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은 참으로 귀한 감정이다.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달콤함을 유보하고, 먼 미래의 보상을 끌어오기 위해 기꺼이 현재를 희생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놀고 싶은 유혹과 고된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일을 끝마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취감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이 감정 덕분에 우리는 고도의 복잡한 사고가 요구되는 힘든 일들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우리는 다양한 행위에서 이러한 성취감을 느낀다. 설령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나 미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감각 자체가 성취감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시간을 들여 복잡한 레고나 퍼즐을 완성했을 때, 혹은 최근 유행하는 맛집에 오픈런으로 긴 줄을 서서 마침내 그 음식을 맛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
이러한 성취감은 우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삶의 목표에 따라 발전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발전이라 부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목표일 수 있고, 그런 사람에게는 긴 기다림 끝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목표를 향한 훌륭한 발전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는 착각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이 착각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는 애초에 명확한 목표가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 행동이 목표 달성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다. 이 함정에 빠지면 우리는 효과적이지 않은 행위를 반복하면서도 거기서 파생되는 얄팍한 성취감에 취해 스스로 전진하고 있다고 믿어버린다. 그리고 점차 '진짜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외면한 채, 당장의 성취감을 느끼는 데에만 매몰되고 만다.
이런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가고, 누군가는 목표 달성에 진짜로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따져보지 않는다. 또 누군가는 이상과 현실의 아득한 격차를 견디지 못해 현실을 부정하고, 그저 '노력하고 있다'는 위안 섞인 성취감만 좇기도 한다. 수년간 고시원에 틀어박혀 시험을 준비하지만, 정작 합격에 필요한 공부는 하지 않는 장수생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내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 배운 지식이 기존의 지식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사유하며 사고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의 그들은 그저 오랜 시간 독서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배움'을 이뤘다고 착각하며, 지친 자신에게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PC방 게임 한 판을 선사할 뿐이다.
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