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진 최강의 금속, 심화편 ‘상’ 1/2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날씨가 무더워진 요즘, 한 주간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세 시간에 걸쳐 베릴륨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야무지게 살펴보았습니다. '최애의 아이'의 주인공 아쿠아마린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여정이 보석의 세계와 과학의 역사를 지나 마침내 세계관 최강자인 마테리온을 살펴보기까지의 여정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하'편을 마치며 마테리온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남겼습니다.
"마테리온은 분명 단단한 해자를 가진 좋은 회사 같은데 몇 가지 신호가 마음에 걸린다. 첫째, 자사주를 거의 사지 않는다. 둘째, 임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무더기로 팔고 있다. 회사가 정말 좋다면 왜 그 좋은 회사의 주인들이 사지 않고 팔기만 할까? 혹시 우리가 모르는 내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셋째, 차입금과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영업레버리지 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으로 인해 저처럼 마테리온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깊이 알아보지 않은 채, '부정성 편향 (Negativity Bias)'에 빠진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계속되었습니다. 이 의문을 풀지 않고서는 후회없이 글을 썼다 할 수 없을 것이며, 편히 잠을 청할 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셨다면 이번 심화편이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먹었던 상편·중편·하편은 기사식당의 백반입니다.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며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깊은 맛은 아닙니다. 그에 비해 이번 심화편은 48시간 푹 고아 우려낸 진한 곰탕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정성을 들여 음식을 내놓는 이유는 굳이 이 어려운 밸리까지 찾아와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밸리식구들이 마치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천하의 진미(眞味)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며 궁극의 레시피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들처럼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변태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대충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면 마치 애니에서 나오는 까칠한 캐릭터처럼 안경을 치켜 올리며 "이걸 요리라고 내오신 겁니까"라고 가슴에 비수를 꽂아버릴 수도 있기에 덕왕은 마땅히 노력을 다해 최고의 한끼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다만 저의 배움이 깊지 않아 다양한 요리를 내어드릴 수 없음이 통탄스럽지만 깜냥 내에서 노력을 다해 글을 쓰고 이를 나누고자 합니다. 부디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다만 다 드실 때까진 못 나가시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곰탕을 남긴다? 이건 섭섭하지요)
이번 심화편이 던지는 질문의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편 마지막에 떠오른 의문은 사실일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테리온은 좋은 기업이 아닌 것인가? 혹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마테리온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인가? 더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이번 심화편에서는 지난 하편에서 다룬 자사주 매입 부재와 임원 매도 클러스터라는 두 가지 신호를 단지 1차원적으로 보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재무데이터와 거버넌스 규정, 그리고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며 정밀하게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 방법과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평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검증의 끝에서 진짜 의심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좋은 회사인 마테리온이 좋은 주식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리라 기대합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번 심화편은 분량이 상당하기에 상, 하편으로 나눕니다. 