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회복력의 시대가 시작됐다
1. 브레이크가 사라졌다 — 금리 정책의 역설
지금 미국 정부는 매주 약 110억 달러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2020년 연간 이자 부담이 3,45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025 회계연도 기준 순이자 지출은 약 9,700억 달러로 거의 세 배에 달한다. 1조 달러의 벽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 미국 순이자 지출(FY2025): 약 $970억~1조 달러 — 5년 만에 약 3배 증가
▶ GDP 대비 국가채무: 약 124% — 2차 대전 직후 수준에 근접
▶ 향후 10년 이자 누계 전망: $14~16조 달러 — CBO·CRFB 추산
무디스는 2025년 5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191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S&P와 피치에 이어 세 번째 대형 신평사가 미국 재정 지속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명한 셈이다.
이 수치들이 왜 중요한가? 전통 거시경제학에서 금리 인상은 대출 수요를 억제해 인플레이션을 잡는 브레이크다. 그러나 오늘날 부채의 주인공은 가계도 기업도 아닌 정부다.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지출이 증가하고, 그 이자는 국채를 보유한 연금, 보험사, 머니마켓펀드, 가계로 흘러들어 간다.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액셀도 밟히는 구조다.
"재정적 주도권(Fiscal Dominance)"이란 정부의 재정 여건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사실상 제약하는 상태를 말한다. 더 이상 연준만 바라보는 투자는 절반짜리 분석이다.
학계에서도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BIS, IMF, 연방준비은행들은 2025년 들어 일제히 재정적 주도권을 '현재적 위험(acute risk)'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Annual Review of Financial Economics》 2025년호는 재정적 주도권이 단순한 위험 시나리오가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전략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임을 이론화했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조기에 내리거나, 과거 2차 대전기처럼 금리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정부 부채를 사실상 화폐화할 가능성은 이미 '이론'이 아닌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2. 규칙 기반 질서의 균열 — 지정학이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전후 80년간 세계 경제는 효율성을 중심 원리로 삼았다.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에서 만들고, 가장 빠르게 운반하는 루트로 옮기면 됐다. 글로벌 공급망은 그 효율성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2022년 2월을 기점으로 이 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이 러시아 외환보유고 약 3,000억 달러를 동결하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조용히 하지만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달러 표시 자산도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결과는 데이터로 확인된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