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는 다음날 아침 7시경 발견됐다. 복지관에서 500미터 남짓 떨어진 한적한 골목길에서 종량제 봉투 몇개가 놓여있는 전봇대 아래, 영희는 하얀 불투명 봉투에 담겨 있었다. 순찰 중 이를 발견한 여순경은 본분을 잊은 채 소리를 질렀지만 주변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봉투 안의 영희는 몸에 비해 머리의 각도가 심하게 꺾여 있었고 눈을 집중적으로 가격 당한 흔적이 있었다. 순경은 겁에 질린 채 반대쪽 벽면에 주저 앉았다.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선배 경사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너무 손이 떨린 나머지 끼고 있던 장갑을 벗는데도 한참이 걸렸고 그녀의 손은 자꾸만 틀린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선배와 전화를 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영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언니, 오늘 생일인데 뭐할 거야?"
지민이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지윤이 물었다. 오늘은 별 계획 없는데, 지민은 잠시 우울한 표정을 짓는 척하더니 방에서 뛰어나와 지윤의 목을 껴안는다.
"나랑 놀아주려고?"
지윤은 목 막히는 시늉을 하며 지민의 손을 때린다. 아 언니!
지민은 이내 손을 떼며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엄마랑 오늘 단출하게 저녁 먹으려고. 생일은 엄마가 고생한 날이니까. 우리 김영희 씨한테 맛있는 저녁 식사 대접하려고 합니다만"
“언닌 역시 효녀야. 근데 이모는 아직 연락 없으셔?”
지민은 옷을 마저 갈아입으러 다시 방에 들어갔다. 문득 영희가 복지관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까지 연락 없었던 적이 있는지 떠올려봤다. 핸드폰을 열어 통화 목록과 메시지 목록을 확인하지만 어제 지민이 보낸 문자 앞에는 숫자 1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민은 전화 버튼을 누르고 귀와 어깨 사이에 핸드폰을 댔다.
신호음이 일곱 번 정도 울렸을 때 지민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엄마? 아 아닌데, 누구세요?"
"김영희 씨 따님 되시나요?"
"그런데요, 누구시죠?"
"저 구리시 유문 지구대 이수진 순경이라고 합니다."
지민은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와 가방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어깨에 올려 놓은 핸드폰을 손으로 들었다. 순경의 목소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중앙역에서 구리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약 50분 정도 걸린다. 지민의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약 15분. 지하철을 타고 50분. 복지관까지는 구리역에서 도보로 약 7분. 지민은 택시를 탈까 고민했지만 사람과 말을 하는 행위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아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영희는 1시간 22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시체를 확인하러 가기 위해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이 순간순간들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장면이 끊긴 다음엔 바로 유가족들이 시체를 확인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지민은 교통 카드를 지갑에서 꺼내어 태그를 해야 했고, 웃으며 화면 속 동영상을 보는 동승객들 속에서 엄마를 생각해야 했다. 키득거리는 아이들, 연인과 전화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젊은 남녀들, 평범한 일상을 힘에 겨워하며 출근하는 그 밖의 많은 사람들. 난 우리 엄마의 살해 현장을 보러 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 관심도 없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