또한 새로운 개념과 생소한 내용도 있기에, 사용할 도구와 목차에 대해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글에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복잡하고 긴 의문을 논리적, 효율적으로 검증하려면 그에 적합한 도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나 길고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평가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흔히 회사의 적정주가를 구할 때 우리가 꺼내는 도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DCF나 DDM, RIM 등으로 대표되는 내재가치 평가이며, 다른 하나는 PER이나 EV/EBITDA 등으로 대표되는 상대가치 평가입니다. 이 두 도구는 강력하고 검증된 도구이며 밸리AI의 많은 뉴런분들도 이 곳 밸리의 강의 지옥 속에서 어떻게든 배우려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기업의 주가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계산하는 내재가치 평가와 상대가치 평가는 '지금까지 확보된 지식'에만 기반하는 강력한 '현재적'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덕왕은 회사에서 해외향 제품을 담당했었습니다. 전임자들은 경쟁사의 제품이 유행하면 그 제품을 적극적으로 베꼈습니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으나, 미래의 히트상품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 이 기능과 디자인이 필요한지, 각 요소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 전략은 격차를 좁히는 데 사용되기에는 좋았으나 제품의 주기와 수명을 예측하는데는 쓸모가 없었습니다. 이에 저는 목표 시장에 대한 경제, 문화, 국방 등 전방위적인 분석과 함께 국가의 장기적 계획과 지정학적, 법적 분석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이 현재 이 제품을 왜 원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것을 원하게 될지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수립한 전략을 통해 나온 제품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1등을 차지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적정주가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얻어진 지식에 기반한 추정에는 커다란 오류의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미래의 변화는 내재가치 평가나 상대가치 평가에서는 잘 잡히지 않기에 다른 도구로 접근해야 합니다. 회사의 성격, 산업의 형세, 경영자의 선호, 정치적 제약같은 정성적 차원이 그것이지요. 어떤 회사는 PER 12배인데 절대 사면 안 되고, 어떤 회사는 PER 35배인데 사도 됩니다. 어떤 회사는 DCF로 돌리면 적정가가 100달러로 나오는데 현실은 50달러에 거래되고 또 절대 그 가격을 회복하지 못합니다. 숫자만 보면 안 되는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심화편에서는 숫자가 잡지 못하는 영역을 잡아 줄 세 가지 도구를 먼저 챙기겠습니다. 그 세 가지 도구는 가치함정의 네 가지 원천,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마르코 파픽의 6중 제약입니다. 이 세 도구는 각각 다른 역할을 합니다. 가치함정의 네 가지 원천은 우리가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의 모양'을 외워두는 도구입니다. 마이클 포터의 5 Forces는 회사가 마주한 산업이라는 전장에서 '적의 진형'을 읽는 도구입니다. 마르코 파픽의 6중 제약은 그 전장이 놓인 '지형도'를 그리는 도구입니다. 함정의 모양을 외우고, 적의 진형을 읽고, 지형도를 그릴 수 있다면 우리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지천지지(知天知地)의 자리에 닿게 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알고 땅을 알아야 비로소 승리가 온전해집니다. 그 세 도구를 차례로 펼쳐보겠습니다.
가치함정(value trap)이라는 말은 워런 버핏의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었던 찰리 멍거가 즐겨 쓰던 표현입니다. 싸 보이는데 사실은 싼 게 아니라 비싼 회사, 즉 PER이나 PBR이 낮은데 그 낮은 가격조차 미래에 더 떨어질 회사를 가리킵니다.
가치함정에는 네 가지 원천이 있습니다. 이 네 가지가 "회사를 왜 함정에 빠뜨리는가"의 원인을 분류한 것입니다.
첫 번째 원천은 사양산업 함정입니다. 코닥이 대표적이지요. 1976년 미국 카메라 시장의 90%, 필름 시장의 85%를 차지했던 회사였습니다. 1996년까지도 PER 17배에 시가총액 28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필름 시장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먼저 만들어냈으면서도 상품화하지 않은 채 기존 필름 시장에 안주했고 시장 자체가 사라지면서, 2012년 결국 파산했습니다. 산업 자체가 죽어가는 함정은 어떤 경영자도 구해낼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원천은 회계 신뢰성 함정입니다. 엔론이 대표적입니다. 2000년 매출 1,000억 달러, 시가총액 700억 달러의 미국 7위 기업이었지요. 당시 엔론은 PER 55배에 거래되며 월스트리트의 총아였습니다. 그런데 2001년 12월 회계 부정이 드러나며 한 달 만에 파산했습니다. 숫자 자체를 믿을 수 없는 회사는 그 숫자 위에서 만든 모든 분석이 모래성이 됩니다. 매출도 이익도 자산도 부채도 의심해야 하지요. 회계 신뢰성을 검증하는 도구로는 알트만 Z-스코어, 피오트로스키 F-스코어, 베니시 M-스코어, 모한람 G-스코어가 있습니다. 밸리 AI의 재무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이 네 지표를 통해 마테리온을 살펴보겠습니다.
