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원자재

웃는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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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자금, 절제의 우위를 찾는 여정


2026년 6월 3일 작성됨 (구 제목: A가 사과를 먹으면 B는 그 사과를 먹을 수 없다)
거시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할 때, 투자자들은 본능적으로 실물자산으로 도피한다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물가라는 단어는 만물을 뜻하는 물(物), 값을 뜻하는 가(價)로 이루어져 있는 단어다. 직역하면 실물이 지니는 가치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어원은 라틴어 Inflare에서 파생된 단어다. 이는 '바람을 불어넣다', '부풀어 오르다'라는 뜻이다.
현대인들은 인플레이션을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현상으로 통칭하지만, 단어의 진짜 기원은 가격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통화량 자체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정확히 지목하고 있다.
이 명제들을 결론으로 다음 공식이 완성된다.
물가(物價) = 실물의 가치(분자) / 화폐의 가치(분모)
대중은 본능적으로 물건이 귀해져서 비싸졌다고 인식하지만 '인플라레(Inflare)'의 어원이 폭로하듯, 실제 벌어지는 일은 바람이 들어가 무한히 부풀어 오른 종이 화폐(분모)의 가치가 녹아내리는 것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197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이션 구간이나 2022년의 포스트 팬데믹 사이클에서 원자재가 포트폴리오의 구원자로 등극한 것은, 명확히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원자재 자산군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명제로 연결되는 논리로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Fed가 QE1(양적완화)을 처음 시작한 이후 2026년 오늘날까지, 원자재지수(BCOM)는 자산군 중 물가와 가장 강력한 양(+)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사실로 증명해왔다.
흔히 금(Gold)이나 주식(S&P 500)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떠올리지만, 금은 대체 화폐 성격이 강해 물가 상승 초기 실질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가격이 억눌리며, 주식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인한 마진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의 '결과'가 아니라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원인' 그 자체이기에 마진 압박과는 관계성이 없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BCOM)와 미국 Headline CPI(소비자물가지수)의 YoY 상승률 간 장기 상관계수를 직접 계산하면, 33년 표본에서 동시점 기준 약 0.64를 형성하고, 특히 원자재 가격이 물가를 평균 2개월 선행(r=0.71)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즉, 원자재는 물가 상승과 동행성을 넘어 선행성마저 띠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명제다.
한 가지 단서를 달아둔다면 이 상관관계는 상수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36개월 상관계수는 −0.47에서 +0.92까지 출렁인다. 흥미롭게도 2026년 현재는 BCOM이 1년 새 +35% 뛰었는데도 CPI는 +4.5%에 머물러 둘의 동행성이 일시적으로 낮은 구간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바로 이 오래된 법칙에서 생기는 균열이 새 시대에 새로운 개념의 원자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생각은 2026년 현재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AI시대를 맞이하며 전력, 통신망 그리고 반도체같은 영역을 더 이상 유틸리티나 기술주라는 국소 영역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원자재'로 재정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한계비용이 비대칭적으로 교차하며 발생하는 희소성에 기인한다. 지금 AI가 발전하는 양상을 관찰했을 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곧 디지털 세계의 복제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까이 수렴한다는 것이다.
실물 경제에서는 자산이 물리적 형태(질료)를 갖지만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는 질료가 없는 형상, 즉 정보의 배열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는 0과 1의 논리적 상태를 가져온 것일 뿐이다. LLM 파라미터가 수조 개로 늘어나고 전 세계 사용자가 수억 명으로 확장하는데도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추가되는 물리적 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무한한 가상 추론 수요를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비용은 특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급격히 치솟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4.4%(176 TWh) 수준이던 데이터센터 전력 비중은 2028년 최대 12.0%(580 TWh) 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글로벌로 넓혀도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4년 415 TWh에서 2030년 약 945 TWh로 2.3배(이후 2035년 1,200 TWh)로 불어날 것으로 본다.
이 무제한에 가까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변압기를 조달하고, 5~7년의 리드타임이 걸리는 송전망을 가설하며, 대역폭을 확보하기 위한 물리적 투입 비용은 디지털 복제 비용이 0에 수렴하는 속도만큼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치환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특성은 경제학 관점으로 볼 때,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비경쟁적(Non-rivalry)이나, 하드웨어는 경쟁적(Rivalry)이라는 것을 뜻한다. 즉, A가 특정 AI 모델의 알고리즘 코드를 복제하여 사용한다고 해서 B가 사용할 알고리즘 원본이 닳거나 사라지지 않지만,
🍎 현실에서는 A가 사과를 먹으면 B는 그 사과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을 엄밀한 관점에서 원자재로 정의하는 것은 맞을까?
학술적으로 코모디티란 "누가 생산하든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대체 가능한) 표준화된 실물"을 의미한다. 텍사스에서 뽑아낸 원유 1배럴이나 중동에서 뽑아낸 원유나 정제 과정을 거치면 사실상 같은 가격에 수렴한다. 철광석, 구리, 대두, ...



너무 좋은 글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