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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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옹이
2026.02.28조회수 2,632회

그동안 뭘 했냐면

클로드로 뭔가를 만들어본 지 5일차, 연휴를 맞이해 싱가폴 여행을 다녀옴


(출국 직전에 카카오 챗GPT 프로를 액티베이트해놓음. 비행기 기내 wifi로 딥리서치를 돌려보는데 아뿔사, 디바이스를 계속 켜놔야 함. 원격 PC를 쓸 수도 있지만 공용 wifi로 접속하긴 좀 그래서 싱 도착해서 해봄. 카카오 프로모션 4개 마저 구매하려는데 품절됨. 흑흑 ㅠ)


귀국하자마자 클로드 코드로 작업 시작. 의도했던 게 순식간에 만들어짐. 깃 커밋도 다 해줌. 전주에 챗봇이랑 대화하며 복붙하던 것도 신세계였는데, 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짐


개인 루틴 자동화는 이미 거의 완성되어서, 이제는 팀 단위로 활용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어봄. 이것도 원래는, 엑셀로 데일리 수작업하던 걸 자동화하려다가, 아 이거 그냥 아예 서비스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어서 해봄. 순식간에 프로토타입이 나와버림. (정확히는, 여의도에서 강남역 가면서, "나 퇴근해야 하니까 알아서 네가 쭉 작업해줘." 한 마디 던져놓고, 가끔 원격 들어가서 엔터만 툭툭 쳐줬는데, 택시 내릴 때쯤에 프로토타입이 나왔음...)


그리고 수목금 3일간 작업한 결과, 실제로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의 결과물이 나옴

퇴근시간이 빨라졌는가

전혀 빨라지지 않았음. 매일매일 업무량은 많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의 밀도가 달라짐. 원래부터 밀도있게 일한다고 자부했으나, 3주 전의 나는 그냥 굼벵이였음. 이번주의 나는 여행 직후의 밀린 일, 이번주 해야 할 일, 대시보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함. 그러면서 인뎁스 리포트도 몇개 읽음. (사람도 많이 만남. 이번주 저녁약속만 4개에 점심미팅과 티타임 미팅도 있었음)


데일리 루틴이 이미 자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쌓인 일이랄 것 자체가 거의 없었고, 대시보드 개발은 가끔 진도 확인하면서 요구사항만 이야기하면 되었기 때문에 가능


업무자동화를 많이 하면 업무량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은 매우 착각. 그동안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됨. 업무량은 줄지 않았지만 업무의 밀도가 높아지고, 즐겁고 신나게 일함. 자동화를 하고 나서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사람은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일'이 없다는 뜻일 수 있고, 그렇다면 AI로 인해서 자리를 잃게 될 1순위 직군일 수 있음

개발 경험이 있으면 유리하다

뭐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에이전트는 진입장벽을 낮추었을 뿐, 개발자보다 더 잘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음. 애초에 출발선에 설 수도 없는 사람을 출발선에까지 데려다주기는 한다 정도의 느낌? 훈련된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음. 개발자들이 에이전트로 인하여 느끼는 당혹감과는 별도로,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갭은 명백히 존재함


아주 단순한 예를 들자면, 제미나이 API를 활용한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얘네가 옛날에 학습한 모델이라 그런지 gemini-flash-2.0을 연결함. 근데 2.0은 지금 서비스하지 않음. 오류메세지를 복붙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gemini-flash-2.5를 맞춰줌.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됨. 그 삽질을 안 하려면 gemini-flash-latest를 사용하라고 하면 됨. 자동으로 최신버전을 호출함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숨 쉬는 법도 알려줘야 하냐라며 어이없어하겠지만,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갭은 그런 거임. 누구는 파이썬 설치에만 두 시간이 걸림 (3년 전에 내가 그랬음)


코딩 에이전트로 뭘 어디까지 시킬 수 있을지도 개발을 해본 적이 있어야 감이 옴. 컨텍스트 윈도우 개념을 알아야 작업을 어떻게 얼마나 쪼개서 지시해야 할지 알 수 있음. 외부 API를 사용할 때에도 그 API가 어떤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작업이 수월해짐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 간의 역량 차이를 줄이긴 했음. 누구나 출발선에 설 수는 있음. 그러나 요이땅 하고나서의 생산성은 여전히 격차가 큼. 개발자는 1년 걸릴 일을 일주일만에 할 수 있게 되었고, 비개발자는 평생 꿈만 꿔오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음. 그러나 그 두 사람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놓을 산출물의 퀄리티는 전혀 다름


그리고 누군가는 출발선에 서는 일 자체를 싫어함

호기심과 실행력

연휴 전 호기롭게 벌려놓은 토론창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귀중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심. 그중 계속 곱씹게 되는 키워드가 있었는데, 바로 '호기심과 실행력'


아무리 좋은 게 있다 해도 안 쓰는 사람은 안 씀. 요며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AI로 뭘 만들었는지 썰을 풀고 다녔는데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끝끝내 "나는 안 할 거다", "나는 못한다", "나는 필요가 없다"라는 반응도 있었음


나는 필요가 없다? 나도 그랬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클로드가 코드를 잘 짜준다고 하는데, 나도 해볼까? 근데 나는 코드 짜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했었음.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너어어어무 많음


나는 못한다? 나야 뭐 20년 전에 깨작거려본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남들보다는 진입장벽이 낮긴 했지만. 주변에 비개발자, 코드라고는 난생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윈도우 커맨드창 한 번 열어본적 없는 사람들이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어서 쓰기 시작함


나는 안 할 거다? 뭐 이거야 개인 취향인데. 이미 다 가진 사람들이라면야 알아서 행복하게 사시겠지만, 아니라면, 음...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계가 당신을 대체하느냐 아니냐는 지금 시급한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일어나고 있는 싸움은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기계를 못 쓰는 사람의 경쟁이다. 오늘도 당신 옆자리의 누군가는 생산성을 높이며 당신의 책상 다리를 자르고 있다.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다. 호기심과 실행력.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과, "안녕 클로드"를 타이핑하기까지의 용기

고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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