영양가가 낮은 풀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었고, 심지어 얼어붙은 땅을 발굽으로 파헤쳐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유목민 입장에서 이보다 편한 가축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저기 옮겨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크는, 이른바 '방목 친화형' 동물이었던 것입니다. 둘째, 뛰어난 사회성입니다. 말은 지배와 복종의 위계질서를 이해하는 사회적 동물이었기에 인간의 통제를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해부학적 '우연'이었습니다. 말의 입에는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재갈을 물리기에 완벽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틈이 없었다면 인류가 말을 통제하고 그 엄청난 힘을 빌리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재갈 덕분에 말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20여 종의 가축 중에서도 말은 이동, 전쟁, 농경, 식용, 가죽까지 다목적으로 활용된 거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Chapter 04. 길들여진다는 것: 말에게도 러키비키? 인간의 입장에서 가축화는 정복과 지배였지만, 말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이는 종(種)의 번성을 위한 탁월한 '공진화(co-evolution)' 전략이었습니다. 과거 기후 변화가 말을 신체적으로 진화하도록 압박했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은 가축화라는 '행동적' 진화를 통한 생존을 유리하게 만드는 새로운 환경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말처럼 체구가 큰 포유류는 번식이 느리고 임신 기간이 길어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멸종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북미 대륙의 말들이 멸종한 것처럼, 인류와의 공생 관계가 아니었다면 말이라는 종 자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개체와 종의 번성은 항상 같지는 않은데, 이는 이는 닭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체 하나하나는 좁은 공간에서 고통받지만, 닭이라는 종 전체를 놓고 보면 인류 덕분에 역사상 가장번성하고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개체의 고통과 종의 번영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길들여짐'은 말이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생존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제2부: 말, 문명의 엔진이 되다 Chapter 05. 속도 혁명: '마력'이라는 개념의 탄생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 '마력(Horsepower)'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이 개념은 18세기 산업혁명의 아이콘, 제임스 와트가 만든 기가 막힌 '마케팅' 용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량한 증기기관을 탄광과 양조장의 말 대신 팔기 위해, 기계의 힘을 고객들이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 몇 마리의 힘'으로 환산했습니다. 와트가 1마력을 '높게' 정의한 치밀한 상업적 이유 제임스 와트는 맥주 양조장에서 일하는 말 한 마리가 1분에 33,000파운드·피트(ft·lbf/min)의 일을 한다는 계산을 통해 '1마력'을 정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와트가 이 1마력의 기준을 실제 말의 평균적인 능력보다 약 50%나 더 부풀려 설정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말이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은 약 0.7마력 정도이며, 단시간 최대 출력도 약 14.9마력에 불과합니다. 와트가 이처럼 '1마력'의 기준을 실제 말의 능력보다 부풀린 이유는 증기기관이 말보다 힘이 약하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을 원천 차단하고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름의 치밀한 마케팅전략이었던 셈이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와트가 고객에게 "이 증기기관은 10마력의 힘을 냅니다"라고 말하며 제품을 팔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1마력의 기준 자체가 실제 말보다 훨씬 높게 잡혀 있다 보니, 이 기계는 실제 현장에서 말 10마리가 아니라 약 15마리가 붙어야 할 일을 거뜬히 해냅니다. 이를 지켜본 사업가는 "말 10마리 힘이라며? 그런데 15마리보다 힘이 세네? 와 대박! 오! 개꿀. 김 부장, 추가 구매 건 진행시켜!"라며 제품의 성능에 크게 만족하고 깊은 신뢰를 갖게 되겠지요. 결국 와트는 성능 수치를 부풀리는 대신 '단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높임으로써,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언더프로미스(Under-promise, 약속은 보수적으로)'와 '오버딜리버(Over-deliver, 결과는 초과적으로)' 전략 덕분에 증기기관은 기존의 말을 빠르게 대체하며 산업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이 매력적인 단위는 훗날 21세기의 전기차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와트의 이 전략은 비단 산업혁명 시대에서 통했던 것만이 아닌 현대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에도 적용됩니다. 언더프로미스, 오버딜리버 전략의 정수, 대한민국 방위산업 우리나라 방위사업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른바 '뻥스펙의 반대말' 혹은 '겸손한 사기캐'로 유명합니다. 주로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거나(정치적 이유), 기술적 불확실성을 대비해 보수적으로 발표했다가, 실전 배치 때는 "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수준의 괴력을 보여주는 한국 무기들의 흥미로운 사례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현무(Hyunmoo) 미사일 시리즈: "평범한 로켓이라니까요?" 대한민국 '언더프로미스'의 정점입니다. 과거 한미 미사일 지침에 묶여 있을 때, 우리나라는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아주 조심스럽게 발표해야 했습니다. 공식 발표(Under-promise): "이것은 사거리 300km 정도의 평범한 방어용 미사일입니다. 탄두도 그냥 평범하게 500kg 정도 실으려고요." 실제 성능(Over-deliver):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무-5를 공개했는데, 탄두 중량이 무려 8~9톤까지 가능합니다. 이는 전 세계 탄두 중량 중 압도적 1위로, 핵무기가 없는 나라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핵무기에 가까운 위력'을 가진 괴물 미사일입니다. 주변국: "야, 탄두가 9톤이면 그건 미사일이 아니라 떨어지는 운석 아니냐?" 한국: "아, 계산을(매우 보수적으로) 해보니 그 정도는 아닙니다. 형님들은 더 무서운 무기들도 많은데 무얼 그리 무서워하십니까? 저희는 그저 작은 걸 하나 만들었을 뿐입니다." 2. K9 자주포: "가성비 좋은 포 사세요."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K9은 처음엔 그저 '가성비' 자주포 정도로만 홍보되었습니다. 공식 발표(Under-promise): "분당 6발 정도 쏠 수 있고, 사거리도 40km 정도인 착한 가격, 착한 성능의 중저가 자주포입니다." 실제 성능(Over-deliver): 분당 6발 발사는 기본, 급속 사격 시 15초 이내에 3발을 꽂아 넣는 급속 사격(Burst Rate)은 물론, 한 대의 자주포가 각도를 조절해 동시에 여러 발을 한 지점에 떨어뜨리는 TOT 사격 능력이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최근 폴란드 등에 수출된 버전은 자동화 시스템이 더해져 거의 '강철의 비'를 내리는 수준으로 진화했고, 2027년에는 완전 자동 장전 시스템으로 분당 9발까지 퍼붓는 괴물로 바뀝니다. 주변국: "헬로, 코리아. 우리 몇 대만 샀는데 왜 포병 부대 전체가 쏜 것 같은 화력이 나오는 거죠? 제품 잘못 보냈나요?" 한국: "대한민국은 '빨리빨리' 민족이라 짜장면도 조금만 늦으면 오토바이 시동 걸기 전에 환불 전화부터 받습니다. 혹시라도 화력이 부족하시면 급속 사격 모드를..." 3.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 "왕뚜껑이야? 디젤 잠수함이 왜 뚜껑을 열어?" 