세 번째 원천은 자본배분 실패 함정입니다. 잭 웰치 후기의 GE가 대표적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잭 웰치를 위대한 CEO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잭 웰치는 부임 당시 약 140억 달러였던 GE의 시가총액을 약 4,100억 달러로 키워냈습니다. 그러나 잭 웰치의 임기 후기와 그의 후임 제프 이멜트 시기에 GE 캐피털을 지나치게 키웠고 비싼 가격에 인수를 거듭했으며 자사주는 주가가 비쌀 때 사들이며 연이은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같은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회사의 운명을 가른다는 사실을 가장 비싼 수업료로 가르쳐준 사례입니다. 자본배분이라는 단어는 어렵게 들리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CEO 손에 들어온 1달러를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사주를 살 것이냐, 배당으로 줄 것이냐, 다른 회사를 인수할 것이냐, 공장을 더 지을 것이냐, 빚을 갚을 것이냐. 그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은 윌리엄 쏜다이크의 저서 〈현금의 재발견〉에 등장한 위대한 CEO들의 자본배분 케이스를 통해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거울삼아 마테리온의 CEO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네 번째 원천은 가격과열 함정입니다. 2000년의 시스코가 대표적입니다. 1999년 시스코는 인터넷 인프라의 절대 강자였고 매출은 매년 50% 이상 성장했으며 실제로 그 후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회사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닷컴 거품의 정점에서 PER 200배에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기록한 순간부터 정점에서 80% 가까이 추락했고, 그 가격으로의 회복에는 2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스코는 좋은 회사였지만 그 시점의 시스코 주식은 좋은 주식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좋은 회사가 반드시 좋은 주식은 아니라는 격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치함정의 네 가지 원천을 표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도구입니다. 본문에서 마테리온을 검토할 때 우리는 이 네 가지 원천을 통해 차례로 들여다보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가치함정에는 이 네 가지 원천 외에도 또 다른 분류가 있습니다. 위의 네 가지 원천이 "왜 함정인가"라는 원인 측면의 분류(산업·회계·자본배분·가격)라면, 또 하나의 분류는 "함정에 빠진 기업이 시장에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증상 측면의 분류입니다. 이 증상 분류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① 불안한 현금흐름 창출능력, ②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 ③ 비효율적 지배구조, ④ 열악한 이사회 독립성이 그것입니다. 두 분류는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원인 분류와 내부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 분류가 가치함정이라는 같은 현상을 양쪽에서 협공하는 입체 도구가 됩니다. 심화편-하의 제4부에서 두 분류를 함께 펼치며 마테리온을 8각 정밀 진단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미리 말씀드리면, 이번 심화편 상편에서는 첫 번째 원천인 사양산업 함정에 한정해서만 적용합니다. 나머지 세 원천과 네 가지 증상은 모두 CEO와 자본배분, 회계 신뢰성, 그리고 적정주가 분석과 직결되어 있고 이는 하편의 내용과 연결되어 있기에 다음 시간에 다루겠습니다. (feat. 여기에 다 쓰면 죽음) 첫 번째 도구는 일단 소개만 받아주십시오.
두 번째 도구는 마이클 포터의 5 Forces입니다. 이것은 마이클 포터가 197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산업 구조 분석 프레임입니다. 한 회사가 속한 산업에는 다섯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이에 대한 회사의 저항력을 측정합니다. 싸움 잘하는 '짱'을 주변 학교 다섯 명이 둘러 싼 악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하'편에서 다룬 바 있지만 이번 심화편에서는 더욱 정밀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다섯 압력이 모두 낮으면 회사는 편하게 돈을 법니다. 모두 높으면 회사는 죽도록 일하고도 얇은 마진만 챙기거나 천천히 망합니다. 마테리온의 경우 이 다섯 압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본문의 핵심 검증 지점 중 하나입니다. 다만 포터의 프레임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 세계, 즉 산업의 형세만 봅니다. 같은 산업에 있어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혹은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인데 그 부분은 5 Forces로 잡히지 않지요. 그래서 세 번째 도구가 필요합니다.
