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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멋나들 연구소셀프 노후준비 (완결)

소비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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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백
2025.07.22조회수 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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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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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이자 금융강사. 단순히 재무적 안정이나 부자되기를 넘어, 물질과 정신 모두 풍요로운 삶을 지향한다. 이를 '멋지게 나이들기'라는 철학으로 삼고, 이곳 <멋나들 연구소>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소비와 노후준비

지난 글에서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했다. 좀비가 가득한 세상에서 그 사실을 모른다면 생존할 수 없다. 차라리 투자 공부 대신 무기 다루는 법이나 바이러스 대처법을 배우는 게 현명할 것이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마력을 키우는 것이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유니버스'에서도 그에 맞는 생존 감각이 필수적이다.


앞서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의 첫 번째 빌런,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뤘다. 우리 사회는 성장을 위해 부채를 일으키고,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여기에 '신용창조'라는 금융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화폐 가치는 필연적으로 하락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화폐 가치 하락을 이겨내는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글에서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핵심 동력이자, 때로는 빌런이 되기도 하는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소비'가 없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멈춰 선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요청은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저녁 메뉴를 주문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광고 속 상품을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는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는 내일의 나를 꾸며줄 옷을 결제한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아니 어쩌면 꿈속에서조차 소비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들인 물건들은 정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을까? '집에서 근사한 삼겹살 파티!'라는 문구에 혹해 산 전기 그릴은, 사방으로 튄 기름과 설거지옥을 경험한 뒤 창고 깊숙한 곳에 봉인된다. 저속노화를 위해 야채를 챙겨먹으라는 말에 산 녹즙기는 어떤가. 재료 손질과 복잡한 세척 과정에 질려버린 우리는, 건강 주스는커녕 싱크대 구석에서 먼지 쌓인 녹즙기를 보며 한숨을 쉴 뿐이다. 운동하겠다며 산 각종 기구들이 가장 훌륭한 빨래 건조대로 쓰이는 것은 이미 국민 상식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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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우리는 결심한다. "이제부터 진짜 아껴야지!"


하지만 이런 결심은 왜 번번이 실패할까? 소위 '거지방'이라 불리는 오픈채팅방에서 공유되는 극단적인 절약은 현대판 자린고비에 가깝다.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자'라는 전략은, '안 먹고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는 메시지 하나로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허황된 도전이란 것이다. 시스템은 더 교묘한 광고와 할인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억눌렀던 욕망은 결국 '보복 소비'라는 더 큰 파도가 되어 우리를 덮친다. 이처럼 의지만으로 소비 습관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거대한 기획에 맞서야 할까? 중요한 것은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부르는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인지의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소비를 통제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재테크 기술을 넘어, 우리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독립 선언과 같다.


이것이 노후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소비를 공부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외부의 자극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갖추는 것. 이를 통해 주체적인 어른으로서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야말로 노후 준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소비를 공부해야 할 또 하나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소득이 늘고 여유가 생기면, 우리의 씀씀이도 자연스레 커진다. 200만 원을 벌 때 150만 원을 쓰던 사람은, 400만 원을 벌면 300만 원을 쓴다. 오래된 20평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신축 20평으로 이사 갈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한번 올라간 생활 수준은 다시 내려오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소득은 언젠가 꺾이기 마련이다. 특히, 은퇴로 근로소득이 사라지는 시점이 그렇다. 계속해서 높아진 생활 수준에 맞춰 살다 보면, 소득이 끊기는 순간 삶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게 된다. 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며 언제나 주변에 베풀고, 골프 라운딩을 즐기던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은퇴 후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지만, 예전처럼 돈을 쓰지 못하게 되자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괴로워졌다고 한다. 객관적인 소득과 상관없이, 한번 누렸던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을 관리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이하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젊을 때부터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생애 전체의 관점에서 자산을 바라보지 않으면, 노년의 행복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공부할 '소비 관리'는 두 가지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첫째는 사회가 강요하는 소비로부터 우리 삶의 주체성을 지켜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둘째는 인생 전체의 행복을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현명하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우리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삶을 조망하며 진짜 '나다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글에서 이야기하려는 소비 공부의 궁극적인 이유다.


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

처음 냉장고를 팔던 회사를 상상해 보자. 초창기 냉장고는 모든 이에게 생소한 물건이었다. 식료품을 집에서 차갑게 보관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깨달았다. 냉장고 하나로 삶의 질이 폭발적으로 개선된다는 사실을. 냉장고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회사는 급격히 성장했으며 주주들은 행복했다.


