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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1-5: 빛은 왜 반응속도 측정에 게임 체인저인가?
사색과 몽상[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1-5: 빛은 왜 반응속도 측정에 게임 체인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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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1.10조회수 2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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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 첫번째는 반응 물질을 매우 빠르게 섞을 수 있어야 합니다.

  • 두번째는 반응의 시작버튼을 매우 빠르게 누를 수 있어야 합니다.

  • 세번째는 그렇게 빠르게 버튼을 누른 후 변화를 빠르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1-3편에서 만프레드 아이겐은 첫번째 문제를 멋지게 '우회'했습니다. 빠르게 섞지 않고 반응이 충분히 진행된 이후 평형지점에서 반응의 '시작버튼'을 빠르게 눌렀던 것이죠.


노리시와 그의 제자인 조지 포터는 첫번째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풀었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녀석, '빛'으로 첫번째 문제와 두번째 문제를 동시에 풀어버리는 것입니다.


A→B 라는 반응을 다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이 반응이 가만히 두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반응인데, A가 '빛'을 흡수했을 때만 일어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반응은 A+빛→B 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전에 예시로 들었던 C+D→E 반응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C와 D는 물질이므로 충돌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도 없고, 그 충돌을 제어하기도 힘듭니다. 즉, 한 순간에 C와 D가 섞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빠른 반응의 경우 섞이면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반응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빛은 일반적인 물질과 달리 매-우 빨라서 순식간에 A와 충돌합니다. 그래서 반응을 ‘시작시키는’ 시점은, 우리가 빛을 쏘는 시점과 거의 같아집니다. 빛을 아주 짧은 순간, 원하는 시점에 발생시킬 수 있다면 빠른 반응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죠!

1920년대부터 노리시(Norrish) 교수는 반응 속도론을 연구해 왔으며 이 분야의 선도적인 과학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1940년대 후반, 조지 포터(George Porter)라는 젊은 동료가 합류했습니다. 그들은 사진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섬광 램프(flash lamp)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램프를 수천 배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개량 과정을 거쳐, 스톡홀름 전체가 겨울 오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하는 전력량보다 더 강력한 출력을 내는 램프가 제작되었습니다. 그 전력량은 60만 킬로와트에 달합니다. - Nobel Prize in Chemistry 1967 Award ceremony speech

이제 세번째 조건 "그렇게 빠르게 버튼을 누른 후 변화를 빠르게 기록"하는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측정을 빠르게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빠르게 반응을 '시작'시켜도 소용없으니까요! 방금 인용했던 노벨상 수상 연설의 뒷부분을 살펴보시죠.

하지만 딱 한 가지 난점(catch)이 있습니다. 램프의 이 엄청난 효과는 불과 100만분의 1초(마이크로초) 정도만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통해 섬광 램프 옆의 튜브에 있는 물질의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을 활성화된 형태로 변환시키거나, 분자를 쪼개어 반응성 높은 원자단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 형성된 이 분자들을 분광학적(spectroscopically)으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지지만, 이들이 매우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측정은 극도로 빨라야 합니다. 다행히 현대 전자 장비 덕분에 이러한 빠른 과정을 기록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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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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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구독자 978명구독중 2,117명
몽상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뉴런입니다. 전공은 물리화학이고 투자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용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요새는 게임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있습니다! (망할지도...) 아무튼, 행복한 하루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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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빛
2026.01.11

와.. 빛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변화를 측정하고, 변화를 기록하고... 고마운 친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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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1

빛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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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석이
2026.01.11

어릴때 읽던 과학동아가 생각나네요 :) 연재 너무 재밌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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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1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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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망내
2026.01.11

빛을 모으면 레이저가 되는지 궁금하네요.

어릴대 돋보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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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1

오! 궁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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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냥맘
2026.01.11

재밌어요!