보통 디젤 잠수함은 어뢰를 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3,000톤급 잠수함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공식 발표(Under-promise): "우리가 처음으로 독자 설계한 3,000톤급 잠수함입니다. 조용하고 잘 내려가는 게 그저 소박한 목표랍니다." 실제 성능(Over-deliver): 런칭 행사 때 갑자기 서해바다 밑에서 미사일(SLBM: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보통 SLBM은 거대한 원자력 잠수함의 전유물입니다. 더구나 하나도 아닌 6개의 VLS(수직발사대)를 탑재한 것입니다. 주변국: "디젤 잠수함에서 SLBM을 쐈다고?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거였어?" 한국: "아, 형님들. 잘 정리해 봤더니 이게 되더라고요. 시험 삼아 쏴 봤는데 운 좋게 되네요?" 4. KF-21 보라매: "4.5세대일 뿐이라니까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아주 겸손하게 '4.5세대 전투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공식 발표(Under-promise): "아직 스텔스 기술이 부족하고 내부 무장창도 없는 겨우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님들." 실제 성능(Over-deliver): 막상 시제기가 나오고 테스트를 해보니, 기체 형상 자체가 웬만한 5세대 스텔스기 뺨치게 매끄럽습니다. 기존 4.5세대 기종 중 최고 수준인 라팔을 씹어 먹고 심지어 레이더 반사 면적(RCS)은 F-16보다 훨씬 작고 F-35에 근접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산기가 나오기도 전에 스텔스 도료와 내부 무장창 설계까지 끝났고, 5세대 기체 전용 접합구조 설계도 끝났으며 6세대 전투기의 필수조건인 무인기까지 개발 중입니다.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돈다발을 들고 찾아와 같이 개발하자고 합니다. 나중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내부 무장창만 달면 바로 5세대 스텔스기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주변국: "야! 너네 그거 4.5세대 아니지? 스텔스기 아냐?" 한국: "에헤이, 무슨 말씀을. 밖에 미사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거 보셨잖아요? 4.5세대랍니다. 5세대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형님들." 5. 누리호(KSLV-II): "에헤이, 과학용이라니까요?" 누리호는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입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언더프로미스' 뒤에 무시무시한 '오버딜리버' 잠재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공식 발표(Under-promise): "순수한 과학용 로켓발사에 겨우 세 번째 시도 만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자력으로 1.5톤급 실용 위성을 저궤도(700km)에 올려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실제 성능(Over-deliver): 로켓 공학에서 '우주 발사체'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기술은 곧 탄두를 지구 반대편으로 정확히 떨어뜨리는 기술과 90% 이상 일치합니다. 누리호의 75톤급 엔진 4개를 묶은 1단 추진력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여기에 위성 대신 '무거운 무언가'를 싣고 궤도를 조정하면, 그것은 그대로 사거리 1만 km 이상의 ICBM이 됩니다. 즉, 평화로운 우주 탐사를 위해 만든 엔진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디든 닿을 수 있는 거대한 운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2차 발사 때 다중 위성 발사의 성공 노하우는 다탄두 기술로 즉시 응용될 수 있습니다. 주변국 1: "야, 너네 방금 1톤 넘는 위성 쐈지? 그 정도 무게면 탄두로 바꿨을 때 위력이..." 한국: "어이구 형님.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저희는 그저 '스페이스 클럽' 막내로 가입한 게 기쁠 뿐입니다. 작은 나라가 언감생심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주변국 2: "야, 너네 로켓 왜 그리 높이 올라가는데? 그리고 왜 자꾸 페어링(로켓 덮개) 분리 기술에 집착해? 왜 자꾸 무게를 늘려?" 한국: "아이고 형님들, 우리나라는 나라 작고 돈 없어서 꽉꽉 눌러 담아야 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서 포장 좀 잘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버전인 차세대 발사체는 10톤까지..." 왜 이런 전략을 쓸까요? 지정학적 눈치: 너무 강력한 무기를 만든다고 광고하면 주변 강대국(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견제가 들어옵니다. "우린 그냥 과학연구용으로 작고 허접한 거 만들어요~" 하면서 실속을 챙기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공개한 무기 스펙을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겠어?"가 아니라 "그 정도뿐이겠어?"라서입니다. 리스크 관리: 무기 개발은 변수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최고!"라고 했다가 실패하면 타격이 크니, 일단 낮게 잡고 결과를 좋게 내서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오버프로미스, 언더딜리버 전략을 구사하여 무기를 수입한 나라의 뒤통수를 때리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옆나라 중국입니다. 좌상으로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현무 5, K-9 자주포, 도산안창호함, KF-21, 누리호 4호 Chapter 06. 말이 없던 대륙, 말이 있던 대륙 말의 존재 유무는 문명 발전에 얼마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아메리카 문명의 발전이 유라시아보다 뒤처진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말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약 9,0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말이 멸종하면서, 이곳의 문명은 바퀴 달린 운송 수단이나 강력한 기동력을 가진 군사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았습니다. 잉카 제국은 4만 km의 도로를 깔고도 수레 하나 굴리지 못했습니다. 수천 년 후, 유럽인들이 배에 말을 싣고 다시 아메리카 대륙에 나타났을 때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1532년 피사로가 168명의 병력으로 8만 잉카 대군을 격파했을...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6.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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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말이 온다 (上)

누가 내 치즈를 훔쳤을까

1,340만 원짜리 영수증이 보여준 도덕 불감증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글을 조금 특별한 이유로 블로그에만 남깁니다. (원래는 회사 게시판과 블로그에 동시에 남깁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시판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자마자 삭제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주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는 결코 건강한 현상이 아닙니다.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제가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블로그에 남깁니다. 오래도록 기록으로 남겨, 함께 생각하며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리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의 몰락을 바라거나 비난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이런 사안을 계기로 더 건강하고 투명한 조직으로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씁니다. 