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당연히, 12월의 ‘그 사건’을 계기로 존재를 알게 된 분이다. 평범한 국민으로서 헌법재판소에서 누가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인지, 모르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늦게 안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배울 것이 많은 분이라 생각한다. 유려한 글 솜씨와 적절한 말하기 스킬에서 오는 호감은 덤이었다. 유난히 글 잘 쓰는 분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게 있다.
책이 나왔다길래 거의 바로 구매했다. 읽은 건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읽었다. 금방 읽히는 책이다. 글을 잘 쓰는 덕도 있고, 블로그에 대중을 상대로 썻던 글이 대부분이라 읽기 쉽게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한결같은 인상은 어찌 이리도 기억력과 생각이 간결하고 빠른지, 그 생각과 감성을 잡아내 글로 써둔 능력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추석 간 글을 많이 쓰게 되면서 글 쓰기 실력이 퇴화했다고 여기는 시점에 읽어서 그런지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가 다시 피어올랐다.
제목과는 다르게 ‘호의’ 자체와 관련된 글은 없다. 그런데 서문에서 제목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글 자체가 ‘호의’로 쓴 글을 엮은 책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이다.” 김장하 선생의 말씀은 제가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지침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 재판권을 위임한 사람도 재판을 받은 사람도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하여 시민들과 소통하였고 책을 읽었습니다. 공자의 말씀처럼,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망에 빠지기 쉽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운 바를, 생각한 바를 글로 썼습니다. 요구하기 위해 쓴 글도 있고 성찰하기 위해 쓴 글도 있습니다.
이제 무직이 되어 여유가 생겼으므로 인생과 함께 글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그 동안 썼던 글들을 다시 읽고,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골랐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의 인생에 조언할 만큼 지혜롭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판사나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생각하였던 바를 여러분에게 말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이로써 우리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저의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이고, 어쩌면 여러분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국민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니까요.
평생 책 한 권 내는 것을 꿈꾸었던 저에게는 이 책의 발간이 큰 의미가 있음이 명백하지만, 여러분께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애썼던 어느 판사의 기록입니다. 호의를 갖고 썼던 글을 책으로 내놓습니다. 판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판사들은 무슨 책을 읽는가? 궁금한 분들, 특히 저의 생각이 궁금한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조삼모사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의 고사로, 먹이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는 말에 원숭이들이 적다고 화를 내어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했더니 좋아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국어사전에는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른다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아침 네 개 저녁 세 개가 아침 세 개 저녁 네 개와 같을까? 대부분의 분쟁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네 개를 차지하겠다는 데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
소송 계속 중 당사자 간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조정 절차에 넘겨 진행해보면 조삼모사의 힘을 실감할 때가 많다. 원고는 대개 재판 절차를 서둘러 마치는 조건으로 일정한 양보를 하는 대신 양보한 것마저 받지 못할까 걱정한다. 피고는 가능한 한 많은 양보를 받으려고 하고성에 안 차면 전부 아니면 전무의 모험을 하려는 경향이있다.
둘 사이의 간격을 좁혀보면, 원고는 이른 시기에 네 개를 받고 나서 나머지 세 개는 나중에 받겠다고 하고, 피고는 일단 세 개를 주고 나머지 네 개는 형편 되면 주겠다는 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개혁을 반대해서라기보다는 과도기의 손실을 누가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 흥미로운 ...

자고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이 글을 클릭했는데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서점 매대에 항상 있는 책, 그러나 손이 가질 않던 책이었는데 오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에 도움을 주신 글 감사합니다.

정말 감동적인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문형배 재판관의 에세이 등을 담은 책에 이런 사색해 봄직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에 덧붙인 글로리아님의 해설과 이어진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