섬광 광분해법의 실험 결과의 예시, 그림으로 보여주신 것이 이해가 잘 되게 도와주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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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2

도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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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블랙
2026.01.12

양자광학 전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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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2

양자광학 전공은 아니고 물리화학 전공인데 이것저것 얇고 넓게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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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브
2026.01.1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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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2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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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yru
2026.01.12

문득 이론, 기초 분야의 실험장비들의 정밀도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저가 요즘은 온갖 산업계에서나 각광받는 장비로 떠오르던데 다음 화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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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2

현대도 대단하지만 과거에도 수준이 상당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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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1.14

오늘도 한 줌 지식 더 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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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1.14

매번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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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4.01

흠... 이거 지나쳤나봅니다. ㅡㅜ

5-3편 읽다가 기억이 안나는 그래프 링크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근데... 그래프들에서 왜

"섬광 이전"

이라는 시점이 있을까요?

"섬광 순간" 이 아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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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작성자
2026.04.01

섬광 이전 데이터가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질이 바닥(로비)상태에 있을 때를 기록해놓고 그 차이를 보는게 핵심이거든요!! 댓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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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저는 놀랍게도 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 중 가장 빠른 반응은 약 200 펨토초만에 일어납니다. 라는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제가 처음 선택한 것은 1967년 노벨 화학상입니다. 매우 짧은 에너지 펄스를 가해 평형을 순간적으로 교란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초고속 화학 반응을 연구한 공로 를 설명하기 위해 1-1편에는 화학, 화학반응, 반응의 속도와 평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반응에 '충돌'이 필요하다는 것을 1-2편에서 설명드렸고, 그럼 이제 저 수상 공로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문제는 반응속도가 빠를 경우 어떻게 '시작' 버튼을 정확하게 원하는 시점에 누를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반응속도를 '측정'하는 일 역시 쉽지 않습니다. 수상자 중 만프레트 아이겐의 인터뷰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략) 오이켄(Eucken)의 교과서에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 물질을 섞으려면 관 흐름(tubular flow)을 만들어야 하고 압력을 가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대략 1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가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죠. 섞는 과정(mixing process) 자체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응이 그보다 더 빠르면 그걸 관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젊을 때는 남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잖아요. 저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건 없다"라고 말하고 다녔고, 고민은 했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과거에 가장 빠른 반응으로 여겨지던 것 중 하나는 산(H⁺)과 염기(OH⁻)가 만나는 중화반응입니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두 분자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반응의 경우 충돌이 필수적입니다. 두 물질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갑자기 '뿅' 하고 어딘가에 합쳐져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 반응은 물질이 '충돌'하는 속도보다는 '더' 빠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액체에서 계산된 충돌 속도가 너무 빠른 것입니다. 우리는 반응을 일으키고 관찰해야 하는데 시작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버튼을 누를 준비하기 위해 두 물질을 섞는 도중에 반응이 시작되어 끝나버립니다. 만프레트 아이겐은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하트리지와 로우턴(Hartridge and Roughton)이 그랬던 것처럼 장애물을 극복하려고 시도하거나, 아니면 이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두 번째 방법인 장애물을 우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게 해주었습니다. - 만트레트 아이겐 Nobel Lecture 즉, 반응보다 더 빠르게 두 물질을 섞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단 섞어놓고 보는 겁니다. 당연히, 반응속도가 빠르기에 반응은 섞이면서 동시에 끝나겠지만, 반응이 '끝났다'고 해서 분자 수준에서 반응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설명 드렸듯이 화학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평형'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관측하려는 반응과 그 반대 방향의 반응의 속도가 같아서 겉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화학 반응이 결코 완전히 '끝나는(completed)'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반응물 사이에 항상 평형(equilibrium)이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적 평형은 정적(static)이지 않습니다. 