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1-3: 발상의 전환으로 노벨상






프롤로그에서 저는
놀랍게도 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 중 가장 빠른 반응은 약 200 펨토초만에 일어납니다.
라는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제가 처음 선택한 것은 1967년 노벨 화학상입니다.
매우 짧은 에너지 펄스를 가해 평형을 순간적으로 교란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초고속 화학 반응을 연구한 공로
를 설명하기 위해 1-1편에는 화학, 화학반응, 반응의 속도와 평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반응에 '충돌'이 필요하다는 것을 1-2편에서 설명드렸고, 그럼 이제 저 수상 공로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문제는 반응속도가 빠를 경우 어떻게 '시작' 버튼을 정확하게 원하는 시점에 누를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반응속도를 '측정'하는 일 역시 쉽지 않습니다. 수상자 중 만프레트 아이겐의 인터뷰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략) 오이켄(Eucken)의 교과서에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 물질을 섞으려면 관 흐름(tubular flow)을 만들어야 하고 압력을 가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대략 1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가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죠. 섞는 과정(mixing process) 자체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응이 그보다 더 빠르면 그걸 관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젊을 때는 남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잖아요. 저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건 없다"라고 말하고 다녔고, 고민은 했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과거에 가장 빠른 반응으로 여겨지던 것 중 하나는 산(H⁺)과 염기(OH⁻)가 만나는 중화반응입니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두 분자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반응의 경우 충돌이 필수적입니다. 두 물질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갑자기 '뿅' 하고 어딘가에 합쳐져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 반응은 물질이 '충돌'하는 속도보다는 '더' 빠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액체에서 계산된 충돌 속도가 너무 빠른 것입니다. 우리는 반응을 일으키고 관찰해야 하는데 시작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버튼을 누를 준비하기 위해 두 물질을 섞는 도중에 반응이 시작되어 끝나버립니다.
만프레트 아이겐은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하트리지와 로우턴(Hartridge and Roughton)이 그랬던 것처럼 장애물을 극복하려고 시도하거나, 아니면 이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두 번째 방법인 장애물을 우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게 해주었습니다. - 만트레트 아이겐 Nobel Lecture
즉, 반응보다 더 빠르게 두 물질을 섞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단 섞어놓고 보는 겁니다. 당연히, 반응속도가 빠르기에 반응은 섞이면서 동시에 끝나겠지만, 반응이 '끝났다'고 해서 분자 수준에서 반응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설명 드렸듯이 화학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평형'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관측하려는 반응과 그 반대 방향의 반응의 속도가 같아서 겉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화학 반응이 결코 완전히 '끝나는(completed)'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반응물 사이에 항상 평형(equilibrium)이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적 평형은 정적(static)이지 않습니다. 즉, 개별적인 변화가 멈췄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

제일 재미없는게 화학이었는데 이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오! 다행입니다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평형 상태를 교란한 다음에 변화를 관찰하고 측정한다니...! ㅎㅎ 역발상이네요

노벨상은 아무나 타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교과서의 권위에 도전할 용기와 능력이...!!

아이겐은 "빠르게 섞어야 하는 문제"를 우회해서 이 문제에 접근한 것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발상의 전환을 택했던 것입니다!
천재는 천재네요! Reverse DCF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시장이 맞다고 치고 우회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재미있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노벨상급 발견들은 정말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명한 화학자들의 개그 드립... ㅎㅎㅎ
정말 재밌게 연재 한 꼭지를 써주셔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편에서 그림에 대해 Pioneer님께서 칭찬해주셔서 LLM 이용해서 2개 급히 추가해서 넣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몽사님,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 남겨봅니다. 어쩌면 끝없는 순환반복 질문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래도 질의응답 과정이 있어야 순환반복이 될지 아닐지를 알게될 것 같아서 질문을 드립니다.
(제가 이해를 잘 못한 것이라면 차라리 그걸 깨닫는게 낫겠다 싶어서요. ㅎㅎㅎ)
질문 :
화학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은
1) 화학반응의 (측정) 시작 순간을 특정(전기 펄스 에너지를 가한다거나...)하고
2) 가한 그 에너지의 작용으로 반응 중인 물질의 농도의 균형을 (살짝) 깨뜨리고, 깨진 상태의 농도를 계산(측정)하고
3) 그 깨진 균형이 다시 균형을 찾는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한다...
대충 이런 과정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 부분... 어떤 에너지를 가하는 것이 물론 순간이겠습니다만, 순간이라도 실험장치에서 에너지를 발생시켜서 화학반응이 진행중인 물질에 그 에너지를 흡수시키고 농도 균형을 깨뜨리는 데 시간이 걸릴텐데?? 이건 어떻게 배제하지??? 궁금증을 풀어주세요~~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1번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합리적인 고민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실험을 할 때 저희가 가하는 펄스 에너지가 얼마나 짧은 순간인지 먼저 측정합니다. 이보다 더 빠른 반응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번과 3번을 이용해서 반응 속도를 측정하는데 펄스 에너지가 가해지는 짧은 순간과 반응 속도 측정 결과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 실험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반응을 일으키는 그 펄스의 파형을 고려해서 반응속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식(deconvolution이나 reconvolution)도 많이 사용합니다.
관심갖고 질문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오늘도 차근차근 따라가며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참 큰 힘이 됩니다!ㅎㅎ 감사해요~!!

오,,, 노벨상 수상자들은 안되니깐 역발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군요 !
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실 한동안 바빠서 오늘 놓친 1-2부터 순서대로 읽고 있습니다.

글 읽어주져서 감사합니다! 부디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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