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살아남는 투자법 : 달러는 어떻게 타락했는가





서론
오늘의 주인공은 미국이다. 20세기에서 제일 중요한 나라, 21세기에도 제일 중요할 나라, 무엇보다 투자 시장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나라. 실은 우리가 향유해온 국제자본주의 질서는 미국의 패권에 의해 형성되고 지탱되어온 것이다. 항행의 자유, 자본 이동의 자유, 개인이 재산을 축적하고 보유할 자유. 이러한 개념들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없다면 유지될 수 없는 믿음이다. 한국이 수출 경제를 택할 수 있는 근간은 달러라는 기축통화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수출 경제를 통해서 부유해질 수 있던 까닭은 항행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재산권을 보장받거나 해외 주식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도 미국이 한국 정부가 자본주의를 폐지하도록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아티클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 패권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축통화가 없다면 수출 국가는 대금을 지급 받을 방법이 없다. 전근대에는 현물이나 귀금속을 이용해 무역을 추진했지만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는 그러한 방법으로 지탱될 수 없다. 전세계 대양에 대한 미해군의 제해권이 없다면 상품이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을 수 없다. 주요한 통행로마다 해적이 들끓거나 인접국이 통행세를 요구하면 국제 무역은 이윤은 줄어들고 리스크는 많아지는 사업이 된다. 그리고 설령 1항과 2항이 인정이 되더라도, 본래 국민 국가가 개별 국민에게 해외 주식을 구입하게 허락해줄 까닭은 없다. 한국이 개인 투자자에게 해외 주식 투자를 개방한 까닭도 OECD의 가입 조건, 자본 이동 의무화 조항에 의한 것인데 이것조차 미국에 의한 압력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개인 투자자들은 싫든 좋든 미국의 패권 질서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미국을 정치적 정서적으로 동행하란 이야기가 아니다 . 미국 패권과 투자 환경이 동조된 주제임을 이해해달라는 당부다.
이란은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은 자본이동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개인이 재산을 축적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명시적으론 인정한다. 그러나 국가의 필요에 따라서 예금도 몰수할 수 있는 나라를 De facto 재산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는가? 러시아인들은 장롱에 현금을 보관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실은 한국도 권위주의 정부가 재산권을 임의로 침해하던 시대가 멀지 않다. 민주화가 이뤄진 오늘날도 한국 정부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폭넓은 수단과 관행을 지니고 있고, 이것은 대륙법 계열의 헌법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그러나 미국 헌법을 형성한 영미법 정신은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다. 만일 미국이 대륙 국가들처럼 재산권에 사회적인 제약을 두었다면 S&P500이 100년간 우상향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로운 투자 시장 - 개인이 노동소득의 제한을 벗어나 계층 상승을 추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도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이 겪는 시회적 분열은 투자 시장을 지탱하던 미국의 제도를 위협하는 중이며, 오늘의 아티클은 그런 혼란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다룰 것이다.
미합중국은 혈연이 아니라 계약으로 맺어진 국가다.

