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구매 시리즈 1편] 고민중독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대단함', '부러움', '질투' 등을 느낀다.
그것은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성격 또는 타고난 기질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미숙한 편이다.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독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때로는 그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질 때도 있다.
우선 기간이 늦어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선택에 신중해지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요인이다.
지금 한참 진행 중인 결혼준비 과정에 있어서는 이 단점이 보다 크게 작용한다.
여자친구는 내가 '대단함'을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작년에 스튜디오로 부업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탁상공론'파, 여자친구는 '행동파'에 가까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신속한 의사결정'에 워낙 특화가 되어있는 편이고, 나보다 잘 아는 부분이 많다.
덕분에 지금까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도 많았고, 나머지의 과정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걱정이 일부 상쇄되게 해준다.
(가끔 나랑 똑같은 여자친구를 뒀으면 어땠을까?라는 꽤나 괴로운 상상을 해본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준비를 하다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차라리 정답이 정해져있는 문제라면 조금씩 답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라도 들텐데, 이건 정답이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그냥 긴~ 스펙트럼 안에서 나 그리고 여자친구가 함께 고르면 되는 방식이기에 어찌 보면 뭐 어려울 것이 있나? 싶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이 단계를 먼저 거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주로 하는지도 알아보게 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며 철저하게 비교를 해보기도 한다.
시간을 들인다고 선택에 가까워진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시간을 들이다보면 그 많은 선택지들이 하나 둘 소거가 되는 건 있지만 그 선택지들은 언제든 패자부활전을 뚫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웨딩홀부터 결혼 날짜, 집, 신혼여행, 도배와 조명 등등..
그리고 지금은 차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요즘 깨달은 팁!
고민이 되는 것이 있을 땐 기록을 해두고, 객관적으로 그 고민을 바라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록의 장점은 나의 생각을 제3자의 입장에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나중에 읽어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 몸이 아닌 다른 매체
숀케 아렌스의 '제텔카스텐'이라는 책은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제텔카스텐'이라는 기법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록의 중요성을 논하는 책으로는 매우 좋습니다.) 이 책에 리처드 파인만의 흥미로운 사례가 나오는데요. 파인만의 연구실에는 메모 노트가 가득했는데요. "생각을 노트에 다 옮겨두시는군요."라는 말을 듣자, "아니요, 이 노트 자체가 생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머리 속으로 '생각'이라는 걸 분명히 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 머리 속의 생각이라는 건 개념과 개념 간의 임의적인 연결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그걸 내 자아는 합리적이라고 '느낄' 뿐이지요. 우리 두뇌는 논리적인 추론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두뇌가 하는 역할은 과거에 경험했던 유사한 사례들 중에서 대충 마음에 드는 것을 끄집어내서 그럴싸하게 설명을 만들어내는 '어설픈 귀납 추론 기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역 추론 기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최근 유행하는 '챗GPT'에 더 가깝습니다.
나의 생각이 정말로 말이 되는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