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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1-3: 원유에서 제품으로: 정유와 마진
근자감[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1-3: 원유에서 제품으로: 정유와 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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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2026.02.24조회수 5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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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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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idence with E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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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리는 원유의 품질(API 밀도, 황 함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경질+저황 원유가 프리미엄을 받고, 중질+고황 원유는 할인되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품질마저 압도한다는 점까지 다뤘죠.


이번 글에서는 한 발 더 나가 보겠습니다. 원유 그 자체는 사실 쓸모가 없습니다. 땅에서 나온 원유를 그대로 자동차에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원유는 정유소(refinery)를 거쳐야 비로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휘발유, 디젤, 제트유, 플라스틱 같은 제품으로 변합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정유사 주가는 유가 자체보다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 즉 정제마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가가 올라도 정제마진이 줄면 정유사는 손해를 보고, 유가가 떨어져도 정제마진이 유지되면 정유사는 돈을 법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번 글에 통해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정유 공정: 원유에서 석유제품으로

왜 정유소가 필요한가

원유는 수천 가지 탄화수소 분자가 뒤섞인 혼합물이라고 2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 혼합물을 그대로 쓸 수는 없고, 분자 크기와 특성에 따라 분리해야 합니다. 그 작업을 하는 곳이 정유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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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정유소의 핵심 설비인 상압 증류탑(Crude Distillation Unit). 원유를 가열하여 끓는점 차이로 분리하는 장치 (출처: Chevron Refining Overview)


미국 정유소를 기준으로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총 67.2억 배럴이 투입되었고 이 중 87%가 원유였습니다. 나머지는 에탄올(5%), 천연가스액(HGL, 3%), 블렌딩 성분(3%) 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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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미국 정유소 투입 구성 (2023년). 원유가 87%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 총 투입량 67.2억 배럴 (출처: EIA, Petroleum Supply Monthly)

정유 공정의 큰 그림: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정유 공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 첫째, 원유를 끓는점 차이로 분리하는 증류(Distillation).

  • 둘째, 증류된 중간 산물에서 황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여 품질을 높이는 정제(Refining).

  • 셋째, 정제된 각 산물을 제품 규격에 맞게 혼합하고 첨가제를 넣는 배합(Blending)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증류와 업그레이딩(크래킹, 코킹)뿐 아니라,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배합(blending) 단계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분별 증류: 끓는점으로 분리한다

정유의 첫 단계는 분별 증류(fractional distillation)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원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분자부터 기화되어 올라가고, 끓는점이 높은 분자는 아래에 남습니다. 이걸 층층이 받아내면 서로 다른 석유제품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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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설명: 상압 증류 곡선. X축은 누적 수율(vol%), Y축은 끓는점. 낮은 온도에서 프로판/부탄, 경질 나프타가 먼저 나오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중질 나프타, 등유, 디젤, 잔사유 순서로 분리 (출처: Chevron Refining Overview)


아래 사진은 증류 과정에서 분리된 유분(fraction)을 실제 병에 담은 것입니다. 왼쪽부터 경질 나프타, 중질 나프타, 등유, 상압 가스오일, 상압 잔사유 순서인데, 색깔이 점점 짙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거운 분자일수록 어두운 색을 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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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증류 유분(fraction)의 실제 모습. 왼쪽부터 Light naphtha(투명) → Heavy naphtha → Kerosene → Atmospheric gas oil → Atmospheric residuum(진한 갈색). 끓는점이 높을수록 색이 짙어짐 (출처: Chevron Refining Overview)


각 유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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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설명: 원유 증류 시 끓는점에 따라 분리되는 주요 유분과 용도. 가벼운 제품(나프타, 휘발유)이 고부가가치 제품(출처: Chevron Refining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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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정유 과정의 전체 제품 흐름. 원유가 정유소에 투입되면 경질 제품(가스, 나프타, 등유, 디젤)과 중질 제품(중유, 진공 가스오일, 아스팔트, 코크스)으로 분리 (출처: Chevron Refining Overview)


미국 정유소의 최종 산출물을 보면, 휘발유가 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경유(distillate fuel oil)가 25%, 제트유가 9%를 차지합니다. 즉 정유소는 본질적으로 "휘발유와 디젤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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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미국 정유소 산출물 구성 (2023년). 휘발유 50%, 경유 25%, 제트유 9%로 상위 3개 제품이 전체의 84%를 차지. 총 산출량 71.0억 배럴 (출처: EIA, Petroleum Supply Monthly)

정제: 불순물을 제거하고 품질을 높이다

증류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말씀드렸듯, 원유에는 황(sulfur), 질소 같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어 그대로는 환경 규제를 충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첨탈황(hydrotreating) 같은 정제 공정을 거쳐 이런 불순물을 제거하고 품질을 높입니다.


2편에서 사워크루드(고황 원유)가 스위트크루드(저황 원유)보다 할인 거래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황 함량이 높은 원유는 추가 탈황설비를 거쳐야 하므로 정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한국처럼 고도화 탈황 설비가 잘 갖춰진 정유사는 저렴한 고황·중질유를 수입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전환한 뒤 수출하는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정제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배합(blending) 단계를 거칩니다. 이 배합이라는 게 단순히 섞기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유소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배합: 블렌드스톡을 섞어 최종 제품을 만든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정유소는 사실 우리가 주유소에서 넣는 "완성 휘발유(finished gasoline)"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정유소가 만드는 것은 휘발유 블렌드스톡(gasoline blendstocks)이라는 중간 제품입니다. 이 블렌드스톡들이 배합 터미널(blending terminal)로 보내지면, 거기서 여러 성분을 혼합하고 첨가제를 넣어 최종 제품이 완성됩니다. EIA에 따르면 미국 내 배합 터미널은 정유소보다 훨씬 많고 전국에 분산되어 있는데, 완성된 휘발유를 탱크로리에 실어 각 주유소로 배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배합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은 무엇일까요? 휘발유를 예로 들면, 크게 세 가지 블렌드스톡이 핵심입니다.