즉, 개별적인 변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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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1-1편에서.. 빠른 반응 속도를 이야기하는데 왜 ‘빛’이 필요하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빌드업을 했었습니다. 그 빌드업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화학은 물질의 특성과 변화,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반응의 반응 속도는 주어진 조건의 농도와 고유 빠르기에 따라 결정된다 주어진 조건에서 변화의 고유한 빠르기 비율이 평형 지점을 결정하며 그것이 자연의 방향성이다. 변화의 고유한 빠르기는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화학자들은 온도가 올라가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습니다. 저번에 인용한 1967년 노벨 화학상 수상연설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혼합물을 가열하면 거의 모든 화학반응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반트 호프와 다른 발견으로 1903년 제3회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온도에 따라 반응 속도가 어떻게 증가하는지를 설명하는 수학적 공식을 수립했습니다. 이 공식은 다음과 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두 분자가 충돌할 때 대개는 아무 일 없이 다시 멀어지지만, 충돌이 충분히 격렬할 경우 분자가 분해되고 원자들이 재결합하여 새로운 분자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분자들이 서로 적당한 속도로 접근하더라도, 한 분자 내부의 원자들이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다면 그 분자가 분해되기 위해 굳이 강한 충격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이미 높은 온도는 두 가지, 즉 분자가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과 원자가 더 격렬하게 진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반응 속도가 측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전체 충돌 중 실제로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해되고 있었습니다. - Nobel Prize in Chemistry 1967 Award ceremony speech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인용에서 핵심 키워드는 ‘충돌’과 ‘온도’입니다. 1-1에서 살펴본 예시는 아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서 A가 B로 혹은 B가 A로 변하는 화학반응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C와 D가 만나 E라는 새로운 물질로 바뀌는 예시, C+D→E 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엄청 큰 상자에 아주 작은 C 하나 그리고 D 하나만 있다면 반응이 일어날까요? 멀리 떨어져 있는 C와 D가 갑자기 사라져서 상자 어딘가에서 E가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C와 D가 서로 가까이 만나야, 충돌해야 E라는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번에 농도가 낮으면 반응 속도가 대체로 느리다고 말씀드렸죠? 같은 맥락에서 C+D→E 와 같은 반응도 C와 D의 농도가 높으면 C와 D가 충돌할 확률이 높아져서 반응 속도가 빨라집니다. 자연스럽게 A→B 같은 반응은 충돌이 없는데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만약 A라는 물질 한 개를 무한히 큰 진공 상자에 두면 반응이 일어날까요? 보통은 주변과의 충돌이 거의 없으면 반응이 매-우 느려집니다. 하지만 적당한 크기의 상자에 A 열개를 같은 조건에서 넣어 둔다면 아까보다는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입니다. A라는 물질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충돌'합니다. 그게 같은 A일 수도 있고 생긴 B일 수도 있고 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충돌’만’ 일어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날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만약, 충돌이 화학반응의 유일한 조건이었다면, 1-1에서 말씀드렸듯이 A→B 와 B→A의 고유한 빠르기가 차이 날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A와 B는 충돌이 비슷한 수준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화학반응은 충돌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럼 그게 '온도'냐고 물으신다면 절반짜리 정답입니다. 온도는 분명히 화학반응의 고유한 빠르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아까 인용한 부분의 일부를 가져오겠습니다. 두 분자가 충돌할 때 대개는 아무 일 없이 다시 멀어지지만, 충돌이 충분히 격렬할 경우 분자가 분해되고 원자들이 재결합하여 새로운 분자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분자들이 서로 적당한 속도로 접근하더라도, 한 분자 내부의 원자들이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다면 그 분자가 분해되기 위해 굳이 강한 충격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이미 높은 온도는 두 가지, 즉 분자가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과 원자가 더 격렬하게 진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반응 속도가 측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전체 충돌 중 실제로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해되고 있었습니다. - Nobel Prize in Chemistry 1967 Award ceremony speech 핵심은 화학반응에 수반되는 '충돌'이 격렬할 수도 있고, 적당한 속도로 접근해서 격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자에 A 물질 10개를 넣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상태는 기체라고 했을 때, 10개의 A들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까요? 누구는 억까 당해서 충돌로 인해 에너지를 잃어 느리게 운동할 수도 있고 누구는 운이 좋아서 높은 에너지를 갖고 빠르게 운동할 수도 있습니다. 10개의 A는 각각을 살펴보면 저마다의 속도 즉,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A가 10개 들어있는 상자 10개를 준비해보겠습니다. 각 상자는 독립적으로 고립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10개 중 어떤 상자는 운이 좋아 에너지가 높은 A만 잔뜩 있고 어떤 상자는 운이 나빠서 에너지가 낮은 A만 잔뜩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각 상자가 외부와 에너지를 주고받지 않는 고립계이고 온도가 같다면, 상자 안 총에너지는 시간에 따라 보존됩니다. 그러므로 같은 에너지를 10개의 A가 각각 나눠 가져야합니다.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N분의 1씩 균등하게 나눠 갖는 것인데 분명히 아까 저마다 각각의 속도를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의 미시 세계는 끊임없이 충돌하며 에너지를 서로 주고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은 '가장 확률이 높은 상태'를 찾아갑니다. 그럼 최종적으로 어떻게 자연은 이 에너지를 분배할까요? 아마도 한 번쯤은 '열역학 제2법칙'이나 '무질서도' 그리고 '엔트로피'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볼츠만이라는 과학자는 이 에너지 분배 문제를 '무질서도가 최대'라는 관점에서 확률/통계 문제를 풀었고 그 결과 '볼츠만 확률 분포'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포를 바꾸는 핵심은 바로 '온도'입니다. <섭씨 -20도, 0도, 27도, 40도 그리고 100도에서 맥스웰-볼츠만 분포 graph by claude> 위의 그래프에서 온도가 높을수록 분포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즉, 에너지가 높은 분자의 개수가 많아진다는 ...