마르코 파픽은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월가아재님의 라이브 방송에서 언급된 것을 계기로 읽게 된 그의 저서 〈지정학적 알파(Geopolitical Alpha)〉는 개인적으로 2026년 상반기 읽었던 최고의 책 중 하나였습니다.
지정학적 알파 / 마르코 파픽 / 여의도 책방 / 2022
그가 펼치는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한 국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선호'보다 '제약'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되며, 이러한 제약에는 여섯 가지가 존재합니다. 본래는 국가 차원의 분석 프레임이지만 회사의 CEO가 내린 결정의 배경을 읽어낼 때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분석의 수준이 한 단계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력한 '제약'기반 분석 도구는 미국과 중국 같은 '국가'를 분석할 때도 유용하며, 마테리온의 CEO인 '비제이바르기야'같은 '개인'의 의사결정을 검증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마르코 파픽의 여섯 제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여섯 제약 중에서 처음 네 개는 비교적 단단하며 잘 변하지 않지만, 마지막 두 개는 변동성이 큽니다. 그래서 파픽은 첫 네 개를 "구조적 제약(structural constraints)", 마지막 두 개를 "와일드카드(wildcards)"라고 부릅니다. 구조적 제약 중 지정학적, 지리적 제약과 헌법, 제도적 제약은 체계적 위험에 속하기도 합니다. 이 여섯 가지 제약이 세 번째 도구입니다. 이 도구는 기존의 어떠한 투자분석에서도 깊이 있게 다룬 적이 거의 없으며 CFA 시험에서도 나오지 않지만, 수학보다는 인문학을 엣지로 삼아야 하는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덕왕도 관심을 가지고 계속 이 분야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세 가지 도구 외에 하나의 책이 등장합니다. 바로 윌리엄 손다이크의 〈현금의 재발견(The Outsiders)〉이라는 책인데, 기존의 기업분석이나 투자방법, 매매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금흐름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성과를 냈던 8명의 미국 CEO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윌리엄 손다이크 / 마인드 빌딩 / 2019
특히 이 책에 나온 CEO들의 자본 배분 방식은 개인 투자자가 추구해야 할 엣지 형성에 충분히 참고할 만하며, 마테리온을 비추는 거울로 삼기에도 충분합니다. 이 책 안에 있는 CEO들의 성과 하나하나가 오늘날에도 그 유산이 계승되고 있을만큼 매우 훌륭한 사례이기에 본문에서 한 사람씩 자연스럽게 등장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표로 먼저 정리해보겠습니다.
손다이크는 이 8명에게서 공통적인 자본배분의 7가지 원칙을 찾아냈습니다. 본문 곳곳에서 이 원칙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주식이 쌀 때만 사들이고, 비싸지면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싼 자산을 사는 모습은 일반 투자자가 추구해야 할 모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원칙의 거울로 마테리온을 비추어 살펴보겠습니다.
이로써 도구상자가 다 펼쳐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 가지를 더 짚은 후 본문에 들어가겠습니다. 이 글은 밸리AI식구들만을 위한 글입니다. 가뜩이나 공부할 것도 많은데 굳이 미국의 작은 회사 이야기를 이렇게 굳이 심화편까지 써가며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것이 개인 투자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마테리온이라는 회사 자체의 성격에 있습니다. 지난 '하'편에서 살펴봤지만 이 회사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것처럼 보였기에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판단이 회색지대에 있으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실력은 발전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파보는 '경험'만이 우리의 엣지를 강화시키며 그 경험을 얻는 것이 이번 심화편의 목적입니다.