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건을 공론화시킨 당사자에 대해서도 심리학과 프로파일링에 근거하여 평가하되, 그 목적이 인격적 비난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법인카드 사건에 대해 해당 기업이 "이상 없음"이라고 결론 내린 것을 보면서,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 네 글자가 담기에는 너무나 깊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 그리고 우리 기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Chapter 01. 평범한 블로거의 일상 공유 2025년 12월, '고덕곤듀'라는 닉네임의 블로거가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공유한 것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명품 주류 사진, 브랜드 제품 인증샷, 맛집 후기, 여행 사진들. 전형적인 MZ세대 직장인의 SNS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아무렇지 않게,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영수증이 올라왔습니다. 총 1,340만 원 상당의 골프용품과 의류 구매 내역. 그리고 거기에 적힌 한 줄 문장. "이 날 회사 임원들은 프로샵에 가셔서 옷도 사고 모자도 몰래 사셨던데… 부들부들! 왜 돈도 많이들 버시면서 여기서 이런 거 사시냐고요!!! 비용처리 해야 하는데.” 임원들이 몰래 골프채랑 골프의류를 사고 비용처리 담당에게 짬시킨 1,340만 원짜리 영수증 짧지만 정말 많은 것을 말해주는 한 줄이었습니다.  물건을 산 임원은 한 명이 아니었고, 옳지 않은 일인 줄 알면서도 몰래 샀으며, 월급이 많은데도 법인 카드를 쓰며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비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비용처리의 어려움만을 토로한, 그야말로 한국 기업들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그 대기업은 당시에 비용절감을 선언한 비상경영 상태였기에 이 사건은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고덕곤듀. 그녀는 정의로운 내부고발자가 아니었습니다. 도덕적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자신이 소속된 세계를, SNS에 공유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명품 술 사진을 올리듯, 브랜드 가방을 인증하듯, 그저 "이것도 내 일상의 일부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이, 그 무심함이, 이 사건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Chapter 02. 고덕곤듀는 누구인가: 프로파일링을 통한 추정 닉네임 '고덕곤듀'에서 '고덕'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일상 사진들과 지역 맛집 후기들을 종합하면, 이 인물은 고덕동에 거주하면서 경기도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 보입니다. 공개된 영수증의 내용을 분석하면 더 구체적인 추정이 가능합니다. 영수증에는 특정 사업부 임원들의 경비 처리 내역이 담겨 있었고, 경비 처리의 어려움을 호소한 표현은 경비 처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오랜 노하우를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고덕곤듀는 국내 유명 대기업의 어느 사업부에서 비서 또는 경리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해 왔던 직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여러 정황상 그녀가 소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부는 해당 기업 내에서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적자 사업부였으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블로그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제법 명확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특권적 공간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제품, 고급 레스토랑과 최고급 골프 클럽, 그리고 임원들의 법인카드 영수증. 이 모든 것이 "나는 이런 세계에 속해 있어"라는 무의식적 자랑의 연장선입니다.  이런 왜곡된 의식은 고급 백화점이나 명품 매장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특히 특권 집단 근처에서 주변인으로 일한다는 것이 특권층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며, 하물며 특권층이 지도층과 동의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 그녀 또한 잘 구별하지 못한 면이 엿보입니다.  그녀는 아마 지극히 잘 먹고, 돈 벌고 잘 쓰고, 적당히 과시하고, 적당히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은근한 자랑을 즐기는 선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자신이 너무나 많은 것을 ‘파묘’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Chapter 03. "비용처리해야 하는데!" 아홉 글자가 증명하는 것 "비용처리해야 하는데" 이 아홉 글자가 이 사건의 성격을 증명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앞서 추정했듯 고덕곤듀는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은 아닙니다. 회사의 부정을 고발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특권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과시하고, 자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난감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첫째, 경비 처리를 하는 당사자조차 이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비용처리”의 어려움은 회계적 기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골프용품과 의류를 법인카드로 구매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받고, 경비 시스템에 입력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난감해했을까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레온 페스팅거 교수가 1957년 제안한 인지부조화 이론이 답을 줍니다. 개인이 자신의 행동과 신념 사이의 모순을 경험할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덕곤듀는 경비 처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모순이 그녀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주었고, 그것이 난감함의 표현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특권을 과시하는 사람조차 인지하는 도덕적 불편함. 이것이 바로 이 행위가 명백히 부적절하다는 첫 번째 증거입니다. 둘째,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인 사건이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것이 일회성이거나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였다면 고덕곤듀는 감히 이 것을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블로그에 올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배운 업무 규정과 다르기에 분명히 심각함을 인식했을 것이며 적어도 상관의 의견을 묻기라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의 흔적은 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귀찮아했던 담당자의 반응을 통해 법인 카드의 부적절한 사용이 이번 한 번이 아니었을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조직심리학자 에드가 샤인의 조직문화 이론에 따르면, 반복적인 행위는 조직문화로 정착됩니다. 한 번의 일탈은 실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탈은 시스템의 문제이고, 문화의 문제입니다. 즉 고덕곤듀의 불평은 이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매번 경비 처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 그것이 누적되어 무의식적으로 SNS에 표출된 것입니다. 셋째, 처리하는 당사자가 "어렵다"라고 느낄 정도면, 이것은 명백히 정상적인 경비 처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도덕적 고통이 있습니다. 미국 간호윤리학자 앤드루 제임슨이 1984년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개인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제도적 장벽 때문에 그 행동을 실행할 수 없을 때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을 의미합니다. 