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밤, 이란 전역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차하르샨베 수리. 조로아스터교에 뿌리를 둔 페르시아의 불 축제.
이슬람 공화국이 47년간 "이교도의 잔재"라며 탄압해온 날. 올해는 달랐다.
레짐은 "불꽃 하나도 국가안보 위반"이라고 했고,
동시에 국영 TV는 "트럼프와 네타냐후 인형을 만들어 광장에서 태워라"고 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도시에서 불꽃놀이를 금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불을 피우라고 명령하는 정권.
이 모순 자체가 지금 이란 레짐이 서 있는 자리다.
1. 라리자니 이후 판이 바뀌었다
지난글에서 나는 라리자니를 1988년 라프산자니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인물로 지목했다.
"죽일 수 있지만 죽이지 않는다. 이 상태 자체가 협상 테이블이다."
그리고 지난 17일 라리자니가 죽었다. 단순한 예측 실패가 아니다. 구조가 바뀌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에게 포괄적 자율권을 줬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협상 설계자 포함 전체 제거로 해석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이 관계는 명시적 사전 승인이 아니다. 구조적 사전 승인이다.
Time of Israel 은 라리자니 사망 당일 핵심 내용을 보도했다.
"네타냐후와 카츠(이스라엘 국방장관)가 IDF(이스라엘 방위군)에 이란·헤즈볼라 고위 인사들을 통상적인 사전 승인 없이 제거할 권한을 부여했다." 트럼프가 라리자니를 콕 집어서 "죽여라"고 한 게 아니다.
이스라엘이 고위 인사 제거에 대한 포괄적 자율권을 미리 받아놓은 것이다.
트럼프의 반응은 사후 묵시적 동의였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어제 실제 최고위급이 죽었다고 한다"고 했다.
칭찬도 비판도 아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를 "nods"라고 표현했다.
nods : 무언의 긍정. 압묵적 인정.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트럼프가 라리자니를 딜 상대로 남겨두고 싶었는지 아닌지를,
포괄적 자율권을 주면서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 명시되지 않은 공백을 자기 방식으로 채웠다.
트럼프는 그 결과를 사후에 받아들였다.
이탈이 아니라 공백의 채움이다. 그리고 그 공백이 트럼프의 딜 가능성을 줄여놨다.
트럼프 본인이 말했다. "점찍어놓은 사람들이 다 죽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제거하면 로드리게스가 나왔다.
이란에서 하메네이를 제거했는데 협상 가능한 누군가가 나와야 했다.
근데 그 누군가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설계가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설계의 방향이 처음부터 달랐을 수 있다.
트럼프는 딜을 원했고, 이스라엘은 레짐 해체를 원했다.
두 개의 목표가 같은 군사 작전을 공유하면서, 지금 갈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이제 공식화됐다. 라리자니 사망 다음날,
이스라엘이 이란 정보장관 에스마일 하티브를 추가 제거했다. 24시간 동안 최고위급 두 명 제거.
이스라엘 국방장관 카츠는 이번엔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이란 고위 인사를 제거할 기회가 생기면 추가 승인 없이 즉시 행동하라고 IDF에 지시했다."
구조적 승인이 이제 공개 정책이 됐다.
2. IRGC의 두 층: 위에서 굳고 아래에서 녹는다

지금 IRGC에서 상충하는 두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위에서는 강경화되고 있다.
CTP-ISW가 3월 16일 보고서에서 명확히 했다.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추대한 핵심 4인방은 후세인 타에브, 아흐마드 바히디, 알리 자파리, 갈리바프다.
전부 하메네이 시절부터 수십 년간 함께한 IRGC 강경파다.
이들이 지금 모즈타바 뒤에서 실질 결정권을 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전했다.
"레짐은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경해지고 IRGC가 더 강하게 장악한다."
아래에서는 균열되고 있다.
플래시포인트 인텔리전스의 3월 6일 보고에 따르면,
이란군은 현재 고위 장교들의 이탈과 병사들의 탈영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군사적 결속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또 3월 12일 이란인터내셔널이 보도한 정규군(Artesh)과 혁명수비대(IRGC) 간의 갈등은 파멸적인 수준이라고 전했다. IRGC가 부상당한 정규군 이송을 거부하는 등 고질적인 내분이 극에 달했고,
병사 2명당 탄약 20발에 불과한 최악의 보급난과 식수 부족은 군 체계의 실질적인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바시지 지휘관이 직접 인정했다.
많은 대원들이 폭격 건물 잔해에 핸드폰을 버리고 도망갔다. 레짐이 전사한 줄 알게 하려고.
이 두 층이 같은 조직 안에 공존하고 있다. 위는 굳고, 아래는 녹고 있다.
그리고 이게 지금 가장 위험한 구조다. 위가 굳을수록 아래에 더 강한 명령을 내린다.
아래가 녹을수록 그 명령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다.
이 괴리가 커지는 속도가 임계점을 결정한다.
3. 트럼프의 헷지가 소진되는 구조
트럼프는 지금 매일 출구 옵션을 받고 있다.
지금 트럼프가 받고 있는 출구 옵션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NBC가 6명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
매일 군사 작전 계획 안에 출구 옵션이 포함돼 있다. 카네기, CFR, 채텀하우스 같은 싱크탱크들도 각자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나보다 훨씬 좋은 정보력과 분석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엔드게임에 대해 답이 없다.
Reuters-Ipsos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67%가 트럼프가 목표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 국민들도 모른다. 싱크탱크도 모른다. 그리고 NBC 소식통들은 이렇게 말했다.
"타임라인은 매일 바뀔 수 있다."
트럼프 본인도 확정된 답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출구 옵션을 받으면서도 안 고르는 건, 아직 베네수엘라 모델이 작동하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의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
유가는 브렌트 기준 100달러 위에서 고착됐다. IEA가 4억 배럴 비축유를 방출했지만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CNBC가 핵심을 짚었다.
"이건 경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군사 문제다. 호르무즈가 열리지 않는 한 유가는 내려가지 않는다."
트럼프의 헷지 카드들,
- 비축유, 사우디 증산 압박, 러시아 원유 제재 완화, 유동성 조절 -
전부 시간을 사는 수단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가솔린 가격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 아직 공개 반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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