세 가지 도구상자를 통해 기업을 분석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에도, 기관레벨에서도 익숙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증권사가 발간한 레포트를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스스로 파묘해보는 경험에 비할 바는 못됩니다. 가치함정의 네 가지 원천,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마르코 파픽의 6중 제약이라는 세 가지 도구상자와 함께 손다이크가 제시한 위대한 CEO들의 원칙들을 결합하여 기업의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을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고 현재의 '가격'의 적절성을 시장을 가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개인의 엣지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단지 이 도구들을 손에 쥐었다고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게임도 아니고 초보 목수에게 에픽 도구들이 주어졌다고 해서 바로 멋진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다만 땅을 다지는 법, 주춧돌로 삼을 돌과 좋은 목재를 구별하는 눈, 그리고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머리속에 순서대로 넣고 있다면 적어도 아기돼지 삼형제급으로 망칠 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이 도구들은 자랑할 만한 멋진 집을 만드는 것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집을 만드는 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분석은 대박의 기회를 찾는 것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월가아재 혹은 에이버리 혹은 스텔라)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한국에도 마침 단독 글로벌 독점에 가까운 자리에 있는 첨단소재 회사들이 있고 외부 영입 CEO가 있고 자사주 매입에 인색한 채 매도에만 집중하는 임원들이 가득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심화편을 마치고 나면 이러한 기업들을 평가할 수 있는 멋진 도구들을, 우리는 손에 쥐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번 심화편에서 나눌 핵심 내용들을 짚어보았습니다. 끝으로 이번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줄 전체 목차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심화편 상
프롤로그: 곰탕을 우려내는 마음으로
제1부 마테리온은 좋은 회사인가?
제34장 세 전선이 동시에 불붙다 ─ 우주, 방위, 에너지
제35장 등짝, 등짝을 보자 ─ 5 Forces로 본 마테리온의 해자
제36장 미국과 중국의 제약 ─ 파픽 6중 제약의 입체 분석
제2부 마테리온은 좋은 주식인가?
제37장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 사이 ─ 비대칭의 화두
제38장 임원매도 3차원 검증 ─ 팔기만 한다는 말의 진위
심화편 하
제3부 CEO라는 사람과 그의 자본배분
제39장 비제이라는 사람 ─ 그의 31년이 만든 도구상자
제40장 손다이크의 거울 ─ 자사주 매입 11년의 이력
제41장 차브라야의 거울 ─ 비싼 주식을 통화로 쓴다는 것
제4부 함정과 종합 진단
제42장 가치함정 원천과 증상의 결합 ─ 8각 진단
제43장 가치함정 종합 진단과 차입금이라는 진짜 의심
에필로그: 색안경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부록: 심화편 용어·개념 정리표
참고로 이번 심화편에는 적정가격과 매수와 매도에 대한 의견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적정주가 도출에 대해 아직 글을 쓸 만큼 충분하게 익히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가격과 매수·매도에 대한 해석은 투자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가격도 어떤 투자철학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가치투자자에게는 비싼 가격이지만 테크로펀더멘털리스트에겐 합리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통의 관심 요소인 기업 분석에 한정하며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서론이 참 길었습니다.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주의: 만약 기존 상, 중, 하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당장 곰탕을 내려 놓고 기사식당 밥을 먼저 드시고 오시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지난 세 시간에 걸쳐 살펴보았듯이, 베릴륨이라는 금속은 이상한 금속입니다. 알루미늄보다 1.5배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단단합니다. 전기는 막는데 열은 또 잘 전달합니다. 그리고 X선도 통과시킵니다. 다른 금속들은 X선을 막지만 베릴륨은 거의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우리가 찍는 X-Ray 기기에 베릴륨으로 만든 튜브 부품이 들어갑니다.
이 네 가지 특성 ─ 가볍고, 단단하고, 열을 잘 전달하고, X선이 통과한다 ─ 을 한꺼번에 가진 조합은 오직 베릴륨뿐입니다. 그래서 이 금속은 산업계에서 주전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손흥민급 선수입니다. 다만 계속 경기를 뛰고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오직 그 팀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베릴륨이 활약한 산업이라는 전장에 대해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베릴륨이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 개의 전선은 바로 우주, 방위, 에너지입니다.
