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번 석박사 어드미션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이번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부족한 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나중에 종종 이 글을 보면서 그땐 그랬구나, 그 때 부족한게 이 부분이었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라고 생각해 보고 또 지칠때도 보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ECE MS ICS track 과정으로 진학할 것 같다.

대학교 4학년 때 부터 나는 막연하게 미국에 가서 엔지니어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때는 어떻게 해야 미국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회사 생활에 적응해왔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업무 강도가 상당한 축에 들어가는 회사지만,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나름 뿌듯했다.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나는 이 회사에서 여는 직무체험의 장 행사에 운이 좋게 참가 기회를 얻었는데 이제까지 이 회사에서 5년 가까운 시간 일을 한 것은 바로 그 행사가 계기가 되어서다. 당시 자기소개서에 통신이나 회로쪽에 관심이 많다고 나름대로 어필을 해서 참가하게 된 듯 한데, 그 때 봤던 회사의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대학원을 가 볼까? 라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었지만, 취업을 선택한다면 그 회사가 1지망이었다. 그래서 졸업하고 6개월간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이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을 때는 내가 나름대로 인생의 마일스톤 하나를 해결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즈음 valley ai를 알게 되었으니, 아 나는 이제 걱정 끝이다. 코로나 시기지만 어쨌든 관문을 하나 뚫어 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제 주식투자만 valley ai 잘 수강해서 공부하면 내가 살면서 고민할 일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짧은 행복을 누렸던 것 같다.
그러나 겉이 화려하더라도 그 내부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시스템은 정말 묘하게 엔지니어링과 제조가 섞여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엔지니어가 제조도 '어느 정도' 알고 엔지니어링도 '어느 정도' 알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구조의 문제점은 엔지니어가(특히 신입이 성장해야만 하는 그 시기에) 업무에 대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이 업무 저 업무 투입되었다가 때로는 제조관련 업무에 투입되어서 스스로 중심 축을 잡아나가기가 좀처럼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입사 전에는 회사다니는 모두가 다들 생각도 안했을 테지만 말이다(JD 어디를 보더라도 이러한 일을 하게 될거라고는 하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이건 취업사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적도 여러번이다).
회사의 시스템 상, 다양한 부서에서 요청하는 샘플들이 매번 샘플을 제작할 때 마다(빈번하다) 있고 개발 과정중에 서로 다른 사양의 샘플들이 필요한 경우가 매우 많다. 내가 속해 있는 상품화개발팀의 일과는 기본적으로 제조에 종속될 수 밖에 없어서 이 부분을 알아야만 하고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회사 시스템에서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이 제조에 종속된다고 하는 건, 하루라도 아껴서 최대한 모델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상품화 팀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부분들이 미덕이 되어버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무엇이든 빨리
무엇이든 많이
필요하다면 이미 잡혀진 일정마저도 제작 하루 전날에 뒤집기 (즉, 사바사바 하기 Ex) 일정 변경이 안되지만, 이번 한번만 봐주세요, 이것 좀 어떻게 안될까요?, 혹시 A팀과 B팀의 일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합의 받아왔습니다. 안해줄건데요? 죄송합니다.. 이번 한번만. 응? 저번에도 그러셨잖아요. 아.. 이번에 일정이 또 변경이 되어서..죄송합니다..)
신속한 자재 발주와 관리, 그리고 취합. (이번 제작 부터 버전 바뀐거 아시죠? 변경 자재로 투입되게 관리해 주세요 등. A일정에는 이걸로 넣고 B 일정에는 저걸로 들어가야해요. 어 자재를 잃어버리셨다고요? 어딨지?)
샘플 제작에 대한 일정변경 / 수량변경 / 사양변경 등이 있을 시에(사실 아주 빈번하다) 유관부서에 빌러다니며 합의 받아오기.
이 외에도 제조에 종속되다보니 다양한 부서에서 사용하게 될 샘플을 개발팀이 관리하고 또 제작하는 순간도 빈번하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나 체계가 없다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회사의 현재 구조가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버텨온 회사니까. 그러나 나는 '이런 땜빵식 구조가 언제까지고 계속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시작했다. 신입일 때도 그 생각을 했지만, 어느 정도 이 일에 부담을 덜게 된 연차가 되었을 때에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람들 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가장 굳은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신입사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수익성 악화로 인해 모델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사람은 갈 수록 뽑지 않는 구조면 언제까지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갈 수 있을까? 나는 정녕 하루살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가? 이 의문이 계속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신입들이 하는 업무 뿐만 아니라 모델 개발 그 자체도 문제다. 사람 수는 조직개편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연간 할당된 모델 수는 늘어만 가고 이것을 더 싸게 만들어야 하는 방향성으로 흘러가고 있다. 0.01불 정도를 아끼기 위해 열악한 부품들의 조합으로 성능을 잡아내야 하는 상황이 더 빈번해 지는 중이다. 이러한 부분이 전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원가절감을 디폴트로 가져가는 제조업이니까) 여기에 더해서 사람들이 모델을 많이 구매해봐야 1대 정도 구매하는데 비슷한 라인업, 비슷한 가격대의 저가 모델을 여러 종류를 만들고 그걸 가판대에 생선장사 하듯이 주욱 늘어놓는 방향이 과연 제대로 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이 머릿속을 멤돌다 24년 11월 말이 되었고, ...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스틴 가시겠군요 축하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3.5년 일하다가 공부하러 왔었는데 예전 생각도 나고 감정이입이 되서 응원하게 되네요. 콕렐 스쿨 선배로써 조언해주고 싶지만 Reverie님이 워낙 준비 잘 하셔서 해드릴 이야기가 없어요. 피클센터인지 메인 캠인지 모르겠지만 가서도 잘 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잡으시고 인턴도 하시면 계획대로 잘 흘러갈것 같아요. 혹시 공부하시다가 힘들면 제가 맛있는거라도 사드릴게요. 궁금한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진심어린 응원 감사합니다! 사실 위 Pending List 학교 중에 어제 이 글을 작성한 뒤에 waitlist 받은 곳이 있어서 그 학교에 컨택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려고 합니다.. 그 학교는 PhD 지원이다보니 어스틴으로 갈지, 그 학교로 갈지 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어스틴으로 갈 준비하다가 타학교 웨잇리스트 받으니 많이 혼란스러운데..혹시 운좋게 waitlist off되더라도, 학위를 마치면(잘 과정을 마쳐야겠죠 우선) 일할 때는 어스틴으로 가고 싶단 생각이 있습니다. 유튜브로 UT Austin 전경보고 저기서 공부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 가능성이 높겠죠? 콕렐 스쿨 정말 좋아보여서 입시기간 내내 제 드림 스쿨이었네요.
![[유학준비]_추천서를 부탁드려봤던 건](https://post-image.valley.town/GYxB_Gx5_kMIRhlSGXOz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