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며칠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둘째 태어나고 70일 좀 넘었는데 너무 전력으로 달린게 독이 된 것 같다. 사업이 구체화되면 될수록 빨리 가는 것보다는 스테디하게 오래 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서, 당분간 페이스를 좀 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IR자료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 대상이 시드투자자일수도 있고 코파운더일 수도 있고 초기멤버일 수도 있을텐데, 어차피 투자자가 아니라 조인할 팀원이더라도 본인의 인생과 기회비용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라면 본질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료를 만들면서 드는 생각이 'IR에서 이 얘기를 하려면 가설이 어느 정도 실제 데이터로 실증이 되어야 하는데' -> '실제 데이터가 있으려면 이 부분까지를 만들어야지' -> '이 부분까지 만들려면 돈이나 사람이 필요한데?' -> '돈이나 사람을 끌어오려면 IR자료를 완성해야지' -> 'IR에서 이 얘기를 하려면 가설이 어느 정도 실제 데이터로 실증이 되어야 하는데' -> ... 이런 무한 도돌이표가 생기게 된다. 사실 닭와 달걀의 문제인데..
전 회사 엑싯한 이후로 엔젤투자 제안이 들어오면 그래도 다 업계 후배들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내서 피칭은 들어보는 편이라서(아쉽게도 실제 투자까지 간 적은 없음) 제법 많은 다른 회사들의 IR자료들을 봤는데 보통은 저 루프의 어떤 부분이 헐거운 것을 기세로 돌파하려고 하거나, 아니면 악질적인 경우에는 아예 사기에 가깝게 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젊은 창업자들처럼 기세로 밀고가긴 싫고 내 입장이라도 투자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짜는게 결국 중요한 것 같다.

창업자의 고민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 모든 것에 시작을 하는 것은 불명확하고 수치로 검증할 수 없는 정성적 영역을 정량적으로 해야하는 난센스가 있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