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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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3.03조회수 894회


지난 2월 26일에 "설계된 게임 : 트럼프, 이란, 그리고 IRGC 붕괴 시나리오"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측했던 내용보다 상황이 더 급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은 코드명 'Operation Epic Fury'라는 작전으로 이란을 대규모 타격했습니다.

CIA가 수개월간 추적해온 하메네이의 동선을 파악해, 그가 테헤란 국가안보회의 건물에 머물던 순간을 노려 제거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트럼프의 협상 파트너로 생각했던 파크푸르를 비롯해, 40명이 넘는 이란 수뇌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분석했던 판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 판의 다음 단계가 열렸습니다. 이 글은 그 분석을 복기하고, 제가 놓친 지점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이제 정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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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호르무즈 해협. 저 좁은 해협 사이로 전지구상의 약 20%의 원유가 공급된다.

출처: NASA / ISS Expedition 67,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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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석이 맞은 것과 틀린 것: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이전 분석의 핵심 시나리오는 뒷채널 딜이었다.

파크푸르라는 실용주의적 아웃사이더를 상대로 트럼프가 협상을 이끌어내고, 양쪽이 각자 이겼다고 하는 구조.

이 시나리오는 통째로 빗나갔다.

트럼프는 딜을 추진한 게 아니라 파크푸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 전체를 제거했다. 핵심 예측이 틀렸다.

그 위에서, 하위 변수들은 분리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압박 구조의 설계를 읽어낸 것은 유효했다. 12일 전쟁 이후 8개월간의 다층적 압박, IRGC 내부 균열, 이란 경제 붕괴, 시위 확산. 이 레이어들이 실제로 작동했고, 2월 28일의 타격은 그 레이어들이 충분히 익은 타이밍에 이뤄졌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함께 판을 설계했다는 것, CIA가 장기간 추적해온 정보를 타이밍에 맞춰 사용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파크푸르에 대한 인물 분석 자체도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지상군 계통 출신의 실무형 인물, 경제 이권과 거리가 있는 배경, 불안정한 권력 기반. 이 읽기가 틀렸다면 트럼프가 그를 협상 대상으로 고려할 이유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솔직해져야 한다. 하위 변수를 맞혔다는 것이 분석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석의 가치는 최종 시나리오의 적중에 있다.

재료를 정확히 읽고도 요리를 틀렸다면, 그건 재료 탓이 아니라 판단의 문제다.

트럼프가 이 모든 레버를 딜을 위해 쓸 것이라고 본 게 오류였다.

같은 레버를 레짐 체인지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독립된 시나리오로 설정하지 않았다.

압박의 구조는 읽었지만, 압박의 목적지를 하나로 수렴치킨 것이 결정적 실패였다.




2. 분석이 빗나간 지점: 와일드카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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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8일, 트럼프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Operation Epic Fury를 지휘하고 있다.

뒤편 지도에는 작전명이 선명하게 써있다.

출처: White House / Daniel Torok, Public Domain


가장 큰 오류는 와일드카드를 잘못 설정했다.

이전 분석에서 와일드카드는 '이란 강경파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이란 쪽에서 판이 이탈하는 시나리오.

그것을 테일 리스크로 봤고, 트럼프 쪽 이탈 가능성은 '중간선거 때문에 전면전 불가'로 결론지었다.

실제 와일드카드는 트럼프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것이 설계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분석 프레임이 '딜을 통한 봉합'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었기 때문에,

'레짐 체인지 자체가 목표인 시나리오'를 독립적인 레이어로 설정하지 못했다.

그 레이어가 빠진 게 결정적이었다.

왜 그랬냐면,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 중간선거 데드라인이 트럼프의 절대적 제약이라고 봤다. 전쟁이 주식시장을 박살내면 중간선거에서 진다.

둘째, 트럼프는 지금껏 즉각적인 출구가 있는 결정적 행동 패턴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두 전제 모두 더 정교하게 뜯어봤어야 했다.

셋째, 그리고 이게 가장 크게 빠진 변수인데, 이스라엘의 독자적 인센티브를 트럼프의 하위 변수로만 읽었다. 이전 분석은 이스라엘을 "트럼프의 설계를 실행한 행위자"로 봤다. 그러나 네타냐후에게는 독자적인 타이밍의 논리가 있었다. 10월 이스라엘 총선. 이란 수뇌부 제거는 네타냐후 자신의 역사적 레거시이기도 하다. 그가 이 타이밍을 원했을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설계에 올라탄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자신의 설계에 활용한 것인가 라는 질문도 다루지 못했다.

이 둘은 결과는 같지만 구조가 다르다. 전자라면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타이밍에 끌려간 것이고, 후자라면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인센티브를 정확히 읽고 활용한 것이다. 지금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 질문에 확정적으로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질문을 처음부터 열어두지 않은 것 자체가 분석의 맹점이었다.




3. 중간선거 전제의 재검토: 트럼프는 시장을 버린 게 아니었다

공습 직후 첫 거래일에도 주가는 오히려 버텼다.

흔들리긴 했지만 밀려나지 않았고, 장중 양전하는 구간까지 보여줬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도한 모습이다.

이란 공격 가능성이 수개월간 선반영 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쌓여 있었다.

실제로 터지니까 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올라갔다. Buy the dip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가 이걸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알고 쳤을 수 있다. 전쟁이 빠르게 끝나고 이란 정권이 교체되면 유가는 장기적으로 내려간다. 중동 안정화로 가면 시장은 더 올라간다. 중간선거 전에 '이란 해방'이라는 역사적 카드까지 쥔다. 오히려 중간선거 계산이 더 정교해진 버전이었을 수 있다.

트럼프가 레짐 체인지를 베팅할 수 있었던 건 시장 계산만이 아니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전제에 깔려 있었다. 이란 원유의 90% 이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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