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발저는 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다른 작가들의 존경을 받는 작가들의 작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들어서 그런지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고백하자면 이 책을 온전하게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19세기나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 종종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그들의 감성을 충분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완전히 어둡지는 않고, 그렇다고 기쁨에 넘치지도 않는 그런 느낌이 제가 공감하기 힘든 시대상과 함께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나타나는 아주 좋은 글들도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왔다갔다했습니다.
아침의 꿈과 저녁의 꿈, 빛과 밤. 달, 태양 그리고 별. 낮의 장밋빛 광선과 밤의 희미한 빛. 시와 분. 한 주와 한 해 전체. 얼마나 자주 나는 내 영혼의 은밀한 벗인 달을 올려다보았던가. 별들은 내 다정한 동료들. 창백하고 차가운 안개의 세상으로 황금의 태양빛이 비쳐들 때 나는 얼마나 크나큰 기쁨에 몸을 떨었던가. 자연은 나의 정원이며 내 열정, 내 사랑이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나에게 속하게 되니, 숲과 들판, 나무와 길들. 하늘을 올려다볼 때 나는 왕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저녁이었다. 나에게 저녁은 동화였고, 천상의 암흑을 소유한 밤은 달콤하면서도 불투명한 비밀에 감싸인 마법의 성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