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전 이후 — 시간은 누구 편인가, 그리고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

2주 휴전 이후 — 시간은 누구 편인가, 그리고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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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통장
2026.04.08조회수 193회

전글에서 "세 당사자 모두 출구를 찾고 있고, 협상의 유인이 지금 가장 강하다"는 분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4월 7일 밤,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 휴전이 전격 합의되었습니다. 시장은 유가 -13%, 나스닥·S&P500 선물 폭등으로 반응했고, 세계는 한숨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간극이 너무 크다", "2주 안에 타결은 불가능하다", "가짜 평화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10개조 요구안과 미국의 15개항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죠.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간극의 존재 자체가 오히려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시간의 편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국 쪽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틀릴 수 있습니다. 다만 왜 이렇게 판단하는지, 그 근거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1. 협상의 간극은 '결렬의 신호'가 아니라 '타결의 전제조건'이다

부동산 거래를 해본 분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매수자가 "5억에 사겠다"고 하고 매도자가 "7억 아니면 안 판다"고 할 때, 이 2억의 간극은 결렬의 신호가 아닙니다. 양쪽 다 6억 근처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으면서, 자기 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당기기 위해 세게 던지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6억을 불렀다면 5.5억에 끝납니다. 그래서 7억을 부르는 겁니다.

지금 미-이란 협상도 비슷한 구조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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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글에서 분석했듯이, 같은 합의를 양측이 전혀 다르게 포장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존재합니다. 미국은 "핵 위협을 영구 제거했다"고 하고,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지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자유항행을 회복시켰다"고 하고, 이란은 "주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미중 관세 전쟁이 좋은 선례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4월,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렸고, 중국은 125%로 맞대응했습니다. 희토류 수출 통제, 기업 블랙리스트, 반독점 조사까지 총동원되면서 "양국 간극이 너무 크다", "타결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45% 대 125% — 도대체 어디서 중간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제네바에서 양측은 115%포인트씩 동시에 내리는 90일 휴전에 합의했고(미국 145%→30%, 중국 125%→10%), 이후 10월 APEC(경주) 기간 중 부산에서 열린 트럼프-시진핑 양자 회담에서 무역 프레임워크 합의(사실상 1년짜리 휴전)까지 도달했습니다. 처음에 145%를 부른 미국이 진짜 145%를 원했던 게 아니고, 125%로 맞선 중국이 진짜 125%를 유지하려 했던 것도 아닙니다. 양쪽 다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게 던진 것이었습니다.


10개조와 15개항의 문자적 거리만 보고 "타결 불가"라고 판단하시는 분들의 논리도 이해합니다. 간극이 큰 것은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는 그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양쪽 다 아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뜻이고, 앉아 있는 한 중간지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쪽입니다. 작년 미중 145% 대 125%의 간극도 한 달 만에 좁혀졌고, 6개월 만에 딜이 됐습니다.


2. 레바논 휴전 제외: 우연이 아닌 '설계된 맞대응 카드'

휴전 발표 직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것은 "IRGC의 분절된 지휘체계 때문에 휴전 기간에도 공격이 잔존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휴전 지시가 혁명수비대 하부 조직까지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우려입니다. 전쟁 개시 첫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IRGC 사령관 파크푸르, 국군참모총장 무사비, 국방장관 나시르자데, 안보회의 서기 샴카니 등 핵심 수뇌부가 제거되었습니다. 개전 이후 누적으로 40여 명의 고위 군사·안보 지휘관이 사살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IRGC 해군사령관 탕시리(3/26), IRGC 정보수장 카데미(4/5), 쿠드스군 840부대장(4/5) 등이 연이어 사살되었고, 현재 이란의 지휘체계는 3인 과도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명령이 위에서 아래로 깨끗하게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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