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자체가 좋아서 필사해보려 한다.
1부. 알바트로스, 내가 걸어온 길
이공계 교수들이 더 심각하다.
이들은 가르쳐주는 원칙대로만 매매하고 큰 모험을 걸지 않으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작은 수익에 만족할 줄 안다.
저절로 단타매매를 하지 않게 되며, 하루하루의 영업과 그로부터 나오는 돈의 소중함을 잘 안다.
'아는 것은 많아졌어도 실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완전한 파산을 세 번 경험하기 전에는 스스로 투자자라 말하지 말라." - 앙드레 코스톨라니
이 상황에서 나는 그토록 숱하게 적어두었던 한 단어 '손절매'를 실행할 수가 없었다. 개장과 동시에 시퍼렇게 음봉을 그리며 내려가는 지수에 몸은 박제라도 된 듯이 굳어버렸다.
그러나 시장은 너무나 잔인해서 아나운서가 전한 주가지수는 이미 550포인트를 넘나들고 있었다.
주식을 매수했다가 5일선이 깨지면 그날로 손실 중이든 수익 중이든 무조건 팔았다. 또 매수가에서 5퍼센트 손실이 발생하면 물량 50%를 정리하고 10퍼센트 손실이 발생하면 나머지를 전량 청산하는 것이었다.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키자 상당히 험한 하락장이었음에도 조금씩 수익이 발생했다.
다만 작년의 패배로 위축된 심리를 회복하고 투자 원칙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연습과정으로서의 의의는 컸다.
전액을 투입했음에도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조바심이나 떨림도 없었고 수익만 고대하면서 들뜨는 일도 없었다.
시장이란 것이 단순한 공식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관점과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그 피눈물을 헛되이 쓰지 않은 사람에게 시장은 반드시 다시 기회를 주는 듯 하다.
'바닥에서의 악재에는 매수하고, 천장에서의 호재에는 매도하라.'
너만 알라는 말은 꼭 소문을 내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자만심을 그는 정확하게 간파하고 이용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돈 앞에서 한 번이라도 영혼을 팔아버리면 뒷 일은 안 봐도 뻔하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위험의 경계에 서 있었다. 편법이든 아니든 자꾸 어려움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내가 정석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차피 똑같은 현실이 반복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넋 놓고 있기보다는 일어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상황을 시작점으로 삼아 정면으로 부닥쳐나갈 뿐이었다.
물론 이미 그것은 손절이 아니었다. 시장에 대한 항복 선언일 뿐, 자금을 지키려는 의미에선 무의미한 행위였던 것이다.
내가 만난 그 황당하고도 엽기적인 날을 또 만나게 될까?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것은 내가 거래를 지식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정작 거래 전략들의 약점을 가다듬는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따. 그저 그 약점이 시장에 연속적으로 노출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니 어지간해서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큰 판단 착오였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업급하겠지만 시장은 그런 안일함을 결코 오래 놔두지 않는다. 당신에게 약점이 있다면 인정사정없이 그 약점을 후벼 파올 만큼 잔인한 것이 바로 시장이다.
모든 거래를 멈추자. 시장은 급하지 않다. 조급한 건 나의 마음 뿐이다. 다시 원점으로 왔지만 성급함을 버리고 순리대로 풀어가야만 한다.
"됩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내 모든 것을 걸 만한 확신이었다.
시장 흐름을 좇아가는 추세 거래, 철저한 시스템 운용, 켈리 공식에 의거한 적극적 자금 관리이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단 고민이 끝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승부는 이길지 질지 알 수 없는 게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겨놓고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나는 승부란 그런 것이라 생각해왔고, 그때는 이겨놓았다고 판단했다.
오늘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과거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대응했고, 엄청난 전리품마저 한가득 챙길 수 있었다. 오늘 시장은 기꺼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그대로 간다. 흔들리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