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특 : 아기는 못 재움
지난 글에서는 호기롭게 육아를 '힘들어도 응당 해야할 일'로 생각하자 다짐했지만, 힘든 것은 힘들고 어려운 것은 어려운 법이다. 특히,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크게 공감 될 두 가지 주된 고민. 바로, 수면과 수유. 나도 초보 아빠로서 이 두 가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래도 주변 얘기들 들어보면 우리 아기는 잘 먹고 잘 자주는 편인 것 같은데.. 아기는 아기인지라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과 함께 식투정 잠투정이 있다. 특히, 최근 5~6주 차를 지나면서 흔히들 '원더윅스'라고 부르는 정신적 성장기와 '급성장기'라고 부르는 신체적 성장기를 겪는지 영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울곤 한다. 너무나도 안 자는 아기를 보고 있자면, 마취과 의사 입장에선 '프로포폴 한방이면 너도 숙면, 나도 숙면, 모두 다 숙면'이란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순 없으니.. 이럴 때 일수록 육아에 있어 명확한 기준을 갖기 위해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육아는 아바아(아기 by 아기란 뜻ㅎ)기 때문에 특정 정답이 있는게 아님을 알아도, 혹여나 나의 육아 방식이 아기한테 해를 가하는게 아닐까 노심초사 하게 된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 공부하려고 해도,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쓰나미인 요즘이라 노이즈도 너무 많고 뭐가 정확한 정보인지 검증도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근거를 확실히 하고 싶을 땐 퍼플렉시티를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육아 관련 정보들 중에는(특히,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들은 더욱) 출처가 학술적이지 않고 경험적인 경우가 많아 이 또한 한계가 많았다. 그래도! 정답은 없을지 언정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방법들은 추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찾아본 수유, 수면 교육. 참고한 서적으로는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의 '삐뽀삐뽀 119', 김준희 작가님의 '똑게육아', '슬립베러베이비 읽기자료'가 있고, 기타 자료들은 최대한 학술적인 자료들을 확인하였다. 각 자료들이 담고 있는 그들만의 특수한 내용은 빼고, 겹치는 근원적인 내용들만 글에 담아보았다.
'수유는 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만큼 먹이면 되는거 아닌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만큼 먹였을 때 그 양이 너무 적거나 많다는 생각이 들면 문제가 생긴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대로 먹였더니 하루 분유량이 900cc가 넘기 시작했다. 평균적인 아기의 하루 수유량 계산식에 따르면, 보통 몸무게에 150ml를 곱하는 값이 하루 적정 수유량이 된다. 우리 아기의 경우 약 5kg 정도 되니, 적정 하루 수유량은 약 750ml가 나오는데.. 그런데 많이 먹으면 하루에 950ml 까지도 먹으니.. 우리가 과식을 시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의 한국영양학회 자료에 따르면 영아기와 유아기의 필요한 에너지와 단백질 권장량은 위 표와 같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평균적인 분유의 영양성분표를 참고하여 하루 적정 수유량을 계산해 보겠다. 분유 100ml는 평균적으로 65~70kcal의 열량을 함유하고 있다. 100ml 당 67.5kcal의 열량으로 계산할 경우, 열량 기준으로는 0~5개월 영아의 경우 약 740ml, 6~11개월은 약 900ml, 1~2세는 약 1350ml, 3~5세는 약 2000ml가 된다. 그리고 분유 100ml에는 평균적으로 1.3~1.7g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100ml 당 1.5g의 단백질이 함유되었다고 계산할 경우, 단백질 기준으로는 0~5개월은 약 666ml, 6~11개월은 1000ml, 1~2세는 약 1330ml, 3~5세는 1670ml가 하루 적정 분유량이 된다. 몸무게 곱하기 150ml 공식이 얼추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수치일 뿐 모든 아기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다. 실제로 아기마다 체중, 활동량, 개별적 대사율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양을 강제로 먹이거나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의 육아 철학은 내가 하던 방식과 유사하게, 즉, 아기의 신체적, 생리적 요구를 존중하는 아기 주도 수유(On Demand Feeding) 방식을 권장한다. 아기 주도 수유 방식이란 아기의 배고픔 신호를 최대한 민감하게 포착하고, 아기가 원하는 만큼 먹이고 스스로 식사를 멈추도록 존중하는 접근법이다. 아기는 자신의 몸에서 느끼는 배고픔과 포만감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고, 적절한 수유량을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다만 이 방식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부모가 아기의 배고픔 신호를 오인하는데에 있다. 아기들이 보내는 신호는 단순히 배고픔뿐만 아니라 졸림, 불편함, 심심함 등 여러 가지 원인일 수 있으며, 특히 나와 같은 초보 부모들은 이러한 신호를 쉽게 혼동하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신호인 울음은 꼭 배고프지 않아도 수시로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고, 아기들에게는 빨기 욕구가 기본적으로 존재하기에 배고프지 않아도 젖꼭지를 찾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신호를 배고픔 신호로 오인하여 그때 마다 수유를 하게 되면 의도치 않게 과도한 양을 먹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즉, 이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평균적인 수유량과 수유 텀을 참고하여 이 신호가 정말 배고픔의 신호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기를 예시로 들면 약 3시간 마다 평균적으로 100~120ml 정도를 먹는데, 만약 이전 수유 이후 1시간 이내에 아기가 다시 젖병을 찾는다면, 정말로 배고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불편한 상황이나 정서적 욕구 때문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나는 보통 아기를 안아주거나 공갈 젖꼭지를 물려 진정시키는 편이다. 만약 그대로 잘 진정된다면 아기가 실제로 배고픈 것이 아니라 다른 불편함 때문에 수유를 원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진정되지 않고 계속 젖병을 요구한다면 이는 진정한 배고픔 신호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경우엔 아기 주도 수유 방식에 따라 수유를 추가적으로 해준다.
이렇게 진짜 배고픔 신호를 잘 가려가면서 먹인 것 같은데도 수유량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내가 겪고 있는 상황) 이러한 아기 주도 수유 방식을 수행하면서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표는 '체중 증가'이다. 수유라는 것은 결국 아기의 적절한 성장을 위한 것이다. 아기가 적절한 속도로 체중이 늘고 있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면 적절한 수유량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WHO가 제시하는 아기의 표준성장곡선을 참조하여 출생 몸무게의 선을 따라 잘 크고 있고 체중 증가가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다면, 평균적인 수유량 보다 많거나 적어도 아기에게 적절한 양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아기의 경우 생후 3개월 까지는 얼추 직선적인 체중 증가가 이뤄지는데, WHO 표준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권고 모두 초기 3개월 미만 영아의 정상 체중 증가율을 주당 약 140g~200g으로 본다. 출생 몸무게를 기준으로 매주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