고덕곤듀는 이것이 올바른 경비 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서라는 직책상 임원에게 "이 경비가 문제 있지 않나요?"라고 묻는 것은 커리어 자살 행위입니다.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가 1970년 저서 '억압받는 자의 교육학'에서 말한 '지배-억압-침묵의 문화'가 작동한 것입니다. 그녀는 매일 부정행위를 인지하면서도 침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억압된 불편함이, 자신도 모르게, "난감하다는"라는 표현이 자신이 ‘안전함이 보장되는 블로그’로 새어 나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고덕곤듀의 심리 상태가 곧 이 사건의 성격을 증언합니다. 정의감이 투철하지 않은 사람, 오히려 특권 집단에 속해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조차 "어렵다"라고 느꼈다면, 그것은 객관적으로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만약 이것이 정상적인 업무 경비였다면, 임원들이 몰래 물건을 살 일도, 비용 처리 담당자가 난감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출장비를 처리할 때, 회의비를 처리할 때, 접대비를 처리할 때 "어렵습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상적인 업무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골프용품과 의류를 법인카드로 구매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특권을 과시하는 사람조차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명백히 당시의 상황은 비정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했지만 지혜롭지 못한 처신으로 타의에 의해 내부고발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Chapter 04. 비상경영의 역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의 무게 이 사건이 터진 시점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정황상 고덕곤듀가 소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의 사업부는 해당 기업 내에서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부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적자로 인해 혹독한 비용 절감과 예산 삭감이 단행되고,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 사내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사업부에서는 비상 경영 체제 하에서 경영현황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영진은 위기를 강조했습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분발해 달라." 직원들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정말로 회사가 위기구나.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겠구나. 경각심을 가져야겠구나. 그런데 바로 그 시기에, 같은 회사의, 그것도 비상경영을 외친 그 사업부의 임원들이 회사 돈으로 1,340만 원짜리 골프용품과 의류를 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직원들에게 했던 말의 무게를 생각해 봅시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은 '함께'라는 전제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희생한다는 전제. 경영진도, 임원도, 일반 직원도 모두 같은 고통을 나눈다는 大전제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의 속뜻이 사실 “너희들만은”이었다면? 너희들만은 경각심을 갖고 허리띠를 졸라매라. 임원들은 안 그래도 된다면? 이것은 배신입니다. 고덕곤듀의 ‘비자발적 내부고발’로 인해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끊어지고 사업부의 조직력이 무너지기 위한 완벽한 조건을 ‘순식간에’ 갖추었습니다.  Chapter 05. 직원들의 눈에 비친 현실 직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아, 비상경영은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거였구나." 출장 갈 때 이코노미석 뒷자리에 앉으면서도 회사를 위해 감수했던 직원. 일이 많아서 하기 싫은 야근을 했는데 정작 소명해야 했던 직원. 안 그래도 낮은 재료비를 극한까지 쥐어짜며 스트레스에 지친 직원. 그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경영진의 '함께'에는 우리가 포함되지 않았구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조직에서 불공정을 인지한 직원들의 반응은 단계적으로 나타납니다. 1단계는 충격과 배신감입니다. 2단계는 냉소주의 발달입니다. 3단계는 조직 몰입도의 급격한 하락입니다. 4단계는 소극적 저항, 즉 일을 최소한만 하는 것입니다. 5단계는 적극적 저항, 즉 이직 준비입니다. 이 사업부의 직원들은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요?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분발하라"는 말을 들었던 바로 그 직원들이, 임원들의 법인카드 유용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심리적 충격은 어땠을까요? "우리가 출장 비행기 좌석을 다운그레이드당하는 동안, 그들은 최고급 골프장 의자에 앉아 골프 의류를 고르고 있었구나.", "우리가 1000원짜리 음료수 하나를 사 마시는 동안 그들은 한 번에 1,340만 원을 썼구나.", "우리가 얼마 안 되는 야근비를 받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해야 했을 때, 그들은 어떤 거리낌도 없이 몰래 긁은 비용을 담당자에게 던지고 갔구나.” 이것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물리적인 1,340만 원보다 훨씬 큰 손실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합니다. 또한 직원들의 신뢰, 사기, 충성심, 몰입도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의 많은 것들이 무너집니다. 그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가장 먼저 떠날 것입니다. 능력 있고, 선택권이 있고, 도덕적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직을 준비합니다. 남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 불공정에 둔감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만이 남는 회사에게 미래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Chapter 06. 고덕곤듀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몰랐습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고덕곤듀는 자신이 무엇을 벌였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녀는 정의를 실현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그저 명품 술 사진을 올리듯, 브랜드 가방을 인증하듯, "오늘도 일 끝~"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영수증을 올렸을 뿐입니다. 아마도 그녀의 생각은 이랬을 것입니다. "내가 이런 일도 하고 있어. 임원들 경비 처리도 내가 다 담당하지. 좀 피곤하긴 하지만 나니깐~" MIT 미디어랩의 셰리 터클 교수가 2011년 저서 '외로운 군중'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인들은 실제 대면 관계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생각을 SNS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분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덕곤듀에게 이것은 그저 일상의 일부였고, 자신의 직무를 은근히 과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시물이 올라간 후,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되었습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회수. 쏟아지는 댓글들. 회사 게시판의 혼란. 노조의 공식 움직임. 언론의 관심. 아마도 그 순간, 고덕곤듀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내가 한 일의 무게"를 뒤늦게 인식하면서, "아, 내가 회사를 고발한 거구나"라는 인식이 찾아왔을 것입니다. ...

