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석>: 무엇이 투자이고, 무엇이 투기인가?




《증권분석》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 몇 가지 고백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은 내게 늘 벅차다. 압도적인 분량과 난이도, 그리고 나의 부족함 탓에 이번 독서에서도 상당수의 지혜들을 흘려보냈다. 아마 투자를 지속하는 한 이 책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어야 할 것이고, 그때마다 느껴질 그 묵직한 중압감은 벌써 눈에 선하다.
‘투자계의 바이블’이라는 명성 만큼이나 시중에는 다양한 요약본이 존재한다. 처음 나는〈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스티그 브로더슨, 프레스턴 치시(요약)〉라는 요약본을 실수로 원전 번역본이라고 생각하여 구매하여 읽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해당 선택은 잘못되었다. 해당 책은 원전의 방대함을 걷어내고 핵심만 추렸다는 그들의 말과 달리, 그곳에 그레이엄의 깊은 고뇌와 사유는 지워졌다. 그저 박제된 지식의 파편, 또는 ‘요약자만의 그레이엄’이 존재하였다.
반면 7판 원전을 읽음으로써, 살불살조(殺佛殺祖)마냥, 나에게 있던, 그레이엄에 대한 기존 편견들이 하나씩 깨져갔다. 그 중 하나는 ‘그가 보수적인 투자자이다; 또는 고지식한 투자자이다’라는 편견으로, 이번 포스팅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와 투기의 구별을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증권분석>과, 대중저서에 더 가까운 <현명한 투자자>에서도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주식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면 항상 유용했으므로, 이런 구분이 사라진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중략)..투자 중에 현명한 투자가 있듯이, 투기 중에도 현명한 투기가 있다. 그러나 멍청한 투기방법도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멍청한 방법은 (1)투자라고 착각하면서 하는 투기, (2) 지식과 능력이 부족한데도, 소일거리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벌이는 투기, (3)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액을 동원하는 투기이다. -벤저민 그레이엄,<현명한 투자자> 1장 투자와 투기
투자와 투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이 1928-1929년의 시장 과열과 그 뒤를 이은 재앙,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투자자들의 아이디어와 정책상의 혼란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벤자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4장 투자와 투기의 구분
증권에 대한 전통적인 분류방식에 따르면 우선주를 보통주와 함께 분류하거나, 채권을 안전성이라는 개념과 동일시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증권을 다음과 같은 세가지 항목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한다: I. 투자 등급 채권 및 우선주, II. 투기적 채권 및 우선주, III. 보통주 -벤자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5장 증권의 분류
그에게 있어서, 투자와 투기의 구별은 현명함의 필요조건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이러한 구분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투자 구루들은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며, 특히 몇몇 구루들은 성공한 투자를 투자, 실패한 투자를 투기라 한다는 냉소적인 구분과 다를 바 없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많은 증권분석가들은 투자를 ‘투기적’투자와 ‘보수적’투자로 나눈다. 그러나 나는 이 구분이 피상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투자 가치의 질이 아니라 양에 근거한 차이이기 때문이다…(중략).. 투기적 투자와 보수적 투자의 차이는 단지 비율의 문제인 것이다. -앙드레 코스톨로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투기꾼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고, 투자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나는 투자하고, 당신은 투기하며, 그들은 도박한다.’ ..(중략)…. 투기, 투자, 그리고 도박은 모두 사촌 지간이다… 가장 주요한 차이점은 도박의 위험은 오락을 위해 카지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When asked the difference, I reply, ‘I invest, you speculate, they gamble’ (중략)…Speculation, Investing and gambling are all close cousins… The main difference is that the risk in gambling is created by the casino for entertainment. -빅터 니더호퍼, <투기꾼을 위한 교육>
투자와 투기는 그저 추세의 기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트레이더는 며칠 또는 몇주 내의 단기 추세를 이용하며, 투기자는 몇주 또는 몇달 이내의 중기 추세를 이용하고, 투자자는 몇달 또는 몇년의 장기 추세를 이용한다. - 빅터 스페란데오
