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줄였다. 그리고 당연히 오늘 둘 다 올랐다. 피반꿀
제일 열받는 종류의 틀림이다. 며칠 뒤에 오른 것도 아니고, 몇 주 뒤에 이유가 바뀐 것도 아니다. 팔자마자 바로 오른다. 애매하게 오른 게 아니라, 시장이 "봐라" 하듯이 오른다.
마이크론은 미국장에서 19% 급등했다. 시총 1조 달러 돌파. UBS는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세 배 올렸다. SOX도 급등.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 시장은 바로 반영했다.
마이크론이 저렇게 받는데, 삼성전자랑 하이닉스는?
그리고 오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 대장주가 됐다.
질문. 나는 왜 하필 급등 전날 팔았을까?
숫자가 나빠서 판 게 아니다
먼저 오해하면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쁜 회사라서 판 게 아니다. 메모리 업황이 꺾였다고 본 것도 아니다. HBM이 끝났다고 본 것도 당연히 아니다.
반대다.
메모리는 여전히 좋다. HBM은 여전히 핵심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DRAM, HBM, eSSD 공급이 타이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객들은 단기 가격보다 장기 공급 안정성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좋다"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미 얼마나 반영됐느냐"였다.
업황이 좋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시장이 다 알고 있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선도주로서 거의 모든 투자자가 보고 있던 종목이었다.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이거였다.
좋은 건 알겠는데, 여기서 추가로 더 좋아지는 속도가 주가를 계속 밀어올릴 만큼 강한가?
근거 1: 리비전의 속도가 둔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반도체 주가를 보면 재미있는 게 있다. "실적이 좋다"와 "실적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많이 올랐다. HBM 선도 프리미엄까지 받았다. 시장은 하이닉스를 단순 메모리 회사가 아니라 AI 인프라 핵심 부품사처럼 보기 시작했다. 멀티플도 올랐다. 주가도 올랐다. 기대도 올랐다.
근데 내가 보던 데이터에서는 최근 이익 추정치 상향 속도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았다. 실적이 나빠졌다는 게 아니다. 여전히 좋다. 근데 "더 좋아지는 속도"가 둔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미묘하지만 중요하다.
주가가 아직 안 오른 종목은 숫자가 조금만 좋아져도 움직인다. 근데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은 다르다. 숫자가 좋아도, 시장 기대치보다 덜 좋으면 쉰다. 리비전의 속도가 중요해진다.
좋은 회사. 좋은 업황. 좋은 흐름. 근데 추가 리비전의 속도는 둔화.
이 조합이면 적어도 일부 무게를 줄이는 건 합리적이라고 봤다.
근거 2: 돈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의 국내 장을 보면 대형 메모리만의 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돈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기판, 패키징, MLCC, 장비, 후공정, 검사, 소재. 이런 쪽으로 시장 관심이 확산되는 느낌이었다.
AI 서버를 만들려면 HBM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기판도 필요하고, 전원도 필요하고, 패키징도 필요하고, 검사도 필요하고, 수많은 부품과 장비가 필요하다. 시장은 가끔 대장주를 먼저 사고, 그 다음 밸류체인 아래쪽을 사러 내려간다.
나는 그 국면일 수 있다고 봤다.
메모리 대장주는 이미 많이 올랐다. 이제 시장은 그 아래 공급망을 보기 시작할 수 있다.
이상한 생각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도 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오늘 시장은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다시 위로 빨려 올라갔다. 대장주가 모든 수급을 빨아들이는 장.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움직이면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장. 순환매를 예상했는데, 시장은 대장주 재집중을 선택했다.
여기서 내가 틀렸다.
근거 3: 대형주 수급 부담도 의식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강하게 오르면서 대형주 쪽에 수급 부담이 있다고 봤다.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