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어떻게 '뜰 수 있는 눈'이 있지? 그는 과연 존재할까 싶은 손을 들어보았다. 손은 존재했다.
마찬가지로 몸뚱아리도 존재했다. 그러니까 살아생전 그의 믿음대로 완전한 소멸이란 없는 것이었다.
노작가는 갑자기 성이 버럭 났다. 자기 무덤 위에는 시들어 빠진 꽃다발만 두어 개 얹혀 있는데, 저쪽 무슨 음악가, 무슨 발레리나, 무슨 정치가의 무덤 위에는 싱싱한 음식과 고급스러운 보드카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노작가는 이미 죽었음에도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질투심에 이를 갈았다. 배 속에서는 오래간만에 소생한 위액들이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노작가는 혹시나 상했으면 어쩌지? 생각한 자신의 소심함을 탓하고는 하이에나 같은 추잡스러움과 게걸스러움을 뽐내며 남의 무덤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김빠진 보드카도 워낙 오래간만이라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굵고 깊은 트림이 올라왔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