2025년 총 수련 보고서

며칠 전 지식한스푼 결산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글쓰기에 바탕이 되었던 독서 및 기타 사항들에 대한 총결산을 올립니다. 지난번 글이 여러분께 보내는 감사의 의미라면 이번 시간은 저의 고백 혹은 성찰이 되겠네요.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저는 올 한 해 정말 많은 신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 해에 이렇게 삶과 죽음에 가까운 많은 변화를 겪어본 적이 없었을 만큼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정말 진하게 탄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행복했고 감사할 일이 많은 적도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제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어두운 터널로 밀어 넣어졌을 때엔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할까봐 두려웠지만,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천천히 돌아본 후 마침내 이 모든 것이 소명을 찾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 후부터 참 많이 변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블로그를 오픈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고, AI의 문외한이었던 제가 자격증을 따고 8가지 AI 프로그램을 유료 구독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모습은 작년 이맘때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적당한(?) 충격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한 해의 기록을 남깁니다. 1. 독서 현황 총 44권             전년 대비 10% 부족 (2024년 56권) 2022년 이래 평균 50권 이상 유지했으나 2025년 블로그 오픈에 따른 글 작성으로 인해 절대 시간 부족 '양'은 줄었으나 오히려 굉장히 집중하며 시간 대비 효율적인 독서 습관을 구축함 2. 블로그 오픈 6월 네이버 블로그 오픈             7월 브런치 스토리 오픈 및 작가 선정             네이버 블로그 기준 총 60개 아티클 작성 (지식 한 스푼 기준)             2025년 6월 네이버 블로그 오픈 2025년 8월 브런치 스토리 오픈 3. 외국어 공부 일본어 스터디 시작 (10월)             2026년 JLPT N5 획득 목표             4. AI 자격증 취득 프롬프트 엔지니어 1급 자격 취득 (10월)             5. 옵시디언 학습 3월부터 9월까지 패스트 캠퍼스 옵시디언 강좌 수강             12월 말 현재 2회 수강 중             400개 이상 노트 작성 완료             전체 노트 중 20% 블로그 글 소재로 활용             제텔카스텐 기반 메모 습관화 및 지식 자산화로 생산성 향상             mcp, rag 및 자동화 시스템으로 확장 中 (손발이 저리도록 어려움)             6. 앱 제작 파이썬 및 바이브 코딩 공부 (4월 ~ 10월)             백테스팅 및 포트폴리오 제안 앱 제작 (11월): 현재 알파 버전 수정 中             7. 작곡 및 퍼블리싱 SUNO AI로 작곡 시작 (11월)             기존에 써 놓았던 곡들을 AI로 편집하여 총 46곡 완성             네이버 블로그에 신규 카테고리 추가 및 5곡 공개 완료     ...
덕왕의 지식한스푼
202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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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결산

함께 걸어 온 885시간 이 글은 제가 회사 게시판에 올린 올해의 결산이자 감사인사로써, 밸리 식구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감안하고 봐주십시오. :-)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2025년 12월 23일 밤 11시, 마지막 글을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보니, 올 한 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주마등이 스친다"는 표현을 죽을 때나 쓴다고 하던데, 글쎄요, 저의 2025년은 그 표현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을 정도로 정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1년간 총 885시간을 들여 게시판에 59개의 글을 쓰고, 292,613회의 조회수, 7,377개의 공감, 그리고 1,960개의 소중한 댓글을 받았습니다. 885시간은 주중에는 두 시간씩, 주말에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거의 고3처럼 공부했던 저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산입니다. 아마 조금 더 넘을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어디 갔니? 내 주말?"을 외칠 정도로 10시간 이상 몰입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들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숫자 뒤에 계신 분들,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며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따끔한 조언으로 덕왕을 일으켜 세워주신 분들입니다. 그 이야기로 을사년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1월, 다시 시작이라는 이름의 설렘 2025년의 첫 글은 루디아드 키플링의 시 'If'였습니다. "만약 네가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이라는 구절은 덕왕의 한편에 좌우명처럼 새겨진 문구입니다. 그 시를 여러분과 나누며 한 해를 열고 싶었습니다. 새해 첫날의 다짐이란 대개 작심삼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그 시를 보면 의지가 샘솟았기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1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국지 인물열전이었습니다. 연초부터 40시간을 투자해서 쓴 글인데, 어떤 분이 댓글로 "40시간이면 회사에서 일주일 근무시간 아닌가요?"라고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건 회사 업무 시간 외에 따로 40시간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알고 계시겠지요. 정말 엄청나게 조사하고 글을 쓰고 또 다듬고, 각 인물들의 사진을 보정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엇이든물어보세요님께서 "요즘 나이가 든 건지 게임 속 NPC가 된 듯 씁쓸한 기분"이라며 남기신 댓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삼국지의 영웅들도 결국 누군가의 서사 속 NPC였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인생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내가 주인공도, NPC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댓글에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자가되고싶니님은 글을 쓸 때마다 "동오의 진정한 왕은 덕왕뿐"이라며 칭송해 주셨는데, 요즘은 보이지 않으시네요. 사라지신 건지, 닉변하신 건지 알 수 없군요. 2월, S&P500과 씨름하던 날들 2월에는 S&P500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자료 조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파헤치다 보니 1929년 대공황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제게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남녀칠세부동산님께서 "엄청난 정성에 제곱, 세제곱으로 비례하는 양질의 내용을 편하게 볼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하셨고, 인버스도국장이다님은 "이건 진짜 개추를 누를 수밖에 없다"라고 해주셨습니다. 그 댓글들을 보며 새벽까지 자료를 뒤지던 저의 수고가 보상받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만성피로를 얻었습니다) 2월 말에는 21세기 산업의 후추라고 불리는 희토류에 대해 열심히 썼습니다. 내심 좋은 반응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많은 공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만큼 지식으로 남았습니다. 봄, 그리고 침묵 3월의 기억은 강렬했습니다. 희토류 2편을 올리고 나서, 덕왕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저의 존재 가치는 부정당했고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저는 겨우 숨만 쉬며 목숨을 연명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둠에 빠진 시간이 길어질 때쯤 게시판에서 저를 찾아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딱딱한꿀고구마말랭이님. 정말 우연하게 본 글이었습니다. 그 호출이 없었다면, 덕왕은 아마 2025년을 여기서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방황하는 저의 이름을 불러주시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4월, This Time Is Not Different 4월 9일, 오랜 침묵을 깨고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This Time Is Not Different".