우주산업에서 베릴륨이 가장 빛나는 자리는 망원경의 거울입니다. 우주 망원경의 주거울은 매우 가벼우면서 정밀하며 극한의 조건에서도 신뢰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무거우면 발사 비용이 폭발하고 신뢰도가 낮으면 비싼 쓰레기가 됩니다.(실제로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렇게 될 뻔 했습니다) 베릴륨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유리보다 단단해서 이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그 대표 사례입니다. 2021년 발사된 이 망원경의 주거울은 베릴륨 18장을 벌집 모양으로 이어붙인 6.5미터짜리입니다. 이 거울에 들어간 베릴륨은 마테리온이 공급했지요. 정확히는 마테리온의 자회사인 Brush Wellman이 1990년대 후반부터 NASA에 베릴륨 광학 그레이드를 공급해 왔고 마테리온이 2011년 사명을 바꾼 뒤에도 계속 담당하고 있습니다.
JWST가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 세대의 우주망원경 ─ NASA의 NGRST, ESA의 Plato 미션 ─ 도 모두 베릴륨 광학을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미국 NRO(국가정찰국: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는 첩보위성에 베릴륨 광학제품을 정기적으로 사용합니다. 정확히 어떤 위성에 얼마나 쓰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NRO의 단독 예산도 공식적으로는 비공개로 분류되어 있으며, 공개된 마지막 단독 수치는 2013년 Snowden 자료 기준 약 $10.3B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ODNI가 공개하는 National Intelligence Program(NIP) 총액이 FY2024 기준 약 $76.5B에 달하며, NRO는 그 NIP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NRO 광학 위성의 베릴륨 수요 비중에 대한 외부 추정치들이 일부 산업 보고서에 등장하지만, 1차 자료로 공개된 수치는 없으므로 정확한 비율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NRO의 베릴륨 광학 수요는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Space-X 같은 민간우주기업들의 발사체 사업과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저궤도 위성군의 가세도 베릴륨 수요 증가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아마존 카이퍼, 중국 GW(귀왕), 인도 ISRO가 모두 자기 위성군을 띄우고 있습니다. 이 위성들 중 일부는 광학 카메라를 탑재하고 그 카메라 중 일부는 베릴륨 광학을 씁니다. 무게가 곧 돈인 시장에서 한 그램이라도 가벼운 거울은 발사 비용을 낮춥니다.
베릴륨이 가장 결정적으로 쓰이는 곳은 사실 방위산업입니다. 무기 시스템에서 베릴륨은 당당히 두 자리를 차지합니다.
첫 번째 자리는 정밀 광학입니다. 베릴륨은 5세대 전투기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입니다. F-35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는 EOTS(Electro-Optical Targeting System)의 하우징(껍데기)에 마테리온이 공급하는 특수 알루미늄-베릴륨 합금(AlBeCast®) 등이 쓰입니다. 이 합금은 알루미늄보다 22%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6배 단단하여 고속 비행 시 카메라의 진동을 잡아줍니다. 그 외에도 랜딩기어 부싱, 전기 커넥터 등에 구리-베릴륨 합금 형태로 한 대 당 수십 킬로그램(kg) 이상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F-35 한 대당 정확한 베릴륨 사용량은 록히드마틴·국방부 모두 비공개이며, 외부 추정치들이 산업 보고서 형태로 유통될 뿐입니다). 특히 F-35는 미국이 동맹국에 수출하는 5세대 전투기로 2026년 현재까지 1,000대 이상이 생산되었고 향후 3,000대 이상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EOTS 한 세트당 베릴륨 사용량은 작지만 3,000대 곱하기 한 세트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지요.
