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3. 외모 정병과 불쌍한 사랑 기계 (김혜순)

[시리즈 연재] 3. 외모 정병과 불쌍한 사랑 기계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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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o
2026.01.19조회수 2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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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한 해가 끝나면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기업들에서 통계 자료가 하나 날라온다. 올해 어떤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는지 순위를 알려주는 통계다. 작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이찬혁의 앨범 EROS에 수록된 멸종위기사랑이다.

왔다네 정말로 아무도 안 믿었던
사랑의 종말론 It's over tonight

- 멸종위기사랑(이찬혁)

오늘 날 사랑이 멸종했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온다. 이찬혁의 이런 지적은 꽤 날카롭게 들어오는데 나 역시 글을 쓰는 생산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글을 읽는 소비자이다보니, 이찬혁의 취향과 그가 소비하는 책이 궁금해서 서치를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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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런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우리 집에도 저 책이 있다. 이름은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오늘 날 이찬혁과 한병철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나는 그렇게까지 비관적이진 않고, 종말 전의 쇠퇴기를 겪고 있거나 사랑이 '소비'로서 대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듯이 사회적으로 사랑의 열정이 식어버렸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길 '낭만이 없다')


이유가 뭘까? 오늘날 사랑은 무한한 선택의 자유 아래에 있다. 예시로 데이팅 앱을 들 수 있겠는데 데이팅 앱을 보면 타자의 공급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마음에 안 맞는 것 같으면 그냥 버려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오늘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마찬가지로 타자의 공급이 과잉되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옵션에서 사랑할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 이게 사랑이 '소비'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가령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권유받았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 사람 외모는 어때? 돈은? 나이는?"


그런데 이건 무슨 정육점에서 고기를 고르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냥 표현만 바뀔 뿐이다.


"그 고기 등급은 어때? 품질은? 가격은?"


나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다는 것에 살짝 거부감을 느끼는 감수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이 여기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럼 이것을 누구의 잘못인지 논할 수 있을까? 단지 사회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에 병자처럼 누워 있는 이들을 욕 할 수는 없다.


그저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생산성이 향상되어 늘어나게 된 것이 육류나 쌀, 밀뿐만이 아니라는 점, SNS와 데이팅 어플 등으로 타자가 과잉 공급되고 너무 많은 사람 속에서 만남을 추구하다 보니 최적화를 강요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과잉 공급되는 타자와 열려 있는 선택의 가능성 속에서 사랑은 불가능하다.

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 멸종위기사랑(이찬혁)

<멸종위기사랑>에서 인류가 사랑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이유는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타자의 과잉 공급, 그로 인한 최적화의 강요, 그것이 바로 사랑이 멸종되는 맥락이다.


사람을 최적화한다는 것은 마치 고기처럼 우리에게 등급을 매기겠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왜일까?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치를 정량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를 둘러보면 이로 인한 질병들에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여성들이 겪는 "외모 정병"과 남성들이 겪는 "성공 강박증"이 그것이다.


두 주제를 다 다루고 싶지만 오늘은 우선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만 다룬다.


왜 오늘날 여성들은 성형 중독을 앓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본인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바로 비교에서 나온다. 본질적으로 비교는 왜 탄생할까. 그건 연애 시장에서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옵션이 "외모"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연애 시장에서 그들의 점수가 외모라는 가치로 결정된다면, 연애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외모 또한 유지되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랑(소비)받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외모를 타자에게 최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선택(소비)되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가치 속으로 뛰어든다. 이때 당신은 자신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연인의 트로피로 전락한다.


'트로피'라는 말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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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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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그렇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나는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지만 어쩌자고 이런 것까지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