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고구마말랭이님의 호출로 인해 쓰게 된 글은 시장도, 인생도, 결국 사이클이 있고 바닥이 있으면 반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그 글은 독자분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너진 저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면 부족한 글이지만 당시로서는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날 댓글창은 제가 예상하지 못한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블루베리요거트님과 맑음님의 위로, "러키비키!"를 외쳐주신 크라토스님, 리스너님, 버핏처럼님, 미국장을했어야하는데님. 워너비리치님은 "인생의 또 한 계단을 오르고 있는 덕왕을 응원한다.”라는 감동의 댓글을 주셨고, mumumu님은 복귀를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날 밤, 퇴근 후 방에서 조용히 울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랬답니다. 화면 너머의 글자들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이 당시 여러 책을 우연하게 읽었는데, 제가 예전 글에서 썼듯이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련은 소명을 찾는 여행이라며 저를 들어 올렸습니다. 마치 귀멸의 칼날 마지막에, 무잔에 의해 혈귀가 되려 하는 탄지로를 죽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This time is not different. 이 글의 제목처럼 어두웠던 시간들 역시 저를 정금같이 단련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일어났습니다. 그 글에는 이와 같은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글을 쓰며 저의 어둠은 끝났습니다. 5월과 6월, 다시 달리기 시작하다 기운을 차린 덕왕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5월에는 ‘식량자원'과 ‘아이스크림의 역사'에 대해 썼습니다. 어떻게출근까지사랑하겠어널사랑하는거지님(제발 닉네임을 어떻게 좀…)께서는 "덕왕과 같은 회사를 다녀서 쫄아들었던 자부심이 생겼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닉네임의 길이만큼이나 긴 감동이었습니다. 5월 말에는 ‘가장 행복했던 대통령, 호세 무히카’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대통령이라 불렸던 우루과이의 지도자. 구태원클라쓰님께서 "일생에 한 번쯤 그런 대통령을 만나 자녀와 후손을 위해 진심으로 투표하고 싶다"라고 하셨을 때, 가슴 가득한 애민정신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본좌의 가슴을 터치터치001하시다니, 제법이시군요) 6월에는 대선 이후 '확신의 함정, 우리 안의 괴물'을 썼습니다. 정치적인 글은 늘 조심스럽지만, 써야 할 때는 써야 합니다. 더 이상의 분열은 우리나라에 용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글에 단골이신 어떻게출근까지사랑하겠어널사랑하는거지님(제발 닉네임을…)께서는 "우리 아들에게 해줄 말이 생겼다"라고 덕왕을 흐뭇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찍먹부먹vs다먹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은 훗날 '생각을 멈춘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댓글 하나가 새로운 글의 씨앗이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소통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6월에는 COSTCO에 대한 분석글을 썼습니다. ...

크리스마스에 담긴 세계사

아이에게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크리스마스의 경제학"을 썼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평범했던 거리가 트리와 불빛의 옷을 입으며 들뜬 분위기를 향수처럼 은은하게 풍깁니다. 이 날 즈음이 되면 우리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따뜻한 순간을 떠올리며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반성과 내일의 희망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12월 25일에는 이런 행복한 모습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얼굴을 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신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온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은 신의 뜻과는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2025년 지식 한 스푼의 마지막 글로, '크리스마스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Chapter 0. 함박눈 내리는 날에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밤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밤, 아이는 내리는 눈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와아! 덕왕님! 보세요. 눈이 와요! 산타 할아버지가 분명 선물을 갖고 오시겠죠?"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너머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왕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그러다마다! 올 한 해 열심히 노력하고 착한 일도 많이 했으니 산타할아버지가 분명히 좋은 선물을 주실 게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정말요!? 신난다! 아! 빨리 받고 싶은데... 잠 안 자고 기다릴래요!" "허허... 녀석, 잠은 꼭 자야지.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와 안 자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단다." "앗!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부모님께 물어보렴. 이 덕왕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덕왕은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앗 그러면 잘게요. 하지만 내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아이는 아쉬운 듯 대답했습니다. 덕왕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리도 내일이 궁금한 것이냐? 그래 좋다. 그렇다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와! 뭔데요? 그것도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그럼!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재밌고 즐거울 수도 있지!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이 오신 것 말고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 "몰라요! 뭔데요? 궁금해요. 들려주세요." "허허. 그래 이야기해 주마. 어디 보자...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덕왕은 고개를 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지만 아이는 보챘습니다. "아이, 참. 얼른 들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허허. 이 녀석, 성격이 비트코인 하락세보다 급하구나." "네? 비트코인이요?"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란다. 자, 이리 오너라." 덕왕은 따뜻한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한쪽 무릎에 아이를 앉힌 채 모닥불 앞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따뜻한 코코아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 옛날에 말이지... 이런 일들이 있었단다." Chapter 1. 800년 크리스마스: 유럽 문명의 재탄생 황제의 관을 쓴 날, 서로마의 부활 덕왕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도 더 전의 일이란다. 서로마 제국이라는 아주 큰 나라가 멸망한 지 324년이 흘렀을 때였지. 800년 12월 25일,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는 아주 크고 웅장한 성당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단다." "성당이요? 지금도 있어요?" "그럼! 지금도 바티칸에 가면 볼 수 있지. 그날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라는 임금님이 미사를 드리고 일어서는데, 교황님이 갑자기 샤를마뉴의 머리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의 관을 씌워주셨단다." "와, 깜짝 선물이었네요?" "바로 그거야! 근데 재미있는 건, 샤를마뉴 본인은 이 왕관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지. 훗날 그는 '내가 알았다면 그날 성당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덜댔다고 전해지고 있단다." "에이, 왕관 받는 건 좋은 거잖아요. 왜 싫대요?" 덕왕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좋은 질문이야.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다기보다는, 교황님에게 빚을 졌다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지. 마치 친구가 갑자기 선물을 주면 '어, 이거 나중에 뭐 부탁할 거 있는 거 아니야?' 