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들은 노래 3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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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 읽히지 않을 거 같아 시를 읽으면서도, 그 짤막한 시 안에서 또 한 문장을 찾는다.
시를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은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읽을 뿐...그러다
다시(엔터) 견디기 힘든(엔터) 달이 뜬다
~를 읽다가 울컥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한 문장이 심금을 울린다.
"달은 매일 다시 뜨는데, 나는 달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워" 라고 나즈막히 읖조리는 누군가를 맞은편에서 마주보고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한강 시인은 대부분의 시에서 왜 마침표를 쓰지 않을까?
의도된 마침표가 몇 개 있는 시도 있으므로 대다수의 시에 생략된 마침표는 의도된 생략이다.
아니, 이건 생략이 아닐지도.
마땅히 있어야 할 데에 찍어두는 마침표를 생략한게 아니다.
시인은 아직 문장을 끝내지 않았다. 혹은 끝낼 생각이 없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 같은 (상처의 흔적들을) 문장들을 뽑아내고 있을 뿐...
어제는 둘째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고, 오늘 저녁에는 어머님을 뵈러가야한다.
끝나지 않는 삶의 수레바퀴, 의무들 사이로...토요일 오후인데, 센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