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의 균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달러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2026년 봄, 걸프에서 전쟁이 터졌다. 역사적으로 이런 순간은 달러의 시간이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세계는 달러로 몰렸고, 달러는 그 신뢰를 먹고 자랐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달러는 고작 1.5% 강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2008년도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을 때 달러는 치솟았다. 그 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지금 사이, 무언가가 바뀌었다.
"대안이 없다"는 말의 함정
달러 패권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논거는 TINA다. There Is No Alternative — 대안이 없다. 유로는 분절된 채권시장과 공동 재정정책의 부재로 한계가 뚜렷하고, 위안화는 자본통제와 민주주의 결핍이라는 구조적 장벽에 막혀 있다. 21세기 들어 유로의 글로벌 준비통화 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이고, 위안화는 2022년 이후 성장이 멈췄다. 달러를 대체할 단일 통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대안이 없어도 위기는 온다.
1930년대가 그 증거다. 당시 글로벌 준비통화는 파운드화와 달러가 거의 동등하게 나눠 가지고 있었다. 영국이 파운드를 평가절하하자 파운드에서 이탈이 시작됐고, 미국이 세 차례의 뱅크런과 달러 평가절하로 흔들리자 달러에서도 이탈이 일어났다. 대안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탈은 발생했다. 그 결과는 글로벌 유동성 붕괴였고, 세계 무역이 무너졌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스무트-홀리 관세가 대공황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었다. 기축통화에서의 이탈이 만들어낸 유동성 진공이 그 못지않게 치명적이었다.
달러는 통화가 아니라 계약이다
달러의 힘을 순수한 경제적 현상으로만 이해하면 본질을 놓친다. 달러 패권은 군사·정치적 패권과 분리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1960년대, 달러가 금에 연동된 고정환율 체제 아래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