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나를 망치는 메커니즘




— 인지편향에 대한 해부학

투자는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 Valley AI(본편)
반증 불가능한 Prior는 신앙이다 | Valley AI(2편)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확신을 좋아한다.
분석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매크로 방향, 산업 구조, 기업의 숫자, 밸류에이션까지 전부 하나의 그림으로 수렴하는 느낌. 그 순간의 명료함은 거의 쾌감에 가깝다. 시장의 소음이 사라지고, 복잡했던 세계가 단순해지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매수 버튼을 누를 때의 그 확신은 마치 답을 찾은 것 같은 안도감이다.
문제는 이 느낌이 맞았을 때와 틀렸을 때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크게 틀렸던 순간들은 항상 가장 확신이 강했던 순간이었다. "이번엔 확실하다"고 느꼈을 때, 사이즈를 평소보다 키웠을 때, 반대 의견을 듣고도 "저 사람은 모르는 거다"라고 생각했을 때. 그때의 확신이 진짜 분석에서 온 것이었는지, 아니면 뇌가 불확실성을 견디다 못해 만들어낸 진통제였는지, 사후에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간의 뇌는 모호함을 싫어한다. 이건 진화적으로 당연하다. 사바나에서 덤불이 흔들릴 때 "사자일 수도 있고 바람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한 개체는 살아남지 못했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행동하는 개체가 생존했다. 모호한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이 올라가고, 불안이 올라가면 뇌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려 한다. 설령 그 결론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확신은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적 항복인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모르겠다"가 "이제 알겠다"로 포장된 항복.
나는 "확신을 줄여라"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 말은 너무 쉽다. 마치 "건강하게 살아라"처럼 맞는 말이지만 실행력이 없다. 확신을 줄이려면, 확신이 어떤 경로로 형성되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판단을 왜곡하며, 어떤 순간에 가장 위험해지는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적의 이름을 아는 것과 적의 작전을 아는 것은 다르다. 이 글은 적의 작전을 들여다보는 글이다.
확증편향은 인지편향 중 가장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서 문제다.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확증편향을 알고 있으니까 나한테는 덜 작용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 자체가 확증편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나는 괜찮다"는 믿음이 경계를 낮추고, 낮아진 경계가 편향에 더 많은 공간을 내준다.
베이지안 프레임에서 확증편향이 하는 일은 명확하다. Likelihood를 왜곡한다. Posterior ∝ Prior × Likelihood에서, likelihood는 "새로운 정보가 내 가설을 얼마나 지지하는가"에 대한 평가다. 확증편향은 이 평가를 체계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인다.
경로는 두 가지다.
첫째, 정보 선택의 편향이다. 내가 매수한 종목, 내가 좋다고 판단한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정보는 적극적으로 찾고, 부정적인 정보는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한다. 이걸 읽으면서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다면, 한 가지만 떠올려보자. 마지막으로 매수한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리포트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찾아본 적이 언제인가.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매수 전에 긍정적 근거를 모으는 데 시간을 쓰지, 매수 후에 반대 논리를 검증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정보의 전체 집합에서 특정 부분만 골라서 likelihood를 계산하니, 당연히 posterior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이걸 일상적으로 한다. 어떤 기업을 좋게 보고 리서치를 시작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기업이 좋다는 근거를 찾는 모드로 들어간다. 산업 보고서를 읽어도 긍정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경쟁사 분석을 해도 "이 회사보다는 우리 기업이 낫다"는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부정적인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면 "이 사람은 산업을 깊게 이해 못하는 거다"로 넘기면서, 긍정적인 리포트를 보면 "역시 이 사람은 보는 눈이 있다"고 끄덕인다. 이건 의식적 선택이 아니다. 자동으로 일어난다. 의식하는 순간에도 완전히 막지 못한다.
둘째, 정보 해석의 편향이다. 이건 더 교묘하다. 같은 정보를 보면서 정반대의 likelihood를 산출하는 것이다. 실적이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을 때, 이미 매수한 사람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고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매수하지 않은 사람은 "역시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한다. 같은 숫자, 같은 IR 자료, 같은 컨콜 스크립트를 보면서. 차이를 만드는 건 정보가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포지션이다.
확증편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작동하고 있을 때 자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다. 확증편향이 강하게 작동할수록 "나는 충분히 조사했다", "근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왜냐하면 자기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 잔뜩 모아놨으니 당연히 근거가 풍부해 보이기 때문이다. 서류 뭉치가 두꺼울수록 확신이 커지는데, 그 서류 뭉치가 한쪽 방향의 증거만으로 채워져 있다는 건 모른다. 확신의 강도와 판단의 품질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이유가 정확히 여기에 있다.
매몰비용 편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익숙한 개념이다. 이미 투입한 비용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 투자에서 이건 거의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미 산 종목이 하락하고 있는데, 팔지 못한다. "여기서 팔면 손해를 확정하는 거잖아." "평단가를 낮추면 되지." "원래 좋은 기업인데 시장이 일시적으로 과하게 반응한 거야."
베이지안으로 번역하면, 매몰비용 편향은 prior 업데이트의 거부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주가가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되고, 산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기존 prior를 수정해야 한다는 신호다. 하지만 뇌는 이 신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순간 "내 원래 판단이 틀렸다"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동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자기일관성에 대한 욕구다. 인간은 자신의 과거 판단과 현재 판단이 일관되기를 원한다. 과거에 "이 기업은 좋다"고 판단해서 매수했는데, 지금 "이 기업은 나쁘다"로 바꾸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모순이 생긴다. 이 모순이 불쾌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인지부조화라고 부르는데,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고 원래 판단을 고수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

으으으.. 찬찬히 읽고 싶은데 주가가 너무 요동을..

타이밍이 좋지 않았네요 ㅜ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라는 책을 몇 달 전에 완독했는데, 그 책을 읽고 이 긁을 읽으니 더 이해가 잘 되고 피부에 와 닿아서 도움이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해당 책은 읽지 않았는데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