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살아남는 투자법 : 백년의 마라톤





중국
중국은 너무나 중요한 나라입니다. GDP 2위의 경제대국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공업강국. 고도의 인적자본을 보유했지만 그것을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나라. 세계 3위의 소비시장. 미국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 철저한 국가자본주의를 시행하나 공산당이 철권 통치로 다스리는 나라. 일인이 통치하는 국가이나 여론의 동향에 매우 민감한 나라. 하지만 국가폭력의 내부행사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나라. 이는 외부인에게 정말 대단한 면모도 있고 정말 기이한 면모도 있는 나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입장에선 중국이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데, 이념적으론 아주 멀지만 문화적으론 매우 가깝습니다. 때문에 중국과 친하게 지내자 혹은 이것은 중국에서 배우자는 움직임은 국내에서 언제나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입니다. 누구도 중국의 강대함을 부정하지 않으나 그렇기에 두려움에 빠진 사람도 있고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중국과 공유하는 동아시아적 가치에서 동질성을 느끼나 누군가는 무자비한 국가폭력과 통제국가의 형태에서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 어떤 이성적 논의를 나눈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중국에 대한 많은 논의들은 중국을 핑계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정치적 진영이나 신념에 기반해 중국을 평가하니 좀처럼 건전한 논의가 오가기 어렵습니다.
또한 중국은 미국 같은 정보 개방형 생태계가 아닌 점도 중요합니다. 미국은 모든 중요한 정보를 개방합니다. 대선 토론회는 생중계되고 미국의 신문은 전세계 누구든지 구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어는 공교육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언어이기에 숙달 난이도도 비교적 낮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각자의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일단 언어가 첫번째 장벽이고 두번째 장벽은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입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는 수치보다는 방향을 봐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이것은 중국의 체제가 만든 단점이긴 합니다만) 중국의 학자는 외국인 학자들과 교류할때 발언을 많이 정제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오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편견과 사실, 감정과 논리, 공포와 경외감이 뒤죽박죽 뒤섞여 실체적 진실을 알기에 매우 어렵습니다. 실은 중국 자체가 모든 대국들이 그러하듯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나라입니다. 중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받아보는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진핑 주석의 시간은 한정된 것인데 중국에 대한 보고서는 너무 많습니다. 집무실 책상에 제출된 보고서의 진위와 품질을 따지긴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도 (전근대의 천자들이 그랬듯) 정부의 공식보고서론 대충 근사값만 추론하고 세세한 업무는 하급 부서/지방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덤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그렇듯이 실로 거대하고 막강한 나라이며, 중국인도 정말 다양한 군상으로 이뤄진 집단입니다. 저도 중국에 대해선 단편적인 지식만 어렴풋하게 알고 있을 뿐이나, 이번 아티클이 중화인민공화국이란 거대한 정치적 실체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단서가 되어주길 바라며 글을 적겠습니다.

