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사상 - 박완서의 경우

나목의 사상 - 박완서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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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5.02.26조회수 4회

<나목>에서 오빠의 죽음은 폭사로 그려진다.

검붉게 물든 홑청, 군데군데 고여 있는 검붉은 선혈, 여기저기 흩어진 고깃덩이들.

어떤 부분은 아직도 삶에 집착하는지 꿈틀꿈틀 단말마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박완서는 한국전쟁에서 죽은 오빠를 계속 불러내서, 그 죽음을 변주하고 변형시키면서 반복적으로 서사한다.

그것은 박완서 소설의 검은 구멍이다. 모든 것이 그 구멍으로 무너져 내린다.


그 구멍에서 솟아 나오는 오빠는 언제나 기관 없는 신체다. 죽어 있지만, 죽지 않고 회귀하며, 온통 훼손된 채 신체가 다 흩어졌지만, 어떤 인격보다 더 강력하게 살아나서 박완서의 글 속으로 되돌아온다. 주인공 이경은 생존자다. 살아남은 자는 오빠가 솟아나는 그 구멍을 마음 깊은 곳에 품고 밥을 먹고, 아이들을 낳고, 다시 살아 나간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김장철 소스리 바람에 떠는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의 수심엔 봄에의 향기가 애닳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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