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문학 중에서는 가장 좋은 책이었습니다.
단정하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글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짧은 글들의 모음이고 서로 다른 스토리이지만 이 작품들이 잘 어우러지는 기분입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낡아가는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백하게 묘사하는 와중에 수려한 문장들이 많이 섞여있어서 읽는 눈도 즐겁게 해주는 책입니다. 슬픔과 기쁨을 적절하게 섞어두어 읽는 이의 마음과 줄다리기를 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보통 한 작가의 글을 여러 개 찾아서 읽지는 않는 편인데, 백수린 님의 책은 하나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존재가 죽어 이 세상에 없는데, 어떻게 달이 여전히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자신만을 전부라고 믿고 의지했던 개가 지금 어딘가에서 홀로 떨거나 아파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됐지만, 아무리 걱정을 한들 자신은 더 이상 그 개를 구해줄 수 없는데 무언가를 보고 또다시 아름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숨을 참아야만 했다. 삶이 무한한 줄 알았을 때 그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생에는 끝이 있고, 그 이후에 대해선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지.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모든 것이 영원할 줄 알았다니. 죽음이 있어 삶에 의미가 생긴다거나, 죽음이 평화를 가져다줄 거라는 말을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내뱉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건 그녀가 삶에 풋내기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풍경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바람이 불었고, 그러면 달리느라 뜨거워졌던 그녀의 몸이 식었고, 머리 위로 꽃잎이 툭, 툭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그 밤 보았던 달의 아름다움을 아는 건 그녀와 사랑하는 개뿐이라는 사실을 가까스로 떠올렸다.