[시리즈 연재] 1-1: 1967년 노벨 화학상 다루려고 했는데 1901년꺼 다룬 ssul...

놀랍게도 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 중 가장 빠른 반응은 약 200 펨토초만에 일어납니다. 우리는 프롤로그에서 200 펨토초가 얼마나 찰나의 순간, 짧은 시간인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설명하지 않았지만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화학반응’입니다. 반응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편이니까 제쳐두고 그럼 ‘화학’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이런 기본적인 질문부터 왜 시작하냐구요? 이번 1화에서 주로 다룰 내용은 1967년 노벨 화학상입니다. 이들은 “매우 짧은 에너지 펄스를 가해 평형을 순간적으로 교란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초고속 화학 반응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조금 어렵고 생소한 단어들이 있어도 신경쓰지 마시고, 천천히 이들의 업적 중 핵심을 다룰 예정입니다. 먼저, 그 첫 단추로 ‘화학’에 대해서 그리고 ‘화학반응’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1967년 노벨 화학상 수상 by 노벨상 홈페이지> 기본적으로 화학(Chemistry, 化學)은 한자에서 알 수 있다시피 ‘변화’를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영어로 Chemistry인데 연금술(alchemy)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금술도 값싼 물질들로 ‘금’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결국 변화를 위한 기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물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누가 연금술로 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려면 ‘금’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특성을 확인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면 이게 금인지 은인지 알 수 없습니다. 소위 이게 짭인지 찐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화학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즉, 화학은 변화를 공부하는 학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변화하기 전과 후의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화학반응'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화학반응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화학 반응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by GPT> 위에서 보시다시피 화학반응이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서로 다른 물질을 섞었을 때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 모습을 떠올리실 수 있을겁니다. 물질이 어떤 조건에서 다른 물질로 변하거나 혹은 다른 물질과 섞어서 새로운 물질로 변하면 그것이 바로 화학 반응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화학반응 중 하나는 사과의 갈변현상입니다. 깎아 둔 사과가 공기 중에 산소와 ‘화학반응’하여 색깔이 변한 것이죠. 이 반응은 눈에서 200 펨토초만에 일어나는 반응과 비교했을 때, 매우 느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과를 깎자마자 바로 갈변하진 않으니깐요! 더 느린 화학반응은 녹이 스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화학반응은 반응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속도를 가집니다. <속도가 다른 화학반응 by GPT> 화학자들은 이런 ‘변화의 규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집니다. 이것저것 아무거나 막 섞는다고 무조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물질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통제된 조건 아래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관찰하며 어떤 경우에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일어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그리고 반응이 일어나 새로운 물질이 생기면 또 그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물질을 다른 물질과 반응시켜보는 것이 화학자의 일상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물질의 특성과 그 변화의 원리를 이해하여 비록 금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특성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만들겠다는 연금술의 정신이 현대 화학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 살펴볼 1967년 노벨 화학상 수상 연설의 맨 앞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옛 화학자들은 주로 천연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방법, 예를 들어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것과 같은 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화학 반응은 빠르게 일어나는 반면, 어떤 반응은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응 속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1884년, 네덜란드의 화학자 반트 호프(Van ‘t Hoff)가 화학 반응이 흔히 따르는 수학적 법칙들을 정리했습니다....
[2026 시리즈 연재]
2026. 0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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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프롤로그