하는 부담스러운 마음과 비슷하달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선물 받으면 나중에 뭔가 해줘야 하는 거군요. 어른들의 세계란 참." 덕왕은 아이의 이해력에 놀라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교황님 입장에서는 자신을 보호해 줄 강력한 친구가 필요했지. 당시 레오 3세 교황님은 로마 귀족들에게 습격을 당해 많이 다치셨거든. 그래서 샤를마뉴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고, 왕관은 일종의 '거래'이자 ‘보험’이었던 셈이지." 덕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의 대관식은 단순히 왕관 하나를 쓴 사건이 아니었단다. 멸망했던 '로마 제국'의 부활을 선언함과 동시에, 고대 로마의 유산, 기독교 신앙, 그리고 게르만족의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진 ‘신성 로마 제국’의 이름을 빌린 '서유럽 문명'이 공식적으로 탄생한 순간이었지." "지금 유럽의 조상인 셈이네요?" "정확해! 샤를마뉴는 당시 서유럽의 대부분을 통일했단다.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이었지.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학교를 세우고, 법을 정비하고, 문화를 장려하며 이른바 '카롤링거 르네상스'라 불리는 문화 부흥 운동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어. 오늘날 유럽연합(EU)의 정신적 시조가 바로 이날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단다." 아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와, 크리스마스에 유럽이 태어났네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샤를마뉴는 군대라는 '힘' 위에 기독교라는 '마음'을 얹었고, 교황님이라는 '믿음직한 어른'의 인정을 받아 모두가 따르는 황제가 되었지. 이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일을 하려면 실력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인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2. 1066년 크리스마스: 불타는 대관식과 정복자의 탄생 이 함성은 축복인가, 반란인가? "자, 이번엔 샤를마뉴 황제가 왕관을 받은 이후 266년이 흐른 1066년의 잉글랜드를 보자꾸나. 지금으로부터 거의 천 년 전이지. 그해 12월 25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역사적인 대관식이 열리고 있었단다. 주인공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건너온 정복자, 윌리엄 1세였지." "또 대관식이에요? 크리스마스엔 왕관 쓰는 날인가 봐요!" "허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윌리엄은 그해 10월,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잉글랜드 웨식스 왕조의 마지막 왕 해럴드 2세를 물리쳤단다. 해럴드 왕이 눈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며 잉글랜드의 운명이 결정되었지." "으악, 눈에요? 엄청 아팠겠다..." "그래, 아팠을 게야. 윌리엄은 승리 후 자신이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라 정당한 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가장 신성한 날인 '크리스마스'를 대관식 날짜로 잡았지. 예수님의 탄생과 자신의 왕조 탄생을 같은 날로 만들려는 똑똑한 계획이었지." 덕왕이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날 아주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단다." "뭔데요? 뭔데요?" "대관식 날,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서 윌리엄이 왕관을 쓰자, 귀족들이 일제히 '비바! (Viva!)', '헤일! (Hail!)'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단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그 말은 왕을 찬양하거나 환호할 때 쓰는 말이란다. 우리말로 하자면 '폐하 만세', '만수무강하소서'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럼 좋은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사원 밖을 지키던 윌리엄의 부하들이었어. 이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군인들이었거든. 사원 안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잉글랜드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고, 그들은 안에서 폭동이 일어나 왕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단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환호하는 건데요?" "언어가 달랐거든. 못 알아들으니까 오해를 한 거야. 그래서 충성심에 불타오른 부하들은 즉시 사원 주변의 민가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단다." "헐... 완전 오해잖아요!" "그래. 마치 선생님이 '잘했어!' 하고 칭찬했는데, 옆 교실에서 '야단치는 소리'로 잘못 들은 것과 비슷하달까. 사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 연기가 스며들고 밖에서 비명이 들리자, 대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갔고, 윌리엄만이 텅 빈 제단 앞에 남아 벌벌 떠는 주교에게서 왕관을 받고 있었단다. 역사책에는 '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고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크리스마스에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슬프네요." 덕왕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래. 그해 크리스마스 런던은 축제의 불빛 대신 화재의 불길로 타올랐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피의 크리스마스가 현대 영국의 기틀을 닦았단다. 왕권이 강한 프랑스에서 건너온 왕으로 인해 영국에서도 강력한 왕권과 봉건제도가 확립되었고,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이면서 지금의 영어가 탄생했단다. beef(소고기), pork(돼지고기) 같은 단어가 영어에 들어온 것도 이때지. 원래 영어로는 그냥 cow meat, pig meat였거든." "아, 그래서 영어에 프랑스어가 섞여 있는 거구나! 'Chef(셰프)'와 'Menu(메뉴)'가 프랑스어였다는 건 알아요." "똑똑하구나. 어쨌든 당시 윌리엄의 부하들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먼저 확인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섣불리 행동하면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 이는 항상 경계해야 한단다.” "잘못 받은 정보로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을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고 하는데, 이 사건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란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가짜 뉴스에 속아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과 묘하게 닮았다고나 할까?" "하하하, 정말 그러네요. 우리 아빠 같아요!" "어흠... 다음으로 넘어가자꾸나." 덕왕은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Chapter 3. 1492년 크리스마스: 신대륙의 문이 열리다 역사를 바꾼 좌초된 배 덕왕이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타 가지고 온 후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자, 이번엔 콜럼버스 이야기란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인도를 찾아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지." "콜럼버스요! 알아요! 인도를 찾으려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사람이요!" "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해 12월 24일 밤, 아이티 해안 근처에서 큰 사고가 났단다. 콜럼버스의 기함인 '산타마리아호'가 암초에 걸려 꼼짝할 수 없게 된 거야." "배가 부딪혔어요? 왜요?" 덕왕이 픽 웃었습니다. "선원들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정신이 팔려서, 배의 조종을 경험 없는 소년에게 맡겼거든. 콜럼버스 본인도 이틀간 잠을 못 자서 취침 중이었고 다른 선원들도 술에 취해 있었단다. 마치 시험 전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플래티넘을 찍기 위해 게임만 하다가 막상 브론즈한테도 발리고 시험을 망친 것과 비슷하달까?" "아... 답이 없네요." "그렇지. 배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콜럼버스는 배를 버려야 했지. 하지만 콜럼버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뜻밖의 기회를 봤단다. 바로 배를 해체해서 그 나무로 해안가에 요새를 짓기로 한 거야." "와, 이번 생은 망한 줄 알았는데!" "12월 25일 아침, 콜럼버스는 이 요새의 이름을 '라 나비다(La Navidad)', 즉 스페인어로 '크리스마스'라고 지었단다. 이것이 신대륙에 건설된 최초의 유럽인 마을이었어. 콜럼버스는 일기장에 '이곳에 정착하라는 신의 계시'라고 적었단다." 아이가 감탄했습니다. "와! 정신승리 쩌네요! 아무튼 실패한 건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작이 된 거군요!" "정확해. 