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나온지 조금 된 책이고, 품절/절판에 가까운 책이지만 손정의라는 기업가의 개별 일대기에 대해 자세하게 많이 풀어둔 책이다. 비슷한 맥락의 내용으로 여러 사례가 반복되다보니 후반부에는 개별 사례는 잘 읽지 않고 눈에 밟히는 손정의 본인의 깨달음이나 굵직한 워딩 정도만 골라서 읽었다. 어짜피 ‘손정의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했던 에피소드의 반복이기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손정의는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는 나라는 개인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 추호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의 일대기를 읽은 셈이 되었는데, 아무튼 신기하게 읽었다. 그냥 손정의라는 사람의 능력치 이런 것을 떠나 결이 다른 사람이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바가 다른지라 different kind of animal일 뿐이지 않나 싶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그 욕망은 어디서 출발했는가 되짚어보면 재일 조선인이라는 그의 배경이지 않을까. 과거랑 비교해서 지금은 배가 부른 고민을 한다고 할 정도로 출신 성분이 무언가를 할 수 있고/없고를 결정하던 시기, 리소스도 제한적이고 그나마 야망이 있는 몇몇만이 자신의 출신과 배경, 환경을 뒤짚어 엎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대. (지금도 그렇게 다를까 싶긴 하지만) 선생님이 되고자 했었던 손정의는 ‘어떻게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가르침을 받는가’라는 말로 막혀버린 그 순간 아마 반드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다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후로는 그냥 ‘손정의 스타일’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일본에선 룰이 불리하니까, 리소스가 제한적이니까 아예 미국에 가서 배웠고, ‘이 사람 뭔가 일 낼 것 같다’는 카리스마를 마구 뿜어내는 자신의 능력으로 일본 맥도날드 사장의 30분과 샤프와의 딜, 소프트뱅크 사업 초기의 독점 공급계약 등을 따내왔다. 그리고는 독보적인 추진력으로 이를 실현해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손정의는 minority인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identity를 철저하게 지켰다. 일본에서는 손정의로, 서구권에서는 마사요시 손으로 통했지만, 그는 ‘손’이라는 한국식 성씨를 죽어도 일본식으로 바꾸지 않았다. 이 책과 각종 일화에는 대놓고 드러나진 않으니, 그의 진짜 의도를 영원히 알 길은 없겠지만, 일종의 고집과 전략이 적절히 overlap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하니까, 그런가보다 넘겨 짚는거다.
나는 사람마다 반드시 super power가 있다고 믿는 편인데, 손정의의 super power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종류였다.
손정의가 본업을 바꿀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다. 손정의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전 결코 세상을 바꿀 대단한 발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 나은 특별한 능력이 단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방향성과 그 시기를 읽는 능력입니다. 눈 앞의 2~3년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10년 후나 20년 후에 꽃피울 사업을 씨앗 단계에서 구분해내는 능력이 제게는 있습니다. 또한 그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능력도 다른 사람보다 강합니다.”
손정의는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그 흐름을 절대 거슬러서는 안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다케다 가쓰요리처럼 지는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걸 읽어내는 것과 그의 특유의 추진력은 소프트뱅크라는 굴지의 기업을 만들어냈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기업가가 되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본다.
나는 이 책에서 손정의에게 중요한 두 개의 분기점이 있었다고 본다. 바로 돈과 죽음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린 순간이다.
소프트뱅크로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던 손정의는 어느 날 간염으로 5년의 시한부를 선고 받는다. 아직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자신의 인생이 끝날 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셈인데,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달렸지만 아마 그 시점에서 죽음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는 손정의는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경험하는데, 내 생각에 이 부분에서 손정의가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을 것 같다. 간염을 극복한 그 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기회를 잡았기에 죽음에 대해 회고하기 보단 이를 극복하고 달려나가기에도 너무 바빠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손정의도 자리를 어느 정도 잡고 맞이한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의 죽음은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 천재조차도 죽음 앞에선 어찌할 수 없었다는 인생무상을 느끼게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혹은 일론 머스크나 이 책처럼 그것에 가까운 것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후기를 보니 더더욱 읽고싶어지네요ㅎㅎㅎ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Gloria님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리고, 남은 추석 연휴 알차게 보내십시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손정의란 인물을 그저 소프트뱅크의 수장, vc업계의 대부 정도로만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었는데 서술해주신 에세이를 읽고 손정의가 목표로 하고있는 300년 영속 기업체의 목표, 목표와 사고의 기원 등을 더욱 해상도 높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사이트 깊은신 좋은 글 써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