시리즈 시작하기 전에... 안녕하십니까? 몽상과 사색입니다. 이번에 <찰나의 빛으로 영상을 찍는 과학 이야기>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포함하여 총 9부작으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여러분의 관심 덕에 이번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읽으시면서 궁금하시거나 아쉬운 점, 틀린 점 등 피드백을 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해서 다음 회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멋진 시리즈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 아마 여러분께서는 두 눈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실 겁니다. 아니 화학반응이 아니라 갑자기 왜 ‘눈’을 말하냐고요? 우리가 ‘본다’는 것은, 빛이 눈에 들어와 일련의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화학반응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요? 놀랍게도 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 중 가장 빠른 반응은 약 200 펨토초만에 일어납니다. 이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를 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시간 단위인 1초에 빛은 약 30만 km를 가는데, 이는 서울-부산 거리를 400 km로 했을 때 750번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시속 100 km 속도로 약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하는 거리를 빛은 겨우 '1초'만에 갑니다. 200 펨토초는 그렇게 빠른 빛이 겨우 0.06 밀리미터, 겨우 머리카락 두께와 비슷한 수준밖에 가지 못하는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우리 눈에 빛이 들어올 때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by Gemini & GPT> 그러면 인류는 어떻게 눈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200 펨토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까요? 방법은 개념적으로 간단합니다. 화학반응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 됩니다. 흔히 매체에서 총알이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과정이나 물이 담긴 풍선이 터지는 순간을 포착한 그 카메라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물론, 그런 카메라로는 펨토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을 포착할 수 없지만 결국 짧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화학반응이 발생하는 순간을 살펴본다는 개념은 동일하니까요. <초고속 카메라 이미지 예시 by GPT> 그런데 그렇게 빠른 순간을 '왜' 촬영할 필요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가 만약 거실에 소중한 '월가아재 후드티'를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이 카메라가 10분에 한 장만 찍는다고 가정해봅시다. 도둑이 1분 만에 옷을 훔쳐 달아난다면, 카메라는 옷이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기 전과 후를 보여줄 뿐 누가, 어떻게 훔쳤는지는 기록하지 못합니다. 만약 감시카메라가 0.1초에 한 번씩 사진을 찍었다면 누가 어떻게 훔쳐갔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곳의 보안을 강화할지 용의자를 신고할지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전과 후만 보면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결과는 알지만,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빠른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만약, 범인이 퀵실버와 같은 초능력자라서 아주 짧은 시간에 후드티를 훔쳐가면 결국 0.1초에 한 번 찍는 감시카메라는 무용지물입니다. 이 초능력자 범인을 잡으려면 더 빠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야 합니다. <월가아재 후드티를 훔치는 퀵실버? by GPT> 화학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응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는 좋은 화학반응을 설계하는 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 훨씬 더 좋은 화학반응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화학반응 중에서 느리게 일어나는 화학반응도 있지만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반응도 있기 때문에 아주 ...
[2026 시리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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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1-3: 발상의 전환으로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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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1-2: 화학반응 속도 측정에 빛이 필요한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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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