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1-3: 발상의 전환으로 노벨상

[시리즈 연재] 1-3: 발상의 전환으로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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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1.07조회수 2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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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저는

놀랍게도 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 중 가장 빠른 반응은 약 200 펨토초만에 일어납니다.

라는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제가 처음 선택한 것은 1967년 노벨 화학상입니다.


매우 짧은 에너지 펄스를 가해 평형을 순간적으로 교란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초고속 화학 반응을 연구한 공로


를 설명하기 위해 1-1편에는 화학, 화학반응, 반응의 속도평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반응에 '충돌'이 필요하다는 것을 1-2편에서 설명드렸고, 그럼 이제 저 수상 공로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문제는 반응속도가 빠를 경우 어떻게 '시작' 버튼을 정확하게 원하는 시점에 누를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반응속도를 '측정'하는 일 역시 쉽지 않습니다. 수상자 중 만프레트 아이겐의 인터뷰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략) 오이켄(Eucken)의 교과서에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 물질을 섞으려면 관 흐름(tubular flow)을 만들어야 하고 압력을 가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대략 1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가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죠. 섞는 과정(mixing process) 자체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응이 그보다 더 빠르면 그걸 관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젊을 때는 남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잖아요. 저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건 없다"라고 말하고 다녔고, 고민은 했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과거에 가장 빠른 반응으로 여겨지던 것 중 하나는 산(H⁺)과 염기(OH⁻)가 만나는 중화반응입니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두 분자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반응의 경우 충돌이 필수적입니다. 두 물질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갑자기 '뿅' 하고 어딘가에 합쳐져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 반응은 물질이 '충돌'하는 속도보다는 '더' 빠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액체에서 계산된 충돌 속도가 너무 빠른 것입니다. 우리는 반응을 일으키고 관찰해야 하는데 시작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버튼을 누를 준비하기 위해 두 물질을 섞는 도중에 반응이 시작되어 끝나버립니다.


만프레트 아이겐은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하트리지와 로우턴(Hartridge and Roughton)이 그랬던 것처럼 장애물을 극복하려고 시도하거나, 아니면 이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두 번째 방법인 장애물을 우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게 해주었습니다. - 만트레트 아이겐 Nobel Lecture

즉, 반응보다 더 빠르게 두 물질을 섞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단 섞어놓고 보는 겁니다. 당연히, 반응속도가 빠르기에 반응은 섞이면서 동시에 끝나겠지만, 반응이 '끝났다'고 해서 분자 수준에서 반응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설명 드렸듯이 화학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평형'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관측하려는 반응과 그 반대 방향의 반응의 속도가 같아서 겉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화학 반응이 결코 완전히 '끝나는(completed)'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반응물 사이에 항상 평형(equilibrium)이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적 평형은 정적(static)이지 않습니다. 즉, 개별적인 변화가 멈췄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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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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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뉴런입니다. 전공은 물리화학이고 투자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용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요새는 게임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있습니다! (망할지도...) 아무튼, 행복한 하루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