중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중화란 황하 강을 다스리며 탄생한 문명입니다. 물론 역사학이나 인류학에 조예가 있으신 분이면 이게 무슨 당연한 이야기인가 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모든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사는 정주 문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황허 강은 세계 최초의 문명지를 형성한 대형 강줄기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황허 강은 범람이 극도로 불규칙하며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상류에서 범람이 시작되면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 파괴 현상이 벌어집니다. 하룻밤만에 내가 살던 마을과 도시가 날아가는 아포칼립스적인 경험이 대단히 흔했습니다. 이것이 중국사의 모든 핵심적인 도전이 되어주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국인들의 집단무의식을 형성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 그것이 중국인들의 정치적 의식을 형성하는 전제입니다.
허구한날 강이 범람하니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문명을 파괴하니, 중국인들도 강에 맞선 전쟁을 치렀습니다. 제방을 쌓아서 물길을 통제합니다. 제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토사물을 주기적으로 파내어 홍수를 예방합니다. 오늘날의 중장비로 해내도 쉽지 않은 사업을 인력만으로 해낸 것입니다. 어떻게? 전제 왕권을 통해서. 통치자의 명령이 내려지면 수백개의 마을에 나누어진 수만명의 농민들이 뛰쳐나오는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군주는 하늘의 명령을 받아 땅을 다스리는 자였고, 군주에게 제일 중요한 업무는 치수였습니다. 물론 물을 다스리겠다는 명분으로 전제 왕권을 손에 넣은 군주들은 권력을 치수에만 쓰진 않았습니다. 군대를 만들어 정복전쟁에 나서거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며 호화생활을 즐겼고 그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은 모두 백성들에게 전가했습니다. 불공정한 계약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한 계약이었습니다. 만일 전제 군주가 사라져서 누구도 강을 다스리지 못하게 된다면 천하가 죽습니다. 황허가 범람해서 촌락을 휩쓸 것이고 더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니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며 굶어죽느니 뭐라도 빼앗겠다는 도적떼가 창궐할 것입니다. 그러니 강력한 개인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이 그나마 제일 안전합니다. 권력자의 눈밖에 나지만 않으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황제가 탄생했습니다. 손짓만으로 어떤 사람이든 죽일 수 있고 모든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보유하며 절대적 권위를 갖춥니다. 황제는 생물학적으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황제를 하늘의 대리인이라고 부르며 현인신처럼 대합니다. 그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삽니다. 중원의 농업생산력은 당시로선 무제한에 가까운 사람을 부양할 수 있었으며, 무한한 인력을 손에 넣은 황제는 다른 문명권의 제왕들은 엄두도 못낼 어마한 업적들을 이뤘습니다. 수십만의 인구가 모여사는 대도시를 만들고 북방을 아우르는 거대한 장성을 만들며, 머나먼 오지까지 수십만 대군을 보낼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합니다. 놀라운 학문과 예술이 발전합니다. 이에 미개한 오랑캐 추장(?)들은 황제의 힘과 부유함에 두려움과 존경심을 함께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문명에 감화된(?) 추장들은 저절로 황제에게 복속되길 청하며 조공을 바칩니다. 그렇게 중화(中華) 문명이 탄생한 것입니다. 세상의 중심을 뜻하는 가운데 중, 빛날 화를 사용하는 화. 세상의 중심에서 빛나는 문명. 그것이 중화인들이 스스로 품은 집단 자아상입니다. 왕조의 이름은 시대에 따라서 변할 수 있습니다. 진나라, 한나라, 위나라, 다시 진나라, 남조와 북조, 수나라와 당나라, 송나라와 금나라. 명나라는 당연하고 어쩌면 원나라와 청나라도. 적어도 중화인들의 인식에서 모든 왕조는 중원에 속한 것이었고, 그때마다 중원은 세상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문물이 가장 발전한 것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자부심에 걸맞는 물적인 - 그리고 문화적인 근거들. 그런 믿음과 전통이 쌓여서 4천년에 이르는 중화 문명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백년국치 - 세상의 중심에서 세상의 변방으로

대청의 4대 황제이신 건륭황제께서 즉위하신지 58년이 되는 해에 낯선 의복을 입은 이국적인 오랑캐들이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청조는 물론이고 과거의 어떤 왕조들이 맞이했던 오랑캐들과도 달랐습니다. 그들은 중화 질서를 흠모하지 않았습니다. 감히 천자를 배알하는데 고두를 바치길 거부했고 그들의 관습대로 무릎만 꿇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건방진 일이었지만, 천자는 오랑캐들을 보살피는 관대한 아버지입니다. 오랑캐 사절단이 공맹의 도를 알지 못해 무례한 행동을 벌여도, 적당히 경원시해서 쫓아보내면 되는 일입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요구했지만 청을 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청원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오랑캐가 중화의 예법을 모르니 적당한 선물이나 쥐어주고 떠나보내면 그만입니다.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오랑캐들은 천자의 으리으리한 선물에 압도되어 돌아갈 것이고, 자금성에 머무르며 대청제국의 강성함을 보았을테니 변경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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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난세에 살아남는 투자법 - 우리의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나](https://post-image.valley.town/dl2F-8DxBl9QFqtDCfnUA.png)

와...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그리 드라마틱한 결말이 나지 않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겠습니다. 다음 화는 Covid19와 관련이 있는가 봅니다. 아주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중국의 발전 흐름을 알게되었네요

저도 보람이 있군요 ^^

정말 최고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