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를 권하지 않는 이유

사랑니 발치를 권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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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2026.03.18조회수 512회

시작하며...


오랜만에 본업 이야기를 꺼내본다. 요즘은 사진 이야기만 계속했지만, 본업인 사랑니 발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개원 3년을 향해 가는 중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병원 개원 역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잘되는 병원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서 그렇지, 내 눈에는 오히려 문을 닫는 병원들이 더 자주 들어온다.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큰 빚을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많은 빚과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 앞에서 꽤 많이 쫄렸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매달 매출에 대한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망한다.(온라인에서 가장 손쉽게 비난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아무나 데려다 놓고 갑자기 피를 보며 사람 몸을 다루는 일을 맡긴다면, 아마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갈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외과계열은 더 그렇다. 피와 긴장감, 그리고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변수에 익숙해져야만 버틸 수 있는 일이다. 자동차에 작은 흠집만 생겨도 보험을 부르고 분쟁이 생기는데, 하물며 사람의 몸을 다루는 외과의사에게 합병증과 그에 따른 갈등은 어쩌면 숙명에 가깝다.


인연이 있는 한 신경외과 교수님도 최근에는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신다. 그분은 암 중에서도 드문 편에 속하는 뇌암(brain cancer)을 수술하시는 분인데, 수술 한 번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0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수술들이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하신다. 어디에도 마음을 털어놓기 어렵다는 말씀도 자주 하신다. 가족들은 각자 살아가기에 바쁘고, 자식들은 학업걱정에 아버지와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다고 하셨다. 동료들 역시 대부분 연배가 높아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기 어렵고, 뇌암을 수술할 젊은 의사도 드물어 직장 안에서 점점 고립감을 느끼신다고 했다. 나 역시 외과계열의 일이란 중년을 넘어갈수록 점점 더 버거워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득 내가 아플 때는 과연 누가 나를 수술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1년 전에는 알고 지내던 한 응급의학과 교수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유족들이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이 여러 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죽을 만큼 위중한 상태의 환자를 수술해 가까스로 살려냈는데, 이후 합병증이 생겼다는 이유로 소송이 이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또 환자들 나름의 절박함과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많은 의료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는 매우 지쳐 있고, 그 전망 또한 결코 밝지 않다.




확신과 후회


다른 사람들은 후회라는 감정을 자주 느끼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후회라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후회라는 감정자체가 지금의 상황에 따라 과거의 일을 해석하여 느끼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일의 의미는 지금의 상태에 따라서 너무나 많이 바뀐다.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 처럼 말이다. 사실 나는 후회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 이유가 내가 지금 상황을 모르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똑같이 행동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 자체가 어찌보면 사후확증편향 같은 감정이다. 내가 과거에 이렇게 했더라면......이라는 것인데 그럼 그 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지나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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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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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your instincts and go for it. -Joel Meyelowitz- 사진, 사이클링, 투자 좋아하는 치과의사입니다. 일상과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볼 줄 아는 내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삶의 조각들과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