또한 그의 투기라 불리는 요소에는, 당시에도 대부분의 견해들과 반하는 ‘성장주’를 후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그를 매우 고지식한 ‘가치’투자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c. 후한 가격에 '성장주'를 매수하는 것: 이것을 '투기'라고 부름으로써 우리는 대부분의 권위 있는 견해에 반하게 된다. 이전에 밝힌 이유로, 우리는 이 대중적인 접근 방식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그것이 인기를 얻을수록 더욱 위험해진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개별적인 성공 기회는 다른 형태의 투기보다 훨씬 밝으며, 예견력과 판단력 그리고 절제력을 발휘하기에 더 좋은 분야이다.-벤자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제 52장 시장분석과 증권분석
위 같은 문단들은 **성장주와 가치주라는 잘못된 구분선을 그어버렸고, 이에 따라, 그레이엄 vs 피셔 형식의 대립구조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레이엄은 왜 그토록 고지식해 보일 만큼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을 긋는 데 집착했을까? 그의 기준에서 왜 성장주 투자는 투기의 영역에 포함하게 만들었을까? 더 나아가 우리의 투자 인생에 그의 말마따나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것이 그토록 ‘중한’일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레이엄이 내린 투자의 본질적인 정의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 그리고 순종투자자(Sovereign Investor)로 구분하거나, 부화뇌동파와 소신파로 구분하였다. 투자와 투기보다는, 투자 기간이나, 현명함과 현명하지 않음으로 구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B-side에서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투자 행위란 철저한 분석(thorough analysis)에 기초하여, 원금의 안전(safety of principal)과 만족스러운 수익(satisfactory return)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적이다.-<증권분석> 4장 투자와 투기의 구분
투자가 항상 증권의 질(quality)뿐만 아니라 가격(price)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다. 엄밀히 말해 가격과 상관없이 투자 대상으로 남는다는 의미에서의 절대적인 ‘투자 종목’이란 존재할 수 없다. ..(중략) .. 투자 행위란 질적 근거와 양적 근거 모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증권분석> 4장 투자와 투기의 구분
일단 첫번째 인용문에 집중해보자. 투자 행위 () 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이야기했다:
투자는 철저한 분석에 기초한다. ()
투자는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
그리고는 투기를 투자의 여집합으로 정의하였다. ()
즉 다시 말해 다음의 논리 구조를 가질 것이다.
투자에 있어 그레이엄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무겁게 강조한 것은 상방의 수익(Upside)이 아니라 하방의 경직성, 즉 '손실의 회피(avoidance of loss)'였다. 그는 원금 보존에 주안점을 두는 채권 투자를 예로 들며, 투자는 훌륭한 대상을 찾아 나서는 탐색과 수용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위험한 것을 걸러내는 "배제와 거절의 네거티브 예술(negative art)"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제자 워렌 버핏은 이와 같은 결로 다음과 같은 유명한 격언을 내세웠다.
“제 1원칙. 절대로 잃지 마라. 제 2원칙. 제 1원칙을 잊지 마라.
Rule No. 1: Never lose money. Rule No.2: Never forget Rule No 1.” -워렌 버핏
그렇다면 그레이엄이 말한 '원금의 안전'이란 무엇을 통해 약속받을 수 있는 것일까? 단순히 훌륭하고 우량한 기업의 증권을 사면 안전한 것일까? 그레이엄은 증권 그 자체에 투자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가격(price)이 빈번하게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우량한 주식이나 채권이라도 어떤 가격대에서는 투자적 가치를 지니지만, 다른 가격대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원금의 안전은 기업의 이름값이 아니라 '내가 지불하는 가격'을 통해 약속받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돈을 잃으면 투자가 아닌가? 내가 산 주식이 폭락해 원금을 잃었다면, 나의 행위는 사후적으로 투기가 되어버리는 것인가?"
이에 대해 그레이엄은 단호하게 ...





공감가는 내용이 정말 많네요. 저 스스로 퀄리티 지향 가치 투자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시험 삼아 해보는 매크로 트레이딩 승률이 더 높게 나오긴 하네요.. 트레이딩을 할 생각이 없는데.. 원인은 저도 모르겠음.. 월가아재님이 트레이딩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승률이 낮고 별 관심없어 하는 사람일수록 승률이 높다고 하는게 괜한 소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요약 번역본을 읽고 그레이엄을 오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투자자라 생각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안전마진을 확보에 기반하여 접근하더라도 "철저한 분석"에 완벽은 없기에 "포지션을 구축"하는 행동 자체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투기적 상황에 노출"되는 행동이지만, "철저한 분석(불완전한)을 통한 포지션"은 "현명한 투기꾼이면서 투자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