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기간 일본 애니메이션을 시청해온 사람으로서, 라프텔은 가히 혁명이었다.
라프텔 이전 시대엔 애니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 자체도 많지 않았고, 사실 막상 결제를 해도 분기별로 명작이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수입해오지 못해서, 국내 오타쿠들은 돈은 돈대로 내놓고 VPN을 사용해 다른 일본 사이트에 또 가입하거나 불법 사이트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라프텔이 출시되고부터 애니플러스 + 라프텔 두 사이트를 이용하면 체감상 '볼 만한' 분기 애니메이션의 90% 를 커버할 정도로 나아졌다. 이후 애니플러스가 라프텔을 인수하고부터는 정말 라프텔만 사용하면 될 정도로 변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등장하고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라프텔에서 볼 수 없는 넷플릭스 독점,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이 점점 많아졌다.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재밌다는 것 이었다. 거대기업이 자본을 들여 만들거나 독점으로 수입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역시 대단했다. 라프텔만 이용하고 있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넷플릭스도 함께 결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은 라프텔만 있으면 돼' 를 정말로 무너뜨리고 있는지, 또 그렇다면 이가 라프텔의 사용자 수와 애니플러스의 판권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약간의 데이터와 오타쿠 짬바를 통한 뇌피셜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위기의 애니플러스!?
먼저 나는 2019, 2021, 2025 각각의 년도에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은 작품을 각각 20개씩 모아보았다. 년도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2023년을 넷플릭스가 국내 애니 산업에 대한 방향을 바꾼 년도라고 가정했다.
2023년 이후 데이터의 변화를 크게 보고 싶어 가장 최근 데이터 (2025년) 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023년을 기준으로 대칭인 2021년 데이터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했다.
2023년 이전의 변화는 어땠는지도 관찰하고 싶어 2021년의 2년전인 2019년 데이터도 추가했다.
크런치롤 어워드 + 일본 애니메이션 플랫폼 사이트 투표 데이터 + 구글 트렌드 + 오타쿠 친구들의 입소문과 나의 아주 주관적인 평가를 넣어 애니메이션을 선정했다. 그리고 각 애니메이션 방영당시 스트리밍 플랫폼과 판권에 대해 정리했다. (임금님 랭킹처럼 누가봐도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이라도 넷플릭스 라프텔 어느쪽에서도 수입하지 않았다면 제외했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건 두 가지였다.
새로운 사용자가 라프텔만 구독해도 '괜찮은' 애니메이션을 다 챙겨볼 수 있을까? (라프텔은 뉴오타쿠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까)
애니플러스는 정말로 판권 계약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까?
위에서 정리한 표에 기반하면, 1번 질문에 대해서는 No 라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019, 2021 년 애니메이션은 카케구루이, 타카기양2기를 제외하곤 라프텔에서 전부 시청이 가능했지만, 2025년 들어서는 무려 6 건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넷플릭스 + 라프텔 전부 구독할 사용자가 아니라면, 둘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이전 글에서, 국내 잠재적 오타쿠 수 상방이 꽤 열려있다고 보기 때문에 라프텔의 사용자 수나 매출 성장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신규 유입 오타쿠가 라프텔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몰린다면, 이 가정은 유효하지 않다.
애니플러스 분기 보고서엔 애니산업의 성장의 지표로 체인소맨, 진격의거인, 귀멸의 칼날 세 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누적 관객수를 제시하는데, 놀랍게도 세 가지 애니메이션 전부 넷플릭스 + 라프텔 공동 방영작이다.
내가 이전에 애니를 본 적이 없고, 요즘 유행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굳이 라프텔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된다.
또, 라프텔이나 넷플릭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