첫째, 리포메이트(reformate)입니다. 앞서 증류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기억하시죠? 나프타는 그 자체로는 옥탄가(octane rating)가 낮아 자동차 연료로 쓰기 어렵습니다. 이것을 촉매 개질(catalyt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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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de Oil(원유)'과 'Total Liquids(총 액체 연료)'는 다른 개념입니다. Total Liquids는 원유 + 콘덴세이트 + NGL + 바이오연료 + 정제 과정 체적 증가분(Processing Gain)을 합한 것입니다. 수급 분석 시 어떤 정의를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수급(S/D) 모델을 만들 때, 원유 하나만 보지 않고, 총 액체 연료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원유만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정제품이 존재하기는 하나, 일부 정제품들은 콘덴세이트, NGL 등을 통해서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연료는 아예 대체재죠). 석유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유전 형성 유기 기원설: 현재 주류 이론 그렇다면 이 수천 미터 땅속에 있는 석유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현재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주류 이론은 유기 기원설입니다. 약 5억 년 전,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은 얕은 바다였습니다. 이 바다에는 플랑크톤, 해조류, 원생동물 등 다양한 유기물이 번성했습니다. 이들이 죽으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진흙, 모래와 함께 퇴적되었습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퇴적물이 계속 쌓이면서, 아래층은 점점 더 깊이 묻혔습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온도와 압력이 올라갔죠. 이 과정에서 유기물은 케로겐(kerogen)이라는 중간 물질로 변하고, 이것이 다시 열과 압력을 받으면 원유와 천연가스로 변성됩니다. 이 변성이 일어나는 온도 범위(약 60-120°C)를 "석유창(oil window)"이라고 부릅니다. 너무 낮으면 변성이 안 되고, 너무 높으면 액체 원유 대신 기체 천연가스만 생성됩니다. 이미지 설명: 석유 형성에 관한 두 가지 이론 — 유기 기원설과 무기 기원설. 현재는 유기 기원설이 주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출처: GS칼텍스 에너지학개론) 유기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습니다. 석유가 발견되는 곳이 대부분 과거 얕은 바다나 호수 밑의 퇴적암이라는 점, 그리고 석유 성분 속에 질소, 황 등 단백질 분해 시 발생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입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대략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으로 추정합니다. 석유는 문자 그대로 "화석 연료"인 것이죠.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석유 = "공룡 썩은물", 천연가스 = "공룡방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ㅎㅎ 유전 성립의 4가지 필수 조건 유기물이 석유로 변했다고 해서 바로 유전(油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석유가 한 곳에 모여 있어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1. 근원암(Source rock) 유기물이 풍부한 암석으로, 석유 생성의 모태가 됩니다. 근원암 내에서 유기물이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로 변환됩니다. 2. 저류암(Reservoir rock) 석유가 모이는 다공성 암석입니다. 사암, 석회암처럼 작은 구멍(공극)이 많은 암석이 해당합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저류암의 공극에 석유가 저장됩니다. 3. 덮개암(Cap rock) 석유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불투과성 암석입니다. 셰일, 이암(泥岩) 등이 대표적입니다. 덮개암이 없으면 석유는 위로 계속 이동하다가 결국 지표로 새어나가 버립니다. 이렇게 새어나간 석유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시대나 고대 시대에 발견된 것이죠. 4. 트랩/집유구조(Trap) 석유가 집적되는 구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배사구조(anticline)입니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위로 올라오려는 석유가 이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 이미지 설명: 유전의 트랩(집유구조).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가 저류암으로 이동한 뒤, 덮개암에 의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배사구조에 집적되는 모습. (출처: GS칼텍스 에너지학개론) 석유는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부력에 의해 위로 올라오려고 합니다. 저류암 공극 내에서 아래부터 물, 원유, 가스 순서로 층을 이루게 됩니다. 가스가 가장 가볍고, 원유가 그 다음, 물이 가장 무겁기 때문입니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지역은 지구상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석유 매장량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죠. 자세한 내용은 4편(원유 생산)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원유의 품질 기준 근데 이렇게 땅속에서 나오는 모든 원유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품질에 따라 가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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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yru
2026.02.2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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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2.2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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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2.24

정유와 마진에 대해 정말 쉽게 배운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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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2.24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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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3.01

전에 원자쟁이님이 써주신 글에서도 Crack Spread를 설명해주신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매번 새롭네요. 이번엔 제대로 기억해두고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산업을 들여다 볼 때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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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3.02

우리나라 S-Oil 같은 기업 투자할 때도 아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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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
2026.03.05

오늘도 잘 배웠습니다. 크랙 스프레드 모르면 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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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3.05

지금 시기에는 크랙 스프레드가 더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정제품 런컷 발생할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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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인더박스
2026.03.08

진짜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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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3.10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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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담아빠
2026.03.11

너무 감사합니다. 잘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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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4.0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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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2026.03.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정독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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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4.07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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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2026.04.04

참으로 재미가 납니다 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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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쟁이
작성자
2026.04.0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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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오
2026.04.25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