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계좌, 작은 블로그: 규모와 책임감의 역설

작은 계좌, 작은 블로그: 규모와 책임감의 역설

avatar
전상돈
2025.09.03조회수 74회


뿌리깊은 새싹.jpg

과거의 나는 마치 두 명의 투자자처럼 행동했다.

개인계좌에서는 조급했다. 몇백만원이라는 작은 규모가 "빨리 키워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었고, 밈 주식에 100% 몰빵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고변동성에서 오는 도파민에 취해 순간적 쾌락도 느꼈지만, 그런 감정은 나를 더 병들게 했다. 결국 작지 않은 대출까지 받게 됐고, 그럴수록 더 조급해졌다.

이 계좌에서는 한 달 후를 생각하는 투자는 꿈도 못 꿨다.

투자 시간 단위는 점점 짧아졌다. 다음주, 내일, 한 시간, 몇 분 후. Webull과 개인계좌 앱이 보여주는 실시간 등락에 나는 완전히 휘둘렸고, 도파민 중독 상태가 되어갔다.

반면 DC계좌(퇴직연금)에서의 나는 완전히 달랐다. "절대 잃으면 안 되는 돈"이라는 심리적 압박과 공격자산 70% 제한 룰이 오히려 나를 신중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회사 정책상 은행사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추가 제약까지 겹쳤다.

은행사 시스템은 정말 불편했다. 오늘 거래 지시를 내려도 내일 체결되고, 당일 매매를 원하면 실시간이 아닌 그날의 평균가로 처리됐다.. 존 보글 책에서나 나오는 옛날 인덱스펀드 거래 방식 같았다. 초 단위 거래가 당연한 지금 시대와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 오히려 약이 됐다. 조급함을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 덕분에 나는 개인계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충동적 매매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했고, 장기적 관점을 강제로라도 갖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평범한 글 하나를 봤다. "계좌가 크건 작건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뻔한 조언이었지만, 내 상황에 대입해보니 너무 ...

회원가입만 해도
이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이미 계정이 있으신가요?로그인하기
댓글 2
avatar
전상돈
구독자 839명구독중 74명
차곡차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