메이플라워호의 이민자들이 아메리카 식민지에 처음으로 상륙한 때부터, 미국이란 전통적인 의미의 국가가 아니라 계약이었다.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새로운 땅에서 서로를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자고 약속한 계약말이다. 그래서 미국은 그때까지 있었던 (또한 지금도) 대부분의 국가들과 사회적으로 제법 다른 성질을 띈다.
고대에도 본국을 떠나서 해외에 정착하는 식민지란 개념은 흔히 존재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여전히 모국에 소속된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 대륙과의 단절을 주장하며 성립된 국가였다. 동시에 국가란 단일한 혈통이나 종교를 전제로 만들어진 공동체이나, 미국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쫓아서 건너온 다양한 민족들이었다. 그래봐야 모두 똑같은 유럽 백인들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테지만, 미국 내의 유럽계들도 20세기까진 서로의 혈통을 엄밀히 구분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중국인으로 불리면 기분이 불쾌한 것처럼.
어쨌든 전통적인 관점에서 통일된 종교가 없다면 국가는 존속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미국 이전의 국가를 형성하던 논리였다. 많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종교가 없다고 생각하되 연장자를 공경하고 가족간의 우애를 중시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과 입신 양명을 추구한다. 이것은 명백한 유교적 가치이다. 오늘날 기독교를 명시적으로 믿지 않는 서양인은 많아졌지만 그들의 윤리와 관습은 기독교에 기반한 것이다. 현대의 중국인들은 공산주의를 내세우나 그들의 생활과 사고는 정통 마르크스주의보다는 수천 년을 이어왔던 중화전통에 지배된다.
그러나 미국 헌법에 내재된 종교의 자유는 당시엔 매우 급진적인 사상이었고,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제법 논쟁적인 문장이다. 오늘날 선진 경제를 보유한 서구국가들은 (이젠 사회적 영향력이 급감한)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나 국가 혹은 민족 공동체에 반하는 이념을 믿을 자유는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을 부정하는 사상도 금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러한 사상을 표현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심지어 개인이 무력을 보유할 권리도 인정한다.
우리가 1989년 이후에 겪어온 세계화의 흐름이란 이러한 '미국식 가치'가 전세계로 전파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개인이 국가의 다수와 다른 믿음을 지닐 자유가 있어야 다른 표현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표현을 발화할 자유가 없다면 정보가 적시에 유통되지 못하니 상거래의 자유도 제한된다. 그러니 미국 헌법은 미합중국의 토대일뿐만 아니라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이다. 달리 말하면, 미국이 헌법을 해석하는 방법이 변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본주의의 시스템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냉전이란 무엇이었는가?

신냉전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우리는 구냉전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흐름은 일정한 주기를 따라 순환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흐름은 이전의 사건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많은 유사성을 지닌다. 그러니 구냉전이 무엇인지 알아두면 신냉전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상할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구냉전은 미소 양국이 2가지 축선에서 벌였던 국가적 전략경쟁이다. 첫번째 축선은 물리 세계에 대한 지배력이다. 미국과 소련 가운데 어떤 국가의 인구와 자원이 많고, 공장의 생산력은 어떠하고 과학기술의 우위는 누구에 있는가? 군대의 숫자는 얼마나 많고 그들의 훈련도는 어떠한가. 그러니 냉전은 2개의 초강대국이 동원할 수 있는 물리적 자원에 대한 경쟁이었다. 이를 하드파워 경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축선은 추상 세계에 대한 지배력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소련식 공산주의 가운데 어떤 체제가 세계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어떤 체제가 더욱 사회를 풍요롭고 안정되게 만드는가? 어떤 국가가 더욱 도덕적으로 정당한 체제 혹은 더욱 강력한 체제로 보이는가? 이러한 믿음이 모이면 사회적 사실을 만들고, 일단 만들어진 사회적 사실은 물리 세계의 법칙처럼 명확한 우위를 제공한다. 경쟁국의 이념에 경도된 첩보요원은 자진해서 원자폭탄의 설계도를 넘기거나 외국인은 접근도 못하는 기밀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 혹은 지정학적 중요성을 보유한 어떤 국가가 통째로 특정한 진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추상 세계에 대한 지배력은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지배력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를 소프트파워 경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런 관점에서 냉전 시대의 미국이 전세계에 미국식 체제(시장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로 대표되는)을 수출하려던 동기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는 ...

![[시리즈 연재] 난세에 살아남는 투자법 - 우리의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나](https://post-image.valley.town/dl2F-8DxBl9QFqtDCfnUA.png)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출근하면서 잘보고있어요 ㅎㅎ!! 시리즈물 너무 좋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 다음편도 기대됩니더!

감사합니다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화도 기대됩니다!

기쁩니다!

빨리 다음편 올려주세요 ㅠㅠ 현기증난단 말이에유 ㅠㅠ
몰입감도 좋고 알찬 내용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유익히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以夷制夷
미국이 지금 취하는 전략이라는거군요.
다음 화가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