전투기 단독 소비량과 위성/우주 프로그램을 포함한 국방 예산 자료를 통해 연간 총소비량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6(2025년 데이터 기준)에 따르면 미국 전체 베릴륨 apparent consumption(실질 소비 추정치)은 2025년 약 230톤으로, 시장 규모는 약 3억 6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USGS 자료에서 베릴륨 제품의 매출 기준 용도 비중은 소비자 전자 약 29%, 항공우주·방산 약 24%, 산업부품 약 17%, 자동차 전자 약 9%, 에너지 약 8%, 반도체 약 2%, 기타 약 11%로 제시됩니다. F-35 전투기의 제조사 록히드마틴은 SEC 공시 기준 2024년 110대, 2025년 사상 최대인 191대를 인도했습니다(Lockheed Martin Form 8-K, 2026년 1월). 미 국방부의 단독 베릴륨 소비량은 별도로 공식 발표되지 않으나, F-35 프로그램의 연 150~190대 생산 규모와 합금 부품에 들어가는 베릴륨 양을 종합할 때 F-35 프로그램만으로도 가공 시 손실분 포함 연간 수십 톤 규모의 베릴륨 원료가 소요될 것이라는 산업 추정치들이 모입니다. 마테리온의 오하이오 엘모어 정련소가 연 약 130톤(공급망 자료 기준)을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F-35 하나의 프로그램이 마테리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셈입니다.
두 번째 자리는 핵억지력입니다. 미국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에는 베릴륨이 들어가는데, 정확히는 핵탄두의 1차 단계(primary stage)에 쓰입니다. Teller-Ulam 설계의 열핵무기에서 플루토늄 코어 주위를 감싸는 얇은 베릴륨 층은 두 가지 결정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하나는 ‘중성자 반사체’로서 플루토늄의 임계 질량을 낮춰 핵분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고유의 X선 투과성(X-ray transparency)을 활용해, 1차 단계 폭발 시 발생한 X선을 흡수·차단하지 않고 2차 단계로 손실 없이 빠르게 통과시켜 ‘복사 임플로전(Radiation Implosion) 압축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성자는 강력하게 반사하면서도 X선은 그대로 통과시키는 이중적 특성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금속은 베릴륨 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시 똑똑한 밸리인 답습니다. (feat. 믿고 있었다구!)
미국은 현재 보유 중인 ICBM 미니트맨3를 센티넬(Sentinel)이라는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2024년 7월 미 공군 발표에 따르면 센티넬 프로그램의 총 예상 비용은 1,410억 달러로 부풀어 있고 초기 능력은 2030년대 초, 전면 배치는 2050년대 목표로 일정이 다시 잡혀 있습니다. 1,410억 달러짜리 프로그램에서 ─ 노스럽 그루먼이 주계약자이고 록히드마틴이 재진입체(Mk21A)를 만들고 NNSA가 W87-1 탄두를 새로 만드는 ─ 그 모든 탄두의 1차 단계에 베릴륨이 들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테리온이 미 국방부에게 어떤 위상의 회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핵잠수함의 핵탄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탄두,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핵억지력 시스템도 베릴륨을 사용합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 베릴륨을 공급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통로가 마테리온이지요.
그렇다면 이 방위산업 전선은 더 격렬해질까요? 거시 데이터가 그 흐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가 2026년 4월 27일 발표한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5 Fact Sheet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군비 지출은 2조 8,87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실질 +2.9%, 11년 연속 증가). 한 해 전인 2025년 4월 28일에 발표된 2024년 데이터는 2조 7,180억 달러였고 실질 +9.4%로 1988년 이래 가장 가파른 연간 증가율이었습니다.
(출처: SIPRI Fact Sheet, 2025-04-28 및 2026-04-27)
미국의 2025년 -7.5% 감소는 FY2025 예산의 회계상 조정 효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추세 반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SIPRI 군비지출 프로그램 디렉터 Nan Tian도 "The decline ...

아...
완벽히 이해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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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주가율표에서는 외웠지만 존재감이 없었는데 이런 강력한 금속일줄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르코 파픽의 여섯 제약을 가지고 하는 분석이 흥미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