진짜 문제는 모든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된 다음부터 시작된다. 보급률이 90%를 넘어서자 회사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꺾인다. 주주들은 성장을 멈춘 회사를 보며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안정적인 수익이라도 내면 다행이지만, 시장은 녹록지 않다. 경쟁사들이 뛰어들며 가격 경쟁은 심해지고, 마진이 줄어 회사의 이익은 쪼그라든다. 이제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은 경영자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회사는 고민 끝에 '김치냉장고'라는,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낸다. 기존 냉장고 보다 더 정밀하게 온도를 유지하는 이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김치냉장고를 다 팔고 나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제 회사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김치의 '장기 저온 보관'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와인이나 고급 치즈를 보관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바꾼다. 덕분에 김치를 먹지 않는 사람들마저 이 특별한 냉장고를 사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성장 → 시장 포화 → 성장 둔화 → 새로운 시장 개척. 이 사이클을 반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전에는 필요 없던 물건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화폐의 양뿐만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른바 '소비재의 팽창(인플레이션)'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을 향한 갈증은 비단 개별 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는 국가 단위의 거대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산업화를 통해 폭발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던 서구 열강은, 자국 내에서 더 이상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자 새로운 시장을 찾아 식민지를 개척했다. 더 높은 생산성으로 식민지의 경제를 종속시키고, 나아가 주권마저 빼앗았던 제국주의는 극심한 갈등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본질은 형태를 바꿔 우리 곁에 살아남아 있다. 10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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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면서 지난 글에서는 우리가 왜 노후준비라는 과제를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의 뇌가 본능적으로 먼 미래보다 현재의 만족을 좇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현재 편향’의 함정, 그리고 수명증가와 핵가족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는 현실을 짚어봤다. 또한 ‘은퇴’로 인한 소득 단절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내 자산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월급이라는 첫 번째 엔진이 힘차게 돌아갈 때 ‘자본소득’이라는 두 번째 엔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제 ‘왜(Why)’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다음은 ‘무엇을(What)’ 그리고 ‘어떻게(How)’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아 나설 차례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노후의 재무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명확한 적들의 정체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마주할 가장 큰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생각보다 오래 사는 장수 리스크, 화폐가치의 하락을 부르는 인플레이션 리스크, 그리고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목돈이 필요한 이벤트 리스크다. 이 세 가지 리스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그 발생 시점이나 규모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얼마나 더 살지,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언제 아프거나 다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불확실성 때문에, 은퇴를 앞둔 이들은 막연하면서도 깊은 불안에 휩싸인다. 안타깝게도 매번 비슷한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무적 불안감에 쫓기다 결국 자신의 통제력을 완전히 벗어난 위험한 상품에 손을 대고, 소중한 노후 자금을 한순간에 잃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불안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려야만 할까? 나는 그 해법의 실마리 중 하나를 현대 심리학 이론에서 제안해본다. 바로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라는 이론이다. ACT의 창시자인 스티븐 헤이즈 박사는 '고통'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보고, 그것과 싸우기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행동'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ACT의 지혜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불안이나 걱정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의 파도와 싸우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파도 위에 올라타는 서퍼처럼 유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수용)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향해 꾸준히 노를 저어 나가는 데 집중하라는 것(전념)이다. 이 '수용'과 '전념'이야말로 불안이라는 파도를 다스리는 가장 성숙한 감정 조절 방식이다. 이 지혜는 노후 준비라는 불안을 줄여주는 하나의 태도를 제시해준다. 장수, 인플레이션, 질병이라는 위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음을 담담히 '수용'해야 한다. 그것들과 싸우느라 힘을 빼는 대신, 우리가 온전히 '전념'해야 할 단단한 땅은 어디일까? 바로 이 세 가지 영역이다. 첫째, 세금과 비용처럼 새어나가는 돈을 막는 것. 둘째, 현재의 씀씀이를 관리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 셋째,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배분 원칙을 지키는 것. 이것들만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자, 노후 준비의 '무엇을, 어떻게'에 대한 가장 명쾌한 해답이다. 정리하자면,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담담히 받아들이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오늘의 행동에 온전히 전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성숙한 태도다. 이제부터 각각의 리스크를 관리 하기 위해 자산을 어떤 형식으로 배분 해둬야할지, 그 구체적인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보겠다. 장수 리스크 노후의 3대 리스크 중 첫 번째는 바로 ‘장수 리스크’다. 나는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어울리지 않는 말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장수(長壽)’는 보통 축복의 의미로 쓰이지 않던가.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면 ‘오래오래 건강하게 장수하세요’라고 인사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그 좋은 말에 ‘리스크’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붙어 있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오래 사는 것이 위협이라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본다면 오래 사는 것은 분명한 위험이 맞다. 우리의 노년은 생산 활동은 멈춘 채 오직 소비만으로 남은 생을 보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차가운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재무적 안정만을 위해서는 차라리 일찍 죽는 편이 낫다는 끔찍한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수많은 삶의 층위 중 오직 ‘재무적 관점’이라는 좁은 렌즈로만 노후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중요한 전제를 마음에 새기고, 다시 재무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재무적 관점에서 오래 사는 것은 위험이 맞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오래 살 것이라고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방 죽을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무실에서 상담하다 보면 "내가 언제 죽을 줄 알고!" "내 연금 내놔!"