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철학의 내재화 과정 : 100일된 아들로 부터의 교훈 📃투자칼럼 ep.35

투자철학의 내재화 과정 : 100일된 아들로 부터의 교훈 📃투자칼럼 e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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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
2025.06.18조회수 186회

오늘의 글은 저에게 쓰는 편지 같은 글이라, 편안한 어투로 작성하였습니다.


100일의 아침, 부끄러운 아빠의 손

오늘 아침, 6시에 눈을 떴어. 둘째 운명이가 수유하고 금방 깨서 아내를 더 재우고 내가 아이를 봤지. 보통은 첫째도 같이 일어나서 정신없는 아침이 시작되는데, 오늘은 웬일로 8시까지 푹 자주더라고. 아내도 그때까지 자고. 덕분에 운명이랑 나, 둘만의 조용한 시간이 생겼어.


참, 오늘이 운명이가 태어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야. 미숙아로 태어나 교정일로는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특별한 날이지. 100일 이지만, 축하하는 파티나 가족들을 집으로 부르지는 않기로 했어. [운명칼럼]에 몇 개의 글을 쓴 것 처럼, 운명이는 태어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을 지나고 있어서, 더 중요한 곳들에 시간을 써야할 때거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어서 고마워.


운명이의 재활을 위해 집에서도 수시로 운동을 시키고 행동을 유도해 줘야 해. 오늘도 운동을 시키면서 교감도 해주고, 자극도 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깨어있을 땐 마냥 쉬게만 해줄 수가 없어. 집에서도 수시로 쉬지 않고 재활 운동을 시키거나 행동을 유도해줘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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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우니까 뒷모습만 살짝 올려볼게. 그래도 이제 터미타임도 잘하고 있고 처음에 있던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었고, 새로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


참 이런 모습들을 보면 태어난지 100일이 지났는데, 운명이에게 세상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태어나자 마자 입원해서 매일 피뽑고, 검사하고 하다가 집에 와서는 매일같이 운동시키면서 힘들게 하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지금까지 너무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고맙기도 해.


아마 지금보다 더 커서도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할 수도 있어. 뇌 손상이 있다면 음식도 조심하는 것이 좋아서, 밀가루나 설탕이 든 음식, 가공식품들은 안 먹이는 게 좋거든. 만약 운명이가 정상 발달을 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운동을 하기 싫어도 습관화해야 될 거야. 뇌를 포함해서 여러 장기들이 손상된 채로 태어나서 물론 회복을 하고 있지만, 약할 확률이 높아. 그래서 보통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운동이 중요하거든. 뇌 손상에 꾸준한 운동이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 태어나자마자부터 못하는 것들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게 태어나서 힘든 점이 많지.


이렇게 운명이는 100일인 순간에도 ‘해야 할 것’과 ‘해선 안 될 것’을 지키며 살고 있고 살아 갈거야.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 손은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쥐고 MTS를 열어보고 있더라고. 태어난 순간부터 ‘해야 할 것’과 ‘해선 안 될 것’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들 앞에서, 정작 나는 스스로 세운 원칙 하나 지키지 못하는 아빠였던 거야. 그 모습이 어찌나 한심하고 부끄러웠는지. 이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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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지'라는 이름의 자기기만

투자 칼럼에서 몇 번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트레이딩을 하지 않고 가치투자 베이스에 헷지만 하면서 여유 있게 투자하겠다고 했었어. 그런데 이러한 헷지에 대한 버퍼가 또 매크로 트레이딩의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같아. 물론 내가 이걸 여유 있게 잘하면 문제가 없지. 문제는 그 결과가 끔찍했다는 점이야. 내가 못 버티고 손절하고 나가면, 귀신같이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일이 반복됐어. 올해는 정말 최악이었지. 현물 주식으로 번 돈을 선물 투자로 고스란히 까먹는 형국이었으니까.

어라? 트레이딩이 아니라 헷지라며?

그래, 헷지라는 이름으로 트레이딩을 하고 있던 거야. 자꾸 맞추려고 하는 거지.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다짐만으로는 안 되는 걸까. 더 깊게 파고들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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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성공 경험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어. 올해 이전까지만 해도 매크로 트레이딩, 그냥 선물 투자라고 할게. 여기서 승률이 꽤 좋은 편이었거든. 그러니까 ‘지금 돈을 좀 잃어도, 이건 잠깐 안 맞는 것뿐이고 꾸준히 하면 내 실력이 늘어서 다시 벌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거지. 이전까지의 나는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겨내려고만 했지, 포기하는 법을 잘 몰랐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달라. 운명이와 가족에게 집중해야 하는 지금은, 이겨내기 위해 시간과 감정을 쏟아부을 때가 아니라,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때인 거야. 이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만큼, 가치를 두면 안 되는 거지.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시간

포기하려면 나 자신부터 납득시켜야 했어. 혼자서 계속 질문하고 답했지.


과거엔 잘했는데 왜 올해는 안될까?’

음, 올해 시장이 나랑 안 맞는 걸 수 있어. 그런데 주식이라면 나랑 맞는 시장이 올 때까지 그냥 들고 기다리면 그만이지만, 선물은 그게 어려워. 투자를 쉬기가 쉽지 않고, 언제부터 나에게 맞는 시장인지 판단하기도 모호하지.


그럼 앞으로 나에게 맞는 시장이 다시 올까?

아니, 보장이 없어. 이젠 AI 거래가 판을 치고 개인들의 투기적 포지션도 너무 많아져서 시장의 색깔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을 수 있어. 내가 찾던 비효율성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 된 건지도 몰라.


그럼 여기서 실력을 더 늘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실력이야 늘릴 수 있겠지. 그런데 그 시간에 가족에게 시간을 더 쓰고, 내가 평생 가져갈 기업을 공부하고, 이미 보유한 기업들을 팔로업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아닐까?

…이제 좀 납득이 돼? (그래,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야)


헷지의 재정의: 가치 투자의 과정이 곧 헷지다

그런데 앞서서 이게 다 헷지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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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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