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문라이트에 올렸던 '동해 영일만 대왕고래 탐사 및 시추' 이야기를 팔로업하기 위해 모 의원실에서 받은 시추 후 평가 결과 자료를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민감한 자료가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때문에 아쉽게도 그 글은 발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오늘은 제가 과거 미국 에너지의 심장, 휴스턴의 석유 회사에서 일하며 직접 겪었던 '석유 탐사(Oil Exploration)'의 치열한 세계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퇴사 후 일정 기간 유지되는 NDA:비밀유지협약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밸리분들의 재미를 위해 너무 딱딱한 전문적인 내용은 살짝 덜어내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냥 땅을 파면 솟구치는 게 석유 같지만, 실제로는 수천억 원이 오가는 거대한 도박이자 지구과학의 정수가 모인 정교한 과학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멕시코만(Gulf of Mexico, 줄여서 GOM) 심해(Deepwater)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땅속 깊은 곳의 보물을 찾아내어 생산하기까지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상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지금은 GOM 대신 GOA으로 변경되었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GOM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석유탐사 시리즈 3부작의 첫글이 될 것 같습니다.
석유를 찾는 일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탐사팀(Exploration Team)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지구과학자와 엔지니어들로 구성됩니다. 제가 일했었던 회사에서는 GOM을 크게 세 구역(West, Central, Eastern GOM)으로 나누고, 각 구역마다 탐사 팀장을 필두로 지질학자 2-3명, 지구물리학자 2-3명, 석유물리학자 1명, 고생물학자 1명, 지구화학자 1명, 지오모델러 1명 등이 한 팀을 이뤘습니다.

Geologist (지질학자): 탐사의 스토리텔러입니다. 수천만 년 전 이곳이 강이었는지 바다였는지 퇴적 환경을 분석하여, 석유를 머금을 수 있는 모래(Reservoir)가 어디에 쌓였을지 예측합니다.
Petrophysicist (석유물리학자): 시추 구멍(Well)에서 올라온 로그(Log) 데이터를 분석해, 암석의 빈 공간(Porosity)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안에 물이 찼는지 기름이 찼는지(Saturation)를 계산해 냅니다. 저의 전공분야 입니다.
Biostratigrapher (고생물학자): 현미경으로 암석 부스러기 속 미생물 화석을 관찰하여 "이 층은 5천만 년 전 지층이군!" 하고 지층의 나이를 감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Geophysicist (지구물리학자): 땅속의 방사선과 전문의입니다. 탄성파(Seismic) 데이터를 해석하여 지하 구조의 지도를 그려냅니다. 이때 고생물학자가 판별해 준 지층의 나이를 탄성파 라인에 맞춰 정교하게 매핑하는 역할을 합니다.
Geochemist (지구화학자): 석유의 요리사입니다. 석유를 만들어낸 근원암(Source Rock)이 땅속 열기에 충분히 익었는지(Maturation), 기름의 성분은 어떤지 분석합니다.
Geomodeler (지오모델러): 탐사팀의 건축가입니다. 위 전문가들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 컴퓨터상에 지하 공간을 3D로 시각화합니다. 수천만 년 동안의 해수면 변화와 퇴적 환경을 고려해 전체적인 지질 환경(GDE, Gross Depositional Environment)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뮬레이션합니다.
탐사는 거대한 범위에서 아주 작은 지점을 향해 좁혀 들어가는 '깔때기' 과정입니다.
Bas...




넘 재밌게 봤습니다. 요즘 에너지 기업들에 좀 꽂혀있어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요즘 유가가 오르는데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죠!

글을 재밌게 잘 쓰시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가독성 좋게 글을 쓰려고 노력중이에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오늘 마침 원자쟁이님의 원유 시리즈를 읽었는데 4편(생산)을 읽고 보니 심화과정같아 더 흥미가 돋네요.

오 원자쟁이님 원유 시리즈 글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읽으면서 내용보다 이걸 쓰신 자세에 먼저 감사했습니다.
전문성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쉽게 쓰는 게 더 어려운거 같은데..
어떤 글을 쓸때 제가 Dirtycat님이 이 글을 쓰실때처럼 도메인지식을 갖고있지도 않은데도 글을 좀 쉽게 쓰려할때 힘이들던데 Dirtycat님은 훨씬 엄청난 도메인 지식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써주시는게 참 감사했습니다.
다음 편도 꼭 챙겨 읽겠습니다!

밸리에는 똑똑하신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 석유 탐사에 대한 제반 지식이 없으실테니 그분들 눈높이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서 작성했어요. 항상 따뜻한 댓글과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