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심리적 부인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내 고등학교 시절, 힙합에 푹 빠져 살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는 늘 헐렁한 옷에 커다란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녔고, 리듬을 타는 듯 건들거리며 걷곤 했다. 술담배는 안 하는 건실한 친구였지만, 가끔은 냉소적으로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이것이었다. "나는 스물일곱 살이 되면 죽을 거야."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친구가 서른도 되기 전에 삶을 마감하겠다니. 게이트 키퍼 교육을 들었던 지금의 나라면 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겠다. 하지만 평범한 남고생이었던 나는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만으로 스물일곱? 아니면 그냥 스물일곱?" (물론 걸쭉한 욕이 추임새로 섞여 있었음은 생략한다.) 내 반응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서른은 너무 늦고, 스물다섯은 너무 빨라. 스물일곱이 딱 좋겠어." 그로부터 10년도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힙합 소년은 만으로든, 부르는 나이로든, 스물일곱을 무사히 넘기고 지금은 127살까지 살 기세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헬스클럽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는 말한다. "나이가 드니 살려고 운동하게 되더라." 그 친구의 우스꽝스러운 변화는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지금 당장은 먼 미래의 삶이 와닿지 않아도, 막상 그 나이에 다다르면 생각은 바뀌게 마련이다. 70세 어르신은 80세까지는 살고 싶다 하고, 80세 어르신은 90세를 바라본다. 현재의 ‘나’에게 80대의 ‘나’는 낯선 타인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 생각보다 훨씬 더 길고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시기에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나는 다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통계는 우리가 높은 확률로 그 현실에 속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나는 금방 죽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통계는 우리가 높은 확률로 아주 오래 살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를 넘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인 최빈사망연령은 90세에 육박한다. 지금보다 의료 및 위생 수준이 낮았던 시대에 태어난 분들이 이미 90세를 살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음은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지만,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버틴다는 사실 말이다. 이 명백한 확률을 인정하고, 오래 살게 될 미래의 '나' 역시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져야 할 바로 '나' 자신임을 인정해야한다. 연금자산의 필요성 오래 살게될 위험은 받아 들였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바로 연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굳이 목돈이나 투자성 자산이 아니라, 연금을 준비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 ‘마르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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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을 위한 수용의 지혜 고등학교 3학년, 존경하던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음주운전자가 되레 덜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은 사고 직전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스스로를 방어한다. 하지만 이 방어적인 태도가 오히려 몸을 더 크게 상하게 만든다. 반면 음주운전자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몸에 힘을 빼고 있다가 사고를 당하기에 부상이 덜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고3 수험 생활에 빗대셨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거부하고 버틸수록 자신만 더 다칠 뿐이라고. 교통사고가 날 때 뻣뻣하게 굳은 몸이 더 큰 부상을 입듯, 싫다고 발버둥 칠수록 고통만 커진다는 것이다. "오지말라고 해봐야 더 다친다." 그러니 차라리 받아들이고 힘을 빼는 편이 현명하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말씀은 꼭 덧붙이셨다.) 선생님의 말씀은 살면서 여러 번 곱씹게 되었다. 군 입대, 학위 논문, 취업 준비처럼 피할 수 없는 과제 앞에서 저항할수록 고통은 배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일이라면, 저항하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경험과 실패가 굳은살처럼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지혜를 체득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막연했던 그 감각에 이름을 붙여준 셈이다. 이것이 바로 멋지게 나이 드는 비결 중 하나인 ‘수용의 지혜’다. 물론 확고한 신념이 있는 일이나 내 힘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저항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불필요한 저항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할 뿐이다. 피할 수 없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어른의 현명한 생존 기술이다. 노후준비라는 과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와 같아야 한다. 노후준비는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 같다. 물론, 그 '정도'와 '방식'은 조절해야 한다. 너무 먼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희생하는 것 또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미래를 살아갈 ‘나’ 역시 지금의 ‘나’와 같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 내가 가진 자원의 일부를 기꺼이 나누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사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재와 미래의 삶을 조율해나가는 것이 바로 책임감 있는 어른의 모습일 것이다. 이제 왜 우리가 노후준비라는 과제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의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현실을 통해 하나씩 짚어보겠다. 노후준비가 안 된 두 가지 이유 강의를 할 때마다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현재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분 계시면, 솔직하게 손 한번 들어주시겠어요?" 수백 번의 강의 동안, 이 질문에 손을 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통계 수치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노후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 두 가지 이유를 통해 그 원인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노후준비는 우리 뇌의 본성을 거스르는, 원래부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본래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다. 최신 뇌과학 연구는 뇌가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 동일인물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낯선 사람’처럼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해 보면, 미래의 나를 떠올릴 때의 뇌 반응이 타인을 볼 때와 거의 똑같이 나타난다. 이것이 핵심이다. 뇌의 입장에서는 노후 대비 저축이 ‘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웬 남 좋은 일 시키기’처럼 느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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