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는 기술적 분석의 본질이 ‘차트에 서사를 입히는 행위’라고 이야기했다. 캔들, 지지와 저항, 추세선, 거래량과 같은 도구들은 단순히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얽힌 전투의 기록이며, 우리는 그 기록을 통해 시장을 읽는 ‘문법’을 익혔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 통용되는 몇 가지 언어들을 더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사람이 밑는 다양한 패턴에 대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소프트 퀀트에 대한 부분이다. ‘소프트’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이 방법이 엄격한 통계 모델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는 데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학술적 엄밀성이 부족하다며 이런 접근들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충분히 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즉 ‘이야기하는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 인간은 본래 완벽한 논리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통해 신념을 형성하고 행동한다. 따라서 특정 지표에 객관적 근거가 결여되어 있다 하더라도,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그것이 의미 있다’고 믿고 행동한다면, 그 믿음 자체가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된다. 우리는 바로 그 힘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전략에는 명암이 있다. 마지막에는 기술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추세추종 투자의 명확한 한계까지 짚어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것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 보자.

진실보다 강한 ‘그럴듯한 이야기’
나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존재(Homo Narrans)’로 봐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사람은 엄격한 논리체계보다 그럴듯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신념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통찰을 준다. 우리는 시장에 퍼진 어떤 이야기가 ‘객관적 사실’인지 검증하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시장이 급락했을 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이때 누군가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엄밀히 따지자면 그 글과 시장 하락의 인과관계를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저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행동할 뿐이다.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일일이 따지고 검증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어째서 남자는 치마를 입지 않아야하는가에 대해서 따지고 들지 않는다. 그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를 뿐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꿈 분석의 효용: 증명할 수 없어도 쓸모 있는 지식
우리가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엄밀한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생각이라도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꿈’을 예로 들면 더 명확해진다. 과거 신비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꿈은 미래를 예지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미신으로 여겨졌다. 흉몽을 꾸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믿었고, 때로는 특정 꿈을 꿨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희생되기도 했다.
이후 정신분석학이 등장하며 꿈은 미신이 아닌 ‘내면의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로 재해석되었다. 꿈의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과거의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는 실질적인 효용이 생긴 것이다. 물론 현대의 엄격한 실증주의는 이마저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을 그저 ‘의미 없는 뇌의 노이즈’로 치부해버린다면, 우리는 정신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치유’라는 실질적인 가치를 잃게 된다.
투자에 ‘신비주의’를 활용하는 법
투자 시장에서 이야기되는 여러 ‘속설’들도 이와 같다. 우리는 두 가지 극단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첫째는 ‘주술적 숭배’다. 좋은 꿈을 꿨다고 베팅을 늘리거나, 오늘의 운세가 나쁘다고 포지션을 정리하는 식의 투자는 일관성을 해칠 뿐이다.
둘째는 ‘맹목적 합리주의’다.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의 모든 이야기를 무시해버리면, 그 이야기들을 믿는 대중의 심리를 이용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추세 추종 투자자가 되기로했다면, 우리가 취할 태도는 그 중간에 있다. 예를 들어 ‘금전운이 좋은 해’라는 이야기가 돈다고 해보자. ‘정말 운이 좋을 거야’라고 믿는 대신, ‘이런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 시장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도 있겠군’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꿈 분석이 치유 효과를 내듯, 신비주의적 요소를 투자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지혜다.
이처럼 ‘호모 나랜스’라는 렌즈로 시장을 보면, 우리는 맹신과 불신이라는 양극단을 벗어날 수 있다. 대신 그 중간 지점에서 사람들의 믿음과 심리를 역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부터는 시장 참여자들이 믿고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그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동양에 사주팔자를 기초로 한 명리학이 있다면, 서양에는 숫자의 의미를 분석하는 수비학(Numerology)이 있다. 수비학은 숫자와 인간의 운명 사이에 신비로운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상 체계로, 그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황금비율 같은 수리적 논리를 넘어, 숫자 속에 담긴 신비적 힘을 탐구했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5라는 숫자에 깊이 빠져있었고 덕분에 전설적인 향수, 샤넬 넘버5가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수비학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엄격한 학문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인류의 정신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쳐온 이야기의 한 형태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배우는 기술적 분석의 몇몇 이론들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 이론들은 수학적이고 보편적인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분석가의 주관적 해석이 강력하게 개입한다. 즉, 객관적 진리라기보다는 수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하나의 강력한 ‘서사’ 에 가깝다.
이제부터 시장의 수비학자들이 어떤 믿음과 서사를 통해 미래를 읽으려 하는지, 그 대표적인 도구들을 살펴보자.
엘리어트 파동 이론은 시장의 움직임, 즉 집단 심리의 흐름이 ‘상승 5파’와 ‘하락 3파’라는 총 8개의 파동으로 구성된 하나의 완전한 주기를 반복한다는 이론이다. 주가가 큰 추세를 따라 움직이는 ‘충격 파동(1, 3, 5파)’과 그 추세를 거스르는 ‘조정 파동(2, 4, A, B, C파)’이 교차하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다고 본다. 보통은 3번의 상승과 2번의 하락을 이야기해서, 1파 상승, 2파 상승, 3파 상승 정도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수비학적 해석
이것은 마치 시장의 정해진 운명을 담은 예언서와 같다. 엘리어트 파동 분석가는 차트 위에서 지금 우리가 8막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몇 번째 막에 있는지 찾아 헤매는 예언가와 같다. “지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강력한 3번 파동의 시대인가, 아니면 모든 희망이 꺾이는 C 파동의 절망 속에 있는가?”
하지만 이 예언은 지독히도 주관적이다. 어떤 분석가에게는 강력한 3번 파동이, 다른 분석가에게는 일시적 반등인 B 파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명확한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분석가의 ‘믿음’과 ‘해석’의 영역인 것이다.
우리의 활용법
엘리어트 파동은 상당히 주관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지금이 몇 번째 파동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 종목 내에서 과거의 패턴이 어떻게 나왔는가’를 살펴 보는 것도 유용하다. 이 종목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리는 3번의 파동이, 보편적인 흐름 보다는 더 비슷하게 반복될 확률이 크다. 다시말해, 특정 종목에서 호재가 났을 때, 그 종목을 사려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심리로 움직였다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지금이 정말 3번 파동이 맞는가?”를 증명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대신 “얼마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을 3번째 파동이라고 믿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수많은 사람이 강력한 상승을 믿고 시장에 뛰어든다면, 그 믿음...

좋은 글입니다. 시장의 심리에 올인하기보다는 시장의 심리로 시장을 바라보는 나의 틀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군요! 실제 저도 임상에서 환자에게 먼저 MBTI(스스로가 보는 본인의 상)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묻곤 합니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