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과, 이후의 시장에 대한 예상




현재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영미권 민주주의의 뿌리는, 왕의 자의적 과세와 재산 침해에 맞서 들고일어난 귀족과 영주들이 세속 왕권에 제도적 제약을 가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로부터 시작된다. 이 흐름은 권리청원과 권리장전을 거쳐 1776년 독립선언서로 이어져, 미국은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라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와 피치자의 동의(consent of the governed)에 기초한 정부론을 바탕으로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근대를 열었다. 이들의 역사에서 '체제'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따라서 체제를 위해 죽는 것은 합리적 선택의 영역 밖에 놓인다.
이성과 합리성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체제를 적으로 맞닥뜨린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천황을 지상에 현현한 신으로 규정한 국가신도(國家神道) 체제위에 서 있었고, 이 체제에서 항복이란 군사적 패배를 넘어서 천황의 신성이 부정되는, 국가 체제의 부정을 의미했다. 오키나와에서의 조직적 민간인 자결, 천황의 바람이라는 이름의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 그리고 포츠담 선언 수락을 둘러싼 결전파와 종전파 간의 격렬한 내부 투쟁 등을 통해 미국은 신정체제의 논리가 세속적 비용-편익 계산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고, 신의 이름을 짊어진 자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핵무기 사용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오욕과 공포의 이름을 뒤집어쓰고서야 비로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을 보면, 미국은 ㅡ정확히는 현재의 MAGA 행정부는ㅡ 신정체제의 결사항전이라는 당시의 교훈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신정체제의 이란을 상대로 또다시 과거를 반복하기 직전까지 이른 것을 보면, 건국의 역사가 짧고, 체제를 위해 죽는 결사항전의 집단 기억이 없는 미국은 이를 결코 내재화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일본과, 지금 이란의 신정체제가 품고 있는 내재 논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아마 우리일 것이다. 일본의 천황제, 이란의 신정체제, 그리고 조선의 종묘사직은 사실상 또이또이하기 때문이다. 왕실의 정통성이 종묘에, 국가의 존속이 사직에 걸려 있던 체제에서 "종묘사직이 위태롭다"는 말은 곧 국가 존망의 위기를 뜻했고, 우리에게도 이것은 단순한 왕조 교체가 아니라 천명(天命)의 질서 자체가 끊어지는 것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궐기,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의 척화론, 구한말 을미의병에서 항일의병으로 이어진 저항은 모두 체제의 존속이 개인의 생존보다 상위에 놓이는 이 종묘사직의 논리 위에서 작동했다.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민초들이 목숨을 내던져야만 했던, 아픈 역사의 기억들이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이 가운데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 조정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낸다.
성안의 조정은 척화론(강경파)의 김상헌과 주화론(온건파)의 최명길이 대립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강화도도 아니고 남한산성에 갖힌 순간 이미 패배는 확정되어 있다. 다만 척화도 주화도 그 어떤 것도 선언될 수 없을 뿐이다.
김훈은 이 교착 상태가 무너지는 과정을 '군마(軍馬)'를 통해 보여준다.
남한산성 밖에 있는 적에게 반격하기 위해서는 군마를 지켜야만 하기에,
말을 먹이기 위해 백성들의 곡식과 군사들이 입을 짚단을 희생한다.
=> 종묘사직의 명분을 업은 강경파가 득세하는 국면
그것마저 바닥나 군마가 야위어 반격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면
굶주린 백성들과 엄동설한에 바람막이 하나 없이 풍찬노숙하느라 살이 썩어가는 군사들이 야윈 군마를 잡아먹는다.
=> 반격 능력의 상실
그 군사들마저 굶주림과 병사(病死)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그제서야 온건파가 주도권을 잡고, 삼배구고두례라는 굴욕적인 항복의 문이 열리게 된다.
=> 강경파 동력 완전 상실 국면
정치적 동력이란 것은 결국 여론의 향배인데, 문제는 여론은 굼뜨고 관성이 커서 상황이 닥쳐야만 바뀐다.
군마와 군사의 기력이 남았을 때 협상했다면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빨리 나왔더라면 인조가 청나라...





다음 어그로 글은 삼성전자 50000원부터 홀딩하고 있는 사람의 삼성전자와 반도체 매크로 뷰 입니다.

인사이트 향이 솔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쓰시네예~ 부럽습니다.
현재 이란의 상황을 병자호란에 빗대어 설명해주시는 내공!! 대단하십니다.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인사이트 지렸습니다...ㄷㄷ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글 너무 재미있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우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