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둔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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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지
그 어떤 유기체보다 역동적인 호가창 안에, 균형이란 게 존재할까?
마켓메이커들이 매수/매도 호가를 조정하는 그런 식의 평형이나 효율이 아니라 아니라, EMH가 주장하는 모든 정보가 완벽히 수렴된 상태로서의 균형 말이다.
직관적으로는 미시적인 패턴이 존재할 수 있어도 균형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의 주문조차 너무나 많은 잔파동을 일으키기 때문이고,
호가창에 쌓인 물량의 태반이 상대를 기만하고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의지와 불신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매도벽으로 타인의 행동을 강제하거나, 끊임없는 정정으로 상대방을 혼동시키는 행위들. 결국 그곳에 쌓인 게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수요와 공급으로서의 순수한 숫자가 아니라 서로를 믿지 못하는 자들의 심리적 장벽일 뿐이기에.
진위를 알 수 없는 교란의 연속과, 하나의 주문이 일으키는 수많은 잔파동.
'호가창'과 '균형'이라는 두 단어는 아무래도 나란히 상상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