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됐고 해서, 올 한 해 마음 좀 다잡아보려고 정리해 본 글입니다.
경제 분석글은 아니고, 제 개인적인 상황에 맞춰서 "나는 올해 이렇게 해 봐야겠다" 하고 계획을 세워본 사적인 기록입니다.
경제는 늘 뉴스 속 그래프보다 먼저 생활에 들어온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는지 가벼워지는지, 같은 돈으로 사는 물건이 줄어드는지 늘어나는지, 상가 앞을 지나가는 발걸음이 더 빨라졌는지 더 느려졌는지 같은 것들이 통계보다 앞서 움직이고, 그 작은 변화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임차인의 표정과 대화의 톤, 그리고 결제일 전후의 공기에서 분명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2025년을 지나며 계속 느낀 건 이 ‘온도 차’였다. 수출이 좋다는 말은 들리는데 내수는 식는다. 어떤 업종은 매출이 유지되는데 어떤 업종은 줄을 서서 문을 닫는다. 같은 도시, 같은 계절인데도 경제는 한 가지 표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 GDP나 “전망치”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붙든 숫자가 하나 있다. 환율이다.
환율은 단순히 돈을 바꾸는 비율이 아니다. 한국에서 환율은 비용과 소득의 흐름을 갈라놓는 분배 장치로 작동한다. 달러로 벌거나 달러로 굴리는 쪽은 버티고, 원화로 벌어 원화로 쓰는 쪽은 더 빨리 피곤해진다. 이 갈라짐이 쌓이면, 결국 자산 시장도 둘로 쪼개진다. ‘버티는 것만 버틴다’는 말이 시장의 풍경이 된다.
그래서 2026년은 “기회가 없는 해”가 아니다. 다만 “기회가 싸게 오지 않는 해”에 가깝다. 준비가 없으면 비싼 값을 치르고, 준비가 돼 있으면 같은 기회가 다른 가격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 차이가 더 커질 것 같아서, 새해 계획표의 첫 줄에 이렇게 적는다. 수익률을 먼저 올리지 말고, 선택권부터 회복한다.
고환율은 숫자가 아니라 분배 장치
"환율을 단순히 '등락'으로 보는 건 1차원적이다. 이건 '비용의 전가(Pass-through)' 게임이다. 원화가 약해지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그 비용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소비자 가격표로 스며들며, 소비자 가격표가 바뀌면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고, 소비 습관이 바뀌면 자영업자의 매출이 바뀌며, 매출이 바뀌면 임대료를 버틸 체력이 바뀐다. 환율의 영향은 길게 돌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빠르게 전파된다.
중요한 건 ‘누가’ 충격을 받느냐다. 소득 상위 계층에게 생활물가 상승은 불편에 가깝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바뀐다.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원가가 오르는 업종, 즉 가격 전가가 어려운 업종일수록 더 먼저 흔들린다. 결국 고환율은 경제 전체를 한 방향으로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달러를 가진 쪽과 원화로 생활하는 쪽을 서로 다른 궤도로 밀어낸다.
반대로 달러 수익이 있는 기업이나 해외 자산을 가진 투자자는 방어막을 얻는다.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이 커지거나, 달러 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지지받는다. 그래서 고환율 국면에서는 ‘수출과 해외 자산은 괜찮다’는 말이 나오고, 동시에 ‘내수는 어렵다’는 말이 같은 시기에 나온다. 둘 다 맞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두 개의 경제가 돌아간다.
이게 2026년을 ‘초양극화’로 보는 첫 번째 이유다. 양극화는 소득 통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이 버티는 곳과 무너지는 곳이 갈라지는 과정이다.
환율은 원래 오르내린다.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다만 평균 회귀를 믿는 동안, 신용과 유동성은 평균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내수와 부동산은 천천히 식어가지만, 신용은 어떤 순간 “멈춤”으로 바뀐다. 그래서 올해 전략은 평균 회귀를 기다리는 설계가 아니라, 멈춤이 와도 버틸 수 있는 설계가 돼야 한다.
고환율이 ‘일시적 소음’이 아니라 ‘높은 수면 위에서 출렁이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달러는 위기 때만 찾는 돈이 아니라 운영 자원으로 바뀌었다. 기업은 공급망 안정과 해외 투자, 현지 생산, 원재료 결제 때문에 상시적으로 달러를 필요로 하고, 개인은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을 ‘장기 저축’처럼 들고 간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구멍은 넓어졌는데, 들어오는 구멍이 그 속도로 넓어지는지는 불확실하다.
둘째, 통화는 미래에 대한 신뢰의 가격표다. 성장률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강할수록, 자본이 들어온다. 내수 침체, 고령화, 생산성 둔화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할수록, 원화는 변동성 프리미엄을 더 얹어야 한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안전자산 선호는 강해지고, 그때마다 달러가 ‘결제 통화’이자 ‘피난처’ 역할을 강화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원화의 방향성을 단정하기보다, 높은 변동성 자체를 상수로 가정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정리해 보면..2026년에 환율이 계속 오를지 내릴지 맞히는 게 중요하지 않다. 환율이 높은 레벨에서 출렁일 때 어떤 자산이 버티고 어떤 현금흐름이 끊기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산 시장의 ‘이중주’
거시 환경은 자산 시장으로 옮겨 붙는다. 그때 가장 먼저 벌어지는 건 ‘가격의 차별화’가 아니라 ‘유동성의 차별화’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무서운 건 가격 하락보다 공실과 신용 경색이다. 가격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