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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3. 외모 정병과 불쌍한 사랑 기계 (김혜순)
life and market[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3. 외모 정병과 불쌍한 사랑 기계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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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o
2026.01.19조회수 3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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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한 해가 끝나면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기업들에서 통계 자료가 하나 날라온다. 올해 어떤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는지 순위를 알려주는 통계다. 작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이찬혁의 앨범 EROS에 수록된 멸종위기사랑이다.

왔다네 정말로 아무도 안 믿었던
사랑의 종말론 It's over tonight

- 멸종위기사랑(이찬혁)

오늘 날 사랑이 멸종했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온다. 이찬혁의 이런 지적은 꽤 날카롭게 들어오는데 나 역시 글을 쓰는 생산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글을 읽는 소비자이다보니, 이찬혁의 취향과 그가 소비하는 책이 궁금해서 서치를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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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런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우리 집에도 저 책이 있다. 이름은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오늘 날 이찬혁과 한병철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나는 그렇게까지 비관적이진 않고, 종말 전의 쇠퇴기를 겪고 있거나 사랑이 '소비'로서 대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듯이 사회적으로 사랑의 열정이 식어버렸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길 '낭만이 없다')


이유가 뭘까? 오늘날 사랑은 무한한 선택의 자유 아래에 있다. 예시로 데이팅 앱을 들 수 있겠는데 데이팅 앱을 보면 타자의 공급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마음에 안 맞는 것 같으면 그냥 버려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오늘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마찬가지로 타자의 공급이 과잉되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옵션에서 사랑할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 이게 사랑이 '소비'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가령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권유받았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 사람 외모는 어때? 돈은? 나이는?"


그런데 이건 무슨 정육점에서 고기를 고르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냥 표현만 바뀔 뿐이다.


"그 고기 등급은 어때? 품질은? 가격은?"


나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다는 것에 살짝 거부감을 느끼는 감수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이 여기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럼 이것을 누구의 잘못인지 논할 수 있을까? 단지 사회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에 병자처럼 누워 있는 이들을 욕 할 수는 없다.


그저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생산성이 향상되어 늘어나게 된 것이 육류나 쌀, 밀뿐만이 아니라는 점, SNS와 데이팅 어플 등으로 타자가 과잉 공급되고 너무 많은 사람 속에서 만남을 추구하다 보니 최적화를 강요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과잉 공급되는 타자와 열려 있는 선택의 가능성 속에서 사랑은 불가능하다.

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 멸종위기사랑(이찬혁)

<멸종위기사랑>에서 인류가 사랑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이유는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타자의 과잉 공급, 그로 인한 최적화의 강요, 그것이 바로 사랑이 멸종되는 맥락이다.


사람을 최적화한다는 것은 마치 고기처럼 우리에게 등급을 매기겠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왜일까?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치를 정량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를 둘러보면 이로 인한 질병들에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여성들이 겪는 "외모 정병"과 남성들이 겪는 "성공 강박증"이 그것이다.


두 주제를 다 다루고 싶지만 오늘은 우선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만 다룬다.


왜 오늘날 여성들은 성형 중독을 앓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본인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바로 비교에서 나온다. 본질적으로 비교는 왜 탄생할까. 그건 연애 시장에서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옵션이 "외모"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연애 시장에서 그들의 점수가 외모라는 가치로 결정된다면, 연애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외모 또한 유지되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랑(소비)받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외모를 타자에게 최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선택(소비)되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가치 속으로 뛰어든다. 이때 당신은 자신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연인의 트로피로 전락한다.


'트로피'라는 말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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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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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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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그렇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나는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지만 어쩌자고 이런 것까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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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시리즈 연재]
2026.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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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2. 몰락의 사랑과 그로테스크한 연애시 (김혜순)

[시리즈 연재] 1. 투자 커뮤니티에서 시 평론을 하는 마음

(Tom Hunter - Woman Reading a Possession Order)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6년을 맞아 Valley Space에 '시 평론과 강독'이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연재하게 된 tolo라고 합니다. 지원하신 분들 중에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으셔서 물 건너갔구나 싶었는데, 돌아보니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무심코 지나치듯 제 글을 아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그동안 미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저를 선택해 주신 분들과 뉴로퓨전의 모든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확히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하던 와중에 Tom Hunter라는 작가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문학을 이 글로 시작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나에게 처음으로 문학을 알려준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저는 기억도 못 하는 오래전 이야기로 여쭈니, 자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이에게 세상을 읽어주는 마음은 기억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언젠가 고바야시 히데오의 저서<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구절을 읽으며 비평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내려놓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비평이라는 말을 들으면, 판단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냉안이라든가 하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그와 동시에 애정이라든가 감동을 비평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평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훌륭한 비평의 자질이 제가 가질 마음은 허를 찌르듯 번뜩이는 사고력도, 냉정한 평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마음이 까마득한 어린 날 저에게 어머니가 문학을 선물하던 마음이길 빕니다. 시론, 시를 밀어내는 마음 사실 투자 커뮤니티에 시 평론을 올리기에 제가 가진 시에 대한 사유는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시를 전공한 전공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오랫동안 글을 써온 시인이나 평론가도 아닙니다. 그리고 연재를 하며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질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시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해체에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대신 인문학의 텍스트(Text)에서 어떻게 통찰을 뽑아내고 그것을 삶의 기반으로 삼는지를 논하고자 합니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단순히 시를 평론하고 강독하며 '시'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를 시작으로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들을 시인과 문답하며 변증법적으로 대화하며 풀어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의 시인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통념(endoxa)인 사랑, 이별, 삶, 죽음, 신, 진리 등 삶에서 필요한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들입니다. 즉 우리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며 그것을 옹호하고 때로는 반론하며 자신만의 사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집중해야 할 요소는 단순히 시를 넘어, 세상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시인들이 세상에 뱉어 놓은 통념(endoxa)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더 정확히는 하이데거가 이야기하는 빈말, 사물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말하는 대로 옮기는 것을 뚫고나와 격발하는 일입니다. 때문에 가끔은 시를 작성한 시인의 의도와 결별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며, 해석을 위해 시의 모든 부분을 끌고 와야 할 때도 있고 시의 문장을 토막 내서 삶에 대한 통찰로 끌어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수영 시인의 <시여, 침을 뱉어라>의 문장을 인용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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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1. 투자 커뮤니티에서 시 평론을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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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2026.01.19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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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1.19

읽을 수록 지식이 쌓이는거 같네요 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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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2026.01.19

예쁘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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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로롱
2026.01.19

불쌍한 사랑 기계... 인상 깊은 단어입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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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2026.01.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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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투자
2026.01.20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핏덩어리 시계 부분을 읽고 시계가 심장을 비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계가 똑딱 거리듯이 심장도 쿵쾅거리고, 진심은 심장에서 나온다는 표현도 고려했을 때 문맥상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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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구드
2026.01.20

다음화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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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pacino
2026.01.21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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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1.21

악뮤의 노래를 오랜만에 듣습니다. 가사가 인상깊은 건 여전하군요. 그리고 그냥필름... ㅎㅎㅎ 이거 구독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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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호소인
2026.01.22

연애할 때, 대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구속한다는게 생각 못 해본 부분이네요.. 지옥은 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