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Market Compass - 수급 너머의 진짜 변수들: CIA 출신 전략가가 경고하는 에너지 지정학






📚 인용 자료
Helima Croft, RBC Capital Markets — "Oil as a Weapon: How Geopolitics Moves Markets" (The Master Investor Podcast, 2026년 1월 28일)
Jeff Currie, Carlyle Group — "The Joule Order" (MacroVoices #485, 2025년 6월 18일)
Jeff Currie, Carlyle Group — "The New Joule Order" (Carlyle Research, 2025년 3월)
지난번 시리즈부터(Man Group, Research Affiliates) 계속 소개해드리던 거장이나 주류 IB 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관점에서 배울 수 있는 자료들도 같이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지정학이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어서 CIA 출신 RBC 수석 전략가 헬리마 크로프트 인터뷰를 메인으로 칼라일 그룹의 제프 커리(골드만삭스에서 25년간 원자재 리서치를 이끌다가 칼라일로 옮김)를 담아 보았습니다.
크로프트는 석유 시장이 수급만 보면 공급 과잉이지만, 현재 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실제 위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경고해요.
이란 군사 충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국의 전략적 비축 이런 변수들의 발생 확률 대비 시장의 보험료가 너무 싸다는 거예요.
특히 이란을 "시장이 가장 과소평가하고 있는 리스크"로 꼽습니다.
커리는 한 발 더 나가서 구조적 변화를 진단해요. 전후 75년간 유지된 달러-석유-미 해군 체제가 동시에 약화되고 있고, 에너지 전환의 진짜 동력은 기후가 아니라 안보라는 거예요. 그가 이름 붙인 "줄 오더(Joule Order)" 에너지가 새 세계 질서를 규정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어요.
크로프트가 현재의 에너지 지정학을 설명할 때 반드시 돌아가는 출발점이 있어요. 셰일 혁명이에요.
셰일 이전의 세계에서 석유는 곧 중동이었어요. 미국은 중동 공급에 의존했고,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유가를 결정했어요. 모든 투자자가 OPEC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야 했죠.
2014년 11월, OPEC의 추수감사절 결정이 모든 걸 바꿨어요. OPEC이 감산을 거부하고 셰일 생산자들과 정면 승부를 택한 거예요. 크로프트에 따르면, OPEC 측은 셰일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70달러대에 있다고 판단했고, 6개월이면 버틸 수 없을 거라고 봤어요. 하지만 미국 셰일 생산자들은 예상 밖의 복원력을 보여줬어요. 가격이 폭락해도 계속 생산했고, OPEC의 실험은 실패했죠.
"2016년 11월, OPEC은 역사적으로 냉전의 적이었던 러시아와 손을 잡았어요." 크로프트가 직접 비엔나 현장에서 목격한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해요. 어떤 관찰자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건 셰일이 만든 강제 결혼이다(This was a shotgun marriage driven by shale)."
셰일 혁명은 미국을 순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었어요.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 모두 중동에 대한 관심을 줄였죠. 하지만 크로프트는 이 안도감이 착시였다고 봐요.
"지정학이 으르렁거리며 돌아오고 있다(geopolitics comes roaring back)."
→ 셰일이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가져다준 건 맞아요. 하지만 셰일이 해결하지 못한 게 있어요. 다른 나라들의 에너지 의존 구조예요. 유럽, 일본, 한국은 여전히 중동과 러시아에 묶여 있어요.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이 된 건 미국에게 새로운 레버리지를 줬지만, 동시에 "글로벌 무역로를 보호할 인센티브"를 줄인 측면도 있어요.
크로프트가 가장 날카롭게 분석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에요. 그리고 그 정책에 내재된 모순이에요.
트럼프에게 석유는 1970년대의 기억이에요. 가스 라인, 카터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 그래서 그의 본능은 "유가는 낮을수록 좋다"예요.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의 12월 발언이 그 전략을 정확히 보여줘요.
"낮은 에너지 가격은 미국의 재산업화, 일자리 리쇼어링,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체 경제 전략의 초석이다."
크로프트는 이게 단순한 소비자 편익을 넘어선 국가 전략이 됐다고 봐요. AI 데이터센터 구축, 제조업 리쇼어링, 에너지 도미넌스 — 이 모든 게 값싼 에너지를 전제로 해요.
그리고 미국의 AI 전략은 거의 전적으로 천연가스와 원자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크로프트의 관찰이에요.
재생에너지는 중국의 전략이지 미국의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 딜레마가 있어요. 트럼프가 원하는 50달러대 WTI는 셰일 생산자들에게 "생존은 되지만 성장은 불가능한" 가격이에요.
크로프트가 12월 National Petroleum Council 회의에서 석유 경영진들과 나눈 대화를 전해요. "한쪽에서는 트럼프의 규제 완화를 사랑해요. 허가, LNG 수출 승인 동결 해제, 환경 규제 축소.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50달러 유가 목표가 그들의 중기 성장 계획을 완전히 뒤집어요."
