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글을 쓰는 날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날이어서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도 낮에 햇살을 받으면서 잠시 걸었더니 기분이 나았다. 어제밤과 새벽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계엄군이 국회를 막고 있는 장면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3년전 아들이 수색대대로 DMZ 근무를 자원했을 때, 나는 아들을 야단치면서도 나름대로는 내 아들의 군복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배운 지식인? 답게 '군인는 살인하는 기계'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니, 어쩔수 없다고 합리화했다. 그런데 어제 확실히 깨달았다. 우리나라 군대는 가면 안되는 곳이라는 것을... 군인도 불의에는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 산다. 초등1 학년때 5.18이 났다. 학교가 쉬었다. 날마다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학교 언제 가냐"고... 나는 선생님을 괴롭히는 학생이었다. 어른들 몰래 나가 본 큰 도로에 돌이 나뒹구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제는 너무 무서웠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가서 계엄이 취소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모임이나 집회가 취소되고, 밤에도 돌아다닐수 없을까봐 공포스러웠다. 어린 시절의 몸에 새겨진 상처가 되살아났다. PTSD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