계획대로 안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은 거지. 배가 좌초되지 않았다면 그냥 스페인으로 돌아갔을 테고,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정말, 그렇겠어요." 아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습니다. 덕왕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슬픈 면도 있단다. 원래 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 크리스마스는 재앙의 시작이었지. 유럽 사람들이 병균을 가지고 오면서 많은 원주민들이 병에 걸리고, 유럽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게 되었단다. 결국 콜럼버스가 떠난 후 '라 나비다'에 남겨진 39명의 선원들은 원주민들을 약탈하고 학대하다가 몰살당했단다. 이 사건 이후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 셈이지." "그건 참 슬프네요..." "그래. 이 이야기처럼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단다. 또한 실패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성공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질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한단다." "네. 알겠어요." 아이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4. 1642년 크리스마스: 과학혁명의 탄생일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 신의 대리인 덕왕이 모닥불에 장작을 넣으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너도 잘 아는 사람이란다. 1642년 12월 25일,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주 작은 아기가 태어났어. 몸이 너무 작아서 큰 머그잔에도 들어갈 정도였지." "헉, 그렇게 작았어요?" "의사들은 '이 아이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단다. 오죽하면 의사가 아이를 위해 약을 사러 보낸 사람들이 아이가 죽을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지.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서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 된 거야. 그 아이가 누구였을 것 같니?"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음... 모르겠는데요?" "아이작 뉴턴이란다." "와! 뉴턴이요!? 만유인력을 발견한 사람!?" "오, 잘 알고 있네! 맞아. 중력을 발견한 바로 그 위대한 뉴턴이야. 그 작은 아기가 83년을 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덕왕이 아이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그래서 실은 뉴턴의 원래 이름이 ‘아이 작은’ 뉴턴이었다는 소문이 있단다…” “와! 진짜요? 영국도 우리나라 말을 쓰나요?” 덕왕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농담이란다. 아무튼 뉴턴이 태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단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도 신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고, 행성이 도는 것도 신의 조화라고 믿었지. 하지만 뉴턴은 이 모든 현상에 수학적인 법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 "맞아요! 책에서 봤어요." 아이는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오, 벌써 알고 있구나! 똑똑하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 운동의 3법칙, 즉 관성, 가속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미적분학, 그리고 빛의 스펙트럼까지 발견했단다. 그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프린키피아>는 지금까지도 물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지." 아이의 눈이 빛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그런 위대한 사람이 태어났네요!" "그래. 그런데 뉴턴이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단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뉴턴이 세 살 때 재혼하면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단다. 어린 뉴턴은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불태워 죽이겠다'라고 일기에 쓸 정도로 분노에 찬 아이였단다." "와아!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을... 알고 보니 쓰레기네요!" "어허! 그 정도로 뉴턴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던 거야." 덕왕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져야 할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둡게 태어난 뉴턴은 인류에게 '과학'이라는 새로운 선물을 주었단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달을 보며 그냥 신기해하기만 했을지도 몰라." 덕왕이 장난스럽게 덧붙였습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미적분이라는 영원한 숙제도 선물했지만 말이야." "헉... 미적분 어렵다던데... 우리 아빠도 수포자의 길을 걸었대요." "허허, 그랬니? 너무 걱정 말거라. 그런데 말이야, 재미있는 사실이 또 있단다. 이렇게 천재였던 뉴턴도 주식 투자에서는 크게 실패했다는 것이지." "네? 뉴턴이요? 천재가요?" "그는 1720년에 '남해회사'라는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의 전 재산인 2만 파운드를 잃었단다. 그 가치를 지금으로 따지면 무려 약 60억 원이지. 그때 뉴턴은 좌절하며 이런 말을 남겼단다. '나는 별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미친 행동은 계산할 수 없다.'" "뉴턴도 다 잘하진 않네요?" 아이가 깔깔 웃었습니다. "그래.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다 잘할 수는 없단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과학의 아버지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줄 누가 알았겠니? 천하의 뉴턴조차 이것을 예측하진 못한 거야. 주식시장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단다. 욕심과 공포, 비합리성 등 측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 이 때문에 앞을 예상하기도 어렵단다. 세상은 사람들과 같이 사는 곳이므로 확신은 위험하며 항상 조심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으렴." "네! 알겠어요." 아이는 입을 야무지게 다물며 대답했습니다. Chapter 5. 1776년 크리스마스: 얼어붙은 델라웨어 강의 도박 공격, 지금이니? 덕왕이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아주 용감한 이야기란다.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12월, 미국 독립군의 상황은 정말 안 좋았단다.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긴 했지만, 영국군에게 계속 지고 있었거든. 군대는 펜실베이니아까지 밀려나 있었고, 병사들 중에는 신발도 없이 헝겊으로 발을 감싼 채 눈밭을 걷는 사람도 있었단다." "신발도 없이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 게다가 12월 31일이 되면 병사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어. 조지 워싱턴 장군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뿐이었지." "앗! 조지 워싱턴! 엄마 지갑에서 봤어요." "엄마가 달러 투자를 하시는가 보구나. 그래. 1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이란다. 아무튼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 "저런, 그럼 어떻게 하나요?" "워싱턴은 알았단다. 정면으로 싸워서는 세계 최강 영국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적군이 가장 방심하는 때를 노리기로 했지. 그리고 그때가 바로 크리스마스였단다." 덕왕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워싱턴은 영국군이 고용한 독일 용병들인 '헤센(Hessen)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술과 파티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단다. 실제로 독일 용병 부대는 방심하기도 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공격하기로 결정했지. 작전 암호는 'Victory or Death’, 승리 아니면 죽음을!" "우와, 비장하다... 가슴이 웅장해져요." "드디어 작전 개시날인 12월 25일 밤, 워싱턴은 2,400명의 병사를 이끌고 델라웨어 강 앞에 섰단다. 강물에는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눈보라마저 몰아쳤지. 조금만 삐끗해도 얼음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단다." "정말 춥고 무서웠겠다..." 아이는 담요로 얼굴을 감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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