결정적인 역사적 선례가 있어요. 2020년 3월이에요. 크로프트가 비엔나에서 직접 경험한 OPEC 회의에서, 러시아와 사우디가 합의에 실패하고 가격 전쟁이 시작됐어요. COVID 수요 붕괴와 겹치면서 유가가 곤두박질쳤죠. 크로프트에 따르면, 뉴욕에 착륙하자마자 셰일 경영진들에게서 전화가 빗발쳤다고 해요.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우디를 다시 합치게 하지 않으면 미국 에너지 도미넌스 이야기는 끝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그렇게 했어요. 2020년 4월, 역사상 최대 규모의 OPEC+ 감산(700만 배럴 이상)을 직접 중재해서 미국 셰일을 구했어요. 크로프트는 이 에피소드를 "트럼프가 일시적으로 산유국 카르텔의 운영권을 넘겨받은 순간"이라고 표현해요.
→ 여기서 핵심은 이거예요. 트럼프는 소비자에게는 낮은 유가를, 셰일 산업에게는 생존 가능한 유가를 동시에 원해요.
하지만 유가가 너무 낮으면 셰일 투자가 줄고, 유가가 너무 높으면 인플레이션이 올라가요. 이 줄타기의 균형점이 매우 좁아요. 그리고 지정학적 이벤트 하나가 이 균형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어요.
크로프트의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베네수엘라예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개입한 이유를 시장이 "석유"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보는데, 크로프트는 훨씬 복잡하다고 해요.
이라크 전쟁 전야와 비슷해요. 행정부 안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개입을 원했어요."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에게 베네수엘라는 쿠바 정치의 연장선이에요. 차베스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금이 쿠바를 재정적으로 지탱해왔으니까요. 루비오는 이 재정 연결고리를 끊어서 궁극적으로 쿠바 체제 변화를 노리는 거예요.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밀러에게는 마약 밀매와 이민 문제가 핵심이었고요.
석유 섹터 부활은 "있으면 좋은 것(nice to have)"이지 "처음부터의 목표"가 아니었다는 게 크로프트의 읽기예요. 그리고 여기서 베네수엘라 석유의 현실이 드러나요.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졌다고 하지만, 사우디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있어요. 추출이 극도로 어려운 초중질유(heavy crude)예요. 크로프트는 차베스 시절의 석유 파업과 그 후폭풍을 상세히 설명해요.
차베스가 국영석유회사 PDVSA를 장악하면서 2만 명을 하루아침에 해고했고, 수천 명의 기술자가 캐나다, 쿠웨이트, 미국으로 떠났어요. 투자도 멈추고, 장비도 방치됐죠. 한때 일일 350만 배럴을 생산하던 나라가 지금은 운 좋은 날에 80만 배럴이에요.
National Petroleum Council 회의에서 석유 경영진들이 크로프트에게 말한 현실이에요. "베네수엘라 생산을 100만 배럴만 늘리려면 연간 100억 달러가 필요하고, 실현은 2030년대에나 가능하다." 보안 문제(콜렉티보스라는 준군사 조직), 전력망 붕괴, 계약 조건 재작성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예요.
하지만 트럼프에게 베네수엘라의 진짜 가치는 따로 있어요. 크로프트는 12월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을 "먼로 독트린 2.0"이라고 불러요. 미국이 서반구의 지배적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전략이에요.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전초기지였어요. 중국은 "석유 대 투자/인프라" 교환으로 들어왔고, 러시아의 로스네프트 직원들이 PDVSA 타워의 여러 층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트럼프에게 이 영향력을 축출하는 게 핵심이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논리가 그린란드까지 연결돼요. 반구 지배 전략의 연장선이에요.
→ 베네수엘라에서 단기적으로 추가 배럴을 얻는 건 희석제(diluent)를 투입해서 20만 배럴 정도 가능해요. 하지만 의미 있는 증산은 수십억 달러와 수년이 필요합니다. 시장이 "베네수엘라 석유 = 공급 증가"로 반응한다면, 그건 과도한 기대겠죠.
원래 트럼프 행정부의 12월 국가안보전략은 이란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건했어요. "중동은 중요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미국은 충분한 석유 생산량이 있고, 걸프 동맹과의 관계를 복원했고, 12일 전쟁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란 페이지를 넘기려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직후 상황이 바뀌었어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마라라고를 방문해서 새해 전야 연설을 한 거예요. 크로프트는 마침 크리스마스 휴가로 팜비치에 있었는데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해요.
네타냐후는 시위대에 대한 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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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확실히 괜찮아보이는 국면이긴 하네요.

Aurum = 금 입니다 ㅋ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금은 포트폴리오의 필수 자산인 거 같습니다!

미국채 대신에 가져갈 필수품이 아닌듯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라질, 호주처럼 원자재 생산이 풍부한 국가들의 통화, 주식이 강세인 이유가 있네요.

요새 신흥국들 중국 빼고는 다들 좋은 것 같아요

오늘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ㅏ!

감사합니다.

크 정말 흥미진진한 자료네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저도 흥미 있게 잘봤습니다.

한 가지 생각해봐야할 점이 원유 가격 상승이 한 쪽으로 이어진다면 단계적인 글로벌 소비재부터 서비스까지의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박살내거나 대체 에너지 투자와 공급망 재편에서의 퇴출을 야기할 수 있다눈 점일 것 같습니다. :)

그런 시나리오가 되지 않기를 바래야죠 ㅎㅎ

이번 글 내용 굿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